수원시립미술관, 만지며 즐기는 ‘쿵짝공원 속 친친’ 展 [전시리뷰]

현대사회 속 ‘반려’의 다양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수원시립미술관의 ‘쿵짝공원 속 친친’ 전시회가 지난 14일 개막한 가운데 깪 작가가 신작 ‘꽃이 핀 언덕’(2024, 화면 하단)의 체험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이나경기자
현대사회 속 ‘반려’의 다양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수원시립미술관의 ‘쿵짝공원 속 친친’ 전시회가 지난 14일 개막한 가운데 깪 작가가 신작 ‘꽃이 핀 언덕’(2024, 화면 하단)의 체험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이나경기자

 

“쿵쿵쿵, 누군가의 발소리! 짝짝짝, 박수 소리도 들려요. 아모와 파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어느 날 인형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면, 책상에서 팔과 다리가 튀어 나와 거실을 걸어다닌다면? 어린시절 한번쯤 상상해봤던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난 14일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개막한 수원시립미술관의 관람객 참여형 프로젝트 ‘쿵짝공원 속 친친’은 현대사회 내 다양한 ‘반려’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며 관람객을 동화 속으로 안내한다.

 

전시에는 손과 발을 작품에 자주 활용하는 ‘깪’과 ‘이학민’ 두 현대미술 작가가 쿵짝공원에서 ‘친친(친한 친구)’을 찾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화 속 이야기에 직접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설치미술 작품을 접목했다. 섹션은 깪 작가가 어린 시절 상상 속 인물을 나만의 ‘친친’으로 탄생시킨 ‘아모의 보물찾기 여행’과 이학민 작가가 가구에 손과 발을 만들어 즐겨보던 만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친구로 만들어 낸 ‘파우를 찾아서’ 두 가지로 구성됐다. 관람객에게는 쿵짝공원 지도를 제공해 아모와 파우를 찾는 탐험으로 초대한다.

 

깪 작가의 '아모나무'(2022) 작품 일부와 나무에 걸려 있는 반려인간 '아모'의 모습. 작가는 누군가에게 입양된 작은 아모 귀걸이는 주인의 반려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나경기자
깪 작가의 '아모나무'(2022) 작품 일부와 나무에 걸려 있는 반려인간 '아모'의 모습. 작가는 누군가에게 입양된 작은 아모 귀걸이가 주인의 반려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나경기자

 

첫 번째 섹션은 나무에서 자라난 반려인간 ‘아모’가 머리카락 속 비밀의 씨앗을 가지고 보물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손을 머리 위로 펼치듯 앙증맞게 나무에 매달린 아모를 만져보면 푹신푹신한 느낌이 든다. 보물을 찾아 나선 아모는 초록의 언덕을 만난다. 아모는 예쁜 꽃을 함께 즐길 친구가 생기길 바라며 구멍에 씨앗을 넣는다. 언덕에 손을 넣어 쑥 잡아당기자 아모의 친구들이 땅에서 튀어나온다. 아모는 “나의 보물은 바로 친구들이었어”라고 외친다.

 

프랑스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국내에서 다양한 팝 전시회를 열어온 깪 작가는 “외동으로 자라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들과 행복한 추억이 있다”고 말했다. 깪 작가는 “늘 하고 다니는 귀걸이라는 전형적인 공산품에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며 “나무에서 자라난 열매 아모를 똑 떼 반려귀걸이로 차고 다니듯 각자가 자신만의 아모를 맘껏 상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학민 작가의 신작 ‘작은 파우’(2024, 우측 하단)와 ‘그로브 가림막’(2020, 좌측) 및 ‘빅 키티’(2023, 좌측)의 모습. 이나경기자
이학민 작가의 신작 ‘작은 파우’(2024, 우측 하단)와 ‘그로브 가림막’(2020, 좌측) 및 ‘빅 키티’(2023, 좌측)의 모습. 이나경기자

 

아모의 곁엔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파우’가 남긴 발자국이 있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재주꾼 파우는 큰 발을 숨기지 못해 잘 들키곤 한다. 관람객은 파우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상상하며 그를 찾아 나선다. 파우를 찾아나서는 길에 자리한 은색 나무는 지나는 모든 것을 은빛으로 바꾼다. 관람객은 나의 모습도 은빛으로 변했을지 상상해본다. 그렇게 쿵짝공원을 탐험을 마치자 빼꼼 토끼와 깡총 토끼가 꽃 선물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파우야, 내가 아끼는 건 쿵짝공원에 놀러온 친구들이야!”라고 전한다.

 

국내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네덜란드에서 디자인 공부한 이학민 작가는 어린 두 자녀의 아빠이기도 하다. 작가는 “관람객에게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건 너희야, 우리 같이 친구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미술은 어렵고 전시는 조심스럽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곳에선 반려가구인 파우가 변했을 만한 의자나 벤치에 직접 앉아보고 가구 위치도 옮겨보며 전시를 즐기길 바랍니다.”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만난 ‘빅 키티’ 작품과 이학민 작가의 모습. 이나경기자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만난 ‘빅 키티’ 작품과 이학민 작가의 모습. 이나경기자

 

이처럼 이번 프로젝트는 직접 만지는 체험이 특징이다. 전시를 마치면 관람객은 바로 옆 체험실에서 나만의 반려인형을 만들거나 반려가구를 직접 그려 전시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수원시립미술관은 다음 달부터 전시와 체험활동에 더해 전시관 인근의 만석공원에서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원탐구 프로그램도 연계할 계획이다.

 

전시를 기획한 황현정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사는 “현대사회에서는 식물, 곤충, 가구 등 내가 애정하는 다양한 존재가 반려가 될 수 있다”며 “작품을 통해 어린 친구들이 나만의 친구를 찾아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7월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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