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처음 만들었다는 명제(命題)는 더 이상 팩트가 아니다. 여러 문헌이 입증해주고 있다. ▶그동안 거북선 제작 시기는 16세기 후반에 맞춰졌었다. 임진왜란 발발 시점이 1592년이어서다. 전쟁 와중에 남해안에서 벌어진 해전에서 맹활약한 철갑선(鐵甲船)이라는 게 그동안의 정설이었다. ‘거북선=이순신 장군’ 등식이 성립된 지점이었다. ▶경기일보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단초(端初)는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이었다. “태종 13년(1413년) 2월5일 임금이 임진나루를 지나다 거북선과 왜선이 서로 싸우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보다 180년 앞섰다. ▶임진나루는 조선 초기 거북선이 정박했던 곳이다. 파주시가 닻을 올렸다. 조선 최초 임진강거북선 실물 크기 건조를 내년 3월 시작해 2024년 말까지 완료키로 했다. 역사문화 콘텐츠로서 ‘원 소스 멀티 유즈’(원형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 방식으로 펼쳐진다. 임진강거북선 활용방향에 대한 관심도 그래서 뜨겁다. ▶앞서 파주시는 국내 거북선 설계 일인자인 중소조선연구원에 실시설계를 의뢰했다. 이후 조선 최초 임진강거북선 전장이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보다 약 6m 작은 61자(약 19m)에 용두가 설치된 중맹선(조선 군선·60명 승선)임을 최초로 재현했다. 실물 크기의 15분의 1 축소 모형도 제작해 임진각 내 한반도 평화생태관광센터에 공개 전시했다. ▶경기일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지상 좌담회를 마련해 각계 전문가의 견해를 들었다. 여기서 나온 의견들의 종착점(終着點)은 조선 최초 임진강 거북선의 브랜드 특정화·콘텐츠 방향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임진각에 임진강거북선을 복원·설치해 조선 최초 거북선의 상징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임진강거북선의 늠름한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해외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직접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이 세상은 지금 한류 열풍이다’라는 표현이 절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서 이 글을 시작하고 싶다. 필자 또한 해외에서 직접 한류를 실감하고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국에 처음 유학을 시작한 2017년부터 당시 글로벌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BTS’의 인기와 한류의 영향력을 피부로 체감하기 시작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은 케이팝 아이돌의 춤을 추고, 한국어 노래 가사를 외우고, 가사를 몰라도 유행가처럼 모두가 방탄소년단의 당시 히트곡인 ‘DNA’를 알고 있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진짜로 ‘글로벌 유행가’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필자는 당시 언론에서만 듣던 ‘한류’가 진짜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타지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좋은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고, 그런 대우를 해주는 외국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부담까지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음식은 또 얼마나 유행인지 모른다. 전통 한식은 물론 현대의 새로운 한국 음식도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센트럴 런던에 새로 생긴 한국식 핫도그 전문점인 ‘BUNSIK 분식’ 이 그 예다. 한식은 채소를 기본으로 한 메뉴가 많기 때문에 심지어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드라마와 영화 산업은 언급하기 지겨울 정도로 오래전부터 화제성을 한국이 다 쓸어오는 중이다. 봉준호 감독이 2020년 외국어 영화 최초로 ‘오스카상’을 수상함으로써 화룡점정을 찍었으니 말이다. 믿기지 않는 문장이지만 한국 영화는 오스카의 역사도 새로 쓰게 됐다. 또 미술사를 공부하는 필자가 한류의 영향력을 크게 느낀 올해의 세계적 이벤트는 바로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서울에서 열린 것이었다. 이렇게 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의 예술, 음식, 미디어, 패션까지, 쉽게 말하면 한국의 모든 것이 지금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자라 언론인, 작가로 활동하는 유니 홍은 자신의 저서인 ‘코리안 쿨’에서 한류를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고 빠른 근대의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2022년, 영국은 한류의 정점을 찍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문화 기관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한국 문화에 관한 전시와 소개를 현재 런던에서 큰 행사로 열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영국의 대형 서점인 포일스에서 10 월 한 달을 ‘한국 문화의 달’로 지정해 한국어 도서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소개를 하는 행사를 펼쳤다. 필자는 미술사를 공부하기 때문에 런던의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다양한 전시회를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세계 최대 공예 박물관인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이 지금 런던에서 가장 화제를 많이 모으는 전시 중 하나인 ‘Hallyu! The Korean Wave(한류! 코리안 웨이브)’를 지난 9월29일부터 열고 있다는 정보 또한 알 수 있었다. 이 전시에서는 일차원적으로 ‘한류’라는 문화 현상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6·25전쟁 이후로 돌무더기밖에 없던 시절부터 지금의 다른 풍경을 가진 한국의 근대 역사 발전 과정과 예술, 의복, 뷰티 산업, 심지어 한국의 웹툰 시장에 대한 내용까지 다뤘다. 실제로 이 전시는 첫날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한류’라는 주제로 한국에 대한 전시를 하고, 한국 문화의 달을 만들어 행사하는 일을 처음 본 필자는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고, 또 한 번 한류가 얼마나 글로벌한 현상인가 하는 점을 자신에게 상기시켜줄 수 있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에 유학을 결심했던 큰 용기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것들을 눈으로 보고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컸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오히려 외국에서 자국의 문화가 얼마나 대단한가 깨달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자국 문화와 역사를 겸손하게 과소평가하기보다는 현재 한류의 영향력을 받아들이고 창의성을 키워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한국 문화의 파도를 계속해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한민주 영국 유학생·미술사 전공
Q. 중학교 3학년이 된 딸아이가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여자 아이다 보니 걱정되는 것도 많고 공부는 소홀하게 될까봐 걱정이 됩니다. 가만히 지켜봐도 되는 걸까요? A. 아직 어린 아이 같은데, 언제 이렇게 자라서 이성에 관심이 생겼나 하는 마음에 좋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염려되는 마음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보호자 분께서 알고 계시는 것처럼 청소년기에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잘 지나게 되면 자기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인식하게 되고,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돼 긍정적인 성인의 모습으로 성장 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무조건 이성교제를 반대하시는 것 보다는, 자녀가 바른 이성교제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자녀와 이성교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그리고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에 대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눠보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그리고 올바른 이성교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가치관도 알려주세요. 나와 상대방의 매력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의 기술, 의사표현에 대한 자신감도 필요하다는 걸 함께 알려주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자녀의 이성 친구에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을 해 주세요. 평가하고 비판하는 태도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친구로 인지하고 있고 늘 관심이 있다는 표현을 보내주신다면 청소년들은 스스로 해야 할 행동과 하지 않아야 할 행동에 대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관심이 너무 지나치면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다고 여겨 정말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말을 꺼내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으로서 지켜야 할 것과 서로의 성장을 위한 태도를 지켜주는 것을 강조해 주신다면 자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재영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국내 유일의 열린 하구인 한강 하구는 원시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장항습지, 산남습지, 시암리습지 등 대규모 습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계가 발달하고 저어새 산란지인 유도 등이 위치하고 있다. 생태적 가치가 높을뿐더러 관광자원으로서도 잘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게다가 남북 접경지역으로 남북 평화협력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민사회와 지자체가 수년에 걸쳐 지속적이고 다양한 논의는 물론 현장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례로 인천시가 지난 2019년부터 매년 한강 하구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전문가의 제안을 모아 보는 ‘인천 한강 하구 시민공감 토론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경우 최근 ‘인천시 한강 하구의 생태·환경 보전과 관리 방향 제안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지난 6월 이후 한강 하구지역 현장견학과 간담회에 이어서다.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는 2005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18년째를 맞는다. 매해 한강하구평화의 배띄우기조직위원회가 꾸려져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한강 하구를 실마리로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고 중립수역을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목적과 방법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한강 하구가 갖는 의미와 가치에 집중한 경우들이다. 그런데 한강 하구 문제와 관련해 인천지역 외에 정작 해양수산부나 환경부, 국방부, 통일부 등 정부 부처와 관련 지자체들의 적극적 협력이나 연대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한강 하구가 인천시, 경기도(김포, 파주, 고양), 서울시 등 다양한 지자체가 연관돼 있어서다. 특히나 북한과 남북 공동이용수역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한강 하구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맞물려 관리 주체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강 하구가 ‘망각의 지대’라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 2020년 경기연구원의 ‘DMZ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강 하구에 대한 인지율이 39.8%에 불과해 국토 분단이 인식의 분단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강해 인식의 분단이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결국 통합적 관리방안 마련을 통해 수생태 환경·수질 확보, 그리고 지속가능한 보전과 활용체계 수립, 국민인식 증진이 날로 절실해지고 있다. 한강 하구의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우선 시급하다. 한강 하구의 환경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려면 그 근거가 되는 법률적 토대와 기반이 규정돼야 한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한강 하구 문제를 공론화해 정치권과 행정의 움직임을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생태환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이 추진돼야 한다. 공공의 정책화와 예산 수립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천시의 정책 견인력과 정치력, 거기에 지역 시민사회의 공조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삼인성호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유래를 찾아 옮겨보면, 전국시대 위나라의 방총이라는 인물이 태자와 함께 조나라에 인질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가기 전날 밤 방총이 왕을 찾아가 “지금 어떤 사람이 번화가 한복판에 호랑이가 나왔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왕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방총은 두 사람이 호랑이 얘기를 하면 믿겠느냐고 다시 물었지만 왕은 여전히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왕은 세 명이 말하면 믿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믿겠다고 대답했다. 방총은 번화가에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세 명이 하면 이처럼 그럴듯해 보인다고 왕에게 일렀다. 그리고 자신이 조나라에 가면 세 명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험담하게 될 것이지만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왕의 대답은 “알겠다”였다. 그러나 방총이 조나라로 간 다음 날부터 왕에게 방총을 험담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훗날 태자는 인질에서 풀려나 위나라로 돌아왔지만 방총은 결국 왕의 의심을 받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이야기는 비단 고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이론에도 있는 모양이다. 이른바 ‘3의 법칙’으로 유명한 스탠퍼드대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세 명이 모이면 그때부터 집단이라는 개념이 생긴다. 그것이 사회적 규범 또는 법칙이 되고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왜 세 명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최소 세 명이 모이면 하나의 움직임이 되며, 3의 법칙은 상황을 바꾸는 구체적인 힘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실험을 EBS에서 했는데 대략의 내용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한 사람이 무언가 있는 것처럼 손짓과 함께 하늘을 바라보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는 같은 행동을 두 사람이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세 번째 사람이 두 사람과 나란히 서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신기한 듯 바라보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발길을 멈추고 그들과 함께 똑같은 곳을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고사 혹은 실험에서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국정의 한복판 국정감사장과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고 확대되는 이야기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10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미리 개인 일정을 수첩이든 휴대전화든 확인해주시고 질의 받으면 좋겠다”며 “7월19일 밤 술자리에 간 기억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진 질문에서 김 의원이 주장한 대략의 요지는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청담동 술집에서 김앤장 변호사 30명 안팎과 함께 있었으며, 이튿날 새벽녘까지 윤 대통령은 동백아가씨를, 한 장관은 윤도현의 노래를 부르며 국정과 상관없는 얘기를 나누며 가무를 즐겼다는 내용이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매우 모욕적이라며 “저는 그 비슷한 자리에도 간 적 없다”며 “저번에 이재정 의원 악수 사건 관련 사안도 (거짓말로) 들통났지만 사과 안 했다. 저번에 뭐 걸자고 하셨는데, 이번에 걸면 어떠냐”며 “제가 저 근방 1km 안에 있었으면 다 걸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김의겸이 주장한 내용은 유튜브 매체 더탐사와의 ‘협업’을 통해 발굴한 것으로, 더탐사는 관련한 내용을 연일 유튜브를 통해 내보내며 많은 이로부터 슈퍼챗 등 후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에 호응해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술자리와 관련해 “갈수록 증거가 추가로 나오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제2의 국정농단에 해당될 만큼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애초 증거로 내놓았던 녹취록 속 당사자들은 후속 확인을 위한 접촉을 끊거나 진술을 뒤집기조차 했다. 애초 녹취록 속 대화가 사적 대화로 ‘개인적’인 곤궁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 혹은 허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적 영역으로 나올 수 없는 대화의 성격이다. 특히 더탐사라는 유튜브 매체는 해당 사건이 일어난 장소도 특정하지 못한 채,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곳을 아느냐”고 묻는다. 본인들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을 강남 일대 주민들에게 주입해 한 달 후쯤에는 크나큰 호랑이 한 마리를 만드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강남 일대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술자리를 밤늦게까지 빈번하게 갖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이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에서 유인원 혹은 네안데르탈인에 반해 호모 사피엔스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고 믿으며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나 인식 가능한 ‘가상의 실재’의 예로 하라리는 민족, 종교, 주식회사 등을 든다. 인간의 숙명일까. 우리 인간은, 보다 구체적으로 2022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은 ‘가상의 실재’를 이용한 거짓말쟁이들과 하루하루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 그들은 오늘도 또 다른 소재를 이용해 작업 중이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지난 6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또 한 명의 ‘K-클래식 스타’의 등장이라며 열광했다. 지금도 여러 공연장에서 수많은 연주자들이 무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임윤찬같이 새롭게 티켓파워를 갖는 연주자의 등장은 공연기획사들과 공연기획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몇 주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내한공연은 티켓 오픈 3분 만에 전석 매진되는 티켓파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매년 들려오는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대한민국 연주자들의 우승 소식은 이제 일상이 됐고 대한민국이 세계 클래식음악의 중심이 됐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를 보는 많은 공연 관계자들은 복잡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국내의 클래식 공연 시장만큼 명암이 크게 교차하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 클래식 스타들의 공연 티켓은 한 장에 10만원이 훌쩍 넘어 가면서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 문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4인 가족이 함께 즐긴다면 연간 행사인 휴가비와 맞먹는 예산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 공연 시장에는 이미 팬덤이 형성돼 매진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는 일부 스타 연주자에게만 국한된다는 사실이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1970, 80년대 급격히 늘어난 음악대학은 실업률이 가장 높은 곳이 돼 갈수록 지망생이 줄어들고 있다. 지금 클래식음악 시장은 오직 엘리트 예술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도립예술단, 시립예술단의 이름으로 지역에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예술단체들이 내일의 임윤찬을 발굴하기 위해 예술가들을 무대에 올리며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선보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 공공단체나 기관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영화 한 편 볼 수 있는 가격으로 문턱을 낮춰주는 합리적인 티켓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프로축구팀 경기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국가대표 경기만 응원하는 이들을 축구팬이라 할 수 없듯이 K-클래식의 위상은 우리 지역 시립교향악단의 공연부터 응원하며 감동 받을 때 더욱더 저력을 갖게 될 것이다. 류성근 성남아트센터 예술사업본부장
지역발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재정 확충, 답례품 사업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를 위해 고향사랑기부제가 내년 1월 본격 시행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지자체에 최대 연간 500만원 한도로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은 해당 지자체의 기금으로 적립되어 주민 복리 증진이라는 법률 취지에 맞게 급식비 보조, 무상의료 등 육아지원, 재난지원금 등 다양한 정책 재원으로 활용된다. 제도가 활성화 되면 지방 재정 확충은 물론, 답례품 제공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 10만원 까지는 연말정산 시 전액 돌려받으며,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만큼을 지자체에서 농축수산물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받기 때문에 10만원 기부 시에는 실질적으로는 13만원을 돌려받는 효과가 있다. 10만원 초과 기부금액은 연말정산 시 16.5% 세액공제와 함께 30%에 해당하는 만큼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어 기부자는 호의에 대한 보답은 물론,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방 회생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어 상호 윈윈하는 제도다. 기부방법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부시스템, 일명 ‘고향사랑이음’ 사이트를 통해 기부가 가능하다.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각 지자체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의 파급 효과를 크게 기대하며, 답례품 선정위원회 구성, 답례품 선정 등에 관한 조례를 입법 예고하는 등 발 빠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답례품 선정위원회 구성과 관련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답례품 선정위원회 위원 자격 요건으로 단순히 ‘지역의 생산 또는 제조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로 명시하고 있어, 정작 농어업인이 배제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목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근간 산업인 농축수산분야의 생산물이 답례품으로 당연히 포함돼야 하고, 그 선정에 있어 해당 생산물을 생산하는 ‘농어업인 또는 농어업인 단체 대표’ 등이 답례품을 선정하는 위원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출발은 답례품 선정에 있다. 주요 답례품 종류는 쌀, 화훼 등 농축수산물 등 제1차 산업의 생산물, 제조 및 가공업 등 제2차 산업 생산물 등이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농촌지역의 대부분은 한 축인 1차 산업을 담당하고 있고, 농촌지역의 기반이 농축수산 분야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이 답례품 선정위원회에 포함되는 것이 맞다. 농촌은 저출산, 고령화로 침체되고 있고,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농촌 지자체는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다. 군 지역의 재정자립도가 15.9%라는 통계는 농촌 지역의 암울한 상활은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에 거는 기대는 크다. 무너져 가는 농업농촌을 지원하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의 시행 취지에 맞게 ‘농어업인(또는 농어업인 단체 대표)’을 답례품 선정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명시해주길 바라본다. 이종혁 양주시 장흥농업협동조합장
조선 중종 때 사림파의 영수였던 정암 조광조를 주향(主享)으로 하는 심곡서원은 강당이 전면에 위치하고 사우가 뒤쪽에 배치된 조선 시대 서원의 전형적인 전학후묘(前學後廟)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시 조광조를 모신 서원 중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고 현재까지 존속돼 있다. 경내에는 조광조가 직접 심은 것으로 알려진 수령 500여 년의 느티나무가 남아 있다. 정암집 등 관련 고문서는 장서각에 보관돼 있고, 매년 춘추향사와 매월 삭망(朔望) 분향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서원 인근에 있는 ‘조광조 묘 및 신도비’를 통해 심곡서원의 가치와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청 제공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진행하는 각종 먹거리 사업이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도 농수산진흥원이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농산물을 도민에게 보내는 등 방만 운영을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소속 강태형 의원(더불어민주당·안산5)은 8일 열린 도 농수산진흥원에 대한 행감에서 “농수산진흥원이 저렴한 가격에 친환경 농산물을 지원하고자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원 사업’을 진행했지만, 정작 도민이 받아본 농산물에 곰팡이가 피는 등 관리 부실 문제가 심각했다”며 “이로 인해 농수산진흥원이 사과문까지 공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농수산진흥원에 대한 도민의 우려도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농수산진흥원이 고객 응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이제 농수산진흥원이 위탁이 아닌 직접 운영을 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책임감을 갖고 도민을 위한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안대성 도 농수산진흥원장은 “농산물 관리에 미흡했던 것 같다. 농산물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앞으로는 품질 관리는 물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촘촘하게 세우고, 농산물의 질도 높여 도민이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의 킨텍스 행감에선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화영 전 대표이사와 관련된 질의가 집중됐다. 이병길 의원(국민의힘·남양주7)은 이 전 대표이사 당시의 관사 이용 문제를 언급하며 “관사 사용이 이사회 검토도 거치지 않고 이뤄진 것도 문제지만, 이런 호화 생활을 한 경영진 마인드가 더 큰 문제”라며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나 생각해보니 무소불위의 대표이사가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뭐가 무서웠겠느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김태희(안산2)·서현옥 의원(평택3)도 “대표이사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킨텍스가 어려움에 처했다. 이럴 때일수록 직원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승문 킨텍스 경영부사장은 “사명감을 가지고 도민과 국민께 부끄럽지 않은 공공기관이 되겠다”고 답했다. 임태환·손사라기자
유대인들의 지혜를 담은 ‘탈무드’에서 인간에게 입은 하나지만 귀가 두 개 있는 까닭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의미라고 전해진다. 듣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시정도 마찬가지다.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행정을 펼쳐가는 것이야말로 지방행정의 요체다. 수원특례시가 민선 8기를 맞아 행정 전반에 경청의 자세를 더하고 있다. ■ 시민과의 소통이 최우선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시민들과의 소통에 방점을 뒀다. 대표적인 사업이 ‘시민이 꿈꾸는 수원이야기’다. 시장이 취임 직후 수원지역 4개 구와 44개 동 주민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 7월7일부터 10월12일까지 100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 총 4천260명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시장과 시민들은 직접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고 새로운 시정 구상을 설명한 것은 물론,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가감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시민 삶의 터전인 ‘현장’에서 이뤄지는 시민들과의 대화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이 오갔다. 이 시장은 장안구에서 수원종합운동장과 연계한 스포츠 멀티플렉스 구상을, 권선구에서는 첨단과학연구도시로 서수원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선보였다. 영통구에서는 미래교육혁신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팔달구 주민들에게는 마이스 관광도시의 거점으로 육성할 것을 약속했다.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건의사항과 의견을 개진했다. 총 48회 진행된 시민이 꿈꾸는 수원이야기에서 접수된 시민 건의사항은 248건에 달한다. 동마다 공통적으로 구도심 주택가의 고질적인 주차난 해소와 동 청사 확충 요구가 이어졌으며, 노후한 건축물 정비와 통학로 개선, 경로당 등 노인 지원 방안도 단골 건의사항이었다. 시민들의 건의사항 중 일부는 현장에서 즉시 처리되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 9월 중순 완료된 일월공원 화장실 출입구 개선사업의 경우 한달여 만에 처리가 완료됐다. ■ 현장에서 해결한다 시는 시민과의 소통을 책임행정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구와 동에서 청취한 시민들의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찾아가는 현장시장실’을 운영함으로써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장 행정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다. 현장시장실은 시민들이 원하는 지역 어디든 시장과 간부 공무원들이 구석구석을 찾아갈 수 있도록 대형 버스가 투입돼 운영된다. 버스를 타고 현장에 간 시장과 간부 공무원들은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시의 첫 번째 현장시장실이 열리는 장소는 ‘지동’이다. 9일 오전 이 시장과 실·국장, 부서장 등 간부 공무원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해 구석구석을 누비게 된다. 앞서 지난 9월14일 ‘시민이 꿈꾸는 수원이야기’ 지동 방문 당시 지역 주민 및 관련 기관이 함께하는 로드체킹 제안이 성사된 것이다. 팔달경찰서 신축 부지와 문화재보호구역 복원정비사업 부지가 인접한 동네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전과 환경 등 주민 불편사항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시는 시민이 행복한 수원이야기에서 수집된 건의 내용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 방문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 혁신행정이 시민행복의 열쇠다 앞으로 시와 시민의 소통은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된다.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라는 비전과 3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필요한 행정 혁신 방안이 ‘민선 8기 수원시정 4개년 계획’에 포함돼 소통행정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찾아가는 현장시장실’처럼 시민과 소통하는 창구를 다원화하고 직접 민주주의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시는 지난 10월 말 조직개편에서 시민협력국을 신설해 핵심 정책 추진 시 시민들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기능을 부여했다. 시민의 참여와 소통을 고민하고 확대하는 국 단위 조직으로 협치, 주민자치, 민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시민과의 대화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시민개방형 민원실 계획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시민의 복잡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베테랑 공무원을 전담 배치해 사업부서와 문제 해결에 나서는 종합민원행정을 펼쳐 시민 중심 행정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더 좋은 민주주의’를 표방한 이 시장이 역점적으로 계획한 직접민주주의 플랫폼 구축도 추진된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정책참여 플랫폼 ‘(가칭) 누구나 시장’이 시민들의 손 안에서 시정 참여 기회를 제공해 시민 맞춤형 정책 시대를 열 전망이다. 혁신행정의 두 번째 방안은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자치의 실현이다. 마을 문제의 발굴부터 해결까지 모든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마을리빙랩’을 운영하고, ‘마을지원관’을 채용해 마을자치계획 수립과 실행 등의 업무가 더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시민 편의를 높이는 적극행정을 확대해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혁신행정 구상에 포함된다. 공공체육시설 효율화와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의 경우 구와 동으로 권한을 위임해 행정구 혁신도 이룬다. 이 시장은 “앞으로도 시정의 해답은 오로지 시민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시민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 돼 많이 찾아가고 귀담아 시정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며 “시민 참여와 협치를 바탕으로 더 좋은 민주주의의를 실현하는 수원특례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