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당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중앙당의 공천위에서 광역단체장을 관리하고 그 외는 각 시도당에서 나름대로 기준을 설정해 선정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아쉬움을 갖게 한다. 지난 대선 결과의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후보들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구태의연하게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에서는 윤심과 박심이 등장하기도 한다.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도 친 이재명과 비 이재명으로 나누어 경쟁하는 것은 한심한 행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한심한 행태는 서울시장 후보의 공천과정에서 절정의 모습을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비교적 큰 표 차이로 패해서 선뜻 경쟁력 있는 인사가 나서지 않았다. 일부 군소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송영길 전 당 대표가 출사표를 던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서울시 지역구 국회의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으나 철회하지 않고 강행하여 마침내 경선을 치르게 됐다. 경선에 이르기까지 공관위와 비대위가 보여준 혼선은 민주당의 혁신과제로 남는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의 공천과정뿐만 아니라 인천을 비롯해 전국의 각 시도에서도 후보의 기근 문제로 대선 패배 정당의 허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이 차질없이 경선을 치르며 속속 후보를 결정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일부 시도에서 지원자가 없어 전략공천으로 추대하고 있다. 선뜻 나서지 않는 국회의원을 동원하는 모습은 민주정당으로서의 위상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다. 또한, 당장 코앞의 당선 가능성만 고려하면서 출마를 저울질하는 잠재 후보들의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천 2% 부족한 혁신은 인천 지역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투명 공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희생한 지원자에게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단수 후보를 결정한 것에 대한 내부 반발도 나온다. 광역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한 23명 중 43%인 10명이 전과자라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꽃이며 근간이다.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 지망생들이 진출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문호를 활짝 열어 주어야 한다. 기회의 보장뿐만 아니라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혁신적인 의지를 다지고 실천해야 한다. 단순한 코앞의 승리만 생각하여 상대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하자 있는 후보에게만 집착하는 안일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권자는 참신하고 유능한 개혁 후보를 갈망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정당으로 기본을 충실히 하는 공천개혁이 요구된다.
얼마 전 친정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 응급실로 달려간 후 몇 주간을 중환자의 보호자로 지냈다. 계획에 없던 휴가를 내느라 차석에게 갑작스럽게 대직을 요청했고, 업무상 중요한 모임들을 연기하거나 취소했으며, 동료들에게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부탁을 하며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를 반복해야 했다. 다행히 생명은 건지셨지만 예후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쩌면 아이들을 다 키운 후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던 돌봄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막막했다. 이미 수십 년의 경력을 쌓았으며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50대에게도 가족돌봄은 힘든 일이다. 하물며 학업이나 취업준비 중이거나 이제부터 경력을 쌓아가야 하는 청년에게는 삶을 뿌리째 흔들만한 과업일 것이다. 실제로 가족을 돌보는 많은 청년이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고립감과 우울증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청년기의 돌봄 부담은 생애 전반에 걸친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지난해 4월, 22세 청년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4년형을 선고받았다. 한창 미래를 꿈꿔야 하는 20대 청년은 치료비로 인한 생활고와 끝을 알 수 없는 간병의 고통 속에서 비극적인 선택으로 내몰렸다. 존속살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평생을 살아가는 청년을 생각하면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올 2월에 정부가 가족돌봄청년 지원대책 수립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첫 단계는 이달에 시행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이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가족돌봄청년 지원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법적 기반을 마련한다고 한다. 올 3월에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서대문구가 함께 가족돌봄청년 지원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이번 발표의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의는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들이 ‘가족돌봄청년’이라는 공식적인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가족돌봄청년’이라 불림으로써 지금까지 가정 속에만 머물러 있던 돌보는 청년들의 존재가 공론의 장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가족돌봄청년 지원정책을 앞서 시행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에도 많게는 30만 명에 가까운 가족돌봄청년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사람을 돌봄대상자와 돌봄자로 나누어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 속에서는 돌봄을 받아야 하는 동시에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청년은 설 자리가 없다. 돌봄은 모두의 권리이자 모두의 책임이다. 가족의 달 5월을 앞두고 청년이 돌봄의 주체로 인정받고 돌봄자로서 합당한 권리를 누리고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지영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화창한 봄날 햇볕을 쬘 때면 안락함이 느껴진다. 해와 관련된 우리말을 알아본다. -나는 매일 갓밝이에 바닷가를 산책해. 햇볕바라기 :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찾아서 햇볕을 쬐는 일 -우울할 때는 햇볕바라기를 해 보세요. 햇덩이 : 둥글둥글한 해의 덩이 -산봉우리 너머로 햇덩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국립국어원 제공
서수원의 한 관절 전문 병원에서 환자의 어깨에 삽입된 의료용 튜브를 제거하지 않은 채 수술을 종료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A 병원과 제보자에 따르면 서모씨(56·여)는 지난 1월부터 왼쪽 팔에 통증이 오며 팔을 위로 잘 들지 못했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 이에 서씨는 지난 2월7일 A 병원에 입원했고, 회전근개증후군 등의 판정을 받고 이틀 뒤 해당 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이 끝났음에도 서씨는 계속해서 해당 부위에 대한 통증을 느꼈고, 그 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졌다. 몸살 기운과 함께 아픔을 참다못한 서씨는 지난 3월21일 A 병원에서 1차로 엑스레이 촬영을 한 뒤 같은 날 해당 병원을 믿을 수 없어 인근의 한 병원에서 다시 촬영을 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길이 5.5㎝의 의료용 튜브가 왼쪽 어깨 안쪽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리콘 드레인’이라 불리는 이 의료용 튜브는 수술 후 조직의 빈 공간에 나쁜 혈액을 빼내기 위한 장치다. 수술을 하고 일주일 뒤 실밥을 풀 때 이 실리콘 드레인 역시 함께 제거돼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 서씨는 지난달 23일 A 병원에서 이 튜브를 빼냈다. 첫 수술을 한 지 약 40일이 지난 뒤였다. 서씨는 수술 이후부터 현재까지 A 병원의 부실 수술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병원의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에 분노를 느꼈다. 서씨는 “튜브를 빼낸 후 담당 의사를 만나 항의했지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에 조정 신청을 하라는 말만 되풀이해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병원의 실수로 두 번이나 수술을 하는 등 고통을 겪은 만큼 앞으로 이 같은 환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의료상의 과실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서씨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수차례 사과를 해왔다”면서 “해당 수술에 대한 의료과실 여부에 대해선 서씨가 의료진을 불신하고 있으니 관련 기관의 판단을 따르자는 취지에서 했던 말”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보 취재진은 담당 의사를 만나기 위해 수차례 병원을 찾았지만, 담당 의사는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김정규기자
우리나라 산지를 정리한 조선 후기 책으로 산경표가 있다. 그 기본원리는 ‘산자분수령’으로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는 것이다. 즉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산 없이 시작되는 강이 없고, 강을 품지 않은 산이 없다. 한강 역시 산으로부터 흐른다. 남한의 강원도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 북한의 강원도 금강군 옥발봉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만나 한강이라는 한 몸이 된다. 지역적으로는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도와 충청북도로 통한다. 흐르고 통하는 곳에 나무와 꽃이 자라고, 생명이 깃든다. 이 땅, 물 그리고 생명까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이루는 것이 바로 한강유역이다. 한강유역은 한강이 흐르는 곳의 자연과 생명을 포괄하는 공간이다. 인간도 자연과 생명의 일부다. 그렇기에 ‘인간과 자연의 공생’(Environment)은 ‘당연’해야 한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 반드시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사회적 비용과 미래세대까지 감안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2021년 시흥정수장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한강유역 13개 모든 정수장에 육상 태양광, 수열 에너지 등을 활용해 물 공급에 발생하는 탄소를 0으로 만드는 ‘Net-Zero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충주댐, 소양강 상류에는 지역주민과 수익을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수상 태양광’을 도입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한강유역의 산과 물줄기 사이에는 우리가 사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이웃과 나누며 ‘사회와의 공존’(Social)을 추구한다. 지난 2020년에는 남양주시 와부읍 유휴 수도부지에 ‘어린이 숲 밧줄 놀이터’를 조성해 아이들에게 숲의 곁을 넓혔다. 올해 3월에는 아라뱃길 여객터미널 유휴공간을 청년들에게 창업공간으로 무상 제공하여 창업교육,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소양강댐은 찾아가는 의료서비스(My own doctor)를, 충주댐은 집수리서비스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있다. 한강유역은 유구한 시간을 흘러 역사에 존재했지만, 물관리에 있어 유역중심으로 통합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2018년 이원화 되어있던 수량과 수질을 통합하고, 2022년에는 하천까지 통합했다. 이에 발맞춰 통합물관리를 선도해온 K-water의 조직도 2020년 유역기반으로 재편했다. K-water 한강유역본부는 이제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도와 충청북도까지 품고 있다. 물관리에 있어 행정구역을 넘어 유역의 주민이 함께하는 너른 품이 되었다. 그 품에서 소외되는 주민이 없도록 끊임없는 소통과 투명한 의사결정으로 신뢰의 뿌리를 내려 물과 지역, 그리고 사람이 함께 번영하는 공영의(Governance) 한강유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물은 그 성질과 근본을 생각할수록 참 닮고 싶다. 생명의 근원이 되고, 더러운 곳을 씻기고 낮은 곳에 머문다. 참 고맙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띄운다. 투명한 편지지에 한강이 흐른다. 태백서부터 양수리를 지나 한강유역 곳곳을 훑는다. 닿는 곳마다 초록이 자라고 꽃을 피우길 소망한다. 김지웅 한국수자원공사 한강경영처장
코로나19 확산 이후 진입장벽이 높은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던 테니스를 향한 MZ 세대의 관심이 뜨겁다. 테니스 입문자를 가리키는 의미의 ‘테린이(테니스+어린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는 ▲낮은 신체 접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의 적합성 ▲타인과 차별화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 세대의 특성 ▲고급스러운 종목의 이미지 ▲무산소와 유산소 운동이 결합한 복합적인 운동 효과 ▲골프 이용료나 장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실내 테니스장 확산으로 인한 접근성 향상 등의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1년 1~9월 테니스 관련 신용카드 이용 건수와 테니스장 이용 건수는 각각 157%, 183%씩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코로나로 인한 스포츠 센터의 개업이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테니스장 가맹점 개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SSG닷컴의 올해 1~3월 테니스용품 전체매출은 지난해보다 210% 상승했고, 같은 기간 롯데온은 테니스웨어를 포함한 스포츠 의류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패션・유통업계 또한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MZ 세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찾아온 테니스 종목의 호황은 지난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스포츠 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렇게 테니스코트에 모처럼 불고 있는 봄바람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저변 확대를 위한 정책이 필수다. 테니스 동호인 120만 시대라는 말이 들린 지 오래됐지만 정확한 집계도 없고 체계적인 동호인 관리를 위한 시스템도 없다. 야외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실내 연습장은 늘어나고 있지만, 반면 실외 연습장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실내 연습장에서 기본기를 쌓은 테린이들이 밖으로 나가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연습장이 부족하면 테니스 열풍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실내 연습장이 큰 인기를 끌면서 지도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전문 지도자와 입문자용 프로그램도 확대돼야 한다. 엘리트 테니스의 경기력과 인기도 끌어올리고 메이저 국제대회 등도 유치해야 한다. 동호인들의 열기가 직접 하는 테니스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테니스로까지 확대될 때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대한테니스협회와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의 상생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변호사가 된 지 3년 만에 검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무슨 거창한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힘없고 소외된 사람, 법을 몰라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었다. 출근 첫날부터 수많은 사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배당되는 사건들 틈에 파묻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물론 초임검사에게 배당되는 사건이다 보니 큰 사건도, 중요한 사건도 아니었다.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 같은 사건부터 무허가 건축물 사건 같은 간단한 사건들이었다. 거기에 차용금 사기 사건,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사건 같은 것들이 끼어 있었다. 변호사로서의 경험이 있긴 했지만, 검사로서의 시간과는 전혀 달랐다. 우선 변호사로서의 시간 대부분은 형사가 아닌 민사 사건의 대리인으로 보냈다. 형사 사건은 많아야 1년에 십여 건이었다. 그런데 검사된지 하루 만에 배당된 사건이 변호사로서 3년 동안 처리한 형사사건 수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렇게 처리한 사건 수가 1년에 4천~5천건이었다. 초임지에서 2년 동안 1만여건을 처리한 경험을 발판 삼아 두 번째 임지에 부임했다. 고향과 가까운 곳이었지만, 옛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기도 어려웠다. 여전히 사건에 허덕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경험으로 인해 좀 더 능숙해졌다. 사건을 보는 눈도 넓어지고, 보완수사를 하는 노하우도 축적됐다. 지역 내 고질적인 병폐에 대해 눈을 돌릴 여유도 조금 생겼다. 덕분에 지역 내 비리에 대해 직접 수사를 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세 번째 임지는 서울이었다. 형사부 검사 1년을 거쳐 특수부에 근무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어떤 동기는 강력부로, 어떤 동기는 공안부로 배치되었다. 80여명에 이르는 동기들이 전문화의 길로 비로소 걸음마를 떼었다. 2만여건이 넘는 송치사건 처리 경험과 갈고닦은 노하우를 토대로 정말로 제대로 된 수사를 해보자고 다짐했지만, 내 역할은 그저 선배들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경험이 헛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중요한 사건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사건을 보는 시각,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노하우 등을 배웠다. 그 후로도 형사부와 특수부를 왔다 갔다 하면서 수사를 배웠다. 중요한 사건의 주임검사로 공소장에 이름을 올리기까지는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그 동안에 3만 건이 넘는 송치사건을 처리하고, 특수부 막내로서의 시간도 거쳤다. 미국의 심리학자 엔더스 에릭슨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바로 ‘1만 시간의 법칙’이다. 경제학에는 ‘규모의 경제’라는 용어가 있다. 좋은 품질을 가진 값싼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그 원인으로 분업과 특화를 든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목적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이제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든다고 한다. 어떻게 될까. 역시 말하지 않아도 결과는 자명해 보인다. ‘1만 시간의 법칙’과 ‘규모의 경제’가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수사라고 다를까.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다. 수만 건이 넘는 송치사건 수사 경험과 각자의 특성에 맞는 배치를 거쳐 형사, 공안, 특수, 강력 분야 검사가 만들어졌다. ‘1만 시간의 법칙’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로소 나는 무늬만 검사가 아닌 진정한 검사가 되었다. 신성식 수원지방검찰청 지검장
‘근화창가(槿花唱歌)’의 경기도 등록문화재 지정을 기념하는 특별 순회전시가 열린다. 평택시는 오는 27일부터 8월31일까지 평택 한국근현대음악관에서 근화창가 등록문화재 지정 기념전 <굴레벗은 무궁화는 픠여웃도다>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근화창가와 그 수록곡인 조선의 자랑, 을지문덕, 강감찬, 어머니의 사랑, 새벽별 등이 소개된다. 또 조선총독부가 금지한 단행본 목록 관련 자료와 한국근현대음악관이 소장 중인 애국창가집 3권 등도 함께 알린다. 특히 음원기기 등을 설치해 지영희와 이동백, 최은창, 성금연 등 평택지역 명인들의 음악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근화창가는 1939년 조선총독부에서 민족의식을 고취한다는 이유로 발간·유통을 금지하면서 없어진 창가집이다. 이후 고(故) 노동은 교수가 한국근현대음악관에 기증한 자료 가운데 발견, 지난 5일 경기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이번 특별 전시는 27일부터 5월13일까지 평택시청 로비에서 열리고 나서 5월14일부터 30일까지 배다리도서관 로비, 5월31일~6월30일 안중도서관 로비에서 진행한다. 이후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는 한국근현대음악관에서 진행한다. 기념 전시를 준비한 관계자는 “근화창가는 1921년 나온 조선의 역사, 영웅, 자연을 예찬하는 민족의 근대 노래집”이라며 “이번 전시를 마친 후 독립기념관 등 다른 기관에서 요청 또는 협의가 있을 경우 추가적으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약 2년3개월이라는 기나긴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 ‘일상 회복’이라는 보상을 받은 경기도민들이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영화관, 대형마트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의 취식 허용 첫날인 25일 오전 9시30분께 용인 CGV. 쿠웨이트에서 살다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 발이 묶였던 서동숙씨(47·여)는 재차 열린 하늘길로 출국을 앞두고 국내 마지막 일정으로 영화 감상을 선택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영화 상영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커피만 마셨던 서씨는 팝콘의 아삭아삭함을 한없이 느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덩달아 신이 난 건 영화관 직원들도 마찬가지. 지난 2년간 가장 바쁜 월요일을 보낸 용인시 CGV 동백점 직원 최철영씨(23·가명)는 고소한 내음에 휩싸인 채 연신 팝콘을 박스에 담느라 분주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같은 시각 메가박스 수원의 40대 부부는 먹을거리 앞에서 어린아이 같았다. 키오스크 앞에서 ‘팝콘 먹자’, ‘핫도그 먹자’ 등 티격태격하던 이들은 “팝콘 먹으려고 영화관을 찾았다”며 돌아온 일상에 감사함을 느꼈다. 대형마트에선 쩌렁쩌렁한 직원들의 목소리가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다시 불러왔다. 성남시 홈플러스 야탑점 직원들은 점심때에 맞춰 아삭아삭한 김치를 가위로 쫑쫑 썰었다. “맛 좀 보고 가세요”라는 권유에 이쑤시개 든 손님들은 마치 타향살이를 하다가 오랜만에 집에 들른 자녀처럼 반갑기만 하다. 손님들의 입에서 나온 ‘아삭아삭’ 소리는 바쁜 저녁 장사를 앞두고 힘을 내게 하는 자양강장제 같은 존재였다. 이마트트레이더스 수원신동점에서도 지글지글 거리는 만두 굽는 소리가 온 매장을 휘감았다. 시식 코너 직원이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만두를 잘라 놓자 10개의 조각 만두가 고객들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윽고 카트를 밀고 온 손님들로 시식대가 북새통을 이루자 이 직원은 “마음껏 드셔라”며 다시 만두를 구웠다. 손님 차주현씨(45·가명)는 “그동안 냉동식품을 샀다가 예상과는 다른 맛에 후회한 적이 있는데 시식이 가능하니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즐거울 따름”이라며 “오늘부터 정말 코로나19가 끝난 것 같고, 평범한 일상이 가져다 준 행복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웃음 지었다. 또 이날 오전 6시 수원녹색교통회관 등 도내 실내수영장에는 다시 찾아온 일상에 신규 회원을 등록하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뤄 문 밖까지 긴 대기줄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방역 당국은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영화관, 대형마트와 같은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음식 섭취 시 대화나 이동을 자제하고 시설 측은 철저한 환기 등 방역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오산문화재단(이사장 정영우)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2년 8월 1일 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한 오산문화재단(재단)은 문화예술의 창작·보급을 통해 시민의 문화 기회를 확대하고, 공공성이 강화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오산시민의 문화복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단은 출범 이후 공연, 전시, 축제는 물론 창의 체험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가치의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재단의 성과와 앞으로 계획을 알아본다. ■ 공공성‧예술성 갖춘 시립미술관 오산 시립미술관(문화공장 오산)이 지난 2012년 9월 15일 제24회 오산시민의 날을 맞아 공식 개관했다. 재단은 개관전으로 ‘오산사람들’을 비롯한 10여건의 기획전시와 ‘못 말리는 놀이터 시리즈’ 등 특화된 미술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이 찾아오는 환경을 조성했다. 인구 20만명을 갓 넘긴 소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 속에 개관한 시립미술관은 개관 1년 만에 관람객 6만여명 유치라는 성과를 올렸다. 이와 함께 미술관 맞은편에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침체한 지역상권을 활성화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초창기 미술관은 오산을 비롯한 경기도권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오산시 인구의 젊은 연령대를 고려해 어린이, 가족 중심의 수많은 전시를 소개했다. 지난 2019년부터는 대중성과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예술적 시도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2019년에 진행된 <쿤스트콘서트>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 6인을 초대해 음악 연주가와 함께 작가들이 미술관 현장에서 라이브 페인팅을 시민들의 참여와 함께 선보이는 시도를 했다. 이후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 예술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명 미술관과 한국의 명화를 오프라인 전시와 증강 현실 기술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전시를 기획했다. 이 전시는 방역 수칙에 따라 미술관이 폐관하는 상황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증강 현실 콘텐츠로 재해석한 20여점의 디지털 작품을 미술관이 개발한 ‘AR 책자’를 통해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장 활동이 붕괴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샐러리맨이 되고 싶은 샐러리맨>, 올해는 <MZ 세대의 후기 아날로그적 경향들> 등이 소개됐다. ■ 공연문화의 산실, 오산문화예술회관 오산문화재단 출범 이후 오산문화예술회관은 체계적으로 우수한 공연을 펼쳐 오산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찾아와 관람하는 공연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에서 관람하기 어려운 ‘KBS 교향악단 제682회 정기연주회 in 오산’ 공연을 유치해 800석을 가득 채우는 매진사례를 빚기도 했다. 재단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2014년에는 ‘국악을 국민 속으로’, 2017년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돈키호테’를 상연했다. 또 클래식 기획공연을 시민에게 제공하고 신년 음악회로 실내악의 세계적 전설 ‘이무지치’의 비발디 ‘사계’를 비롯해 양질의 공연을 올렸다. 특히 재단은 지난 2017년 오산문화예술회관 시설 개선공사를 진행해 대공연장 800석, 소공연장 207석의 의자를 안락한 좌석으로 전면 교체해 쾌적한 공간으로 새로 단장했다. 이로 인해 설립 당시 4개 팀, 정원 22명이 전부였던 재단은 2022년 현재 1본부 6개 팀, 정원 50명으로 확대돼 전시, 공연은 물론 축제, 창의 체험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9년 문화예술교육을 전담하는 예술진흥팀을 신설해 오산시가 추진하는 창의 체험 교육을 지원하고 공연장, 미술관과 상주 작가, 전문 인력을 활용해 뮤지컬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단은 지난 2013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전문예술단체가 공연장에 상주하며 양질의 공연을 하게 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1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 공감 사업을 진행해 구리문화재단을 대표 기관으로 여주 세종문화재단과 협업을 통해 어린이 뮤지컬 콘텐츠를 제작, 문예회관의 공연 제작·배급의 역할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물향기 엘 시스테마 등 3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오색시장커뮤니티센터와 오산창작예술촌을 통해 낙후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2억원 규모의 공모사업을 유치해 4개 사업을 추진하고 코로나19 이후 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인터뷰 정영우 오산문화재단 이사장 “오산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나아가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예술 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영우 오산문화재단 이사장은 재단 창립 10주년과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시기를 맞아 오산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재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먼저 코로나19로 축소됐던 오산시 대표 문화예술축제인 ‘독산성문화제’를 내실 있게 준비하고, 오색시장 커뮤니티센터와 창작예술촌의 운영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 경기도 및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지역문화예술회관 문화가 있는 날’ 등 4개 사업추진에도 만전을 기하고, 창의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오산시 교육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 7일 오산천 잔디밭에서 열린 ‘꿈의 오케스트라 오산’ 공연에 많은 시민이 호응을 보였다”며 “코로나19로 중단되거나 축소됐던 프로그램들을 재개하고 변화된 상황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