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황사와 미세먼지가 물러가고 모처럼 청명한 날씨를 보인 31일 오후 수원화성 창룡문 주변 성곽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감상하며 산책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나라나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풍요의 시대를 맞이해 남아도는 물건이 처치 곤란인 시대가 되었다. 많은 물건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세계에 쏟아져 나오고 있어, 뭐든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이다.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지를 옮겨가며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여쉴새 없이 제품을 생산해낸다. 예전에 사기 힘들었던 물건들이 싼값에 나오니, 이게 웬 떡이냐며 너도나도 앞다퉈 구매한다. 인간의 욕심이 한이 없어 소화하지도 못할 물건들을 이것저것 사게 된다. 경품을 준다며, 하나에 하나를 더 준다며, 대량으로 사면 더 싸게 준다며, 인간의 소비욕구를 자극하여많은 물건을 구입하게 한다. 대량생산체제에는 많은 사람이 관계하여 그 시스템 속에서 돈벌이를 하며 생을 영위하게 된다. 국가도 그 시스템 덕에 유지되는 셈이다. 결국 기업의 생산활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많은 사람의 생이 어려워지게 된다. 기업은 감원이나 해고 사태를 맞게 되고, 일자리는 줄어 안정된 사회시스템이 붕괴하게 된다. 물건을 만들어 팔고 사는 구조는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대량생산과 소비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물건의 질도 떨어져 물건에 대한 고마움도 잃게 하고 있으며, 버려지는 물건이 많아 지구를 쓰레기더미로 만들고 있다. 싸고 좋은 물건이 나쁠 것은 없지만, 싸고 좋은 줄 알았는데 싸기만 하고 좋지 않은 물건들이 범람하여,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고 있다. 전에는 명품을 사면 비난했는데, 아니 오히려 명품을 사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서 써보니 물건도 좋고 비싸니 아끼며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고 한다. 소비가 만족을 위한 행위라면, 싼 것 백 개 사느니 명품 하나 사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과 세상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말 싸고 좋은 물건이 많았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대량생산이 아니라 가치 있는 소량생산을 추구해야 할 것 같다. 그간 사 모은 싸구려 물건들은 장소만 차지하고, 버리기도 그렇고 처치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한때 가졌던 외제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옷이든 가전제품이든 품질도 좋고 고장도 나지 않아 지금의 명품과도 같았다. 하지만 어느덧 그런 물건을 찾을 수가 없다. 일본제품이든 한국제품이든 제조국이 바뀌면서 모양은 갖췄는데 질은 떨어져, 싼 게 비지떡이 되고 있다. 이제는 비싸도 좋으니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질 좋은 물건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더 이상 쓰레기처럼 버리지 않을 아끼고 오래 간직할 물건을 구입하고 싶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인천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1일 코로나19 백신 관련 가짜뉴스 전단지를 제작해 신도들이 전단지를 붙이도록 방조한 혐의(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로 A씨(66)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 6일 대전시에 있는 한 인쇄업체에서 코로나19 백신 관련 가짜뉴스가 담긴 전단지 1만장을 만든 뒤, 신도들이 전단지를 붙이도록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A4용지 1장짜리인 이 전단지에는 코로나19 백신에는 마이크로 칩이 숨겨져 있어 백신을 맞으면 사지가 마비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경찰은 또 A씨가 만든 전단지를 지난 2월 8일 남동구 일대 버스정류장 등에 전단지 33장을 붙인 B씨도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결과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 안에 이같은 내용의 전단지 1만장을 비치했으며, B씨 등 신도들은 안수기도를 받으러 교회에 갔다가 이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로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B씨는 한글을 잘 몰라 교회 전단지 인줄 알았다고 했다. 정한승기자
장애인 평생교육전문기관 드림온학교(학교장 김영식)와 오산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학과장 이상주 교수), 용인 마을공동체 뮤직코이노니아(김수연 단장)는 31일 장애인 사례관리와 복지사업, 문화예술공연 협력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장애인과 관련된 정부 지원의 각종 서비스는 영유아기와 학령기에 집중돼 있다. 성인기 발달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는 다양하지 않고, 참여율도 낮은 편이다. 성인기 발달장애인은 보호자의 보호 역량이 급속히 저하되는 시기인 만큼 타인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세 기관ㆍ단체는 서로 역량과 전문성을 활용해 (발달)장애청소년과 성인을 위해 힘을 쏟는다. 드림온학교는 학령기 이후 장애인의 경제적인 독립과 사회생활의 자립을 연결하고, 예술단 활동을 연결해 또래 집단의 문화ㆍ예술 활동을 만들어주며 교육하는 기능을 살린다. 오산대 사회복지상담학과는 장애인 평생교육, 사회복지사업, 특이행동 집중 사례관리 등에 협력할 예정이다. 뮤직코이노니아는 문화예술공연 역량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 김영식 드림온학교장은 이번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교육 서비스를 받는 발달장애인들에게 더욱 다양한 전문가들이 관점과 지혜를 적용하고 생활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할 기회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드림온학교는 현재 만 18세 이상 학령기 이후의 (발달)장애청소년 입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오는 11월 2일 저녁 7시에는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국립국악원과 함께 음악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정자연기자
고려시대의 무신 집권기 시대에 불교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 중의 하나가 백련결사(白蓮結社)이다. 백련결사는 원묘국사 요세(1153~1245)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데, 당시의 불교문화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수행기풍을 세우고자 노력했다. 이 백련결사의 전통을 이은 사람 가운데 천책(天, 1206~?)이 있고, 그의 저술로 호산록(湖山錄)이 전한다. 이 호산록은 고려시대 천태종의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천책의 사상 가운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가지이다. 우선, 사상의 유연성이다. 천책은 천태종에 속한 인물이지만, 화엄종의 사상도 수용하고 선종의 사상도 포용한다. 일반적으로 천태종의 사상을 추종하면, 나머지 불교사상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천책은 그렇지 않았다. 천태종의 사상과 화엄종의 사상을 아울러 드높였고, 선종의 장점을 받아들여서 주변 사람에게 공부하도록 권했다. 천책의 이러한 유연한 자세는 불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유교와 도교에 대해서도 포용적인 태도를 취해서 유교, 도교, 불교가 일치한다는 삼교일치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천책의 사상에서 주목할 또 다른 점은 주체적인 관점이다. 천책은 천태종의 위대한 인물을 선정할 때 고려출신의 보운(927~988)에 주목했는데, 이는 중국 천태종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보운은 중국에 건너가 천태사상을 공부하고 중국에서 천태사상을 널리 전하고 고려에 돌아오지 못했다. 보운이 어느 정도 역사적 자취를 남긴 인물이지만, 중국의 천태종에서는 보운의 활동에 대해 평가해 주는 데 인색했다. 그에 비해 천책은 중국의 평가와는 다르게, 천태종의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한 인물로 보운의 위상을 인정했다. 이런 점에서 천책의 사상에서 주체적인 안목을 읽을 수 있다. 당시 문화의 중심이 중국이었고 이 문화의 중심과 다른 관점을 갖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유하면, 요즘 서양철학을 전공하면서 미국, 서구 유럽과 다른 견해를 갖기 쉽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천책의 사상이 갖는 현대적 함의는 어떤 것일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부족한 부분은 자신의 문화에 대해 주체적 태도를 가지면서도 또 새로운 문화에 대해 문을 여는 유연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둘을 동시에 갖추기는 쉽지 않다. 개인의 경우에도 사고방식이 유연해서 다른 문화를 잘 수용하는 쪽이라면, 아무래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쪽에서는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또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추진하는 데 강점이 있다면, 자신의 주장과 다른 생각을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한 사회의 문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체성을 강조하다 보면 유연한 태도를 잃기 쉽고, 또 반대로 유연한 태도에 방점을 두면 주체적인 측면이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이 두 가지 태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할 때 더욱 성숙한 문화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욱 불교학연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