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 “송도 분구 쉽지 않아…인구·지역여건 고려”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구·지역 여건을 고려했을 때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분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시장은 18일 연두방문으로 연수구청 브리핑룸을 방문해 “주민들의 편의와 행정 효율성, 경쟁력을 높이는 게 행정체제 개편의 목적”이라며 “과정과 절차, 법적 요건 등을 충족해야만 분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구와 동구를 통합하는 대신 영종을 분구했기 때문에 순증이 없었고 서구는 인구 60만이 넘어 분구 필요성이 강하게 나왔다”며 “이 대의명분으로 정부, 국회에서도 이의없이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분구가 연수구 발전을 위한 최상의 카드도 아니다”라며 “시에서는 현재 여건 안에서 분구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분구는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적 논리로만 볼 수 없다”며 “분구를 위해서는 충분한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어떤 것이 연수구민과 인천시민,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위한 것인지 묻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앞서 이 구청장은 신년 언론 브리핑에서 “분구가 실제로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국회의원(인천 연수을)은 입장문 등을 내고 “주민이 대다수 찬성하는 내용에 근거 없는 반대로 주민을 호도하는 이 구청장을 규탄한다”고 밝혀 지역 정치권에서 분구 찬반 논란이 일었다. 한편, 유 시장은 송도유원지 중고차수출단지 이전에 대해 “어려움이 있지만 대안 마련을 위해 해양수산부 등 관련 기관과 노력하고 있다”며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조건도 인천유나이티드 대표이사 “프런트 등 단계적 조직혁신 불가피…구단 경쟁력 강화 우선”

“K리그1 승격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단계별 조직혁신 등 구단 내부적인 문제들을 차근차근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조건도 인천유나이티드 대표이사는 18일 중구 인천축구전용경기장 대표이사실에서 오는 22일 열리는 경남FC와의 ‘하나은행 K리그 2 2025’ 개막전을 앞두고 이 같이 밝혔다. 조 대표이사는 “올해는 1부 리그로의 승격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무조건적인 승리는 없지만 우리 선수단의 기량으로는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생존왕’이라 불리던 인천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첫 강등의 고배를 마셨다. 이에 인천시는 인천유나이티드 비상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선수단 전력 강화 및 사무국 운영방식 개편 등의 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해왔고, 윤정환 감독을 비롯해 올해 그라운드를 누빌 35인의 선수단 정비를 마쳤다. 조 대표이사는 “유소년부터 프로선수까지 안정적인 훈련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임 이후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며 “특히 윤 감독을 주축으로 올 시즌을 뛸 선수단을 구성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선수단이나 직원 모두 1부 리그 승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축구라는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봤을 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 대표이사는 내부적인 프런트 조직개편 등도 검토 중에 있다. 앞서 비상혁신위가 인천유나이티드 조직체계 등에 대한 진단을 한 결과 조직 비대화로 인해 업무의 효율성이 낮다고 봤다. 현재 인천유나이티드는 유사한 부서가 중복해있어 조직구성(1국 3부 6팀)이 복잡하다. 또 구단의 고질적인 적자 문제는 물론 후원용품 업체인 마크론과의 계약 연장에서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선 조 대표이사는 5단계의 조직체계를 3단계로 간소화해 사무국의 행정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그는 현 구단의 경우 인천시에 재정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구단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기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 대표이사는 “시민구단으로서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구단 스스로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이사는 마크론에 대한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전후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계약 관계 등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개선해야할 점은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조 대표이사는 “올 한해 1부 리그 승격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선수단부터 프런트까지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철저히 준비해서 꼭 1부 리그로 올라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는 선수단과 팬들이 축구로 연결될 수 있는 이벤트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항상 인천유나이티드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적격’… 이번에도 정책 중심 검증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적격’ 결정을 내렸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이번 청문회에서 정치적 성향보다는 정책과 미래 비전에 대한 검증에만 주력하면서 전국 최초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지방의회라는 명성을 되찾았다는 평이 나온다.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황대호) 소속 위원들로 구성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8일 유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한 결과 대표이사로서 적격하다고 보고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황대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수원3)이 특위 위원장을 맡았고 유영두(국민의힘·광주1)·조미자 부위원장(더불어민·남양주3)이 특위 역시 부위원장을 맡아 총 14명의 위원이 검증에 나섰다. 이날 청문회는 유 대표이사 후보자가 “민주당을 탈당했다. 정치적 편향성이 없도록 문화재단을 이끌겠다”고 약속하면서 정치적 쟁점보다는 정책적 방향성에 대한 조언과 질의가 오갔다. 위원들은 대표이사로서 재단을 이끌 방안과 도민들의 문화 향유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고 유 부위원장은 장애인 예술인에 대한 지원과 장애인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 위원장은 “오늘 인사청문회는 임용후보자의 직무 수행 능력 및 정책을 검증하고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리”라며 “광역문화재단으로서 31개 시·군의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살피고 기초문화재단과의 협력, 도내 예술가 및 단체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경기도민의 문화적 삶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관련 조례에 따라 3일 이내 의장에게 제출될 예정이다. 인사특위의 문턱을 넘은 만큼 곧 유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남도공, 새해부터 소통 논란…여야 시의원, 업무보고서 집중 포화

하남도시공사가 새해 업무보고부터 시의회 자료 제출 및 소통 등을 놓고 여·야 시의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공사는 심지어 지난해 말 개최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요구된 자료 마저 이날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회 경시 지적을 피해가지 못했다. 앞서 공사는 출장보고서 부실 작성 등 임직원 유럽 연수를 놓고 외유성 논란(경기일보 2024년 12월 1일자 인터넷)을 자초한 바 있다. 하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위원장 최훈종)는 18일 제377회 임시회 중 3차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철규 하남도시공사 사장으로부터 올해 주요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시의회 등 시민들과 언론을 향한 처신(자료 제출 및 소통 등)을 놓고 최 사장을 상대로 맹공을 이어갔다. 박선미 의원(국)은 “지난 행감에서 유럽 출장에 대해 출장보고서 관련, 국제회의 컨퍼런스 사진 및 리플렛 등 증빙자료 제출 요구했다. 리플렛 참가 신청서 등을 제출했는가”면서 “자료가 지금까지 오지 않았다. 의회 알기를, 또 언론 알기를 우섭게 보고 있다. 출장보고서 사진은 인권 컴퍼런스 사진이 아니고 건물 외멱 사진으로 보이는데 일정대로 연수 갔는지 더 들여봐야겠다”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출장보고서 허위 보고는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공사는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정직하게 기업 윤리에 따라 경영을 해야 한다. 법적 위반사항을 살펴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최훈종 위원장도 “자료 제출은 성실하게 해야 한다. 소통이 안된다는 것은 곧 자료 제출 부실로 연계된다. 공사는 지난 3년 동안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어 오승철 의원(민)은 “주식 시장에서 장이 안 좋으면 쉬어 가란 말이 있듯, 공사는 어려운 상황에 (부지 매각 등을 통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부지가 9번이나 유찰됐으면 쉬어가는 것이 맞다. 특히 의회와 소통하지 않고 사업을 하다 보니 공사가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 방향성을 잘 모르겠다. 나와 의사가 맞지 않더라도 소통해야 하지 않겠는가”고 따졌다. 또 공사 자문역에 대한 월 부수액도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강성삼 의원은 “공사 고문이 200만원 받고 있는데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면서 “위촉은 사장의 권한인지 아니면 시와 협력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소문으로 끝나면 다행인데, 이분의 고문료가 200만원이 나가는게 맞는지 의문이고 경력을 의심하는 말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에 공사 최철규 사장은 “자료 제출 소식을 듣긴 했는데 확인하지 못했다. 의회나 언론을 무시한 사실이 없고 공사는 충분히 운리경영을 하고 있다. 앞으로 수시로 소통하고 보고하겠다. 자문은 이사회 의결사항이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 관련기사 : 하남도공, 유럽연수 외유성 '논란'… 부실 ‘출장보고서’ 의심 자초 https://kyeonggi.com/article/20241201580185

인천시청년미래센터-중구문화재단, 취약계층 청년 지원 맞손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소속 인천시청년미래센터는 인천중구문화재단과 손 잡고 취약계층 청년 지원에 나선다고 18일 밝혔다. 두 기관은 가족돌봄, 고립은둔청년들이 지역 자원을 이용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재단은 누들플랫폼과 내리마루문화심터 등 복합문화공간을 무상 지원한다. 지난 15일 누들플랫폼 오픈요리실에서는 고립은둔청년 가족 자조 모임으로 ‘쿠킹클래스’가 열리기도 했다. 오는 3월 문을 열 예정인 내리마루문화심터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감리서 터 위에 있다. 감리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 백범 김구가 2차례 수감 생활을 했던 역사적인 공간이다. 내리마루문화쉼터는 열린공간·북카페·교육실·연습 공간·전시 공간 등으로 꾸몄다. 센터는 재단과 협력해 공간을 사용하고, 통합관람권을 이용해 청년들이 중구 개항장 일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청년들은 통합관람권으로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개항박물관, 대불호텔전시관 등 6개 박물관·전시관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채진규 재단 사무국장은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청년, 가족 돌봄으로 지친 청년들이 이곳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천 주요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보며 힘을 얻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은경 센터장은 “복합 공간이 개항장에 있어 청년들이 많은 경험을 하고 다른 문화를 접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22년 1월 문을 연 재단은 현재 누들플랫폼,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등 21개 시설과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의회 이재식 의장, 외국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간담회 참석

이재식 수원특례시의회 의장이 외국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간담회에 참석해 지원책 마련을 약속했다. 18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는 현재 시행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특별법’ 대상에 일부 외국인 임차인은 제외되는 점을 파악,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논의에는 이 의장을 비롯해 장정희 기획경제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김동은 민주당 대표의원, 경기도 전세사기 피해 지원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의장은 “이번 간담회가 외국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법적 보호책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수원시의회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현재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등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외국인 피해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외국인도 수원의 소중한 시민인 만큼, 논의된 사항들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기도, 수원시, 국회가 협력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원시의회는 지난해 10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수원시와 시의회의 역할 모색 토론회’를 개최한 이후 지속적으로 정책 개선과 제도 마련에 힘쓰고 있다.

윤상현 “이재명, 노동계 눈치만…반도체 산업 경쟁력 내팽개쳐”

국민의힘 윤상현 국회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이 최근 반도체 특별법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 통과 불발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이 허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재명 대표가 기업과의 간담회에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다가 뒤돌아서면 노동계 눈치를 보며 말을 바꾼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은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데, 대한민국만 과거의 법에 묶여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의원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품목 1위 제품이자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이라며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과 일본의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처럼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합리적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연구개발은 공정과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 근로시간의 유연성이 필수적”이라며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미 유연한 근무 환경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에서 근로시간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 논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의힘이 ‘주 52시간 예외 조항’ 없이는 어떠한 합의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법안 통과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산업 경쟁력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말바꾸기 정치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은 말 바꾸기를 중단하고, 세계 경쟁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거품에서 피어난 초월과 꿈의 해방…김기태 초대전 ‘그늘의 춤-유영의 시간’ [전시리뷰]

밤의 세계와 낮의 시간은 매 하루 똑같이 양분돼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체감하는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는 듯하다. 무의식이 지배하는 밤의 세계, 그 속에서 펼쳐지는 꿈속 세상은 무한정으로 펼쳐나간다. 지난달 13일부터 팔달문화센터 지하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사)수원예총 팔달문화센터의 김기태 초대전 ‘그늘의 춤-유영의 시간’은 디지털 페인팅, 회화, 설치, 시 등 여러 형태의 작품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시도를 선보인다. 어딘가 정착하지 못한 ‘불안’은 창작의 밑거름이 됐다. 작가는 ‘과거의 시간’, ‘꿈의 기억’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때로 나쁜 기억에 매몰되기도 했던 그는 놓쳐버린 기억을 포섭하려 했다. 악몽을 기록하는 과정은 현실을 살며 얽힌 불안의 실을 풀어나갔고,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직조하는 과정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유영’, ‘앙금’, ‘꿈’ 등의 단어들로 인지한 기억에 ‘해파리’, ‘거품’, ‘연꽃’ 등 구체적인 형상을 결합했다. 벨벳이라는 소재는 원경과 근경의 양위성을 제공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천장까지 닿은 거대한 벨벳 소재의 ‘유영 은하수 3’이 가장 먼저 발걸음을 붙잡는다. 어두운 밤하늘 같은 벨벳 천에 강한 힘을 내뿜는 그림은 어린 시절 접했던 동화 속 도깨비 혹은 꿈에서 봤을 귀신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신비하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은 물속에 비친 자신에게 홀려 빠지고만 나르키소스의 수선화와 같이 보는 이를 빨려들게 만든다. 밤의 시간에 주목했다는 작가는 꿈을 기억할 때 시간이 선형이 아닌 형태로 기묘하게 섞이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말한다. 어둠은 모든 걸 흡수하는 색이지만 벨벳은 빛은 반사하는 소재다. 작가는 “그림자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하듯, 기묘한 초현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줄기를 타고 올라간다/ 한 때는 업혀 있었던 푸른 등을 동경했다/ 이제는 굽은 너의 등을 품는다” (김기태作 ‘유영 7’ 작업노트 중) 전시장에서는 그가 창작 과정에서 함께 구상한 시와 디지털, 회화 매체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시와 디지털 페인팅으로 표현된 ‘유영 7’은 거품 속으로 사라지는 인어공주와 같기도 파도 속에 생명력을 내뿜는 동물 같기도, 거대한 식물이 내뿜는 포효 같기도 하다. 작가는 ‘유영’의 이야기를 해파리와 거품 등으로 표현했다. 최소한의 본능만을 품은 채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 해파리의 유연함은 누군가를 위해 비워줄 수 있는 공간이자, 함께 효과를 낼 수 있는 공간이자, 여러 삶의 형태를 품을 수 있는 ‘하나의 우주’라고 말한다. 또한 생명력이 넘치는 불순물에서 만들어내는 빈 공간인 거품과 방울은 포화한 상태에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담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틔운다. 불안과 상처, 기억의 파편에 주목했지만, 작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화합을 발견했다. 끝없이 순환하는 원을 떠올리게 하는 ‘유영 4’가 그러하다. 한 번에 활짝 피고 다시 꽃잎이 지는 꽃봉오리의 모습은 생명력을 내뿜는다. 작가는 “과거를 ‘두렵고 새로운 무엇’으로 비유하는 우리의 마음을 비유했다”며 “쉽게 결딴날 수 없는 영역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전시를 통해 각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