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중소기업] 국가대표 기계산업 ‘온라인 플랫폼’

[굿모닝 중소기업] (주)코머신“우리의 손을 통해 전 세계의 기계 산업을 온라인화, 대한민국을 기계 산업의 새로운 실크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반인들에게 기계 분야는 생소하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담배나 과자, 음료수 캔 등 완제품들은 누구에게나 친숙하지만 이런 제품들이 완제품이 되기 위해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 아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공장에서 기계를 통해 만들어져 나온다. 이 과정에서 물건을 찍어내거나 포장, 인쇄하는 등의 순서를 거치게 되는데 이를 담당하는 기계를 산업용 기계라고 부른다. 전 세계 기계 산업 시장은 2천400조 원 이상 규모로, 이 가운데 한국 기계 산업은 전체 GDP대비 7%가량인 92조 원을 차지한다. 일반인에게 익숙지 않은 분야지만 시장의 규모는 매우 거대하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다양한 산업용 기계를 제조하는 업체가 많이 있다. 하지만 큰 규모의 시장에 비해 기계들을 해외로 수출할 방법은 제한돼 있었다. 기계 산업이 대부분 오프라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탓에 기계를 원하는 해외 구매자와 국내 기계업체 간 통로가 없었던 것. 이에 오프라인 중심의 기계 산업을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 기계를 원하는 해외 구매자와 수출을 원하는 국내 기계 업체를 연결하고자 이들의 통로 역할을 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낸 이들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기계검색사이트 ‘(주)코머신’이 그 주인공이다. 용인디지털산업진흥원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에 입주한 코머신은 건설, 의료, 제약, 포장, 공작, 인쇄 등 국내에서 기계를 제조·판매하는 업체 2만 곳과 10만 개 종류의 제품 정보를 4개 국어로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코머신은 국내 기계업체와 해외 구매자들을 실시간으로 연결, 이들이 기계를 사고팔 수 있도록 기계 정보를 업로드하고 분류, 번역하며 필요할 경우 구매가 이뤄지는 과정 전부를 대행하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 10개국에 국내 기계와 부품들을 수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코머신은 현재 박은철 대표를 포함해 15명의 직원이 있다. 코머신은 설립한 지 1년여 만에 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는 5억, 올해는 50억 매출을 내다보는 등 매년 10배가량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머신은 현재까지 총 100억 원 규모의 거래 30여 건을 맡아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올해만 15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박은철 코머신 대표는 “지금까지는 기계 정보를 모아 놓은 사이트가 없어 해외 구매자들은 국내의 값싸고 좋은 기계를 검색하고 구매하는 데, 국내 기계업체는 수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코머신은 온라인화를 통해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 이런 문제점들을 한 번에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큰 규모의 시장에 비해 온라인화가 더디게 진행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국내 기계 산업 종사자들의 연령대가 높은 탓에 컴퓨터나 영어 등을 사용하는 게 힘들었고, 자연히 해외 수출까지 어려웠던 것이다. 코머신에 등록된 기계의 90% 이상은 국내 중소기업 제품으로 홍보·마케팅에 취약한 중소기업 특성상 업체들은 수출을 위해 매달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야만 했다. 또 해외 구매자와 연결이 된다 해도 의사소통 등의 문제 때문에 구매까지 연결되기가 어려웠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코머신은 제품 등록과 외국어 소개비용 등을 모두 부담하며 사이트를 통해 수십만 원에서 수십억 원짜리 기계를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코머신이 이처럼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힘이 컸다. 지난 6월 진흥원의 R&D 사업으로 약 1억5천만 원을 지원받게 된 것. 이전까지는 자금 문제로 인해 사업 확장 등이 힘들었던 탓에 진흥원의 지원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코머신은 2년 사이에 14명의 직원을 채용, 지난달 플랫폼 리뉴얼 사이트를 다시 런칭하며 작년 대비 10배 이상의 DB(데이터베이스)를 등록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애슐론 아시아 서밋 2017’에서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톱10에 선정,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등 6개 부문에서 진행된 피칭경연에서도 ‘전자상거래 및 마켓플레이스’ 부문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또 지난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제5회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 왕중왕전에서 제품·서비스 개발부문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박 대표는 “한국 기계산업 시장을 넘어 전 세계 기계 거래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왕국을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며 “이를 통해 전 세계 기계 산업 거래에서 대한민국이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고용 창출 등 공공의 이익까지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강한수ㆍ송승윤기자

인공지능·빅데이터·IoT·지능형로봇… 4차 산업혁명 생태계 조성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지능형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과거 하드웨어 산업을 대표하던 제조업은 ICT(정보통신기술)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환경과 접목되면서 SW(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다가오는 초연결사회의 중심에는 SW가 있으며, 이러한 SW융합 생태계 조성은 국가경쟁으로 여겨지고 있다. ■ SW융합클러스터 사업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은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경기도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SW수요가 밀집된 집적지를 선정,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신속한 협력과 협업이 가능한 SW융합 R&D를 기반으로 인재양성과 SW기술의 고도화 및 융합을 촉진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산업경쟁력을 목표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판교 등 전국에 8개 지역을 거점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경기도의 경우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기경제과학원)이 전담기관을 맡아 운영하고 있으며, R&D, 인력양성, 창업, 네트워크 등의 다양한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도내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지능형로봇을 특화분야로 지정해 판교를 중심으로 IT산업 집적지의 장점을 활용, 유망 스타트업의 발굴 및 육성, R&D지원, 해외진출 등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의 8개 SW융합클러스터에서 지원해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수는 총 233개사로 직·간접 고용창출 인원만 8천214명에 이른다. 또한 SW전문인력양성 3천278명, 시제품 제작 및 상용화건수 148건, 특허출원 162건, SW등록 및 인증건수 221건, 투자유치 34건 등의 성과를 얻었다. ■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의 핵심 ‘소프트웨어융합R&D 지원사업’ SW융합클러스터 사업 중 단연 대표적인 사업은 ‘소프트웨어융합 R&D 지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SW(소프트웨어)기술의 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형 R&D과제를 추진하는 중소기업에게 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하는 ‘SW융합클러스터 R&D지원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도 자금 부족 등으로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중소기업들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도내 기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SW융합클러스터 R&D지원사업’은 우수한 아이디어와 역량을 보유하고도 자금부족 등으로 SW개발의 어려움을 겪는 도내 중소기업을 위해 SW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춤형 R&D 지원사업이다. 지역의 특화산업을 기반으로 경기경제과학원은 SW융합클러스터 R&D사업을 통해 지난 3년간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SW연구개발 과제를 발굴해 적극 지원해 왔으며,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매출 증대, 지적재산권 창출 등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3년간 36개 과제(사업비 약 36억 원)에 대한 R&D 지원을 통해 신규 고용창출 79명, 특허 등록 54건 등의 성과를 거뒀다. ■ 경기도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지원사업… SW융합클러스터 사업 현재 경기경제과학원이 전담하고 있는 지역 특화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은 경기도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지원 사업이다. 도와 경기경제과학원은 판교테크노밸리가 중심이 된 글로벌 SW융합 허브(HUB) 구축 및 운영을 목표로 R&D, 인력양성, 창업, 네트워크 지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SW R&D 지원을 위해 21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반영 24개 과제를 선정했다. 한의녕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SW융합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SW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정부와 경기도와 힘을 합쳐 판교가 중심이 된 혁신적 SW융합 생태계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SW융합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경제과학원 융합기술팀(031-776-4823)으로 문의하면 된다. 한진경기자

이진성 청문회’ 여야, 정책질의 집중…무난한 분위기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2일 이진성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인사청문특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청문회를 진행한 후 여야 합의에 따라 곧바로 보고서를 채택했다. 여야는 헌재소장 공백 사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 후보자 인준안을 곧장 24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에 대한 재산이나 병역 등 개인 신상과 관련해 별다른 문제점이 제기되지 않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된 만큼 여야는 이 후보자의 역사관·안보관 등을 검증하는 데 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의혹을 암시하며 “군의 정치관여는 헌법에 대한 중차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당연한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은 역사적 의미가 있고 법정기념일이고 유공자 보상도 받고 있는데, 역사적 의미로 헌법 전문에 저항 역사로 기록되는 것이 어떤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동의했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북한이 주적이냐”며 단답형 답변을 요구하자 이 후보자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나”라는 질문에는 “폐지보다는 잘못된 조항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적절히 운용하고 남용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의동 의원(평택을)도 “헌법재판관으로서 군형법 조항이나 화학적 거세, 성폭력 범죄자 판결과 관련해 피의자의 신상정보와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소수의견을 낸 적이 있다”며 “유독 성 문제에 대해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성 관련 피해자들의 심리·사회적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재범의 위험성을 따지지 않은 채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재범 가능성을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낙태죄와 관련해서는 “일정 기간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구윤모기자

의정부 시의회 은행나무 악취+가로수 뿌리들림 골치…행감 이슈

의정부 가로수의 40%를 차지하는 은행나무 열매 악취와 수령이 오래된 보도블록 가로수의 뿌리들림에 대한 특별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봉 의정부시의원은 22일 열린 시의회 도시관리국 행정사무감사에서 가을철이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은행열매 악취에 대한 대책을 추궁했다. 정해창 의정부시 공원녹지과장은 “의정부 가로수 1만 8천본중 은행나무는 40%인 7천본 정도이고 이 중 은행이 열리는 암나무는 3천500 본 정도다. 능골 신곡 초등학교 앞 은행나무 33본을 이팝나무로 교체하는 등 민원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선별해 점차적으로 대체수종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 대체 수종 교체와 함께 은행이 열리지 않도록 전지 등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호석 시의원도 “은행 악취현장을 잠깐 둘러봤는데도 신발에 악취가 베일 정도다. 은행이 열렸을 때 표시했다가 제거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로수들이 자라면서 뿌리가 보도경계석까지 들고 일어나고 심지어는 지하도까지 뻗쳐 내리고 집으로까지 파고들어가 있으며 들쳐진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지고 다”며 전수 조사와 함께 대책을 요구했다. 정해창 공원녹지과장은 “내년 가로수 보호 틀 교체작업을 위해 2억3천만 원의 예산을 세웠다. 전수 조사를 실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답변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지지대] 시래기

박정임 부장 무에서 나온 이파리를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 게 시래기다. 배추 잎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싱싱한 무에서 나온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궁핍했던 시절, 김장철 나온 무청을 새끼에 꾀어 처마 밑에 널어두면 겨우내 요긴하게 쓰였다. 고령의 6ㆍ25세대에겐 전쟁과 가난의 상징이었다. 끼니마저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은 시래기에 된장을 풀고 거기에 보리쌀이나 찬밥 한두 덩이를 넣어 푹 끓인 시래기죽으로 긴 겨울을 버텼다. ▶허기진 배를 달래던 구황식품이 최근 웰빙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겨울철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데다 항암효과까지 입증되면서다. 무청에 있는 칼슘 함량은 무뿌리보다 무려 열 배가량 많고, 철분과 미네랄이 풍부해 골다공증과 빈혈 예방에 좋다고 한다. 특히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 함량은 크게 줄고 무기질이나 섬유질 함량은 훨씬 높아져 변비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 인기다. 식이섬유소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억제하고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일원에선 단무지용 무를 수확하면서 나온 무청을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수확 후 발생한 무청은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대로 버려졌다. 하지만, 농한기를 활용한 틈새 사업으로 시래기로 건조해 팔면서 농가마다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도산면에서 생산하고 있는 시래기는 자연건조 방식인데, 올해는 예년과 비교하면 건조시기에 기온이 낮아지면서 더욱 질 좋은 시래기가 생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래기는 밥도 되고, 죽도 되고, 국도 되고, 나물도 된다. 푹 삶은 시래기를 잘게 썬 후 들기름과 조선간장으로 밑간해 양념이 고루 배게 두었다가 쌀 위에 올려 밥을 지으면 시래기 밥이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썬 시래기를 된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무쳐 보글보글 끓여낸 국은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나물은 푹 삶은 시래기에 된장과 다진 마늘, 파, 들깻가루를 넣고 조물조물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고등어 같은 생선을 조릴 때 곁들여도 별미다. 때 이른 추위에 날씨마저 스산해서 그런지 온종일 뜨끈한 시래기죽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사설] 해양도시 인천, 지진해일 대책 세워야 한다

포항의 지진(진도 5.4) 피해가 처참하다. 정부가 지진 발생 5일 만인 지난 20일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 복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진 발생 8일째인 22일까지 강한 여진이 60회나 발생, 불안감이 여전하다. 특히 해양도시 인천 시민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우리는 이웃 나라에서 강진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논의하다가도 그때뿐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심지어 논의 자체를 무시하려는 타성마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경주에 이은 올 포항 지진 이후 경각심이 다소 높아졌지만 아직 대책은 어설프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반적으로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됐었다. 한반도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 지각 변동이 없는 한 일본과 같은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었다. 그러나 한반도 역시 환태평양 범지진대에 속해 있어 전문가들은 한반도도 결코 지진 안전대는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경주·포항 지진이 심상찮다. 특히 백령도 일대를 중심으로 최근 6년간 2.0 이상 규모의 지진이 45회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지진이 인천해안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2월23일 백령도 해역에서 진도 3.1을 시작으로 3월28일 연평도 해역(2.2), 7월18일 강화도 해역(2.7), 9월7일 연평도 서남쪽 해역(2.9) 등에서 5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게다가 인천은 해안가를 중심으로 인천화력발전소 등 국가 주요 시설과 송도의 LNG 생산기지·SK인천석유화확 등 정유시설 및 가스 등 위험물 취급 대형 사업장이 즐비해 지진해일에 매우 취약하다. 그럼에도 인천시 등 관계기관은 지진해일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안해일 높이 등을 예측, 위험구역에 대한 대책을 세운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시설물 970곳 중 내진 성능이 확보된 곳은 504곳(51.9%)에 불과하다. 학교 건물도 내진대상 1천380곳의 31.8%(440곳)만 내진 성능을 갖추고 있다. 중·동·남·서구와 부평구 등 원도심 지역에 많은 단독주택은 내진대상 건물(4만5천433곳)의 9.37%(4천257곳)만 지진에 안전하다. 아파트는 3만2천495곳 중 내진 확보 건축물은 32.6%(1만477곳)에 머물고 있다. 또 1980년대 이전에 매립된 월미도 일대 연안 지반은 액상화 검토가 적용되지 않아 매우 취약하다. 이처럼 인천지역의 각종 건축물의 지진 안전도는 거의 무방비 상태다. 이제부터라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각종 건축물의 내진 대책을 주도면밀하게 세워나가야 한다. 특히 지진 등 자연조화란 인지능력이 따를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다. 그 조화가 언제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 사람은 예측하지 못한다. 때문에 지난 경험적 기록을 참고하고 자연변화의 불가예측성을 염두에 둔 대비책은 꼭 필요하다.

[사설] 평택-용인 38년 ‘상수원 갈등’, 해결 요원한가

38년간 이어져 온 평택과 용인·안성의 상수원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송탄ㆍ유천취수장 일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가 1년 6개월에 걸친 용역 연구에도 불구,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의 열쇠를 쥔 평택시가 ‘해제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용인·안성시는 평택시에 물을 공급하는 송탄·유천취수장을 두고 오랜 갈등을 빚어왔다. 송탄과 유천취수장 일대가 1979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며 용인·안성 해당 지역 개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평택시장이 환경부에 건의하지 않고는 상수원보호구역의 해제는 물론 변경도 할 수 없다. 경기연구원이 중재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연구 활동을 벌였지만, 수차례에 걸친 현지조사와 여론조사에서도 양측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등 진통을 겪었다. 12월2일 최종 중재안 제출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공청회 역시 양쪽의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성과 없이 끝났다. 경기연구원은 21일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연구원 측은 상수원보호구역의 ‘해제’, ‘존치’, ‘변경(강변여과수 도입)’ 등 3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장단점을 설명했다. 해제의 경우 용인·안성시의 엄격한 수질관리가, 존치는 평택시의 경제적 보상(물이용부담금)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2개 취수장을 없애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는 대신 강변여과수를 사용하는 대안은 3개 시의 비용 분담과 평택시의 규제공유 등을 감수해야 한다. 강변여과수는 하천 수변에서 50∼300m 떨어진 곳에 집수정을 설치해 대수층(帶水層)을 통과해 여과된 하천수와 지하수를 취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3개 지자체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용인ㆍ안성시는 상수원보호구역 ‘무조건 해제’를, 평택시는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중재안으로 규제면적을 축소하는 ‘변경’ 안을 내놓았지만 모두 반대했다. 이해와 양보를 통해 상생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평택시는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면 개발로 상류가 오염돼 하류의 평택호 오염이 우려되고, 도시발전으로 필요한 용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보호구역이 해제되더라도 멀리 떨어진 진위천과 평택호에 끼칠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고 했다. 필요한 물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평택시가 2035년 1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해 제출한 도시기본계획을 국토교통부가 “30만명 이상 감축하라”고 통보하는 등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여기에 용인시가 상수원 해제의 대안으로 관로를 신설해 비상급수를 공급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상수원 해제의 키를 쥐고 있는 평택시가 전향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해법이 있는데도 38년 된 갈등을 언제까지 끌고 가려는 것인지 답답하다.

[함께하는 인천] 다시 읽는 ‘어떤 왕진’

황건 선배 의사의 글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수십 년 전 의료계 상황과 의사의 역할을 글에서 실감하기도 하고, 행간에서 필자의 심경을 읽을 수도 있어서다. 최근 한 연예인의 애완견에 물린 이웃이 사망하는 사례와 사망의 원인이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며 여러 해 전 읽었던 박문하 선생(1918~1975)의 ‘어떤 왕진(1961)’이 기억나 책장을 다시 열었다.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요즘 불경기가 심해 환자들의 주머니 상태가 마치 7, 8월 가뭄에 말라붙은 논바닥같이 쪼들려서 외상치료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개업의들에게 김 사장같이 자가용으로 왕진을 청하는 여유 있는 단골 환자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사모님이 신경통이 도진 것인가 하고 갔더니 자기 집 순종 영국산 포인터를 치료해 달라고 했단 것이다. 고급 개라서 사람에게 쓰는 고급 항생제가 아니고선 잘 듣지 않을 것 같아 특별히 부탁을 한 것이라고 했다. 화자는 가축 치료는 해본 적이 없어 개를 평소에 친면이 있는 수의사에게 데리고 갔다. 그는 가축의 수술은 한 번도 구경조차 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호기심에서 가만히 수의사 등 뒤로 가서 그가 하고 있던 수술을 엿보았는데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가축용 수술대 위에서 수의사가 남루한 중년 부인의 유종(乳腫)을 수술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의사는 “요즘에는 하도 딱한 환자들이 많아 병원 갈 형편은 못되고 나를 찾아와서는 애원을 하기에 도리가 아닌 줄 알면서도 수술을 해 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화자는 돈 있는 집 개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의사에게 갈 형편이 못되는 사람들은 수의사에게 치료받는 현실에 할 말을 잃었다. 이 글은 “서늘한 거리에 나왔으나 내 가슴속은 마치 무거운 납덩어리를 삼킨 듯이 답답했다. 가축병원의 수술대 위에 누워 있던 그 여인의 영양실조에 일그러진 얼굴은 언제까지나 내 망막에서 지워지지 않고 그녀의 괴로운 신음소리는 무슨 원한의 주문같이 지금도 나의 고막을 바늘 끝으로 찌르고 있다”며 끝을 맺는다. 가까운 생활주변 소재와 섬세한 묘사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플롯에 의해 쓴 글을 다시 읽다 보면, 화자가 이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어떤 절실함을 느낀다. 화자의 비판의식은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으며, 이 글을 읽는 후배 의사인 나에게도 “너는 인술을 베풀고 있느냐?”고 준엄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56년 전 수필을 읽으며 작금의 의료 현실을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전 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시대, 환자가 처음 방문했을 때 시작하는 문진.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면 “어제 넘어졌는데 CT를 찍으려고 왔어요” 라든가, “가끔 머리가 아픈데 MRI를 찍어보려고 왔어요”라고 대답하는 시대다. 개를 유모차에 싣고 다니며 개가 아파 동물병원에 데려가면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이 시대. 책장을 덮고 창문을 열었다. 초저녁 바람이 서늘했으나, 내 가슴도 납덩어리를 삼킨 듯이 답답하기만 하다. 살아 계셨다면 올해 99세이신 박문하 선생이 이 시대 의료 상황과 무슨 케어(Care)라는 정부 발표를 보셨다면 어떤 위트와 해학으로 멋진 글을 선보였을지 궁금하다. 황건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그림 읽어주는 남자] 강렬함 뒤에 숨은 ‘뒤꼍’의 진실

윤동희 작가의 작품들은 강렬해요. 그 색이 그렇고, 그 이미지가 그렇고, 그것들의 구조가 또한 그래요. 그런데 그 강렬한 구조와 색과 이미지들은 뒤꼍을 이루는 이데올로기의 허상에 불과한 것들이에요. 우리가 실제로 보아야 하는 것은 바로 ‘뒤꼍[後景]’이에요. 현실의 이면을 이루는 후경은 ‘근대성’의 온갖 굴절된 시간들이 엉겨서 뒤섞인 혼돈이죠. 그는 그 혼돈의 민낯을 전경으로 불러 내 공수를 터트리듯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거예요. 그는 언젠가, 국가의 이미지는 허상에 불과하고 미러볼에 투사되어 반사되는 빛처럼 화려하면서 한없이 가벼운 게 아닐까, 반문한 적이 있어요. 사실 우리는 경험론자들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는 심리를 가졌잖아요.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한없이 가벼운 허상’의 너머를 볼 필요가 있는 거죠. ‘붉은 밤’의 언어는 제목이 상기시키듯 ‘붉다’의 표상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어요. 그 의미를 한 번 생각해 볼까요? ‘붉은 피’는 희생과 속죄의 상징 언어예요. 예수의 희생과 십자가, 히틀러와 유대인 대학살이 그 의미구조에서 크게 맴돌잖아요. 삿된 것을 몰아내거나 물리치고자 했던 샤머니즘도 그 밑을 이룬다고 할 수 있어요. ‘피’와 ‘제의’는 문화인류학에서 가장 기본을 이루는 상징이니까요. 속죄와 희생과 학살이라는 말들이 형성시키는 기묘한 소리의 교집합에서 우리는 쉽게 ‘이데올로기’를 떠올릴 수 있어요. 예수는 이데올로기의 희생자였죠.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또한 이데올로기의 만행이 불러 온 참혹이었고요. 그렇게 ‘붉은 피’는 희생이어서 저항이었고, 참혹이어서 혁명의 불씨가 되었어요. 근대 이후 ‘붉은 피(색)’은 그래서 저항과 혁명의 상징이 되었으나, 625전쟁을 치룬 뒤 그것은 ‘빨갱이=이데올로기’ 프레임이 되었죠. 한국사회에서 빨갱이 프레임은 ‘종북=사탄(마귀)’으로 낙인찍는 반공 이데올로기의 전형이에요. 그렇다면 그 전형의 실체는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요? 태극기 노인들일까요? 작가는 스마트 폰의 불빛으로 표상구조에 그려진 붉은 그림들을 살피면서 그 세계의 우물로 잠수하도록 이끌어요. 표상들은 십자가, 별, 삼각, 원, 그리고 다윗의 별과 나치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Hakenkreuz)를 하나로 합친 것들이죠. 그 구조는 그것으로서 한 세계의 상징기표일 거예요. 그런데 그는 그 구조의 표면에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독재자의 초상과 그들이 기획한 사건들의 장면들을 몽타주했어요. 그 몽타주 이미지들이 우물면(거울)의 뒤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열쇠일 것이고. 어쩌면 바로 그 뒤꼍의 세계가 권력이 작동시키는 들끓는 현실의 이데올로기일 것이고, 이데올로기의 감옥일지 몰라요. 김종길 경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