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헌신에 보답...?

[사설] 반대 거센 ‘도서관 민간위탁’, 의회서도 지적받다

경기도가 도립도서관 민간 위탁을 추진 중이다. 도가 밝히는 민간 위탁의 명분은 이렇다. ‘효율적인 운영과 도서관 서비스 강화, 창의적 콘텐츠 기획 및 운영, 최상의 도서관 서비스 도출 및 운영 활성화를 위해 전문성과 현장 경험 갖춘 민간에 위탁 필요.’ 민간위탁관리위원회가 ‘민간 위탁 적정’ 의견을 냈다. 도의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지난달 22일 관련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반대가 많고 근거 오류도 드러났다. 한국도서관협회가 4일 반대 성명을 냈다. 경기도사서협의회는 9일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공공성과 공익성이다. 민간 위탁이 이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의 수익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도 지적했다. 유사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 설명에 서울 광진구 도서관 등 세 곳이 유사 사례로 등장한다. 이 세 곳의 수탁 기관은 모두 산하기관이다. 순수 민간 위탁은 전국에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혹시 이런 지적도 있을 수는 있다. 도서관협회나 사서협의회는 직접 이해관계 집단이다. 민간 위탁과 이익 충돌 관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외 여론은 충분히 수렴했을까. 관련 용역이나 여론조사 자료가 제시된 건 없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거의 모른다. 적지 않은 기관이다. 투입됐거나 투입될 예산이 많다. 직접 이용하게 될 도민도 많다. 도민의 판단이 더 반영됐어야 했다. 도의회가 지적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여기에 절차의 엉성함을 보여주는 일까지 불거졌다. 민간 위탁의 근거로 제시된 게 오류였다. 경기도가 내놓은 근거는 ‘경기도 사무의 민간 위탁 조례’다. 그런데 이 조례는 2025년 1월1일 시행될 예정이다. 동의안 제출 시점이 2024년 8월22일이다. 없는 조례를 근거로 삼은 셈이다. 최민 도의원(광명2)은 “이 정도의 실수라면 차라리 철회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담당 부서는 '잘못 표기된 실수'라고 설명했다. 석연찮은 흐름이다. 이해집단의 반발은 전국적이고, 도민의 의견수렴은 불충분해 보이고, 시행 근거라고 제시한 조례는 오류라는 지적을 받았다. 왜 이렇게 급하게 추진했는지 모르겠다. 개관이 임박했다는 사정은 이해한다. 그렇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작했어야 했다. 막대한 도 재산을 민간에 넘기는 일이다. 2025년에 요구된 예산만 70억여원이다. 반대 토론 부족을 지적하고, 오류를 문제삼는 건 도의회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다.

[사설] 위기의 마을버스, 멈춰서지 않게 지원방안 모색해야

대중교통의 모세혈관이라 불리는 마을버스가 각종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가지 못하는 험로나 골목길, 외진 마을 등을 누비고 다니는데 경영난, 인력난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운수회사는 극심한 재정난과 구인난을 겪고 있다.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 노선을 줄이거나 버스 운행 횟수를 줄여 나가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호소한다. 급여는 개선되지 않은 채 근무 강도가 세지다 보니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승객들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마을버스가 총체적 위기다. 기름값 상승과 수년째 버스요금 동결 등으로 재정이 악화된 데다 열악한 처우에 버스기사들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돼 고사 직전에 있다.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대부분 업체가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면서 노선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합이 산출한 업계의 연평균 적자 금액은 2천634억원에 달한다. 경기도내 마을버스 종사자는 2019년 5천226명에서 2022년 4천298명, 2023년 4천299명으로 코로나19 전보다 1천명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8월 기준 도내 마을버스 2천902대 중 648대(22%)가 운행을 못하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월급은 3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운전기사의 월평균 급여 수준은 공공버스 480만원, 시내버스 420만원, 마을버스 280만원 등이다. 급여 개선은 안 되고 근무 강도만 높아져 과로 누적에 힘겨워하고 있다. 마을버스 10대 중 2대가 운행을 못하고 서 있다. 버스기사의 과로, 배차 지연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교통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이 제기돼도 상당수 지자체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공적 지원을 늘리거나 요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녹록지 않다 보니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이다. 마을버스는 광역버스나 시내버스에 비해 지자체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자체 보조금이 끊긴 곳도 있다. 대중교통의 실핏줄 격인 마을버스에도 재정 손실 지원을 높여야 한다. 운송업체나 운전기사 외에 주민 교통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이다. 광역교통망이 닿지 않는 곳에 투입되는 게 마을버스다. 저소득층이나 고령층 등 교통약자의 발이라는 점을 감안해 어려운 상황을 외면해선 안 된다. 영세한 마을버스가 멈춰 서지 않도록 지원체계 개선이 절실하다. 경기도는 마을버스 운영 실태, 업체의 경영 상황, 운수종사자 처우 등을 면밀히 파악해 합리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말글 풍경] 배려와 공감의 언어

우리 사회에 장애인, 노인에 더해 새로운 약자들이 늘었다. 배려와 공감으로 대하되 늘 언어 표현에 조심해야 할 일이다. 탈북자(脫北者)는 글자 그대로 ‘북한을 탈출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어감이 그리 좋지 않기에 ‘탈북인’, ‘탈북남성’, ‘탈북여성’이 요즘 추세다. 국내에 정착한 경우 ‘새터민’이라는 새 이름이 쓰였다. 썩 좋은 이름이라고 여겼는데 탈북민 단체와 당사자들이 탐탁지 않아 해 쓰지 않는다. 북한인의 자존심과 관련이 있다. 비록 독재와 억압에 시달렸던 땅이라도 ‘헌것’과 ‘새것’이란 상대 비교가 마뜩잖았던 까닭이다. ‘조선족(朝鮮族)’이란 말도 지양해야 한다. 중국의 주류인 한족(漢族)이 소수민족 지칭의 하나로 부르는 말이다. ‘중국동포’, ‘재중동포(在中同胞)’를 주저하면 안 된다. 동포라는 낱말에 인색하지 않을 일이다. 식당과 일터 등에서 만나는 옌볜•하얼빈•지린 지역 동포들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일부 신문, 방송이 언중의 현실적 쓰임이란 잣대로 조선족을 고집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교포’는 타국에 거주•정착한 그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는 법적•행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반면 ‘동포’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따스하게 다정히 부른 말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경우는 동포로 일반화하는 것이 여러모로 설득적이다. 그런데 타국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럴 때는 동포는 사치고, 교포도 저어하게 된다. ‘한인(韓人)’이 소박한 대안이다. 한인은 본디 한국인의 뿌리 정도만 있는 사람들을 칭할 때 혹은 교포, 동포 등을 모두 아우를 때 쓰기 좋다. 국내 거주 외국인 250만 시대다. 이 중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민자(다문화가정)가 절반 이상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이민자가 눈에 많이 띈다. 한류 열풍으로 요즘은 미국, 유럽에서도 케이팝, K-드라마, K-푸드에 열광하지만 그 시작은 어디까지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었다.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서남아시아 국민은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한국인에게 호의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문제다. 가난하고 자기보다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홀대하고 무시하는 습속 말이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문제가 덜했으나 이제는 그들이 우리 안에 있다. 우리끼리의 농담이라도 피부색이나 말소리 등으로 ‘필리핀 사람 같다’, ‘태국에서 왔니’ 운운한다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십상이다. 듣는 이 입장에서는 놀림조로 인식되며 크게는 동남아시아인 전체에게 실례다. 자신의 출생지, 고향, 성장지, 거주지 등과 관련한 표현도 생각해 볼 문제다. 스스로의 지리적 배경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일단 전향적이다. 그러나 지나친 건 문제며 반대로 뜻 모를 열패감, 수치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타인을 향할 때다. 설익은 선입관과 고정관념을 일반화하거나 확대 해석해 함부로 단정 지어 언급하면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는 동시에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먼저 출신지, 성장지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 충청도 사람은 이러저러하고 하는 화법은 경솔하고 위험하다. 내용이 중립적이거나 좋은 것이라 여겨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며 해석하기 나름이다. 세 지역이 고향에 해당될 때 ‘우리 전라도•경상도•충청도 사람은’ 하며 자기를 내세우거나 낮추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대안으로 ‘충청인’, ‘호남인’, ‘영남인’을 제안한다. 진중하고 사려 깊어 보인다. 동향인(同鄕人)들 앞에서는 ‘우리 충청도 사람’, ‘우리 경상도 사람’, ‘우리 전라도 사람’ 운운해도 큰 문제는 아닐 테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서도 ‘우리 호남인’, ‘우리 영남인’, ‘우리 충청인’ 하는 게 더 교양있고 근사하다는 생각이다. 서울, 경기도, 강원도의 경우 서울인, 경기인, 강원인이 어색하기에 불필요하다. 그만큼 지방색이 덜하다는 이야기니 섭섭해 할 일은 아니다. 뭉뚱그리면 우리 사회 소수자, 비주류를 배려하고 다원성 사회를 의식하는 말글살이를 체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대화나 공적 말하기에 있어 상대에게 언짢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을 피하고 수신자, 수용자 중심의 어법을 구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상읽기] 화장하기에 적절한 나이는?

요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종종 붉은 입술에 하얀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등교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가 처음 화장을 시작한 시기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였음을 떠올려 보면 최근 초등학생들이 립밤, BB크림, 립글로스 같은 화장품을 사용하기 시작한다는 건 화장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화장을 시작하는 나이가 대체로 11~13세, 유럽에서도 12~14세라고 하니 10대들의 화장은 이제 대세라고 할 수 있다. 화장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가장 오랜 전통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기원전 4천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화장했고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도구가 아닌 종교적, 영적인 목적으로 사용됐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하얀 피부가 아름다움의 기준이었고 피부를 하얗게 보이기 위해 흰색 분말, 백납 같은 유독성 물질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었다. 중세 유럽에는 교회의 영향으로 화장이 금기시됐지만 여전히 귀족사회에서 화장은 사회적 계급의 수단이었다. 20세기 중반 대중소비사회에 들어서면서부터 영화와 대중매체 등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은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대중이 모방하고 싶어하는 외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당시 10대 소녀들이 화장을 하는 것은 드물었고 대부분 성인 여성에게만 허용됐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서구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특별한 행사나 퍼포먼스, 핼러윈 같은 특정 축제 때 분장 또는 화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는 장난감으로 분류된 어린이용 화장품이 등장했고 어린이들이 놀이의 일환으로 화장을 접하기 시작했다. 주로 립글로스, 네일 폴리시, 페이스 페인트 등이었다. 디즈니 캐릭터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어린이용 화장품이 인기를 끌며 어린이들은 화장품을 접할 기회가 점차 늘어났고 2000년대 후반부터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아이들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면서 화장법을 배우고 실험하는 일이 흔해졌다. 특히 어린이 유튜버들이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올리면서 어린이들이 화장과 더욱 친숙해졌다. 일부 어린이들은 놀이로서가 아닌 패션과 자기 표현의 일환으로 화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뷰티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K-뷰티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10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 많이 출시됐다. 10대의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약 200억달러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고 10대 역시 화장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된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10대는 이러한 플랫폼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트렌드와 문화를 주도하는 힘이 생겼기 때문에 마케터는 이들을 주목한다. 10대는 앞으로 수십년간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제품을 일찍부터 노출시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 소셜미디어는 10대에게 사회적 소속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완벽한 외모나 화장 스타일을 보며 자아존중감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외모에 대한 불만족이나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완벽한 외모를 보여주는 필터나 편집된 이미지가 이러한 비교를 심화시킨다. 소셜미디어는 특정 화장 스타일이나 브랜드에 열광하는 10대가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공간이므로 서로 제품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스타일을 칭찬하거나 조언을 주고받으며 또래들 간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의 화장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이나 종교적 이유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제품과 기술이 개발되면서 화장은 미적 표현과 자기만족, 사회적 소통의 중요한 도구가 됐다. 화장은 인류 역사 속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발전해 왔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10대 어린이의 화장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존재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화장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성인적인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다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자신의 외모와 신체적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어른들과 나눌 필요가 있다. 여러분의 자녀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하루 종일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본다면 화장을 좀 더 일찍 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지지대] 어떤 ‘관객 모독’

배우 4명이 의자에 앉는다. 이어 한 명씩 돌아가며 즉흥적으로 말들을 쏟아낸다. 대사는 과격해지고 공격 대상도 옮겨간다. 급기야 관객들에게 물을 끼얹는다. 오스트리아 출신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인 ‘관객 모독’의 얼개다. 196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진 뒤 국내에선 1978년 초연됐다. 최근 국내 예술무대에서 이 작품 내용과 유사한 관객 모독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려진 오페라 ‘토스카’ 무대에서다. 당사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안젤라 게오르기우다. 그는 공연 도중 무대에 난입해 지휘자에게 항의했다. “관객을 무시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일부 관객은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도 있다. 예술계에 따르면 이날 토스카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열창한 뒤 즉흥적으로 앙코르를 불렀다. 주인공인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기우는 무대 한쪽에 난입해 지휘자 지중배와 김재형 쪽을 바라보면서 시간이 없다는 듯 자기 손목을 가리키고 어깨를 으쓱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앙코르 곡이 끝난 뒤 지휘자에게 다가가 음악을 멈추게 하고 “이건 독주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하라”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이 시작되고 한참 만에 등장한 그는 객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자 인사하지 않고 퇴장했다. 오페라 공연 중 앙코르 곡을 선보이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게오르기우의 관객 모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도 상대 배우가 앙코르 곡을 부르자 이에 항의하며 무대에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연극 ‘관객 모독’은 그냥 작품으로만 읽히면 된다. 하지만 게오르기우의 그것은 한국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결코 아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남수동에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밀려온다. 불덩이 같은 열기가 아연판처럼 비틀어진 옥탑방 지붕을 관통해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던 가을바람이 화실 문으로 들이닥친다. 여름 내 밀쳐둔 것들이 익숙하게 제자리를 찾았다. 간혹 콩국수가 먹고 싶어 남문시장에 간다든지 어반스케치 수강생들과 마음속 풍경을 찾는다. 서 있기조차 힘든 더위에 사생은 불가능하다. 이런 날은 전망 좋은 카페가 제격이다. 남수문 건너 성곽 자락을 걸었다. 놀라운 풍경이 무더기로 나타났다. 남수동은 어반스케치의 보고다. 오래된 한옥, 빨간 고추가 익어 가는 텃밭, 조용하고 단정한 골목길, 슬레이트 지붕이 얽혀 있는 낡은 집, 어느 소도시의 마을 같다. 작은 집들을 개조해 만든 카페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성곽길 중턱에 메이븐이라는 카페가 웅장하게 서 있다. 실내는 넓고 다소 조용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은 나의 작은 이상향이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 긴 테이블과 마주한다. 이곳에서 각기 다른 풍경을 그린다.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다양한 브런치를 즐길 수도 있다. 오후 1시가 돼서야 그림을 모아 놓고 평가를 마쳤다. 진지하고 건강한 몰입의 시간이었다. 수업을 종료한 이후는 나도 수강생과 동급 자연인이다. 나는 유목민처럼 걸어 매향 통닭에 선착했다. 온몸이 전율 가득한 시원한 생맥주에 통닭 살이 더해졌다. 함께 피우는 이야기꽃이 인생을 무르익게 한다. 가을 수수밭처럼.

[천자춘추] 백남준의 ‘촛불TV’

백남준과 인간문화재는 만날 일이 없었다. 장르 자체가 다른데 비디오아트와 공예다. 하지만 내용으로 보면 하나다. 경기도박물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2024경기무형유산특별전 ‘극락 PARADISE’에 가면 이 사실을 목도할 수 있다. 칠흑(漆黑)같은 방에 오불탱화와 고행상, 나전칠기, 범종의 소리 속에 철가방 TV 케이스 안 촛불이 넘실대며 홀로 내 몸을 태워 온 세상을 밝히고 있다. 바로 1975년 제작된 백남준의 ‘촛불TV’다. 백남준은 불교라는 역사전통을 지렛대 삼아 TV 내장을 완전히 들어내고 촛불을 켰다. 알고 보면 이런 극단의 반문명 예술이나 전위예술도 없는데 콩대로 콩을 볶고 있는 격이다. 이미 백남준은 50년 전에 인공지능(人工知能·AI)과 같은 기계가 인간이 되는 전도몽상(顚倒夢想)의 시대가 오늘날임을 증거하고 있다. 기계시대 지금은 또 다른 차원의 고해(苦海)다. 그야말로 구멍 난 배가 아닐 수 없는데, 물을 퍼내지 않으면 해저에 가라앉고 만다. 백남준은 기계시대 고해를 촛불이 된 자신을 태우면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형유산 장인들도 촛불이기는 마찬가지다. 단청으로, 생칠로, 나전으로, 쇳물 녹이며 평생을 하루같이 몸을 태워 역사 전통의 불꽃을 피워냈다. 세상에 자청해 하는 이런 극한직업도 없지만 한 생각을 돌라면 차안(此岸)인 여기가 바로 극락(極樂)이다. 주지하다시피 인간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지켜온 무형유산(無形遺産·Intangible heritage)은 지금 여기 예술의 불씨다. 현재 K-컬처는 무형유산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불씨가 불꽃이 돼 활활 타오른 결과가 오늘 예술이다. 하지만 무형유산의 현실은 전승공예관에서 박제화된 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전통이 미래다’라고 노래 부르면서도 미술시장과 뮤지엄에서 괄호 밖에 내놓은 존재다. 며칠 전 막을 내린 2024 키아프리즈 무대는 언감생심 꿈조차 꿀 수 없다. 2조원대의 고양 K-컬처밸리나 4천억원대의 서울아레나도 무형유산과는 무관하다. 여기에 쏟아붓는 예산 10분의 1만 해도 100배의 효과를 내는 것이 무형유산인데 말이다. K-컬처의 뿌리와 본체인 무형유산은 경기도만 해도 기능 41종, 예능 30종 등 총 71종이 지정돼 있다. 그 무한가치를 국가 공공 민간이 시작 단계부터 정책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가 무르익은 것이다. 보호를 명목으로 인간문화재라는 온실에 가둘 것이 아니라 노지에서 지금 현재 예술과 진검승부 해야 한다. 더 이상 전통 따로 현대 따로 노는 세상이 아니다. 진정한 K-컬처의 격이나 깊이 두께 확보도 무형유산의 생생활활 여부에 달려있다. 까마득히 오래된 미래인 백남준의 ‘촛불TV’가 이런 사실을 증거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이런 기막힌 모순이 실존에서는 더욱더 공고화되는가. 한마디로 장인을 원형 모방만 일삼는 기능인으로 오인한 데 있다. 달이 아니라 손가락만 봐 온 것이다. 장인의 손을 통해 유형(有形)속에 내재해 있는 무형(無形)의 가치가 대대로 전수된다. 비물질적인,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가치는 장인의 극공(極工) 이후의 통령(通靈)을 통해서만 우리 눈앞에 드러난다. 이 점에서 현대예술의 거장(巨匠)과 다르지 않다. 정신과 본질을 기준으로 보면 형상의 파괴나 전복을 일삼는 전위예술마저 무형유산이라는 역사전통에 전적으로 빚을 지고 있다. 존재의 배후를 드러내는 모방 내지는 미메시스야말로 창조의 어머니다. 여기서 장인(匠人)과 거장(巨匠)은 하나로 통한다. 오늘도 전시장의 백남준 TV 속 촛불은 불(佛)이라는 역사 전통을 태우며 도도히 세상을 밝히고 있다. 온 세상을 돌고 돌아 비디오아트가 무형유산의 본자리에 앉아 있다. 이 지점에서는 기존 백남준 언어의 난해함도 저절로 풀린다. 극락이 바로 여기다.

[오늘의 운세] 9월 11일 수요일 (음력 8월 9일 /戊寅) 띠별 / 생년월일 운세

쥐띠 丙子 36년생 사업왕성 자손기쁨 계약성사 만사大길(吉) 戊子 48년생 양보하고 베풀면 좋은일 생기고 안정 길(吉) 庚子 60년생 시험합격 연인 데이트 재물성사 사업왕성 壬子 72년생 만사불길 탈선 실수조심 망신수 금전불리 甲子 84년생 운기상승 재수왕성 투자이득 술 오락 즐겨 丙子 96년생 직업해결 문서변화 음식대접 마음변화 생겨 소띠 丁丑 37년생 자손근심 생기나 재물 문서변동 문제 길(吉) 己丑 49년생 명예나 재물을 탐하면 손해 경쟁불리 돈지출 辛丑 61년생 가족과 외식 문서 문제원만 집안편안 길(吉) 癸丑 73년생 만사해결 능력인정 연인 생기고 구직성사 乙丑 85년생 재수원만 친구도움 모임성사 가정화합 길(吉) 丁丑 97년생 직업갈등 생기나 문서시험 변동문제 무난 호랑이띠 戊寅 38년생 뜻하는 일은 성사되나 시비나 쟁투조심 庚寅 50년생 문서 이사 차량 시험문제 해결 재물지출 壬寅 62년생 일진불길 투자증권 손해 매사 조심해야 흉(凶) 甲寅 74년생 술 대인문제 실수 탈선주의 재수는 약간 길(吉) 丙寅 86년생 직업변화 여행출행 음식대접 부모님 걱정 戊寅 98년생 여행 및 출행 모임성사 경쟁해결 봉사하는 날 토끼띠 己卯 39년생 사기도난 주의 금전문제 복잡 건강불리 辛卯 51년생 뜻을성취 가족모임 외식하고 단합 매사 길(吉) 癸卯 63년생 명예상승 능력인정 시험합격 재물이득 길(吉) 乙卯 75년생 재물성사 연인 데이트 칭찬받고 능력인정 丁卯 87년생 직업고민 변화변동 질병으로 병원출입 가족모임 己卯 99년생 재물손해 경쟁불리 기분하락 연인불화 조심 용띠 庚辰 40년생 문서계약 여행 시험 친척모임 성공 술 조심 壬辰 52년생 만사불리 출행 증권불리 부부갈등 조심 흉(凶) 甲辰 64년생 재물이득 운수왕성 연인 데이트 행운오고 丙辰 76년생 구직성사 시험합격 귀인도움 칭찬받고 길(吉) 戊辰 88년생 동료언쟁 모임참석 중심인물 재물은 지출 庚辰 00년생 물건구입 재물지출 가족불화 학업시험 태만 뱀띠 辛巳 41년생 문서가택 이사 차량 금전문제 해결 만사 길(吉) 癸巳 53년생 인기상승 승진가능 구직성사 데이트운 길(吉) 乙巳 65년생 운수왕성 능력발휘 혼담성사 연인화합 길(吉) 丁巳 77년생 술 생기고 모임갖고 분주하고 부모도움 길(吉) 己巳 89년생 투자증권 손해 주점탈선 실속없고 마음우울 辛巳 01년생 문서시험 학업원만 인정받고 기분좋은 날 말띠 壬午 42년생 일진 불리하니 성급하게 행동하면 손해 흉(凶) 甲午 54년생 투자증권 이득 가족화합 승진가능 능력발휘 丙午 66년생 직장 및 사업문제 해결 행운오고 만사 길(吉) 戊午 78년생 인기있고 합격하고 선물 생기고 인정받고 庚午 90년생 부모도움 시험 변동할 때 능력인정 데이트 壬午 02년생 시비구설 조심 재수불리 정신일도 해야 무난 양띠 癸未 43년생 인기 상승하나 재물은 지출 건강주의 할 때 乙未 55년생 운수왕성 행운오고 연인 및 부부화합 大길(吉) 丁未 67년생 직장 구설수 생기나 다른 문제는 원만하고 己未 79년생 재수없고 탈선주의 꾸중듣고 마음안정 길(吉) 辛未 91년생 부모도움 시험대길 인기상승 만사무난 길(吉) 원숭이띠 甲申 44년생 투자변동 불리 돈거래 불리 망신수 조심 丙申 56년생 직장갈등 정신불안 변동출행 불리하고 戊申 68년생 타인과 언쟁 말을조심 투자증권 불리하고 庚申 80년생 문서로 손해 여행 출행불리 음주운전 조심 壬申 92년생 일진불리 투쟁언쟁 투자재물 손해 말조심 닭띠 乙酉 45년생 재물이득 운수왕성 귀인도움 뜻을성취 길(吉) 丁酉 57년생 겸손하게 행동하면 직장구재 문새해결 己酉 69년생 재물지출 감언이설 주의 참고 인내해야 길(吉) 辛酉 81년생 능력인정 재물성사 인간화합 시험대길 癸酉 93년생 인기상승 모임성사 연인 데이트 직업성사 개띠 丙戌 46년생 승진시험 이사 문서계약 모임출행 大길(吉) 戊戌 58년생 친구 상사의 도움 사회 활동해야 만사 길(吉) 庚戌 70년생 문서 시험 승진 여행 금전왕성 데이트 길(吉) 壬戌 82년생 연인불화 컨디션 불리 술 대인문제 투자손해 甲戌 94년생 술 대인 음주가무 오락장 출입 재물지출 인기좋아 돼지띠 丁亥 47년생 직장고민 해결 자손기쁨 문서이득 행운날 己亥 59년생 재물지출 많으나 모임성공 한발 양보해야 辛亥 71년생 능력인정 만사형통 운수왕성 애인 생기고 癸亥 83년생 인기왕성 음식도 인연도 생기고 만사 길(吉) 乙亥 95년생 운기상승 직업안정 인기상승 칭찬 자자하고 청년철학관 작명연구소 서일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