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게임 ‘포켓몬고’를 PC로 할 때 쓰는 자동 사냥프로그램에 악성코드를 심어 유포, 불특정 다수의 PC를 디도스 공격에 활용하려 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A군(18)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4일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 받은 포켓몬고 자동 사냥 프로그램, ‘pokemon go bot(PokeBot4.zip)’에 원격제어 기능이 있는 악성 코드를 심어 포털사이트에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고를 PC에서 실행, 포켓몬을 자동으로 사냥해주는 일명 ‘오토핵’으로 알려졌다. A군은 이를 미끼로 악성 코드를 심어 유포, 불특정 다수의 PC를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좀비 PC’로 만들어 특정 사이트 등을 디도스 공격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의 PC를 확인한 결과, 모두 18대의 PC가 악성 코드에 감염돼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안성시가 수십억대 공공하수도시설 통합ㆍ운영 관리업체 선정을 놓고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23일 시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17일 공공하수처리시설ㆍ가축분뇨처리시설ㆍ하수관로 관리업체 선정을 위해 업체 4곳을 대상으로 심의를 진행하고, A사가 선정됐다. 하지만 선정에 탈락한 일부 업체들이 사업수행능력 평가점수에 특혜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업체들은 A사가 지난해 4월부터 다음 달까지 34억 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시로부터 수의계약으로 받은 혜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A사는 공공하수도시설 관리평가 결과, 높은 가점을 받은 만큼 이번 선정이 사전 정보 유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현행 환경부 공공하수도시설 관리업무 대행지침을 제시했다. 이 지침은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계약만료 도래시까지 잔여 계약기간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전년도 평가기간과 합산,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민자법에 의해 계약된 3개사 중 유독 A사가 같은 해 수십억 원의 관리대행 수의계약을 받은 후 높은 평점을 받은 것은 A사로의 일감 몰아주기라고 주장했다. 결국 시가 A사를 위해 계약도 만료되지 않은 시점에 일부 잔여 기간만 평가, A사에 가점을 줬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계약 만기도 안된 상태에서 아무리 잔여 계약기간을 평가한다고 해도 180일을 넘긴 후 가점을 준 건 문제다. 행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됐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평가방법에서 관리대행업자는 계약만료 90일 이전에 시장에게 관리대행 성과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며 “어떠한 이의를 제기해도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안성=박석원기자
수원 군공항 이전을 두고 화성시의 반발이 격화되면서 수원 남부지역의 마지막 ‘노른자위’ 망포4지구 개발에 적신호가 켜진(본보 2월21일자 1면) 가운데 사업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시 경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당장 일부 블록의 착공을 비롯해 300억 원이 넘는 국비를 확보한 ‘원천리천 정비사업’ 등의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23일 수원시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수원시는 지난해 11월 영통구 망포동 66-9번지 일대 56만㎡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 민간 투자 방식의 망포4지구 개발사업(총 사업비 2조1천여억 원)을 본격화했다. 당시 지구개발계획 구역 일부가 수원시-화성시 경계에 맞물리면서 양 시는 경계구역 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군공항 문제가 터지면서 화성시 측이 망포지구 협의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결정, 현재 대화 자체가 멈춰진 상태다. 화성시 관계자는 “군공항 문제에 대한 시의 대책이 결정되면 망포지구의 해결방향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면서 경계구간 조정을 전제로 한 사업들이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먼저 7천여 가구가 들어서는 공동주택 5개 블록 가운데 3~5블록(4천여 가구)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지구단위계획 설정 당시 경계 조정이 이뤄진 후 착공할 수 있다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군공항 이전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3~5블록 개발 또한 타격을 입게 됐다. 사업 시행사인 T사 관계자는 “수원시에 화성시와의 조속한 경계조정 협의를 요청했다”며 “현재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지난해 11월 385억 원의 국ㆍ도비를 확보한 ‘원천리천 하천환경 조성사업’에도 먹구름이 꼈다. 당초 수원시는 올해 설계를 마치고 내년 초 원천리천 하류(망포4지구~황구지천 합류 지점) 3.35㎞ 구간을 일괄 착공하려 했다. 하지만 망포4지구 내 원천리천 950m 구간이 포함돼 있다 보니 경계조정이 이뤄진 후에야 사업 진행이 가능한 실정이다. 경계조정 협의가 늦어질수록 원천리천 정비사업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군공항 이전 문제와 별도로 세부 사업들은 시행될 수 있도록 대화의 창구는 열어두길 바랐는데 아쉬운 부분”이라며 “경기도에 경계조정 협의를 중재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로, 조속한 협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기자
“시의회 반대 입장 표명 유감”이전 추진위 “동부권 주민 모두 원해… 행동으로 보여줘야”화성시 동부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군공항 이전 화성추진위원회’(화성추진위)가 수원 군공항 이전에 반대 입장을 밝힌 화성시의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화성추진위는 23일 오전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시의원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의정활동을 펼쳐야 한다”면서 “동부권 시민 모두가 원하는 군공항 화옹지구 이전을 위해 지역구 시의원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지난 17일 화성시의회가 의원 만장일치로 ‘수원 군공항 화성시 이전 결사반대’를 결의한 데 대해 반발했다. 화성 동부권 주민들이 수원 군공항으로 소음피해와 고도제한 등 불편을 겪어왔다는 점을 외면한 처사라는 것이다. 추진위는 “동부권지역 시의원이 이전반대 결의에 참여한 것은 지역의 애환과 민원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이런 지역구 시의원은 필요 없다”면서 “시의원의 반대 활동에 대응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강구해 확실하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화성시 인구 65만 명 중 수원 군공항으로 직접 피해를 본 인구가 20만 4천 명”이라며 “낙후지역 발전의 기회인 만큼 주변을 개발해 상생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이관주기자 “분노한 시민, 의지 보여줄 것”반대 대책위, 오늘 결의대회… 28일엔 국방부·수원시청서 집회 화성지역 수원군공항 이전 반대측이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선다. ‘군 공항 이전 반대 화성 범시민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11시 화성시청 대강당에서 화성시의원 전원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하는 ‘군 공항 이전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매향리에서 소규모 반대 집회를 갖기로 한 당초 계획을 바꿨다. 시 전역의 반대 의지를 확인하고, 집행부ㆍ의회와 함께 국방부와 수원시를 압박하자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28일에는 국방부와 수원시청 앞에서 1천여명이 참여하는 상경집회를 연다. 시의원 전원과 읍ㆍ면ㆍ동별로 1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국방부 앞 릴레이 1인 시위와 매주 1회 읍ㆍ면ㆍ동 결의대회, 월 1회 전체 집중 집회, 시민 10만 명 서명운동 등도 펼칠 계획이다. 김선근 반대위 상임대책위원장은 “국방부와 수원시의 군 공항 이전 추진으로 화성시민 모두가 분노했다”면서 “결의대회를 통해 화성시민의 총력 투쟁 다짐과 동ㆍ서를 초월한 통합된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의회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제161회 임시회에서 ‘수원 군 공항 화성시 이전 반대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의결한다. 특위에는 전체 18명의 의원 중 9명이 참여한다. 화성=박수철ㆍ여승구기자
30년 가까이 악취와 분출가스로 인근주민에게 큰 피해를 줬던 안산시화쓰레기매립장이 꽃과 나무, 숲이 어우러지는 수도권 최대 규모 정원으로의 탈바꿈을 시작한다. 경기도는 지난 1989년부터 1992년 2월까지 수원 등 인근 8개 시군의 생활쓰레기를 매립한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665-55ㆍ665-57번지 일대 45만1천432㎡에 난지도 등 기존 쓰레기매립지 활용방안과 차별화되는 세계적 관광 명소를 조성하기 위한 ‘(가칭)세계정원 경기가든’에 대한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이곳은 도 소유 부지로, 1994년 쓰레기매립이 종료된 곳이다. 도는 20년간의 환경안정화 작업이 지난 2016년 1월 완료됨에 따라 이 부지의 활용 방안을 고민해 왔다. 그러다 도는 기존 골프장이나 도시공원과는 차별화된 생활 속 정원문화 진흥과 시민 체험공간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직접 조성·관리하는 정원을 만들기로 했다. 오는 10월까지 8개월에 걸친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서는 기초 및 타당성 조사는 물론이고 개발방향 설정과 정원 기본 구상, 경기가든센터 등 시설 및 국내외 모델정원 조성 방안, 정원문화진흥 및 주민 커뮤니티 공간 활용방안,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개발, 투자 및 관리·운영계획 등 물리적 부분과 기술적 부분이 구분돼 진행된다. 이 중 경기가든센터는 정원산업진흥을 위한 공간으로 정원산업의 창업 및 경영컨설팅 지원,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 자료수집·보존·전시, 회의실 및 교육실, 정원용 식물·시설물·재료 등의 생산·유통·판매장 등이 반영·구성될 예정이다. 도는 용역이 진행되는 동안 그동안 매립쓰레기로 말미암은 악취와 분출가스 등으로 건강과 재산 피해를 감내해 온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방침이다. 도는 (가칭)세계정원 경기가든이 조성되면 인근 40만㎡ 규모의 안산갈대습지공원, 47㎡ 규모의 화성비봉습지공원과 연계해 132만㎡의 국내 최대 규모 정원·에코 벨트를 탄생시킬 예정이다. 이는 111만㎡ 규모의 순천만 정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신광선 도 공원녹지과장은 “세계정원 경기가든을 단순히 수도권 주민의 여가·휴식공간을 넘어 정원문화 산업을 견인할 수 있는 특화지역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지역주민과 함께 조성하는 정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일형기자
인천시가 소상공인 상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경기도 부천 상동 복합쇼핑몰 건립사업을 둘러싸고 부천시와 상생방안 마련에 나섰다. 23일 인천시와 부천시 등에 따르면 이날 시 경제정책과는 부천시청을 찾아 부천시 도시정책과 담당자들과 상동 복합쇼핑몰 관련 실무 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인천시는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인접한 지방자치단체와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유통법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려면 ‘건축허가 신청 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해당 지자체에 제출하게 돼 있다. 또 산업부령으로 정하는 3㎞ 이내에 위치한 인근 지역의 지자체는 복합쇼핑몰 건립 관련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문제는 사업시행자가 내놓은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가 결함이 있어도 이미 건물이 완공된 상태에서 사업을 무산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인접 지자체장의 의견 제시는 권고사항일 뿐 이행할 의무는 없다. 인천시 관계자는 “(신세계컨소시엄 측과)사업 추진 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의 제출시기를 ‘영업시기 전’에서 ‘건축허가 신청 시’로 하고, 인접 지자체장의 ‘의견 제시’를 ‘합의’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인천시의 요구에 부천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덕현기자
엄마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이 기자는 아플 때, 힘들 때 그러니까 힘내서 세상과 치열하게 싸워야 할 일 있을 때 엄마 음식 생각이 난다.먹고 싶은 음식도 뭐 별것 아닌 것들이다. 삶은 팥을 곱게 갈아 만든 진한 팥 국물에 두툼한 칼국수를 넣고 끓인 팥 칼국수, 직접 주운 도토리로 쑨 도토리묵, 봄철에 제격인 간식 쑥 개떡, 그리고 추운 자주 먹던 담백한 소고기 뭇국… 뭐 이런 것들이다.이 아무것도 아닌 음식들, 막상 사 먹으려고 하면 마땅한 곳이 없다. 직접 해먹기엔 절대 쉽지 않은 음식들이라 꼭 엄마를 찾게 된다.엄마가 해 주는 음식 먹고 나면 힘이 난다. 그러나 요즘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가족 중심의 밥상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급식문화가 대신하고 있다.특히, 요즘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생활이 빨라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먹는 급식이 제대로 나오는지, 영양은 고른지, 자극적이진 않은지 등등 걱정이 많다.초등학교 예비 학부모인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어린이집에서의 급식은 식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첫 단체급식으로서, 균형된 메뉴, 올바른 식사 습관과 더불어 건강한 먹을거리를 통한 감사의 한 끼가 되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그래서 22일 성남시 국공립 판교제2어린이집 1일 조리 교직원으로 나섰다. 단체급식소에서 체험을 위해서 분당보건소를 방문해 건강진단도 마쳤다.■ “아이들 먹거리 만큼은 절대 양보 안해요”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위치한 판교제2어린이집(원장 이문옥)은 성남에서 먹거리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이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에게 언제든지 밥 먹으러 오라고 권한다. 또 지역 정치인이 예고 없이 찾아와 급식을 먹어보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이다. 이문옥 원장은 “판교제2어린이집은 영양사, 조리사를 통한 철저한 위생관리와 과학적인 영양관리를 실천하고 있어요. 계절에 맞는 자연식과 양질의 식자재를 이용해 직접 조리해 제공하고 있으며 철저한 위생관리지침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고 무엇보다 조리실 식구들의 손맛과 정성 그리고 팀워크가 최고다.”고 평가했다. 과연 그렇다면 판교제2어린이집 원생 138명과 교직원 25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손창미 영양사, 라정희ㆍ김숙희 조리사의 비밀병기는 무엇일까? 22일 오전 8시에 만난 손창미 영양사는 “어린 시절 밥을 먹는다는 건 단지 배를 채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렸을 때의 식습관은 쉬 바뀌지 않고 어른이 돼서도 지속되기 때문에 오늘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의 체험이지만 신속, 정확하게 그리고 우리 가족 식사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이날 점심 메뉴는 마파두부밥, 유부장국, 브로콜리숙회, 김치. 여기서 끝이 아니라 오전 간식으로 떠먹는 요쿠르트와 오후 간식 고구마와 우유까지. 오전 10시, 간단하게 오전 간식을 마치고 나서 점심 식사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라정희, 김숙희 조리사는 메인 메뉴인 마파두부밥에 들어갈 양송이 버섯의 껍질을 깠다. “그냥 물에 살짝 헹궈서 쓰면 되는데 왜 귀찮게 일일이 까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라정희 조리사는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내 자식들 먹이는데 귀찮은 게 어디 있어요. 우린 아이들 먹는 것만큼은 절대 양보 안해요. 비싸더라도 좋은 식자재 쓰고, 힘들어도 사과 한쪽도 그냥 내주는 법이 없어요. 토끼 모양으로 사과를 잘라 주면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요. 이게 다 교육인데.” 기자는 눈치껏 왔다갔다하며 일손을 돕다 조리실 한 쪽에 붙어 있는 영유아별 알레르기 식품표를 발견했다. 김숙희 조리사는 “견과류, 갑각류, 우유, 파인애플, 우유 등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거나 먹으면 안 되는 경우를 각 반별 원생 리스트를 만들어 참고하고 있어요.못 먹는 음식 대신 꼭 대체식품을 준비하죠.” 아이들 식성뿐 아니라 교사들의 입맛과 좋아하는 음식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훤히 꿰고 있는 이들은 요리하는 동안 어떻게 하면 맛있게, 정성스럽게, 예쁘게 해서 먹일까를 고민하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아이들 배꼽시계가 울리기 전인 12시 직전까지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틈 없이 바쁜 식사 준비가 이어졌다. 영유아기의 식습관이 성장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일생동안 식품에 대한 가치관 형성과 건강 유지에 큰 영향을 준다는 신념하에 이들은 뭐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 “깨끗하고 맛있고 정성스럽게” 점심시간에 맞춰 각 반으로 식사가 배달되고 행복한 식사시간이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브로콜리 더 주세요’, ‘김치 맛있어요’, ‘잘 먹었습니다’ 등 아이들의 맛평가와 귀여운 감사인사가 쏟아졌다. 급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님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하신 말씀이 새삼 떠올랐다. 라정희 조리사는 “우리 아이들 맛있게 먹는 거 이쁘죠? 이 맛에 힘든줄 모르고 일해요. 집에선 먹지 않는 멸치볶음과 나물을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요. 어머님들이 어떻게 요리해서 주기에 집에서 먹지 않은 나물 등을 잘 먹냐며 레시피를 여쭤 보세요. 어린이집 급식은 철저한 교육입니다. 급식을 통해 심신발달은 물론 식사예절을 통한 편식교정, 올바른 식습관 형성 및 인성교육이 기여하는 것이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의 식사가 끝나자 설거지가 산더미같이 쌓였다. 조리실 식구들은 식은 죽 먹기처럼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바로 오후 간식 준비를 시작했다. 기자가 설거지를 위해 고무장갑을 끼자 “어, 그 장갑은 설거지용이 아닌데….”라고 손 영양사가 다른 장갑을 건넸다. “고기와 야채 도마를 달리 쓰고, 장갑도 식자재 세척용과 설거지용이 따로 있어요. 매일 행주도 삶죠. 아무리 먹을거리 품질이 좋아도 위생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매일 하수구 청소까지 해요.” 이처럼 판교제2어린이집 급식은 영양사와 조리사의 깐깐함과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철저한 철학이 완성한 작품이다. 요즘 현실은 집밥을 허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맞벌이 가정이 대세여서 가정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계속 줄어들고 외식문화로 인해 인스턴트 음식에 입맛이 길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린이집 급식을 통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한 끼의 식사를 통해 예절교육부터, 영양ㆍ경제ㆍ환경ㆍ공동체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와 조리사는 단순 아이들의 영양을 공급해주는 이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음식으로 아이들의 몸과 정신 그리고 영혼을 살찌우는 귀한 사람들이다. 6시간 동안 체험을 하면서 찾아보려고 했던 특별한 비밀병기는 없었다. ‘우리 아이한테 먹인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단 하나의 원칙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문옥 원장은 “전 세계인의 0.3%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한 유대인들이 꼭 지키는 원칙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바로 가족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고 아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밥상에서는 절대 혼내지 않는다고 해요.사랑이 넘치는 식탁은 아이의 정서를 안정되게 해주기에 오늘도 우리 아이들에게 배부름은 물론 심리적 포만감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성남=강현숙기자사진=김시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