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의원 “질병관리본부, 가습기메이트 면죄부 줬다”

지난 2011년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가습기살균제 흡입 독성실험에서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메틸이소티아졸리논) 제품은 애초에 독성이 나타날 수 없는 조건에서 실험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질본은 실험 직전 이같은 사실을 안전성평가연구소로부터 보고받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가습기국정조사특위 소속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인천부평갑)은 질본과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 담당자들이 실험 직전 주고받은 메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정 의원이 공개한 메일에 따르면, 2011년 9월 18일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흡입 독성실험에 사용될 가습기살균제의 노출 농도를 논의한 결과를 질본에 메일로 보고했다. 당시 메일에는 유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 용량인 무독성량이 CMIT/MIT의 경우 0.34㎍/L 이상이어야 하지만, 시험방법과 기술적 한계로 독성이 확인될 수 있는 조건이 아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흡입 독성실험에서 쓰여진 가습기메이트의 노출량은 1.80㎍/L로, 이 가운데 주요성분인 CMIT/MIT는 0.16㎍/L이었다. 무독성량인 0.34㎍/L 보다 현저히 낮아 독성 자체가 발현될 수 없는 구조였다. 이와 관련, 안전성평가연구소는 결론을 빨리 내려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농도로 실험하지 못했고, 가습기메이트의 경우 CMIT/MIT 성분이 매우 미량이라 원인미상 폐질환 발병과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었다고 답했다. 당시 실험결과로 폐손상과 연관성이 밝혀진 PHMG 성분 살균제의 제조·판매사는 공정위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CMIT/MIT 제조·판매사는 수사를 면할 수 있었다. 정유섭 의원은 “당시 질본 실험이 CMIT/MIT 살균제품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게 된 꼴”이라며 “질본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왜 묵인한 것인지, 또 당시 추가실험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왜 수락하지 않았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현기자

[인천 남동농협 주부대학] 20여년 뿌리내린 농촌봉사… “태풍도 우리 열정 못 막죠”

“농촌은 언제나 마음의 고향입니다” 인천 남동농협(조합장 김완희) 주부대학총동창회(회장 엄용자)가 오랫동안 열정적인 농촌봉사활동을 펼쳐 인천의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1987년 처음 시작된 남동농협의 주부대학(3개월 과정)은 지금까지 23기(140명) 4천12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주부대학을 졸업한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열성적인 지역 여성들이 봉사단을 만든지 어언 30여년이 가까워지면서 그동안 이들이 보인 모범적인 활동이 찬사를 받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만수동 남동농협 주변엔 논과 밭, 과수원 등 농촌지역이 많았다. 만수동과 구월동, 서창동, 수산동, 도림동 등지에 주로 거주하던 이들 농협주부대학 졸업생들은 모내기, 밭 김매기, 추수하기, 원예지원 등 농촌 곳곳의 일손을 지원했다. ▲ 주부대학 졸업생들이 ‘사랑채움 김장김치 나눔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후 남동지역의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10여년 전부터는 과수원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 5월13일 90명의 농촌일손돕기 봉사대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배열매솎기 4회, 포도봉지 씌우기 등 5회의 작업을 벌였다. 이원례 부회장(55)은 “올해는 봉사 당일 비가 오는 바람에 취소했다가, 비가 그치자 회원들이 번개처럼 집결해 다시 과수원에 거의 다 모여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이들은 지난 2002년 8월 말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휩쓸고 갔던 때 활발한 봉사활동으로 귀감을 샀다. 당시 최대 순간풍속이 초당 39.7m에 달하는 태풍으로 인천에도 많은 비가 내리면서 큰 피해를 남겼다. 하지만 주부 봉사대원들은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배 과수원으로 달려가서 땅에 떨어진 낙과를 주웠다.순식간에 불어난 빗물로 배 밭에는 금세 도랑이 형성됐고, 배는 골을 따라 마구 떠내려 갔다. 흘러가는 배를 하나라도 더 줍기 위해 봉사대원들은 물 속에 들어가야만 했다. 빗물 속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작업을 했던 단원들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코끝이 찡하다고 한다. 갖가지 위기가 닥쳐도 봉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과수원 작업 중 갑자기 비가 와서 낡은 원두막으로 피신했는데, 원두막이 무너져 봉사단원들이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는데, 당시 원두막내 냉장고가 함께 쓰러져 큰 부상을 입을 뻔 한 기억도 있다. ▲ 지난 5월 주부대학 졸업생들이 지역 어르신들께 사랑의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사다리를 타고 나무에 올라갔다가 사다리가 넘어지면서 떨어져 갈비뼈 골절로 병원 신세를 진 회원도 있다. 이명자 총무(52)는 “농촌 봉사활동으로 하루일과가 끝난 후 돌아보면 주부들이 그 많은 일을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무척 보람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부들의 일손돕기로 남동구 지역에서 배와 포도 등을 재배하는 30여 과수농가들은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엄도흥 하나로배작목반 반장(56)은 “남동구 일대 과수농가들은 거의 같은 시기에 수십명씩의 작업인력이 필요한데 해마다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열매솎기와 봉지씌우기 등 작업을 도와주는 농협주부대학 봉사단의 활동이 20여년째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대학 졸업생들의 봉사는 농촌일손돕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창단 초기부터 인천 곳곳에서 불우이웃돕기와 자원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온 것. 4년 전부터는 매월 두차례씩 인천시 동구 송현동 무료급식소 ‘성언의 집’에서 급식 지원봉사를 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급식지원 봉사에 나선 주부들은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자비로 반찬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2003년부터 매년 11월 11일(가래떡 날)엔 여러가지 떡을 남동농협 입구에서 판매했다. 떡을 판매해 거둔 수익금 전액은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는 매년 1~2차례씩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열고 있다. 음식과 헌 옷, 농산물 등을 판매하고 물물교환을 주선한다. 인천 뿐 아니라 타 지방 농민을 위한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고창 해리농협에서 농수산물, 김, 고추, 복분자, 오디, 블루베리를 가져와 판매하고, 강화 아일랜드 표고버섯 농장의 버섯과 강원도 삼척의 고랭지 절임배추, 산나물(곰취, 더덕, 명이나물 등) 유통도 도왔다.강원도 홍천 농민들과는 지난 2001년 자매결연을 맺고 홍천의 찰옥수수를, 화성 정남농협 농민들로부터는 잡곡(찹쌀, 현미, 콩 등)을 가져와 인천의 도시민들에게 직거래 하도록 했다. 전남 신안에서는 비금도 소금을 가져와 팔기도 하는 등 전국 각지의 농산물을 가져와 도농 직거래를 지원했다. 엄용자 회장(60)은 “작은 일이지만 주부대학 선후배들은 신토불이의 개념으로 고향에 온 느낌, 순수한 마음으로 즐겁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마음이 따뜻한 신입후배들의 지원을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신호기자 사진=남동농협 제공 ▲ 김완희 남동농협 조합장 인천 남동농협은?지역농민·서민 위해 헌신하는 ‘든든한 버팀목’임직원 매년 농가지원 사업 동참건전여신 ‘1조원 달성탑’ 수상도“남동농협 주부대학 졸업생들의 봉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시민과 조합원, 농민을 위해 헌신하는 남동농협이 되겠습니다”.남동농협은 지난 1987년 처음 주부대학이 문을 연 이후 지속적으로 주부대학과 호흡을 맞추며 지원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김완희 남동농협 조합장을 비롯한 남동농협 직원들은 운연동, 도림동, 서창동 일대의 일손 부족 농가 지원사업 등에 매년 수차례씩 동참하며 주부대학 봉사단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2천300여조합원이 소속된 남동농협은 재정건전성도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농협중앙회로부터 상호금융 건전여신 1조원 달성탑을 수상했다. 1969년 12월26일 조합 설립 이래 46년만에 대출금 1조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며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다지게 된 것이다. 관내에 대기업 여신 기반 없이 농민과 도시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지난해엔 경제사업 234억원, 예수금잔액 1조3천308억원, 대출금잔액 1조608억원, 보험유효계약고는 2천974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 또한 금융감독원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적용기준으로 인해 23억여원을 추가로 적립하고 30억1천만원의 실적을 거뒀다.올해 남동농협의 상호대출금액은 6월 말 기준 1조1천619억원. 지난해 말 대비 1천1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9.53% 성장했다. 연체비율도 0.45%의 우수한 성적을 냈다.남동농협은 경영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교육지원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2년에 한번 격년제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조합원 본인과 배우자에 독감 무료접종도 하고 있다.조합원들의 영농작업을 돕기 위해 비료는 40만원, 농약은 25만원, 퇴비는 3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영농회별로는 무료로 공동방제를 실시하고 작목반에 따라 상자와 포도봉지, 농자재, 친환경자재 등을 지원한다.또 농업경제 부문에서 친환경 강화와 산지유통의 활성화, 영농자재의 안정적 영농지원 및 농기계센터와 농기계 사업기반이 해마다 넓어지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김신호기자

경기도의회 예결특위 상임위화…연정계약서 포함 본격 추진

경기도의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2기 연정 계약서에 예결위 상임위화를 위한 용역 추진을 세부추진과제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17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기 연정 계약서에 담긴 36개 핵심과제 중 지방의회 독립적ㆍ전문적 기능 강화 과제의 세부추진 과제로 ‘예결특위의 상임위 제도화를 위한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위로 보름간 운영되는 기존 예결위 구조에서는 30조 원에 달하는 도ㆍ도교육청 예산심의가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윤재우 수석대변인(의왕2)은 “예결위의 권력화에 대해 일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더민주 연정 계약서 TF에서 도민의 혈세를 아끼고 올바르게 쓰기 위해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면서 “예결위 상임위화를 위해 일단 타당성 용역부터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이어 “경기도ㆍ새누리당과의 연정계약서 협상과 용역 기간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번 9대 도의회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조례 개정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예결위 상임위원화 방안은 지난 2014년 말 남경필 경기지사가 예결위를 상임위원화해 도기획조정실과 예산 편성을 상시 의논하자고 제안하면서 공론화됐다. 그러나 예결위를 상임위화 할 경우 도의회 내 권력이 예결위로 집중되는 것은 물론 다른 상임위가 상대적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되면서 추진이 미뤄져 왔다. 박준상기자

잇따른 화재에도…갈길 먼 중소기업 화재 대비책

최근 경인지역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화재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재해ㆍ사고로 인한 손해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이 손실을 최소화할 사후 대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화재보험 가입도 쉽지 않은데다 중소기업 관계기관이 펼치는 지원대책에 대한 인식도 낮아 활용률이 저조하다. 17일 도내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소기업 공장 등에서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광주의 한 유아용 매트 제조업체에서 불이 나 건물 5개 동이 소실되는 손해를 입었다. 앞서 6월에도 인천의 한 도금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9천5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보는 등 최근 5개월간 한 달에 한 번꼴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화재로 인한 막대한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대비책에는 취약한 형편이다. 대표적인 구제방안인 화재보험은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 중소기업이 가입하기 쉽지가 않다. 화재 위험이 큰 가구ㆍ목재ㆍ플라스틱 업종은 일반 화재보험 가입 장벽이 높고, 이 외 업종의 기업도 화재 예방 시설을 완벽히 갖춰야만 가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화재보험은 매년 감가상각이 이뤄져 연간계약을 통해 손실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도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부분 규모가 영세해 화재 예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기 쉽지 않아 일반 화재보험의 까다로운 가입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관계기관들이 화재를 비롯한 재해로 손실을 본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 또한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위험 업종의 보험 가입을 완화하고자 ‘파란우산 손해공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8월 현재 가입한 도내 중소기업 수는 200여곳(0.02%)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화재를 비롯한 재난사고로 일시적 경영 애로를 겪는 기업에 지원하는 ‘긴급경영안전자금’ 또한 실제 수혜 기업은 지난해 36곳, 올해 8월까지 11곳에 그친다. 매출액 감소로 지원받은 기업을 포함한 점을 고려하면 화재 발생 등으로 지원받은 기업은 더 적을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지원 제도들이 아직 출발 단계라 기업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재난 손해를 입은 기업들이 지원 제도를 잘 활용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유병돈기자

폭염으로 개학 연기

과수농가 일소 피해

[천자춘추] 폭염과 농부의 마음

필자가 사는 10층 아파트 밖은 푸른 농경지가 펼쳐져 있다. ‘오! 푸른 바람 불어와 푸른빛 물결 일으킨다네, 오! 온통 푸른 이 목장 수풀은 잘도 자랐네, 헤이’ 아파트 거실에서 푸른 농경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중학교 때 배운 푸른 목장이란 노랫말이 절로 떠오른다. 겨울철 농촌은 생기 발랄한 도시에 비교하면 쓸쓸하기 그지없다. 농작물을 수확하고 난후의 빈 농경지와 여기저기 비어 있는 집들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노인 몇 분만이 옹기종기 마을회관에 모여 계시는 것을 보면 내년에 저 많은 땅들이 가꾸어 질까 하는 걱정마저 든다. 하지만 봄이 되면 예년과 같이 주변의 모든 땅들에 작물들이 심어진다. 땅을 놀리지 않는 농부들의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농작물이 심어진 논과 밭은 국민 모두에게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경제학에서 어렵게 표현하는 외부효과란 용어의 예로 이처럼 적절한 것이 또 있을까.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농사짓기가 높기로는 선비만 못하고 이익으로는 장사만 못하고 편안하기로는 공업만 못하다’고 하였다. 귀농이란 이름으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고, 스마트 농업이란 말도 유행하지만 농업이 어려운 것은 다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국토를 푸르게 하는 일등 공신인 쌀값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아무리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농사란 때가 있는 법이다.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도 따 말려야 하고 늦기 전에 참깨도 베어서 털어야 한다. 배동받이가 시작한 벼에게 물을 충분히 대어주어야 하며 논두렁에 심은 콩도 건사해 주어야 한다. 오죽하면 ‘어르신 여러분 더위 때는 제발 쉬세요’하는 현수막을 여기저기에 붙여 놓고, 폭염 경보가 발령될 때는 ‘오후 5시까지는 일하지 마세요’라는 마을 방송도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농작물들이 농부들을 가만두지 못한다. 이상 기후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기후가 빠르게 변화는 나라도 많지 않다고 한다. 좁은 국토에 지나치게 많은 공장과 도시적 시설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20㎞의 논을 전부 주택용지로 전환하였을 때 평균 기온이 1℃ 상승한다고 한다. 이제 머지않아 온 국토는 황금빛으로 물들을 것이다. 가을 농촌 들녘의 풍성함은 생활고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쌀농사를 지어도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지푸라기 밖에 없어요’라고 하는 어느 할머니 농담 섞인 푸념에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아름다운 농촌풍경이 연출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국민 모두에게 그리고 우리 국토에서 농은 무엇인가를 곰곰이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