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펜션에 직원 동원 논란⋯ 인천시, 시설공단 이사장 감사 착수

인천시설공단 직원들이 이사장 개인 펜션을 수시로 찾아 시설 보수 등을 해 논란(경기일보 12일자 1면)을 빚는 가운데, 인천시가 시설공단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14일 시에 따르면 15일부터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 있는 시설공단 본사를 비롯해 강원도 양양의 김종필 이사장 개인 펜션 등을 찾아 ‘직원 잡일 동원 의혹’을 확인할 계획이다. 시는 우선 노무담당 부서 등을 통해 그동안 이 펜션에서 직원들의 친목도모 등을 위한 모임이 얼마나 자주 이뤄졌는지, 그리고 참석자 등에 대해 파악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지난 12일 시설공단에 이 펜션 모임과 관련한 자료 일체를 요청했다. 시는 참석자 등에 대한 광범위한 면담 등을 통해 모임 참여의 강제성 여부, 참여자 모집 당시의 분위기, 현장에서 잡일을 한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시설공단의 임직원 행동강령에 따른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지시’를 위반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시설공단 임직원 행동강령 시행 내부규칙은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는 지시, 업무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지시, 자율성 보장에도 행위를 강요하는 지시 등은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지시로 규정하고 있다. 김 이사장의 직접적인 지시가 없었더라도 전체적인 펜션 모임 분위기에 간부들의 강요성이 있다면, 이 같은 행동강령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시는 또 현재 직원들이 이 펜션에서 잡일을 한 것이 공무원 행동 강령상 사적 노무 요구 금지 조항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2·3조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을 행사해 직무관련자 또는 직무관련 공무원으로부터 사적 노무를 제공받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는 부당한 지시·요구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에는 김 이사장 펜션의 친목 모임을 ‘양양행’으로 규정하고 각종 추가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 당초 알려진 2~3개월에 1~2차례가 아닌 각 부서별로 돌아가며 매주 주말에 2박3일 코스로 양양행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확산하고 있다. 또 직원들끼리 사비를 모아 간부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거나 시설 보수 용품을 구매토록 했다는 의혹도 있다. 여기에 일반 사무직 직원보다 보수를 잘하는 기술직이 더 많이 양양을 가거나, 펜션이 비좁아 밖에서 잤다는 주장도 시설공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많은 직원이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직원 면담이나 내부 문서 검토 등을 통해 최대한 빠르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규정에 따른 원칙적인 감사를 벌여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지난 12일 논평을 내고 시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김 이사장의 잘못 인정 및 직원 대상 사과 등을 촉구했다.

‘못 말리는’ 이장님들⋯ 통제 수단 없다 [선 넘는 우리동네 권력자들]

경기지역 마을대표들의 생활밀착형 비위가 만연한 이면에는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통제 장치의 부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마을대표들은 관청에서 민간으로의 정보전달과 관청 사업에 대한 민간 협조, 지역 민원전달 등 민관 사이에 가교이자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행정이 실현되는 말초 단계에서 이들의 역할은 상당해 행정을 실제로 집행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경우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경기지역 한 지자체 공무원 A씨는 “마을대표들은 주로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지역사정에 대해 밝고, 관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맡는다”며 “사업 수행에 있어서 이들의 도움을 받은 경우와 받지 않은 경우, 효율성과 효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을 통제 관리할 지자체가 오히려 이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공적업무를 수행하지만 실제로는 민간인 신분이어서 공무원과 같이 엄격한 잣대나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마을대표들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공무원에게 적용하듯 감시, 견제, 동의 등의 절차나 수단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도 이들의 통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마을대표들이 주로 활동하는 농촌지역은 고령화가 심각해 지역민들 역시 마을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역할과 권한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앞서 제기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적절한 통제장치나 견제수단은 미비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대표들은 정부의 지원 사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아 자신들의 지위를 불법적으로 사용해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아울러 관청의 사업을 보조하면서 공무원들과 형성되는 밀접한 관계 역시 이들의 힘을 더하고 있다. 권혁성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장은 “관청과 가깝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일종의 정보권력으로 볼 수 있다”며 “보통의 사람들은 민원을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행정 일련의 과정을 알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축적된 구조로 마을대표 제도가 비리 등에 취약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대표들은 공무원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챙기는 공적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개개인 스스로가 공익적 가치 추구를 우선할 수 있도록 교육 등의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천 부동산 악화일로… 아파트 사업 포기·반납

건설업체가 인천지역 아파트 사업승인을 반납하고 건설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지방의 아파트 건설 사업 포기 여파가 수도권인 인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라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도시공사(iH)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경제청은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1천200여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취소했다. 사업자인 A건설은 지난해 이 아파트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분양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사업을 포기,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철회를 신청했다. A건설은 사업을 포기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아파트 부지를 반납할 예정이다. A건설 관계자는 “건설 자잿값 등이 치솟아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고, 현재 부동산 경기 상황에서는 사업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이 같은 아파트 건설 사업의 전격 취소를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업자가 분양을 하다가 미분양 등으로 한계에 달했을 때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건설은 사업 승인까지 받아놓고, 분양 시도조차 하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한 종합건설업체 관계자는 “인천 곳곳에서 아파트 건설 사업이 지연하는 상황은 있지만, 분양도 안 해보고 포기 하는 경우는 최근 10년간 없었다”며 “업계도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시작한 아파트 건설 사업 포기 여파가 인천 등 수도권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또 B건설은 지난해 서구 가정2지구 308가구 규모의 아파트에 대한 사전청약까지 받았다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사업을 취소했다. 이와 함께 서구 검단신도시에서는 사업 지연도 잇따르고 있다. C건설은 최근 검단신도시 AA32BL의 약 3만8천846㎡(1만1천771평)에 대한 토지매매대금 잔금인 230억원을 납부하지 못해 iH에 납부 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C건설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미분양 등을 우려해 PF가 늦어지면서 납부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며 “올 하반기 PF 및 분양 등 사업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아파트 사업 취소·지연이 주택 공급에 차질로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가격 급등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도시는 도시계획 차질 우려도 크다”며 “정부가 나서 건축 단가의 현실화로 주택 공급이 예정대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 오진에 주저앉고… 보상도 없어 무너진 삶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⑤]

세계적 수준이라는 현대의 첨단 의료시스템 속에서도 희귀질환자 중 상당수는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수많은 오진을 경험하며 오랜 시간을 들여 여러 병원을 떠돌고 있다. 이 기간이 길수록 의료비 부담은 물론이고 신체적·정신적 고통까지 극심해지지만, 이를 보상받을 길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 오진에 13년간 휠체어 신세...“의사 과실로 보기 어려워” 희귀질환자들은 잘못된 진단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서 장기간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상받기는 힘들다. 희귀질환의 특성상 다른 질환으로 오진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워서다. 지난 2017년 오진으로 13년간 걷지 못한 희귀질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배상액이 너무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A씨는 10년 넘게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다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희귀질환인 ‘세가와병’ 진단을 받았고, 약물 치료를 통해 일주일 만에 걸을 수 있게 됐다. A씨의 가족은 처음 오진한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배상액은 1억원뿐이었다. 당시 의료 기술로는 세가와병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인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는 “희귀질환의 경우 선천적이거나 유전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의 오진을 귀책사유로 특정하기 힘들다”며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알아내기 힘든 경우도 많아 판례를 보더라도 오진으로 인한 배상을 받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 오진과 진단 지연의 반복... 보상도, 대안도 없다 이처럼 의사가 정당한 진료 과정을 거쳤음에도 오진을 했다면 의사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물론 책임을 물어서도 안 된다. 자칫 희귀질환에 대한 진료 자체를 꺼리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귀질환자들의 진단 방랑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 지원이 부족한 건 분명한 문제다. 경제적 부담과 심적 고통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 희귀질환자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의 대안과 관련 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는 희귀질환자 치료비의 본인부담률을 10%까지 낮춰주는 산정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과중한 의료비 부담으로 사회·경제적 수준 저하가 우려되는 희귀질환자에 대해 의료비 지원도 하고 있다. 기준에 따라 월 30만원의 간병비, 보조기기 구입비, 특수식이 구입비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만 지원을 받는 제도기 때문에 오진을 거치며 허비한 시간을 보상받진 못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희귀질환의 진단 시기를 앞당겨 오진을 줄이는 일이다. 희귀질환은 80% 이상이 유전적이거나 선천성 질환이다. 조기 진단을 통해 가족 내 대물림을 예방하고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희귀질환 진료지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등 17개 병원을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경기지역은 분당서울대병원과 아주대병원 두 곳에서 희귀질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권역별 거점센터에 대해 모르고 있는 희귀질환자들이 많아 정작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희귀질환 환우 대상 국가 지원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거점센터에 대해 몰랐다고 응답한 비율이 57.5%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51.6%)은 거점센터에서 진료 및 치료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알았다면 이용했을 것이란 얘기기도 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내 희귀질환 오진을 막을 대안으로 꼽히는 ‘유전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희귀질환의 유전상담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80%에 달했다. 희귀질환 진단을 위한 유전자상담을 위한 전문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도 65%로 나타났다. 전문가 제언 아주대의대 의학유전학과 김현주 명예교수 “정확한 진단·조기대응 해결책 유전상담서비스 활성화 시급” 아주대 의대 의학유전학과 명예교수이자 한국희귀질환재단 이사장인 김현주 교수는 오진과 진단지연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전상담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드문 질환이기 때문에 오진을 막기 힘들다. 의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면 희귀질환 진단을 꺼리게 될 것”이라며 “국가는 환자들이 더 이상 진단 방랑을 겪지 않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전상담 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과 조기대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2006년부터 ‘희귀난치성질환센터 Helpline’ 홈페이지를 통해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유전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의료 현장에서 유전상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정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유전상담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의료진의 시간적 여유, 비용, 전문성 등을 꼽았다. 그는 “국내는 아직 유전상담이 의료행위로 보험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의학유전학팀으로서 전문적인 유전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래 진료 역시 한 환자에게 10분 이상 할애하기 어렵다 보니 최소 30분 이상이 필요한 유전상담이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전문 유전상담 교육과 수련 경험이 없는 의사들도 많다 보니 유전상담 제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의료보험 급여도 받지 않는 유전상담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희귀질환재단에서 희귀질환 환자와 고위험군 가족에게 유전상담 서비스를 지원한 결과 환자와 가족들이 질환 극복에 도움이 됐다거나 유전상담 서비스의 지속적인 지원을 원한다고 답하기도 했다”며 “보다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맞춤형 유전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병명 알기까지 수년… 건강·돈·시간 다 잃었다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④]

첫아이의 특별함. 그 벅찬 마음을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올해로 14세가 된 이찬영(가명·양주)군도 정수현(가명·43)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첫아이였다. 그런데 찬영군은 태어났을 때부터 울지 않았다. 엄마 품에 한 번도 제대로 안겨보지 못한 채 각종 의료기기 위에 뉘어지며 검사에 검사를 거듭했다. 누구도 정확한 원인을 알려주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정씨는 자신의 탓인 것만 같은 마음이 들었다.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뛰어다녔다. 스스로 의사가 돼야 했다. 그렇게 2년. ‘펠란-맥더미드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알아냈다. 국내 유병인구가 200명도 안 되는 극희귀질환이다. 찬영이가 아프기 시작해 진단을 받기까지 치열하고도 애절했던, 그때의 기록이다. 2011년 7월19일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났다. 3.1kg, 정상 체중이다. 이름은 이찬영으로 지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우리 찬영이는 울지를 않는다. 혹시 어디가 아픈가. 걱정만 늘어간다. 2011년 8월1일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었다. 찬영이에게서 황달, 강직, 우심증, 우측 귀 청력 소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제 막 태어났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 걸까. 2011년 11월28일 저 작은 몸으로 MRI를 찍고 피검사를 했다. 제발 별일없기를 바랐는데, 뇌 병변이라고 했다. 심각한 지적장애와 사지강직으로 인한 보행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소뇌 이상이 있어 만약 진행성일 경우 근육 소실뿐 아니라 아이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2011년 12월20일 찬영이가 몹시 아프다. 병원에 가니 RSV폐렴이라고 했다. 뉴스에서 폐섬유화로 아이들이 많이 죽는다고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제발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 기도했다. 2012년 3월2일 처음 진단받았던 RSV폐렴은 폐쇄성폐질환이 됐다가 기도폐쇄성폐질환로 바뀌었다. 그리고 오늘은 만성기도폐쇄성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번에는 우리 아이가 나을 수 있을까. 제대로 된 병명은 맞는 걸까. 2012년 5월6일 찬영이가 입원했다. 찬영이의 시력에도 이상이 있었다. 사시 진단을 받았고 시력이 -3.65가 나왔다. 작고 소중한 우리 아이. 말도 못 하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2012년 5월20일 의사가 추가 검사를 하자고 했다. 부동시, 입체감 이상이 새로 나타났다. 그래서 걷지도 못하고, 뒤집기도 못 한다고 했다. 몇 달 사이 여기저기 진료를 받으니 우리 아이가 꼭 실험체가 된 것 같다. 2012년 6월20일 치료비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찬영이를 치료하려면 매달 1천만원 이상의 의료비가 필요하다. 남편과 상의 끝에 집을 팔기로 결심했다. 직장이 먼 남편은 자취방을 구해 혼자 살기로 했고 나는 찬영이와 병원에서 지내기로 했다. 우리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2012년 7월20일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보통 아이들은 주사를 맞으면 울 텐데, 왜 우리 찬영이는 울지를 않지. 아이가 병원에 오래 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다. 검사 결과 찬영이는 통증을 못 느낀다고 했다. 2013년 5월20일 답답하다. 아이가 도대체 어디가 아픈 건지도 모르겠고, 치료를 한다고 해서 좋아지지도 않는다. 남편과 나는 지칠 대로 지쳤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걸까. 다른 병원에 가봐야겠다. 2013년 7월24일 옮긴 병원에서 한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찬영이가 ‘펠란-맥더미드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극희귀질환이라니. 2년간 정확하지 않은 진단으로 아파했을 찬영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돈과 시간 모두 날린 것 같아 허망하다. ■ “의사도 원인을 모르겠대요”…희귀질환자의 진단방랑기 병명 하나를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세월을 쏟아야 했던 건 비단 찬영이만은 아니다. 경기일보는 남들은 쉽게 받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떠돌아야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눈앞이 보이지 않아요…‘모그(MOG)항체질환’ 김수일씨(가명·50·성남) 매일 똑같은 시간, 출근을 하기 위해 눈을 떴는데 몸이 이상했어요. 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죠.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지만 병원에선 ‘특별한 이상이 없다’며 집으로 가라고 했어요. 문제는 그날 새벽이었죠. 목 밑으로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된 거예요. 급하게 다시 간 병원에서 원인을 찾기 위해 3개월 동안 수많은 검사를 했어요. 첫 진단은 뇌염, 뇌수막염, 척수염. 두 달 반이 지나도 차도가 없자 약을 바꿨고, 다행히 하반신 마비 증상이 점점 사라졌어요. 퇴원을 3일 앞둔 어느 날,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어요.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시신경에 문제가 생겼다네요. 그렇게 받은 두 번째 진단은 시신경척수염이었어요. 암담했어요. 3개월 동안 들어간 병원비만 4천만원. 이후로도 두 번의 블랙아웃이 왔지만 원인은 찾을 수 없었어요. 한 번 더 블랙아웃이 되면 앞으로 평생 앞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죠. 그러던 어느 날 기사에서 ‘MOG(모그)항체질환’이라는 것을 봤어요. 제 증상과 너무 똑같았죠. 그렇게 4년 만에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된 거죠. #2. 손발이 굳어 갑니다…희귀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 김재석씨(가명·64·경기 광주) 어렸을 때부터 몸이 조금씩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학교에서 100m 달리기를 하면 1등으로 가다가도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진다거나, 친구들과 농구를 하다가 호흡이 금세 가빠지곤 했죠. 쪼그려 앉으면 뒤꿈치가 땅바닥에 닿지 않고 항상 들려 있었어요. 점점 손이 굳어 밥을 먹을 때 젓가락질하는 게 불편해질 정도였어요. 병원에 가서 근전도 검사를 받았는데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처방해 준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자, 의사는 제게 “종교의 힘으로 사셔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20대 초반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에 있는 모든 병원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다리에 있는 조직을 잘라내 검사를 하더니 ‘말초신경염’이라는 진단을 내렸어요.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지속적으로 먹었죠. 약 부작용으로 몸무게가 30㎏ 가까이 증가했어요. 살이 찌니까 걷는 게 더 힘들어졌고 약을 끊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20년이 지났을 무렵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샤르코마리투스’ 진단을 받았어요. 스테로이드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었던 거죠. #3. 다리에 힘이 없어요…‘유전성강직대마비(HSP)’ 이정우씨(가명·39·수원) 2008년쯤,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허공에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걷는 게 불편해졌어요. 30m만 걸어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일이 빈번해졌어요. 의사는 “척추에 디스크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수술을 받으라고 권했어요. 2012년, 더 큰 병원으로 옮겼고 일주일간 입원을 하며 검사를 받았어요. 의사는 ‘HSP’가 의심된다고 말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어요. 2015년, 또 다른 병원에 갔더니 ‘파킨슨 증후군’이 의심된대요. 모두 의심이 된다고 말할 뿐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는 못했어요. 병명은 알 수 없고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자 스트레스가 극심해졌고 증상은 더 심해졌어요. 다니던 회사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그러던 2021년 병원을 다시 옮겼고 그 병원에서 ‘HSP’ 확정 진단을 받았어요. 13년이 걸렸죠. 단 한 곳에서라도 저의 병에 대해 알고 계셨더라면 지금보다 몸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요.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병명 몰라, 병원 전전… ‘의료 난민’ 고행길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③]

‘1천일, 시간으로는 2만4천시간.’ 희귀질환자들이 ‘왜 아픈가’ 병명을 알아내는 데 평균적으로 쏟는 시간이다. 이처럼 희귀질환자들은 연속적인 오진 끝에 병명을 알아내고 있지만 이 같은 시간을 보상받을 길도, 예방할 길도 전무한 상태다. 1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희귀질환자들은 말 그대로 ‘희귀성’을 지니고 있어 관련 전문의가 부족하고 의사마다 해당 질환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오진의 가능성이 높다. 처음 간 병원에서 병명을 알아내 치료를 받는 일반 대중의 일상적인 상황이 이들에게는 꿈 같은 일인 셈이다. 희귀질환자들은 자신의 병명을 알아내기까지 여러 병원을 떠도는 ‘의료난민’ 신세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희귀질환 환우 대상 국가 지원실태 조사’를 한 결과 환자들은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는 데에만 평균 2.9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은 6년이 넘는 기간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병원을 전전했다고 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한 ‘희귀질환에 대한 다각적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미충족 수요조사 연구(2021년)’ 보고서에서도 희귀질환자들의 진단방랑기를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는 국내 희귀질환자 중 약 32.7%가 오진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와 있다. 결국 3명 중 1명은 희귀질환으로 진단받기까지의 과정에서 다른 질환으로 진단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희귀질환 증상이 나타난 후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방문한 병원도 평균 2.7곳이었다. 진단까지 5곳 이상의 병원을 방문했다고 답한 비율도 10.4%에 달했다. 특히 환자가 200명 이하로 유병률이 극히 낮거나 별도의 상병코드가 없는 ‘극희귀질환’, 병명을 확정 짓지 못했거나 진단이 불명확한 ‘상세불명 희귀질환’, 새로운 염색체 이상으로 별도의 상병코드가 없는 ‘기타염색체 이상질환’인 경우 병명을 알아내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전히 병명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의료난민’ 상태로 남아 있는 이들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이 수없이 오진을 경험하는 기간, 국가의 지원은 없다. 정부는 진료비 부담이 높은 희귀질환자의 경우 본인부담률을 10%로 경감해주는 산정특례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탓에 병명이 확정되기 전까지 쓴 막대한 치료비는 온전히 희귀질환자의 몫으로 남는다. 국민건강보험 관계자는 “산정특례는 진단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신청하도록 돼 있고 진단확진일부터 적용을 받는다”며 “희귀질환으로 인정받기 전에 대한 소급적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초복에 수도권 곳곳 강한 소나기···무더위는 계속[날씨]

월요일인 15일 수도권은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며 더운 날씨도 여전하겠다. 그러나 소나기 특성상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겠고, 지역별 강수량 차이도 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12~15시)부터 늦은 밤(21~24시) 사이 경기·인천·서울을 중심으로 지역에 따라 5~40㎜의 소나기가 가끔 내리는 곳이 있다. 특히 좁은 지역에 돌풍, 천둥·번개를 동반한 20㎜ 내외의 강한 소나기가 퍼붓는 곳도 있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적은 양의 소나기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토사 유출 등에 주의해야 한다”며 “소나기로 인해 가시거리가 급격히 짧아지고, 도로가 미끄럽거나 침수되는 곳이 있을 수 있어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한편 기온은 평년(최저기온 20~22도, 최고기온 27~30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전망이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9~24도, 낮 최고기온은 30~33도를 기록하겠다. 지역별로는 ▲수원 22~31도 ▲성남·과천 22~31도 ▲의왕 24~31도 ▲이천 21~31도 ▲양주·의정부 21~31도 ▲연천·포천 19~30도 ▲김포 22~32도 ▲인천 22~29도 등의 기온분포를 보이겠다. 당분간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기온은 30도 이상으로 매우 무더울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안산, 시흥, 화성을 제외한 폭염특보 발효 지역에서는 체감온도가 최고 33도 내외로 오르는 곳이 있겠다. 미세먼지는 원활한 대기 확산과 강수의 영향으로 대기질이 청정해 수도권 전 지역이 ‘좋음’ 수준을 보인다.

[사설] 경기도 과학고, 늘려야 공정이다

경기도에 과학고등학교 추가 지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경기도교육청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신설 공모를 마친 상태다. 이들을 상대로 도교육청이 자체 심의를 하고 있다. 심의 결과를 이르면 다음 달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그 후 교육부가 과학고 설립에 대한 심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도에는 의정부에 소재한 경기북과학고가 한 개 있다. 도교육청은 최소 3개 이상의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가 지정의 당위성으로 지역 간 형평성 논리가 제시됐다. 임태희 교육감이 “인구 1천400만명, 전국 학생의 3분의 1이 몰린 경기도에 과학고가 타 시·도와 똑같이 한 곳 있는 게 타당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타 지역 과학고와 입학 경쟁에서부터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전국 과학고 평균 경쟁률은 3.9 대 1이다. 이에 반해 경기북과학고는 10 대 1을 기록하고 있다. 교육받을 기회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수치다. 2024년 현재 전국의 과학고는 20개다. 67만명 제주, 110만명 울산, 152만명 강원과 1천400만명 경기도가 같이 1개다. 국토균형발전론이 교육에도 반영됐을 수 있다. 양보해서 이 논리를 존중한다 해도 불균형 요소는 남는다. 같은 수도권 내에서의 불균형은 이해할 수 없다. 인구 940만명인 서울이 2곳(입학정원 300명), 인구 300만명인 인천도 2곳(입학 정원 160명)이다. ‘1천400만명 1곳’이 설명되지 않는다. 임 교육감은 보편교육 저해 논리도 반박했다. 보편교육은 “(동일한 교육이 아닌) 개개인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학고는 영재학교와 구별된다. 영재학교는 초중등교육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법적으로 고등학교가 아니다. 영재학교에서는 이론적으로 3년 과정을 채우지 않아도 조기 졸업이 가능하다. 엄밀하게 보면 보편 교육과 맞지 않은 특질은 바로 과학고가 아니라 영재학교 얘기다. 특목고를 보는 관점은 교육 이념과 직결된다. 임 교육감은 보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 엄연한 현실을 새삼 토론에 부칠 건 아니다. 다만, 정상적인 틀 안에서의 선택 기회 공여는 이념과 무관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 명백한 불공평이 지금 지역별 과학고 배치에 엄존하고 있는 것이다. 1천400만명 경기도에 과학고가 1곳이다. 지방에 비해 역차별이고, 인천·서울에 비해 근거 없는 차별이다. 늘려야 공정한 교육이다.

[사설] 국민연금개혁, 더 이상 미루면 연금기금 고갈된다

22대 국회가 개원된 지 거의 50일이 돼가고 있지만 민생 문제는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돼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대정부질문을 했지만 파행으로 끝났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 처리 문제, 탄핵 청문회 문제 등으로 민생 문제는 다루지도 못하고 국회는 여야 간 정쟁만 지속하고 있다. 산적한 현안 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연금개혁이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거의 통과 직전까지 갔던 국민연금개혁에 대한 논의가 22대 국회에서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개혁을 임기 내에 완수하겠다고 밝혔으며,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도 지난 6월1일 연금개혁을 금년에 완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야가 지금 같이 정쟁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국회가 처리할지 의문이다. 지난해 3월 정부의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의하면 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바닥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가 지금과 같이 가속화되면 연금기금 고갈 시점은 더욱 빨라진다. 이런 우려는 11일 국민연금연구원의 발표에 서도 확인됐다.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면서 소득대체율은 기존의 40%에서 44%로 인상하는 소위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두고 여야가 다소 이견은 있었으나 상당한 의견을 접근했다. 즉, 보험료율 13% 인상안에는 여야가 합의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론과는 달리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44%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함으로써 극적인 통과 가능성까지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45%를 고수하고 있었으나 국민의힘이 마지막 44%를 제안해 이재명 대표가 이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임박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반대해 22대 국회로 공을 넘겼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오히려 여당과 대통령실이 연금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의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볼 수 있다. 22대 국회는 말로만 민생 문제는 협치를 하겠다고 하지 말고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개혁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 조기에 연금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선거, 2028년 국회의원선거 등으로 연금개혁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은 진흙탕 전당대회 문제로, 야당은 특검과 청문회 문제 등 정쟁에만 몰두해 있는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