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양감중학교에 다니는 황다희양(3년)은 최근 원치 않는 지각을 했다. 황양은 지난 19일 오전 7시40분께 평소처럼 오산시 서동 집앞 버스정류장에 나갔다. 하지만, 매일 타던 22번 버스가 오지 않았다. 결국, 40여 분 후에 온 21번 버스(비슷한 노선)를 타고 등교했지만, 학교에 20여 분이나 늦었다.
이날 같은 학년 정연호ㆍ박준후군도 학교에 늦었다. 정군과 박군 각각 화성 사창초교 사거리 정류장과 양감면 정문2리 정류장에서 30여 분 넘게 22번 버스를 기다리다 지각했다.
이처럼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화성 양감중학교 학생들이 때아닌 등ㆍ하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오산시청과 화성 향남읍 화성중ㆍ고를 오가는 버스가 감축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오산교통은 지난 16일부터 오산역을 출발해 양감중 등을 경유해 화성중ㆍ고를 오가는 21번과 22번 시내버스의 운행을 하루 2대씩에서 1대로 줄였다.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추돌사고 이후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적자 노선의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버스 감축이 양감중 학생들에게는 직격탄이 됐다. 전교생 36명 중 절반 이상이 시내버스로 집에서 4~10㎞ 떨어진 학교에 다니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학교와 각 읍ㆍ면을 잇는 왕복 2차선 도로에는 인도조차 없는데다 덤프트럭 등 화물차들의 통행이 잦아 자전거 통학도 불가능하다.
시골 소규모 학교 특성상 매년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버스 감축까지 더해지면서 양감중은 학교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최옥규 교장은 “화성시와 오산시, 오산교통 등에 협조요청 했지만, 아직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다”며 “시골 학교다 보니 조손가정, 한 부모 가정 등의 자녀가 많다. 배려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오산시와 해당 노선의 공동배차를 위해 협의 중이지만 타 지역 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산교통과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화성=박수철ㆍ홍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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