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가 만든 제품, 대기업 브랜드 달고 팔아… 소비자 눈가린 ‘미세먼지 마스크’

포장뒷면 작게 제조사 명시 업계 판매량 늘리기 ‘꼼수’
식약처 허가도 안받고 판매

최악의 미세먼지로 보건용 마스크 업계가 호황을 맞은 가운데,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브랜드의 마스크가 마치 허가받은 것처럼 표기돼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실제 허가받은 마스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이 판매량 증대를 위해 허가받지 않은 대기업 브랜드를 앞세워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으로, 식약처는 이러한 행위가 ‘과장 광고’에 해당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보건용 마스크로 허가(KF80, KF90, KF94)받은 품목은 총 543개다. 이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는 전국 90여 곳으로, 1개 업체당 평균 6개 품목의 마스크를 허가받은 셈이다.

보건용 마스크는 ‘의약외품’으로 분류, 같은 회사에서 제조되더라도 제품마다 식약처의 허가를 각각 받아야 한다. 또 ‘의약외품 표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허가받은 제품명이 아닌 다른 명칭으로 제품이 판매될 경우 제조사는 시정조치 또는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약국이나 대형마트 등 판매업소에서는 중소 제조업체가 생산한 보건용 마스크가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버젓이 팔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대기업 브랜드를 이용해 판매량을 올리려는 중소기업과,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고 자사 브랜드로 보건용 마스크를 출시할 수 있는 대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안성시에 위치한 중소업체 A사는 자신의 회사 이름을 딴 제품명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뒤 포장지 앞면에는 유명 제약회사 로고를 앞세워 보건용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포장지 뒷면에 작은 글씨로 A사가 제조사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대기업이 만든 마스크로 오인해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유명 제약회사 브랜드의 보건용 마스크를 확인한 결과, 이 역시 제조사는 경북에 위치한 B업체였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제품을 팔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마스크 판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대기업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유명 제약회사 관계자 역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름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러한 판매 행위가 상표법 위반 및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비자가 유명 제약회사 제품으로 눈속임을 당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포장 앞뒤 제품명이 달라 ‘대기업 모방 제품’인 것처럼 보이는 상품들은 과장 광고로 볼 소지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과장 광고 적발 시 시정조치 또는 업무정지를 받을 수 있다”며 “소비자들도 미세먼지 마스크 구입 시 식약처 허가 제품이 맞는지, 제조업체가 어디인지 꼼꼼히 확인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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