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투표조작… ‘내부형 교장공모제’ 공정성 구멍

도입 찬성률 높이려 조작… 구리 초등교사 檢 송치
道교육청 “가담 교원 4명 추가 확인 징계위 회부”
학부모·교총 “제도 개선… 위법 여부 확대 조사를”

도내 현직 초등교사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형 교장공모제’ 도입 찬반 투표결과를 조작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경기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경력 15년 이상이면 공모를 통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한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교조 교장 제조기’, ‘교육감의 코드·보은인사제도’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 교장공모제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교육계에선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2일 경기도교육청과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구리시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A(49)교사는 지난해 11월, 내부형 교장공모제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학교 구성원 찬반 투표에서 투표지를 위조, 찬성표 10여 장을 투표함에 추가로 넣는 방식으로 결과를 조작, 공문서위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A교사는 범행은 시인하면서도 동기는 입을 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교사 4명이 투표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모두 도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다.

투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학부모 등 관계자들의 민원과 제보를 받은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은 즉각 자체 감사에 나서 불법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해당 초등학교에 대한 교장공모 지정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 오는 19일 교원징계원회를 개최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며 “도교육청은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공공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부터 TF팀 구성, 개선방안을 마련, 오는 9월부터 적용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승진에 눈이 먼’ 현직교사들의 도덕적 일탈 행위에 대해 도내 학부모들과 교육계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리시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육의 3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 의견이 교육현장에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투표를 조작을 할 수 있는지 이는 학생과 학부모를 무시하고 학교자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총은 “임용방식 다양화로 승진 중심 교직문화를 개선하고, 구성원이 원하는 유능한 교장을 뽑는 제도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학부모 투표까지 조작이 가능한 범법의 온상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학교는 물론 나머지 학교도 위법 사실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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