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페이크 러브, 거짓이 판 치는 세상
[아침을 열면서] 페이크 러브, 거짓이 판 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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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김기호

추석 연휴가 끝난 가을 아침은 선선하다. 언제 그 무더위가 있었나 싶다. 또 언제 그 무서운 태풍이 지나갔나 싶다. 그러나 추석 민심은 온통 뒤숭숭했다. 올여름보다 더 무서운 태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 불안한 것은 무엇이 진실(Truth)이고 무엇이 거짓(Fake)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오는 19일은 남북군사합의를 체결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9월19일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야기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남한은 키리졸브독수리(KRFE)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비롯해 주요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는 등 남북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지난 5월부터 이달 10일까지 10차례에 걸쳐 2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무서운 신형무기들을 발사했다. 5천만 우리 국민은 물론 4만여 명의 주한 및 주일미군과 수백만 체류 외국인의 생명이 위험해졌다. 그러나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높인 것이 아니어서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전문가들이 북한의 신형무기에 대책이 거의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정부는 다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으로 우리는 평화가 오는 줄 알았다. 특히 두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보여 준 다정한 연인 같은 모습은 남북이 더는 적대관계가 아님을 믿게 했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나면서 짝사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가장 핵심인 비핵화는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채 시간만 끌면서 회담의 줄만 놓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수소탄에 가까운 핵무기를 더 많이 찍어냈고, 머지않아 핵무기 100여 개, 미사일 1천여 기를 가진 핵보유국으로 등극할 게 뻔하다. 곧 3천t급 잠수함을 만들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까지 위협할 태세다.

그럼에도 남측 지도자는 북측 지도자의 진정성(Truth)을 믿는다고 한다. 미국 지도자는 김정은이 보낸 수십 통의 편지를 아름다운 러브레터(Love Letter)라고 자랑한다. 지금 세상은 상대에게 진실을 속이고 거짓을 내보이는 시대다. 우리가 상대할 주변국의 지도자는 모두 터프하고 거짓말도 불사하는 스트롱맨들이다. 러시아의 군용기와 폭격기 및 중국의 정찰기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과 영공을 침범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침범의도가 없었다고 하며, 도리어 우리 구역이라고까지 한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동맹국의 지도자는 동맹을 가치보다는 경제의 논리로 재단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더 많은 돈을 뜯어가려고 협박한다. 인접국가 지도자는 우리를 화이트 리스트로 압박하고 있다. 4면초가를 넘어 5면초가의 형국이다. 그럼에도 지도자가 선의와 이상주의자임을 고집했다가는 낭패를 면하기 어렵다. 약육강식의 국제관계에서는 힘이 곧 정의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군대가 없고 백성이 배를 곯아도 지도자를 믿을 수 있다면 나라는 존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믿음이 없으면 나라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금 시대는 거짓이 난무해 진실이 설 자리를 잃다 보니 믿음이 사라졌다. 장관 청문회장이고 어디에서도 위증이 판을 친다. 내 편은 진실이고 딴 편은 거짓이다. 그래서 ‘조국스럽다’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페이크 러브(Fake Love)’ 방탄소년단 지민 포커스 직캠 영상이 공개된 이후 곧 8천만 뷰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울 기세다. 페이크 회담, 페이크 평화, 페이크 기자회견, 페이크 청문회 등 온통 세상이 페이크(거짓)다. 페이크 러브가 계속 반복해서 퍼지는 가을의 아침은 자못 불안하다.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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