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서 국내 첫 ‘돼지열병’… 확산 막아라 ‘초비상’

감염경로 오리무중… 1주일이 최대 고비
가족농가 돼지 220여두 인천·김포로 반출
연천서도 의심 신고, 농식품부 “방역 총력”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17일 오후 방역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위해 돼지를 모으고 있다. ASF란 바이러스에 의한 돼지전염병으로 전염이 빠르고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 윤원규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17일 오후 방역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위해 돼지를 모으고 있다. ASF란 바이러스에 의한 돼지전염병으로 전염이 빠르고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 윤원규기자

‘돼지 흑사병’이라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최초로 파주시에 상륙했다. 폐사율 100%인 강력한 바이러스이지만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명확한 발병 원인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답답함만 쌓이고 있다. 김포시와 연천군 등에서도 확산 조짐이 발견되는 가운데 조기 진압 여부는 향후 1주일 내 판가름날 전망이다.

17일 경기도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관계 당국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파주시 연다산동의 A 양돈농장에서 폐사된 돼지 5두에 대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내렸다. 앞서 A 농장 주인은 전날 오후 6시께 숨져 있는 돼지 5두를 발견, 당국에 신고했다. 폐사한 돼지는 모두 고열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 농장은 2천450두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으며 신고 농장 3㎞ 이내에 다른 양돈 농장은 없지만 인근 10㎞에는 돼지 농가 19곳(1만 8천여 두)이 있다.

이와 관련,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돼지는 한번 감염되면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앞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북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주변국에서 발병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기지역 축산 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도내에는 돼지 농가가 1천300여 곳(220만 6천여 두)이 있으며, 이는 전국 돼지 농가 중 18.7%다. 발병 원인도 명확히 파악되지 않으면서 농가들의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야생 멧돼지 이동을 통한 바이러스 전이 ▲농장 관계자의 ASF 발생국 방문 ▲바이러스로 오염된 음식물 잔반이나 사료 지급 등을 통해 발병한다. 그러나 파주 A 농장은 창문이 없는 밀폐형 농장이고, 해외 방문 기록이 없으며, 사료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발병 첫날임에도 확산 조짐이 도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께 연천군 백학면의 한 돼지 농가(2천여 두 사육)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확진 여부는 18일께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또 파주 A 농장에서 20㎞ 떨어진 가족농가 내 돼지 220여 두가 인천시와 김포시의 도축장으로 반출된 사실도 이재명 도지사가 주재한 대책회의에서 보고됐다. 지난 9일과 16일 비육돈 220여 두가 팔려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돼지들은 1차 예찰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며 모두 처분 조치하기로 했다. 이외 파주 전체적으로 역학 관계(사료ㆍ차량 등 접점)에 놓인 농장이 123곳이나 된다.

국내 최초의 발병 사례가 무사히 해결될 수 있을지는 향후 1주일에 달렸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1주일이 고비라며,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잠복기가 4~19일인 가운데 집중 발생 시기가 4~7일이기 때문이다. 구제역ㆍAI가 맞물리는 9월, ‘축산 농가 대란’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 살처분과 함께 접경지역 야생 멧돼지 개체 수도 조절할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여승구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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