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병점동, 도로·주택 들어서며 도시로 변모했지만
‘살인의 추억’·‘공포의 동네’ 등 부정적인 수식어는 여전
용의 선상 올라 강압수사 피해 주민들도 진범 규명 염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특정된 가운데 과거 사건이 발생했던 화성시 병점동 일대 주민들은 하루빨리 진범이 밝혀지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19일 오후 2시 화성시 안녕동 황구지천 일대. 지난 1986년 9월 태안읍 안녕리였던 이곳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첫 번째 피해자 A씨(당시 71세ㆍ여)의 시신이 목초지에서 발견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세 번째 피해자 B씨(당시 25세ㆍ여)가 첫 피해자 발견지점에서 불과 5분 거리의 축대 밑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시신들이 발견됐던 장소 주변은 크고 작은 도로와 주택단지 등이 들어서 과거의 비극을 애써 감추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 아홉 번째 피해자가 발견된 화성시 병점동(당시 태안읍 병점리)의 야산에는 구봉산 근린공원이 조성되고, 인근에 6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골프장, 어린이공원 등이 들어서면서 도시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그러나 지역의 주민들은 겉모습은 바뀌었어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지 못해 ‘살인의 추억’, ‘공포의 동네’ 등의 부정적인 수식어가 따라다녔다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용의자가 밝혀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사건 발생일부터 현재까지 안녕동에서 50년간 농사를 짓고 있는 C씨(76)는 “이제라도 유력한 용의자가 발견돼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며 “풀리지 않던 미제 사건을 해결해 진범을 찾아 피해자들과 그동안 범죄 마을이라는 오명을 쓴 주민들의 피해가 조금이라도 씻기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병점동의 주민 D씨(81) 역시 “나이가 들었지만 그 옛날 범인을 잡으려 논두렁에 잠복해 있던 형사들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며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추가범죄혐의를 받지 않는다지만 반드시 진실 규명을 통해 그간의 의혹은 해소되길 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시 대대적인 수사 용의선상에 올라 강압수사 등으로 애꿎은 피해를 입었던 주민들 역시 진범 규명에 대한 염원을 나타냈다.
화성에서 거주하고 있는 서병권씨(66)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서씨의 옛 친구 A씨가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끌려갔던 기억 때문이다. 서씨는 “당시 경찰이 친구의 신발에 논 흙이 묻어 있다는 이유로 친구를 붙잡아 갔었다”며 “5일 가량 경찰서에 붙잡혀 있었는데, 풀려난 친구의 얼굴과 몸에서 고문 받은 흔적도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서씨는 “화성도 아닌 타지에서 착실하게 공장을 다니던 정말 착한 친구였는데 그 사건 이후 많이 힘들어 했고 결국 고향을 떠나 이제는 연락도 되지 않는다”며 “오랜 시간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억울하게 오해를 받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라도 유력 용의자가 나타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상문기자ㆍ원광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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