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불출마 의원과 함께 쓰는 참회록

오현순
오현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이철희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표 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며 사상 최악의 국회에 책임을 지고 불출마 방식으로 참회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도 “정치는 타협이자 긍정이고 민생”인데 그 반대로 흘러가는 모습에 무기력하고 절망했다고 한다.

소신껏 입법·의정 활동을 하며 낡은 정치 문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정치인들의 떠나는 모습에 한국 사회에 큰 정치적 손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 피해자 구제나 사고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어린이안전기본법, 국가배상법개정안, 소방공무원등공상추정법 등의 왕성한 입법 활동을 펼쳤다. 이 의원은 국군 기무사의 세월호 사찰과 계엄령 검토 문건 등을 폭로하며 기무사 개혁뿐 아니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극단적 파당정치로 민생은 돌보지 않고 갈등조정의 기능도 잃어가는 모습에 표 의원은 반성하며 스스로 물러가겠다고 선언했고, 이 의원은 국회 내에서 더 이상 정치를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바깥을 선택했다. 그들의 행간에서 정치가 바로 서길 바라는 진정성이 느껴져서인지 더욱 안타깝다.

또 드는 생각은 입법·의정 활동을 열심히 해도 지역에서 얼굴 보기 어려우면 민심이 달라지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상술했듯이 표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입법·의정 활동 펼쳐왔다. 그러나 표 의원 지역구인 용인시 정 자유한국당 당협위원회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에서는 얼굴 보기 힘들어서 민심이 달라졌다고, 그래서 불출마 선언을 한 게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국회에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산적한데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얼굴 내밀기 급급하다고 비판들이 많지만, 현실은 지역구 민심을 살피지 않으면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에서 선출되지만 국정을 감시하며 입법을 다루는 국가대표다. 그러나 아파트나 토지 등 부동산 매매가를 급등시킬 수 있는 지역개발 로비스트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공공성을 저해시키는 쪽지예산으로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이 의원들의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행태는 국가 재정을 좀먹는 일이며, 힘 있는 정치인이 재정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만큼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치권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반성과 참회가 필요하다. 이 의원은 적극적으로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없고 대통령 뒤에만 숨으려 하는 민주당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장관을 낙마로 몰고 가는 데 공(?)을 세운 소속 정당 의원들을 상대로 표창장 파티를 벌였다. 더 이상 퇴행적 정치가 용납되거나 극단적 언행을 동원하는 의원들만이 살아남는 정치가 돼서는 안 된다. 떠나야 할 사람은 남고 남아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떠나는 국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로서 21대 총선일은 불과 170일 남짓 남았다. 안타깝지만 두 의원의 불출마 결정은 존중한다.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국민을 대신할 대표자를 고용하는 제도며, 국회의원은 입법과 의정 활동을 통해 국정과 민생을 챙기는 대표자임을 분명히 하는 각성의 기회로 삼자. 그것이 선거 때면 불어오는 공천학살의 광기나 묻지마 물갈이 등의 열풍보다 백배 천배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