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삶에 활력 도모 ‘한글 서예 전도사’
좋은 글·명언 읽다보면 자존감 향상
10여년 중장년층에 ‘붓의 매력’ 전파
“젊은이·어린이들도 관심 가졌으면”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이 한글 서예로 자존감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면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2007년부터 성남문화원에서 한글 서예 강사로 활동 중인 유혜선 성남여류서예가협회 회장(67)은 활동성이 떨어져 침울한 삶을 보내는 노인들에게 서예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성남문화원에서 유 회장이 가르친 중장년 수강생만 해도 300여 명에 달한다.
그는 “공부와 예술이 합쳐진 서예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사는 게 바빠 붓을 잡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서예의 매력을 알고 나면 푹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예를 하려면 일단 좋은 글과 명언을 숙지해야 한다. 좋은 글을 자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게 유 회장의 설명이다.
자신이 가르쳤던 80대 후반의 수강생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2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노인이 10년 전부터 서예를 배우면서 삶의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 꾸준히 실력을 쌓아 7년 전 성남문화원에서 개인 전시회를 연 모습을 보고 나이를 뛰어넘은 도전에 저 역시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저도 서예로 매일 자신감을 찾고 있다. 6살 때 한의원을 했던 조부의 먹을 갈면서 자연스럽게 붓을 잡게 된 유 회장은 대학교 시절부터 민간전시회, 경기도 전시회, 전국전시회 초대작가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자신감을 얻어 본격적으로 서예가의 길을 걷게 됐다”며 “좋은 글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다 보니 매일 매일 제 자존감 역시 높아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서예의 매력을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게 유 회장 바람이다. 그는 “대부분 젊은이, 어린이들이 한글 서예를 하지 않아 아쉽다. 서예를 하면 심신이 안정되고 인격도 형성된다고 생각하기에 다양한 연령층이 서예의 매력에 빠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 회장은 서예 후학을 양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강정일당상’ 22회 수상자에 선정돼 상금 300만 원을 받아 성남시독거노인센터에 전액 기부하기도 했다. 강정일당상은 시 향토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조선 후기 여성 문사 강정일당(1772~1832)의 인품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성남=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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