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관광도시 ‘하남’] 하늘을 지붕 삼아… 천년의 역사를 품은 ‘하남’

백제 ‘횡혈식 석실분’ 무덤 무더기 발견
유적공원·박물관 조성 발 빠르게 추진
미사리 유적지·이성산성·광주향교 등
유물 발굴조사·보존 정비사업 급물살

▲ 이성산성 옥돌
▲ 이성산성 옥돌

하남지역은 선사시대부터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구와 유물, 문화재 등이 곳곳에 분포,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하남시는 자고 나면 달라질 정도로 빠른 인구성장에 직면하다 보니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고 역사ㆍ문화가 살아 숨 쉬는 ‘희망찬 하남’ 건설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역사문화 콘텐츠 발굴을 통해 역사관광벨트 구축에 ‘올인’하고 있는 시의 유구와 유물, 문화재를 시대구분,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봤다.

■ 미사리 유적지(신석기ㆍ청동기시대)

지난 1979년 10월 사적 제269호로 지정된 하남시 미사리유적지(557 일원ㆍ면적 56,479㎡)는 선사시대의 대표적 유적지로 꼽힌다.1962년에 처음 발견됐고 1980년에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시내 4개 대학이 합동 발굴했다.

현재 지표로부터 7개의 자연층위로 이루어졌으며 삼국시대 전기 층, 청동기시대 층, 신석기시대 층으로 구분되고 있다. 발굴당시 청동기 시대층에서는 여러 점의 무문토기와 돌도끼, 돌끌, 돌그물추, 그리고 당시의 집터가 발굴됐다.

신석기시대층은 주거지와 빗살무늬토기, 그물추, 화살촉, 돌도끼를 비롯한 생활도구와 불에 탄 도토리가 채집됐다. 신석기시대 층의 연대는 방사성 탄소측정결과 5253±140년 전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선사유적지는 각 시대의 생활도구 및 집터가 발견, 중부지역 선사문화 연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선사문화 연구에도 중요하다. 이에 시는 미사강변도시와 인근 위례강변길(둘레길) 연계에 시민과 방문객들이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 광주향교(경기도문화재자료제13호)
▲ 광주향교(경기도문화재자료제13호)

■ 감일공공택지지구 내 백제초기 횡혈식 석실분 다량 출토(삼국시대)

2018년 4월 초기백제 왕궁터로 추정되는 춘궁동에서 약 4㎞ 떨어진 감일공공택지지구 조성사업 과정에서 4세기 중반~5세기 초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제 횡혈식 석실분 52기가 무더기 발견됐다. 횡혈식 석실분은 백제를 대표하는 무덤 양식으로 서울 인근에서 이처럼 많이 출토된 것은 처음이다.

이 고분들은 한성도읍기 백제 왕릉급 무덤으로 보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과 가락동, 방이동 일대 고분군이 도시개발로 대부분 파괴된 상황에서 당시 백제 건축문화와 생활상, 국제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려한 부장품으로 미뤄 보아 최고위층 무덤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백제 횡혈식 석실분은 70여 기. 한 곳에서 50기에 달하는 한성시대 석실분이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에 시는 감일지구 내 감이동 산 50-29 일원을 감일 역사유적공원 및 박물관 조성을 본격 추진중에 있다. 하남감일 역사유적공원 기본계획 연구용역이 완료되면서 역사유적공원과 박물관의 디자인과 시설물, 경관계획 등 기본계획의 방향이 구체화됐다. 기본계획에 따라 유적보호구역면적은 2만666㎡, 박물관 연면적은 2천516㎡으로 조성된다.

유적공원에는 현지 보존된 유구가 전시되고 박물관에는 이전 보존된 유구와 출토 유물이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 이성산성 13차 조사 시 서문지 근경(성내→성외))
▲ 이성산성 13차 조사 시 서문지 근경(성내→성외))

■ 이성산성(삼국시대)

국가사적 제422호인 이성산성(209.5m)은 남한산성이 있는 청량산에서 북쪽방향으로 내려오는 줄기와 만나 길게 맥을 형성하는 금암산의 줄기에 접해 있다. 남쪽은 평야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산들이 있으나 북쪽은 작은 구릉만 있어 한강 주변지역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배후의 평야지역을 방어하고 강북의 적으로부터 한강유역을 방어하기에 매우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춘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총 길이 1천925m인 이성산성과 성내부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는 한양대박물관의 주관으로 지난 1986년부터 최근까지 13차에 걸쳐 발굴됐다. 발굴당시 초기백제시대로 추정되는 8ㆍ9각, 장방형 건물지와 부대시설(문지, 배수구 등), 목간, 철제마 등 총 4천여점의 유고와 유물 등이 다량 출토됐다.시는 현재 한양대박물관과 이성산성 14차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다.시는 문화재의 효율적인 관리와 시민의 편익제공을 위해 지난해 6월 이성산성 주변을 경관광장(2만1천393㎡)으로 조성했다.

■ 하남 동사지 삼층 석탑과 오층 석탑(고려시대)

국가사적 제352호인 하남시 춘궁동 동사지(桐寺址)에 보물 제13호 삼층석탑과 보물 제12호 오층석탑이 나란히 서 있다.

탑은 천년 세월 동안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언제 누가 세웠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부근에서 발굴된 기와조각에 새겨진 글자를 통해 이곳에 있었던 절의 이름이 동사(桐寺)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두 석탑이 자리 잡은 지리적 환경을 꼼꼼히 살펴볼때 석탑의 형식이 통일신라의 석탑을 계승했지만, 고려초기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또, 이 석탑이 세워진 10세기, 후삼국시대의 격동의 시대라는 사실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사지의 건너편에 이성산성이 있고 동쪽으로는 춘궁동 궁안마을과 남한산성, 서쪽으로는 몽촌토성과 백제고분군이 있다. 게다가 이 일대에 백제시대의 토기 조각과 기와 조각이 널려 있어 백제의 첫도읍인 하남위례성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남한산성과 이성산성, 그리고 한강이 동사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이곳이 후삼국 시대에도 격전지일 수밖에 없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동사는 절터 규모로 볼 때 고려시대에 경기도에서 가장 큰 사찰이었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유진오 박사 생가터 표석
▲ 하남 동사지 3, 5층 석탑

■ 광주향교(조선시대)

하남시 교산동에 있는 광주향교(경기도문화재자료 제13호)의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 수 없다. 다만, 조선후기 숙종 때 현유의 위패를 봉안하고 배향하고 지방의 중등교육과 지방민의 교화를 위해 창건됐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주심포계통의 맞배지붕인 대성전을 비롯, 동무ㆍ서무ㆍ명륜당ㆍ서재ㆍ내삼문ㆍ외삼문ㆍ수복실 등이 있다. 대성전에는 5성(五聖)의 위패가, 동무ㆍ서무에는 송조2현 및 우리나라 18현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시는 지난 2015년 12월 향교 주변을 경관광장으로 조성, 시민에게 개방했다. 이곳에는 주차장과 쉼터, 광장 등 탐방객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어 은행나무축제 등 다양한 전통문화이벤트나 축제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 현민 유진오 박사 생가터(근대)

하남시는 2006년 8월 우리나라 헌법의 골격을 만들었던 법학자이자 정치인, 소설가인 현민 유진오(1906-1987)박사의 생가터(상산곡동 512-2ㆍ1075㎡)를 ‘하남시 향토유적(제10호)’으로 지정했다.

유치형의 아들로 이곳에서 태어나 1929년 3월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법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문학가이자 법학자 정치가인 현민 선생은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데다 헌법을 기초했다. 또, 제7대 국회의원(종로)을 지내는가 하면 그의 대표작인 ‘김강사와 T교수’ 등 문학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와 관련, ‘친일 3090명 명단’속에 포함돼 친일파로 분류되는 등 근ㆍ현대사 평가를 통해 주요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현재 터만 남아 있지만 마을사람들의 전언이나 현재의 대지 입지조건상 ‘ㄱ’자 형의 초가집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남=강영호기자

 

▲ 특집)김상호 하남시장 인터뷰

[인터뷰] 김상호 하남시장

“고장 곳곳 흩어진 유적지 엮어 ‘역사 관광벨트’ 만들 것”

-역사관광벨트 구축에 올인하는 이유는.

우리고장은 시대를 넘나드는 수 많은 유물과 유적, 문화재가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선사시대 유적부터 초기백제 최고위층 무덤인 횡혈식석실고분, 조선시대 향교 등 다양하다. 특히, 온조대왕이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웠다는 위례성(한성)백제시대의 왕성지가 우리시에 위치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증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온조왕이 마셨다는 어용샘이 선법사에 있는가 하면 감일지구에서는 4~5세기 초반에 이르는 횡혈식 석실분 52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전국 170여 기 밖에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굉장히 이례적인 규모다. 게다가 일본 구마모토현의 기쿠치성은 이성산성과 유사해 일본 학자들은 이성산성의 8각지와 9각지, 12각지가 기쿠치성의 원형이라 평가하고 있다. 이에 시는 석실묘 52기 등 다양한게 출토된 유구와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감일역사유적공원과 박물관을 추진중에 있다. 또, 3기 수도권으로 지정된 교산신도시 내 문화재 보존과 활용을 위해 역사공원 및 종합박물관 건립도 관계기관에 요구할 계획이다.

-향후 계획은.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ㆍ문화중심 도시로 우뚝 서고 싶다. 지난해 발굴된 감일지구 고분~광주향교~이성산성~유니온타워ㆍ파크~조정경기장(경정공원)~미사리 유적지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관광벨트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화, 지방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방화(世方化ㆍglocalization)라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 가장 하남다운 문화가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진다. 후세에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물려주고 싶다. 따라서 옛 것을 잘 보존ㆍ활용해 우리고장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고 살고 싶은 도시, ‘역사와 레저문화로 즐거운 하남’을 이뤄나갈 생각이다.

하남=강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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