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ㆍ이낙연 ‘세기의 만남’…정책 공감하면서도 묘한 신경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ㆍ2위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만났다. 민주당 대표 경선과 맞물린 ‘대형 정치 이벤트’에서 두 사람은 정책 공감대ㆍ덕담 전달 등과 동시에 묘한 신경전을 연출, 정치 고단수들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낙연 의원은 30일 경기도의회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재명 지사가 있는 경기도청 접견실로 향했다. 두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독대한 건 3년5개월 만이다. 이낙연 의원이 총리일 당시 지자체장인 이재명 지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등 현안 회의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서로 얼굴을 맞댄 건 2017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 지사가 전국 순회차 전남도지사실을 찾은 게 최근이다.

대화의 시작은 서로 간 덕담이었다. 이날 이 지사는 “총리로 재직 중일 때 워낙 행정을 잘해주셨다”며 “문 대통령의 국정을 잘 보필해 국정을 잘 이끌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이 의원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방권력에 이어 국회권력까지 차지해 국민의 기대가 높다”며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중차대한 엄중한 시기여서 경륜이 있고 능력이 높은 이 후보가 당에서 큰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가 지사의 지도 아래 때로는 국정을 오히려 앞장서 끌어주고 여러 좋은 정책을 제안했다”며 “앞으로도 한국판 뉴딜을 포함해 국난 극복에 지자체와 국회가 혼연일체 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다음 대화는 이 지사의 정책 제안으로 흘러갔다. 이 지사는 자신이 추진하는 기본소득토지세, 기본주택 등 부동산 정책을 줄줄이 소개했다. 이에 이 의원은 “메모 좀 하겠다”며 수첩에 받아 적기도 했다. 특히 이 지사가 “(전날 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겁이 나서 집을 사고 싶은 공포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집(기본주택)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는데, 저와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다가서자 이 의원이 “싱가포르 제도를 참고할만하다. 평생주택 개념으로 접근하면 어떤가”라고 공감을 표했다.

다만 표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견제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 지사가 “총리 재임 시절에 정말 잘 됐던 것 같다. 도지사로 지방행정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면서 이 지사로 대표되는 지자체장 출신의 정치인 역량을 강조했다.

이에 이 의원은 “기간이 짧아서 얼마나 도움이 됐겠습니까마는 없었던 것보다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남지사 4년을 역임한 이 의원이 이제 3년차에 접어든 이 지사를 두고 ‘기간이 짧았다’고 평한 것이다.

이 지사가 자신을 ‘흙수저’, 이 의원을 ‘엘리트’로 비교하며 “살아온 삶의 과정이 다르다”고 차별화한 것에 대해서도 “(이 지사가) 엘리트 출신이라고 한 게 아니라 엘리트 대학 출신이라고 말한 걸로 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취재진 앞에서 이러한 공개 대화를 10여 분 나누고 지사 집무실로 옮겨 배석자 없이 10분간 비공개 면담도 가졌다.

한편 오는 6일에는 박주민 의원, 10일에는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이 경기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30일 오전 경기도청 접견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조주현기자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30일 오전 경기도청 접견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조주현기자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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