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도 모자라 北까지…연천 주민들 10여년 전 악몽에 ‘조마조마’
폭우도 모자라 北까지…연천 주민들 10여년 전 악몽에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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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교 부근을 지키는 안전계도요원이 지난 3일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자신이 서있는 발치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희준기자
임진교 부근을 지키는 안전계도요원이 지난 3일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자신이 서있는 발치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희준기자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되살아난 악몽’이 연천 주민들을 덮쳤다.

지난 3일 새벽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문을 개방하고 무단 방류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앞서 북한은 2009년 황강댐 수문을 예고 없이 열었고, 당시 연천군 임진교 부근에서 야영을 즐기던 민간인 6명이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중심부로 임진강이 흐르는 연천군은 이미 나흘간 437.5㎜에 달하는 누적 강수량을 보이며 물난리를 겪고 있는 상황.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4일 임진교 서편 마을에는 빗소리와 함께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날 황강댐 방류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안내방송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우정리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는 이정옥씨(67)는 팔레트(높이 14㎝) 10여개를 쌓은 뒤 쌀 포대, 장비 등을 올려놨다. 또다시 물난리가 찾아올까 걱정돼서다. 이씨는 “연이은 폭우에 북한의 무단 방류 소식까지 들려 조마조마하다”며 “임진강 수위가 올라가면 밤새 5분 간격으로 방송이 나와 잠을 못 이룰 정도”라고 토로했다.

11년 전 사고가 벌어졌던 임진교 부근도 폭풍전야를 앞둔 듯 고요했다. 홀로 선 출입금지 팻말은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라고 경고했다. 이곳의 수위는 전날 오전 7시 5.6m를 넘기며 사고 당시 수위였던 4.7m를 한참 웃돌았다. 이날은 오후 3시 기준 3.2m로 비교적 잠잠해졌지만, 평시 수위 2m 초반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이곳을 지키던 안전계도요원 한기국씨(55)는 강 한가운데 솟은 나무를 가리키며 “저 자리에 크고 작은 섬 20여개가 퍼져 있었는데 불어난 물에 잠겼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북이 황강댐을 방류한 어제는 물이 제방 꼭대기 통행로 부근까지 차올랐다”며 “지금은 잠시 물이 빠졌지만, 차오르는 건 순식간”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평안도 등 지역에 호우 관련 ‘특급경보’를 발령한 상태로 알려졌다. 최대 500㎜ 이상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이 추가로 황강댐 수문을 개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여러 관측수단을 통해 황강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실시간으로 관계기관과 상황을 공유하며 관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의 피해 예방을 위해 선제 조치와 더불어 대비 태세에 빈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송진의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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