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한반도 미래를 위한 자성의 시간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질병으로 인한 직접적인 고통은 물론 사회활동 제한으로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불안과 분노로 ‘코로나블루’를 넘어 ‘코로나앵그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지금 시작된 생활방식 변화가 앞으론 ‘뉴노멀’이 될 수 있다. 단체회식이 점차 사라지고 혼자 식사하는 모습이 늘어난다. 대규모 방문객이 모이는 사회적 관습은 가족 또는 친지 중심 소규모로 전환된다. 종교에서도 물리적 공간에 모여야만 한다고 여겼던 고정관념이 깨진다. 밀도 높은 실내공간보다 실외공간을 선호한다. 도심의 편의시설 접근성을 따졌던 주거공간 선택기준도 앞으론 녹지나 공원 등 생태적 환경을 보다 중요시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와 같은 전 지구적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인류가 시도하지 못했을 대전환이다. 생태적 관점에서 가장 본질적인 핵심가치만 남기고 부수적이거나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별하는 기회를 줬다. 그동안 과대소비와 물질중심 문화에 치중했다면 앞으론 절제하고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삶을 배우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래할 급격한 고용절벽을 미리 경험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 고통분담과 재난지원, 기본소득 등 나눔의 제도화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 시기는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자성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만약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과정없이 남북한 교류가 급속히 진행됐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졌을까. 한국에서 모범적인 것들만 북한으로 들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여러 부조리와 문제점, 성장우선과 물질만능주의, 심지어 타락한 종교마저도 함께 북한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북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포장돼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 다른 여러 문제를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 기회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개인과 사회 모두 혁신하자. 지금 얻는 깨달음을 통해 보다 성숙한 생태적 삶을 추구함으로써 건강한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만드는 바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서 남북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 한반도를 꿈꾸는 것이다.

민경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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