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돌봄정책 필요
남양주시 평내동에서 8세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씨(43)는 지난 7월 이혼했다.
코로나19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육아스트레스를 받던 아내가 공황장애를 앓게 돼서다.
그는 아픈 아내에게 더 이상 육아 부담을 줄 수 없어 이혼을 선택했다.
김씨는 지난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PC방을 운영하며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육아와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을 거의 하지 못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19 같은 비상상황에서 부모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발달장애 아이들을 봐주는 섬세한 돌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
21일 남양주시에 따르면 남양주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3만1천796명으로 이 중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은 2천737명(8.6%)에 이른다.
남양주시에서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거주시설을 제외하면 장애인복지관 1곳, 장애인주간보호센터 4곳, 장애인365쉼터 1곳 등 총 6곳이다.
하지만 장애인365쉼터 외 5곳의 시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휴관 등으로 한동안 긴급돌봄서비스 외에는 정상 운영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8일 기준으로 전국 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주간보호시설 1천33곳 가운데 80% 정도인 822곳이 문을 닫았다.
이처럼 장애인복지관, 특수학교 등이 수개월째 문을 닫으면서 갈 곳이 없어진 발달장애 아이들의 육아가 온전히 부모님들의 몫이 됐다.
남양주시에서 발달장애 아이를 전문적으로 돌보는 민들레꽃 발달장애 지역아동센터(센터)는 “이 때문에 최근 발달장애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들이 육체ㆍ정신적 돌봄 스트레스로 위험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중증장애가 있는 가정의 고통은 더 심하다. 전문적인 케어가 이뤄지지 않아 발달장애 아이들의 폭력성이 강해지면서 보호자를 때리고 물건을 깨부수는 일이 다반사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집안에만 있으면 여러 발달 프로그램을 받지 못해 스트레스지수가 높아지고, 짜증이 늘어 폭력적인 행동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다시 장애인복지관과 특수학교 등이 문을 열고 있지만 그간 발달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해 퇴행한 아이들의 상태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타까운 죽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과 6월 제주와 광주광역시 등지에선 코로나19로 가중된 돌봄 부담을 견디지 못해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재경 민들레꽃 발달장애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부모들은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이는 발달장애 가정에 바로 시간적, 경제ㆍ정신적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적어도 끼니 챙기기, 찾아가는 돌봄 등 발달장애 가정에 대한 좀 더 세심한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맞춤형 장애인 돌봄체계를 만들기 위해 내부적으로 계속 논의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주=심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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