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연필 놓는 아이들] 上. 온라인 수업서 배제된 ‘1만명’

코로나19 여파로 교육 환경이 일변했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했고, 부모들은 공부를 돕기 위한 제반 여건을 조성했다. 반면 학습 공백, 교육 양극화로 연필을 내려놓는 아이들이 생기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되지 않고 평등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경기도 교육계의 현실을 돌아본다. 편집자 주

“친구들 다 있는데 나만 없어”…온라인 수업서 배제된 ‘1만명’

“한번은 아이가 ‘나만 도둑고양이처럼 수업 듣는 거 같다’며 펑펑 울더라고요. 넉넉지 못한 환경이라 항상 미안해요.”

수원에 거주하는 엄마 A씨는 지난달 말 경기도내 한 사회복지단체로부터 태블릿PC를 지원받았다. 저소득 취약계층 아동의 비대면 수업 참여를 돕기 위해 기부된 물품이다. 한부모가정인 A씨의 집엔 그동안 데스크톱, 노트북 등 장비가 없었다. 유일하게 스마트폰을 가진 A씨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때면 초등학생 저학년인 아이는 홀로 PC방을 찾아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마저 PC방이 운영될 때 얘기다. 코로나19가 극심할 땐 이웃집에 신세를 졌다. A씨는 “(수업용) 동영상이 멈춘다거나 질문할 사람이 없다는 건 꿈 같은 불만”이라며 “우리 아이는 화면 속 뒷배경이 허름하고 부끄럽다며 수업 참여에 부담을 느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발생 1년이 지난 시점, 여전히 온라인 수업에서 배제된 ‘1만명’의 아이들이 있다. 일부 학생이라도 교육적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며 학습권 보장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31개 시ㆍ군 25개 지역교육청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기지역 초중고생 3천여명 중 99.2%가 스마트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교육부나 도교육청, 학교로부터 장비를 대여해서 쓰는 비율은 3.4%였다.

반대로 0.8%는 아무런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현재 도내 초중고생이 총 147만3천864명(초 76만2천462명, 중 36만2천588명, 고 34만8천814명)임을 감안하면 대략 1만1천790명에 달한다.

단순히 스마트 장비의 보유 여부를 떠나 ‘남들 다 있는데 나만 없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수업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결국 학업 중도포기자를 만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갑작스런 교육환경 변화가 학습격차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맞벌이ㆍ조손ㆍ한부모 가정 등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기초학력 등을 세심히 살피기 위해 정부와 교육청의 근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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