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경기도 고용시장…실업급여 지급액 ‘3조’ 돌파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수원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조주현기자

고용 불안 장기화에 코로나19 여파까지 덮치면서 경기도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경기지역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3조원대를 돌파하면서 고용한파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31일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EIS) 고용행정통계에서 경기도 현황을 재집계한 결과, 지난해 경기지역 실업급여 지급액은 3조1천823억원으로 파악됐다. 2018년 1조6천494억원에서 2년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에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한 해 동안 3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019년 2조1천648억원과 비교하면 1조174억원이 늘었는데, 1년 만에 1조 단위 이상 늘어난 것 역시 처음이다. 지난해 고용시장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8년 34만6천140명에서 2019년 39만4천820명으로 4만8천680명 증가했고, 지난해는 46만8천348명으로 전년 대비 7만3천538명 늘었다.

지급 건수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폭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기도 실업급여 지급 건수는 2018년 137만9천159건에서 2019년 159만4천25건으로 21만4천886건 증가했다. 이와 비교해 지난해는 220만8천373건으로 전년 대비 61만4천348건 늘었는데, 1년 사이 증가폭이 3배나 커진 셈이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수원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조주현기자

이 같은 현실을 방증하듯 지난 29일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수원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이른 아침부터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재취업활동 인정 범위(예시)’라는 안내문을 손에 쥔 이들의 연령대는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오전 10시10분께 실업급여 신청ㆍ상담 대기표를 뽑자 410번이 배정됐다. 대기 인수엔 157명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지난해 8월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다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게 됐다는 안정훈씨(43)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아내와 여섯 살, 아홉 살 난 아들들을 어떻게 부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가장은 지갑 속 가족사진을 보다가 281번 호출이 울리자 창구로 향했다.

건설회사 현장 계약직으로 일하던 함치영씨(58)는 새해가 되자마자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4월에 이어 두 번째 부당해고라고 했다. 함씨는 “작년에도 실업급여를 받아서 이번에 대상자가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며 “상담을 마치는대로 고용노동부에 업체를 신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수원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조주현기자

실업급여 신청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고용 안정화를 명분으로 지난 2019년 10월 고용보험 요율을 개정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정된 실업급여 기준은 퇴직 전 3개월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아졌고 지급기간은 30일 연장해 270일까지 늘어났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마다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 신청이 더욱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안전망 구축과 노동자 권리 구제를 위해 적극 힘쓰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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