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가 아니라 자전거 무덤입니다”
26일 오전 11시께 성남 수정구 둔전교 북쪽 1.2㎞ 지점 탄천 자전거도로에서 만난 시민 A씨의 지적이다. 자전거도로 옆에는 자전거 수백대가 버려진 채 방치되고 있었다.
탄천 자전거도로는 용인 기흥구 청덕동~서울 강남구 청담교를 잇는 46.5㎞로 생태하천과 다양한 식물, 조류 등을 볼 수 있어 많은 동호인이 찾는 도심 속 자전거 코스의 성지다.
하지만 해당 구간은 A씨의 말처럼 자전거코스의 성지보다는 무덤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방치된 자전거들은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정확한 숫자도 헤아리기 어려웠다. 언제 버려졌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미줄이 처져 있고 먼지도 쌓여 있다.
녹슬고 파손된 건 기본이고 바퀴와 안장이 없는 자전거들도 상당수였다. 방치된 자전거 틈 사이로는 번호판이 제거돼 버려진 오토바이들도 있었다.
방치된 자전거가 차지한 길이도 40여m에 달했다. 이마저도 공간이 모자라 인도 옆에도 자전거들이 자물쇠로 채워진 채 방치돼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시민 B씨는 “자전거가 방치된 곳은 지하터널에서 탄천 자전거도로로 이어지는 길목인 만큼 아이들이 자전거에 걸려 넘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탄천 자전거도로 구간 중 분당구 백궁지하보도에도 ‘자전거 방치 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렸지만, 양옆으로 자전거 다수가 방치돼 있었다.
탄천 자전거도로 곳곳에 보관장소가 마련됐지만, 주인이 찾은 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자전거들도 많았다.
성남시도 해결을 위해 전담팀을 운영, 주기적으로 회수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실정이다.
실제로 시는 올해 27차례에 걸쳐 무단 방치 자전거 390대를 회수했지만, 사유재산이어서 2주일 뒤에도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회수하고 있다.
사실상 자전거 회수에 최소 2주일이 필요하고, 한곳에 오래 방치된 자전거라도 탈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면 회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시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방치 자전거를 회수하고는 있지만, 탄천 자전거도로는 물론 시내 방치된 자전거도 회수해야 해 범위가 넓고 사유재산인 만큼 한대를 회수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남=진명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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