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한나라당 “융기원장 사퇴하라” 압박… 道 “안 원장 하기 나름”
“이제는 스스로 판단할 때!”
안철수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장이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통합 야권 단일후보였던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등 사실상의 정치행보를 보여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이 사퇴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김문수 지사와 한나라·민주당과의 역학관련 등을 고려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안 원장이 박 당선자 지지를 밝힌 지난 24일 안 원장의 융기원장 직 사퇴를 촉구했던 도의회 한나라당은 2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연찬회를 통해 내년도 본예산에서 융기원에 지원되는 35억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 안 원장의 사퇴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예결위원인 신현석(한·파주2) 의원은 “안철수 교수가 도 지원기관인 융합기술연구원 업무를 뒷전에 팽개쳐두고 정치에 뛰어 들은 것은 도에 크나큰 손실”이라며 “서울시장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뛰어든 이상 사퇴하지 않으면 예산 삭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융기원의 소관 상임위인 경제투자위원회 민경원(한·비례) 의원도 “안 원장의 선거개입이 법적 하자가 없더라도 국립대 교수이자, 공공기관장의 직책을 맡은 상태에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감사를 통해 출연기관장으로서 얼마나 업무에 충실해 왔는가를 조목조목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지사 역시 자신이 지원하던 안 원장이 한나라당이 아닌 야권후보를 지지하고, 그 여파를 몰아 차기 대권에서 자신의 호적수로 등장함에 따라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안 원장과 김 지사가 어색한 사이가 된 것은 맞지만, 아직 김 지사가 안 원장에 대해 어떠한 코멘트를 하거나 지시를 한 것은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김 지사와 안 원장의 관계는 안 원장 하기 나름 아니겠는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의회 한나라당의 안 원장 사퇴압박에 대해서는 “안 원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원장직을 수행하지 않고 정치하러 다닌다는 근거도 마땅히 없어 도의원들이 실정을 지적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융기원의 한 관계자는 “예산 지원문제는 도와의 협약에 따라 지원키로 한 부분이고, 원장의 거취 문제는 원장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도의회 민주당은 말을 아끼면서도 안 원장이 내년 대선 잠룡으로 거론됨에 따라 당 분열에 대한 깊은 우려감속에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현재는 안 원장에 대한 언급이 조심스럽다”며 “그러나 내년 대선을 생각하면 안 원장의 행보가 당의 분열을 가져올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권혁준·이호준·박성훈기자 khj@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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