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Gallery] 여주 ‘필우재’ 갤러리
[Museum&Gallery] 여주 ‘필우재’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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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벗과 만나는 필연적 문화공간


그림 좀 볼 줄 알아야 하는 시대다. 요즘은 자의든 타의든 유명한 화가 이름이나 그림 몇 개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고, 제대로 감상해 보고 싶은 욕심도 생겨서 용기 내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도 가 보게 되지만 그림 앞에 서면 도대체 무엇부터 봐야 하는지 어렵기만 하다.

솔직히 영화나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과 비교하면 그림은 문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미술전공자가 아니라면 어디서부터 그림을 감상해야 할지, 좌회전을 할지, 우회전을 할지 망설이는 일이 왕왕 있다. 게다가 관람순서만큼이나 방법도 어렵다. 보는 거리나 각도에 따라 작품은 천차만별의 느낌을 주기에 고민을 하게 된다.

작가의 생각이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계속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갤러리를 둘러보는 경우도 많다. 아마 미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분들은 대부분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미술작품을 보러 가거나 갤러리를 잘 가지 않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여행하듯 자유로운 여유를 누릴 수 있고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며 영양가 있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 바로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에 소재한 ‘필우재’ 갤러리(관장 남윤호)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 천서리 막국수로 ‘입맛 피서’를 하고 필우재에서 ‘여유 충전’을 위해 여주 나들이를 떠나보자.

6년 전 식당이었던 곳을 열정과 감각, 부지런함으로 ‘재탄생’
붓 대신 연장들고 동분서주 ‘테마가 있는 갤러리’로 변신

‘좋은 벗과 만나는 필연적인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필우재는 서울 인사동이나 삼청동에서 둘러보았던 일반적인 ‘갤러리’의 조금 엄숙한 느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왜냐, 태생부터 특별하기 때문이다. 필우재는 원래 식당이었다. 6년 전 남윤호 관장(58·인덕대학 미디어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은 작품 활동 장소를 물색하다 지금의 필우재를 만났다. 처음 필우재의 모습은 형편없었다.


남 관장은 250여 평의 부지를 매일 3~4시간씩 시간을 들여 나무와 꽃을 심고, 잔디를 깔고, 갤러리 가꾸기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월·화·목요일 서울에서 대학 강의가 있는 날을 제외하곤 필우재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는 붓 대신 낫과 호미를 들고 농부처럼 지냈다. 남 관장은 열정과 감각, 그리고 부지런함으로 필우재를 하나의 캔버스라고 생각하며 레이아웃을 했다.

1986년 홍익대 미술대학 도안과를 졸업하고 1994년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광고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피어리스 화장품 선전실, ㈜바른손팬시 디자인실을 거쳐 디자인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리고 지난 1997년부터 현재까지 인덕대학 미디어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가 왜, 여주 천서리에 필우재라는 새로운 둥지를 튼 것일까. 무슨 이유에서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이중생활’을 시작한 것일까.


이천 신둔면이 고향인 남 관장은 항상 가슴 속에 스며있는 유년시절의 추억과 자연과 사람의 어우러짐, 그러한 기억의 편린들을 퍼즐 맞추듯 엮어 형상화, 단순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한국적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왔다.

지난 1994년 제1회 남윤호 한국이미지전(바탕골 미술관)을 시작으로 1998년 제2회 남윤호 한국이미지전(공평 아트홀), 2002년 제3회 남윤호 한국이미지전(경인미술관) 등 4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고전적 자연성과 향토적 정신적 사고를 유지해왔다.

강단과 화폭을 오가면서 남 관장은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테마가 있고 스토리가 있는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남 관장의 꿈은 6년 전, 남루했던 필우재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남 관장은 “천서리 필우재에서 나의 행복이 시작됐다. 그 전에는 인생의 행복을 못 만났는데 매일 매일 잡초를 뽑고 나무를 심고 갤러리를 가꾸면서 행복이 찾아왔다. 그리고 심신도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오리아빠’ 남윤호… 한국 문화·예술 속에 숨은 오리문화에 홀릭
갤러리 내부·정원 숨바꼭질 하듯 각종 오리 관련 작품 전시

필우재에는 비싼 명화나 유명 그림은 없다. 대신 남 관장의 작품이 푸르른 자연과 남한강의 시원한 바람, 그리고 푸근한 시골인심과 어우러져 편안하면서도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담한 갤러리 안에는 남 관장의 초창기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필우재의 진짜 매력은 갤러리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필우재에는 각종 수석, 솟대, 원앙, 골동품 등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특이한 것은 ‘오리’를 주제로 한 것이다. 버려진 옷걸이로 만든 오리 떼가 잔디밭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가 하면 돌로 조각한 오리 한 쌍이 얼굴을 맞대고 있기도 하다.

남 관장에게 오리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다. 오리는 그의 화폭에서도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그가 오리에 빠진 이유가 궁금했다.


“오리는 가족입니다. 오리를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10여 년 전에 3만 원짜리 골동품 사는데 골동품 가게 주인이 ‘골동품도 무작위로 구입하지 말고 하나의 테마를 정하라’고 하더군요. 고대 동서양의 유물이나 예술작품을 보면 도자기, 장신구, 솟대, 회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오리를 소재로 이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문화와 예술 속에 숨은 오리의 매력에 빠지면서 필우재에 오리 가족이 많아지게 된 겁니다.”

남 관장은 250여 평의 필우재에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오리를 만날 수 있게 배치했다. 나무 위에, 나무 밑에, 풀 속에, 계단에 꼭꼭 숨은 오리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는 캔버스가 아닌 갤러리 실내외에 오리를 배치하며 ‘오리아빠’로 50대를 살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했다.


“청동기시대부터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거나 경사가 있을 때 솟대를 세워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오리로 장식했는데 우리 문화 속에서 솟대와 오리는 하늘(천신) 숭배의식과 단군신화 이전의 신앙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쌍의 오리, 혹은 새끼오리를 거느린 오리는 행복과 화합, 그리고 장원급제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묘사됐다. 복잡한 현대사회에 오리가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좋고 천서리에서의 제2의 인생을 사는데 좋은 친구이기도 합니다.”

호탕한 성격과 뛰어난 친화력으로 ‘천서리 인기남’으로 통해
마을 심볼마크 직접 디자인… ‘지역브랜드’로 키워내

사람들은 언젠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한 시골 마을이나 고향에서 살고 싶어 한다. 너른 마당에 예쁜 꽃과 나무를 심어놓고, 그것을 감상하면서 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과의 소통과 관계가 없는 전원생활은 꿈에 불과할지 모른다. 남 관장은 천서리 생활은 어땠을까.

“아내가 그러더군요. 우리 남편은 스펀지 같다고.(하하)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같이 운동도 하고 지역 어르신들의 인심이 얼마나 좋은지 고향같이 편해요. 특히 동네 할머니도 저를 무척 좋아해 주세요. 아들처럼 대해주시죠.”

호탕한 성격과 뛰어난 친화력으로 남 관장은 마을 어르신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는 또 지역을 위해서도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다. 바로 천서리 로고를 제작한 주인공이 바로 남 관장이다.


디자인 전문가인 남 관장은 전공을 살려 천서리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문화재(파사성), 먹거리(막국수), 볼거리(막국수)를 알릴 수 있는 마을의 상징인 심볼마크와 로고타입을 지역브랜드로 개발했다.

그가 디자인은 지역브랜드는 지난 2009년 4월 마을회관 준공식에서 발표되면서 여주지역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별모양의 지역브랜드는 천서리 주민들이 상가와 자동차, 면민의 날에 사용되고 있다.

주민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남 관장은 이를 계기로 어느새 지역 유명인사로 불리게 됐다. 이제 필우재는 남 관장의 개인 작업장이 아닌 천서리 주민들의 쉼터와 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남 관장은 강의가 없는 날에는 필우재에서 주민들과 막걸리 한 잔, 차 한 잔 마시며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 선후배 작가와 학생들의 아지트로 애용되고 있기도 하다. 

남 관장은 24시간 필우재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참외 농사를 짓는 동네 어르신이 와서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갈 수 있고, 그 유명한 천서리 막국수 맛보러 온 관광객들이 편하게 들러 갤러리를 구경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미술관과 갤러리의 경우 예습과 준비가 없는 관람은 ‘그림의 떡’이다. 허나, 필우재는 예습과 준비가 필요 없다. 자연과 예술을 품을 수 있는 넓은 가슴과 친구가 그리운 이면 누구든지 무료입장 가능하다.
문의 010-4152-5526

글·사진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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