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모든 학교에 다 있는 문젠데…"

해결 방식은 '전학'…"치유 아닌 학교 불신 키우는 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납고리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의 학교 불신과 방관자에 머무는 친구들, 여기에 사태 축소에만 급급한 교육당국까지. 최근 대전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들은 현재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하다. 교육당국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폭력 연령은 낮아지고 수위는 높아지는 모습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전CBS는 7차례에 걸쳐 학교 폭력이 되풀이되는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 등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학교 폭력이요? 대한민국 모든 학교에 있는 문제인데, 왜 하필 우리 학교만...”

 

최근 집단 폭행이 발생한 학교들을 찾아가면 학교 관계자들이 억울하다는 듯이 내뱉는 말이다.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학교 현장의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대전 청소년상담원 관계자는 “성장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어른들의 인식하에 폭력과 무질서의 방치가 아이들의 폭력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대부분 학교가 학교 이미지와 교사 평가 등 어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짙은데 이는 곧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을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대전에서 잇따라 발생한 학교 폭력 과정에서 친구들에게 맞은 학생들이 사태 해결을 호소한 곳은 학교가 아닌 경찰.

 

피해 학생들은 “학교에 얘기해봐야 소용없다”거나 “고민을 상담했지만 돌아온 건 문제 해결이 아닌 또 다른 폭행이었다”고 말한다.

 

학교측은 “폭력을 휘두른 학생이나 피해를 당한 학생이나 모두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진행해왔다”고 했지만 폭행을 당한 학생들은 “지난 1년간 상담을 받은 횟수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눈에는 학교가 더이상 자신들을 폭력에서 보호해주거나 고민을 들어주지 못하는 곳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도 곳곳에서 '초보적인 수준'의 대처가 나타나고 있다.

 

‘방학 중 상납을 안했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이 발생한 A학교는 지난해에도 학교 폭력 문제가 발생했었다. 당시 학교는 문제 학생을 인근 학교로 전학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학을 보냈지만 기존 학교 선.후배들과 연락을 유지하며 후배들에게 상납을 받거나 혹은 자신조차 상납을 해 온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근본적인 치유보다는 사태 축소와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으로 일관한 교육 당국의 책임이 크지만 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많다보니 일일이 관리할 수 없을뿐더러 중학교의 경우 의무교육이라는 이유로 퇴학 등 강력한 조치가 어려운 것도 지도에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대전의 또 다른 중학교에서 금품 갈취 등으로 문제가 발생했지만 학교가 선택한 문제 해결 방식은 문제의 학생을 다른 곳으로 전학시키는 것이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문제의 학생들이 전학가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 자리를 다른 아이들이 채우기 시작했다”며 “결과적으로 사람만 바뀌었을 뿐 학교 폭력과 상납고리는 여전했다”고 말했다.

 

한국 청소년상담센터 관계자는 “폭력을 휘두른 학생의 경우 자신이 전학을 가는 것을 어른들의 입장에 따른 결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피해 학생의 경우 전학이라는 절차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도 한 방편일 수 있으며 이 경우 지속적인 상담과 지도가 필수”라고 말했다.

 

원광대 예술치료학과 오선미 교수는 “지역 내 또래 아이들에게 이미 소문이 났기 때문에 같은 지역 안에서의 전학은 무의미할 뿐더러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가해·피해 학생이 함께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상담원 관계자도 “학생들을 서로 떼어놓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폭력을 휘두른 학생은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또 피해 학생 역시 자신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과를 받는 등 양측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 같은 사과의 과정이 피해자는 물론 폭력을 휘두른 학생 역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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