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상담제도 정착…교사·학부모 인식 전환 요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납고리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의 학교 불신과 방관자에 머무는 친구들, 여기에 사태 축소에만 급급한 교육당국까지. 최근 대전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들은 현재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하다. 교육당국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폭력 연령은 낮아지고 수위는 높아지는 모습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전CBS는 7차례에 걸쳐 학교 폭력이 되풀이되는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 등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각종 대책에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교육청과 학교가 기존의 겉돌고 있는 제도를 조금만 관심을 갖고 뜯어고치거나 학교 현장에 맞게 고친다면 학생들을 '학교 밖 문화'인 폭력에서 '학교 안 문화'로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교 폭력 문제를 속으로만 감싸안고 있는 학교도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에 손을 내밀어 부족한 법적.제도적 뒷받침 등을 함께 마련하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아이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관심을 갖자'
대전 CBS가 최근 전문기관인 '한 예술치료교육연구소'에 폭행에 가담한 학생들에 대한 심리검사와 상담을 의뢰한 결과, 교육당국에서 '폭력 가해자'로 분류한 학생들은 처음부터 치료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었다.
학생들이 처음 '문제아'로 불릴때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를 병행했다면 학교 적응이 빨라졌다는 것.
'Wee 센터-Wee 클래스-상담교사' 등 교육청과 학교 곳곳에는 학교폭력 상담 프로그램이 많지만 아이들의 1차적 원인을 충분히 들어주거나 처방해주지 않는다는 게 아이들의 뒤늦은 고백이었다.
이번에 심리검사·상담에 참여한 한 학생도 "학교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에게 상담받으며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부모이혼 등 자신의 가정환경을 얘기하면 금세 학교에 소문나 학교폭력에 이어 자신에 대해 또 다른 관리종목만이 덧붙여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전시 교육청 Wee 센터에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단 1명 찾아온 것도 이런 이유가 있었다.
오선미 원광대 예술치료학과 교수는 "가해·피해 학생 모두 상담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비밀보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일부 학교에서는 상담과정에서 학생의 비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며 "추궁하는 식으로 상담을 진행하면 폭력의 1차적 원인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폭행하지 마라' '너는 왜 그러니'에서 벗어나 학생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아이들이 털어놓은 장애, 불우한 가정환경, 학교생활 부적응 등의 문제는 학교가 속으로 안지말고 지자체나 시민.사회단체 등의 교육 프로그램과 상담치료를 연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교사-학생-학부모 , 학생-학생 신뢰 회복 우선
이번 취재 과정에서“‘넌 원래 그런 애’라는 한 교사의 말을 듣고 반발심이 더 들었다”는 학생의 말과 “선생님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을 실감했다”는 학부모의 말은 학교 현장에서 '신뢰감'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사는 학생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하고, 학생은 선생님이 제대로 붙잡지 않아서, 학부모는 교사와 친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교사-학생-학부모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근 마을공동체 연구소가 계획한 '교사 연구모임'과 '학무모 모임'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무너진 신뢰를 세우는 시작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연구소 김수동 사무국장은 "교사.학부모와 함께 모임을 갖고 문제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간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폭력의 방관자로 변해가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폭력의 부당성과 그 폐해를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할때마다 교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가정환경, 인터넷, 학교 부적응 등 다양한 학교 폭력의 원인을 교사에게 전적으로 맡겨 예방하고 사후관리를 하라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심리검사·상담에 참여한 '한 예술치료교육연구소' 한 치료사는 "교사들에게 폭력 예방을 전담하고 있는데 교사들에게 이런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얼마나' 자주 '어떤' 교육을 제공했는지 의문"이라며, "교사들에게도 폭력 예방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시켜 문제를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가장 전문적인 상담사들이 모인 Wee 센터에서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이나 상담프로그램이 과중된 업무로 제대로 열리지 못한 것을 볼 때 전문 상담교사와 일선 학교 교사들의 관련 교육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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