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의 진화
“우리 동네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닌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마을의 행복 창고입니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민선 6기 핵심 공약이자 도정을 운영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바로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다.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라는 말은 얼핏 듣기에는 쉬운 말인 것 같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 생각하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기도는 이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작은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찾은 고양 책놀이터 작은도서관.
다세대주택이 늘어선 골목 어귀에 자리한 이 도서관은 책장 넘기는 소리와 이따금 들리는 기침 소리만이 유일하게 정적을 흔드는 일반 도서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일반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 책놀이터의 내부는 도서관이라는 다소 딱딱한 단어보다는 화기애애한 ‘동네 사랑방’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2005년 어린이도서관으로 출발하면서 이용 대상이 영유아로 한정됐었던 고양 책놀이터는 지난 2011년 어린이 청소년도서관에 이어 2013년 책놀이터 작은도서관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이용 대상의 범위가 성인까지 확대됐다.
덕분에 고양 책놀이터는 어린이는 물론 어릴 적 책놀이터에 다녔던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까지 함께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변모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는 ‘책이랑 까꿍’ 프로그램을 비롯해 어머니들을 위한 바느질 동아리 ‘꼬메는 엄마들’, ‘책 읽어주는 의자’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특히 고양 책 놀이터는 인근 야외 놀이터까지 활동범위를 확장해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책을 들고나가 지역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등 한층 적극적인 지역교감으로 따뜻한 지역 공동체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작은 도서관에서 만난 차은희씨(41)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주민분들을 통해 책 놀이터를 알게됐다”며 “도서관이 아이들은 물론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는 장소로 사용돼 지역 화합에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더 많은 작은도서관들이 생겨나고 활성화된다면 지역민 화합에도 큰 도움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찾아간 안산 다문화작은도서관은 여느 도서관과 다를 바 없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도통 알아볼 수 없는 글귀로 가득한 책에 온정신을 쏟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는 것.
다문화도서관으로서 전혀 이상할 게 없지만, 이용객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이곳 안산 다문화작은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비단 ‘모국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도서관과 큰 차이점을 지닌다.
모국어로 짜인 책자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과는 별도로 안산 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독서문화프로그램은 지역민들과 쉽게 융합할 수 있는 ‘소통 창구’로서 외국인 이용객들에게 커다란 의미가 되고 있다.
다문화작은도서관은 외국인과 한국인 간의 소통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과 지역 내국인의 소통을 위해 한국어가 능통한 10개국 자원봉사자 35명이 한국인도 다수 참가하는 독서문화프로그램에서 브릿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도서관을 매개체로 함께 대화하며 정체성과 자아를 확립하고 있는 이들은 국적이 아닌 지역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완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식정보 및 독서문화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돼 이제는 지역사회의 필수불가결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작은 도서관.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가 지금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박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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