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 후폭풍… 학원·병원·여행업계도 ‘혼란’

기말고사·학력평가 미뤄지고 수험생은 버린책 다시 찾아와
성형수술·여행예약 취소 문의 하나투어 “취소 수수료 면제”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16일 수원 수성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실이 비어있다. 조태형기자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16일 수원 수성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실이 비어있다. 조태형기자
지난 15일 포항을 강타한 지진으로 전국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갑작스럽게 일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교육계는 혼란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 기말고사ㆍ학력평가 연기 ‘일선 학교 혼란’…수험생들, ‘재수하는 기분’ 허탈

경기도교육청은 16일 각 부서 국·과장들을 모아 ‘수능 연기 및 지진 발생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를 통해 도교육청은 검정고시생 및 재수생을 포함한 수험생에 수능 연기를 안내하고 문답지 보안 조치를 위해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학교 휴업 현황을 파악한 뒤 고3 수험생 학사일정을 점검하고, 고입전형 일정 변경 등 후속 조치 방안과 교육급식 대책도 논의했다. 또 특성화고와 외고,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교 전형 일정도 일주일 가량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내 일선 학교 역시 온종일 부산한 모습이었다. 대부분 학교가 학생 편의를 위해 고3 기말고사 일정을 수능 다음 주인 20∼24일에 배정해 놓은 상태여서 시험 일정을 다시 짜야 하는가 하면, 고3을 대상으로 한 수능 이후 프로그램도 모두 미뤄야 하기 때문이다.

 

수원 망포고등학교 박덕환 교감은 “수능일이 미뤄지면서 학교에서도 긴급회의가 이어졌다”며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기말고사가 계획되어 있었지만 수능이 연기됨에 따라 27일부터 12월1일까지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용인 동백고등학교도 20일부터 진행하려던 기말고사를 27일로 연기했으며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하는 ‘11월 고1, 2 전국연합학력평가’도 22일에서 수능 이후인 29일로 미뤄졌다.

완벽한 컨디션으로 수능을 치르기 위해 준비해오던 수험생들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원 광교고등학교 3학년 한예은 학생은 “긴장이 최고조로 올랐다가 맥이 탁 풀렸다”며 “책을 다 버렸다가 쓰레기통을 다시 뒤져 책을 가져오는 친구들이 많았다. 피곤할까 봐 일찍 잔 학생들은 아침에 수능이 연기된 걸 알고 황당해했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수험생들 역시 “수능일을 위해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었는데 흐름이 다 깨져버렸다”라거나 “너무 긴장을 하다 보니 수능을 치고 다시 재수하는 기분이다”라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학원가는 물론 병원, 여행사까지 ‘비상’

수능이 연기되면서 도내 주요 학원가도 비상이다. 대부분 16일 수능일을 앞두고 하루 이틀 전 종강했다가 다시 문을 열어 수험생을 맞고는 있지만, 일주일 동안의 교육 프로그램 짜기가 만만치 않다.

 

안양 평촌에 있는 A 대입전문학원은 수능일이 연기된 이날 오전 입시반 강사 12명을 포함해 관계자 20여 명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학원은 수능일을 이틀 앞둔 14일 이미 종강했지만 수능이 연기되면서 오는 21일까지 입시반 운영을 연장하기로 했다. 국가 차원의 재난 상황인 만큼 수강생 500여 명의 추가 수강료나 강사료는 받지 않기로 했다.

 

성남 분당의 재수생 전담 B 대입학원도 전날 종강했다가 이날 다시 학원 문을 열었다.

이 학원 강사는 “휴가를 취소하고 학원으로 복귀했다. 수험생들과 달리 강사들은 소정의 강의료를 받기로 했다”며 “수능 연기일까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강의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이 미뤄지면서 성형외과와 여행사들도 혼란을 겪어야 했다. 수능을 마치고 성형수술 및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수험생과 수험생 가족들이 예약을 취소하거나 연기했기 때문이다.

 

메가성형외과 수원점 관계자는 “수험생 이벤트로 예약한 학생들 예약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고, 하나투어 관계자 역시 “수험생이나 가족들이 일부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 위한 문의가 오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취소수수료 등을 면제해 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병돈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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