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기부’ 수용은 위법… 이천시 알고도 묵인?

기부자가 미술관 운영 등 조건 수용… 시 “법적 문제없다”

▲ 이천시가 월전 장우백 화백의 소장품과 부동산을 기부받는 과정에서 미술관 기부자 운영 등을 조건부로 기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수장고 및 전시공간 부족으로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 방치되고 기부받은 월전 화백의 작품들. 조태형기자
▲ 이천시가 월전 장우백 화백의 소장품과 부동산을 기부받는 과정에서 미술관 기부자 운영 등을 조건부로 기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수장고 및 전시공간 부족으로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 방치되고 기부받은 월전 화백의 작품들. 조태형기자
시립월전미술관 투자에 인색(본보 1월15일, 16일자 1면)한 이천시가 월전 장우성 화백의 수천억원대 소장품과 부동산을 기부받는 과정에서 미술관을 기부자가 운영하게 하는 등 조건부 기부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위법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법(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7조)상 재산을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할 경우 조건이 수반된 것은 채납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18일 이천시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07년 월전미술문화재단으로부터 월전 장우성 화백의 작품 및 소장품 1천532점과 서울시 종로구 소재 토지와 건물을 기부받으며 ‘기부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이천시와 기증 기관인 월전미술문화재단은 기부서에 ‘작품 및 소장품 기증에 따른 요구서’를 작성했다.

 

요구서에는 △기부한 작품이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 소장·전시돼야 한다 △미술관을 유지·운영하지 못할 사유 발생시 기증품 전부를 기증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미술관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기 위해 기증기관이 수탁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운영상 필요한 종사인원 임면권을 위임받는다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 등에 확인 결과 현행법상 기부금품은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는 월전미술문화재단의 미술 작품을 기부받으며 조건에 명시된 시설의 관리위탁 운영권을 준 것에 대해서는 기부자나 상속인이 기부 재산에 대해 무상 사용수익권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위수탁 협약서에 따르면 운영은 재단이 하고, 수익은 이천시 금고에 납부하도록 돼 있어 전형적인 관리위탁 형태”라며 “미술품 및 부동산의 기부채납을 바탕으로 한 관리위탁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 예정한 행정행위의 형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위법하고 무효다”라고 지적했다.

 

이천시는 지난 2016년 경기도 종합감사에서도 S문화재단이 수십억 원대 유물을 시에 기부하면서 이천시립박물관장으로 20년 재직하겠다는 조건을 수용한 것에 문제가 있다며 지적받았다. 또 S문화재단의 유물은 이천시로 소유권 이전조차 되지 않아 논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현재 S문화재단 이사장은 이천시립박물관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등 미술관ㆍ박물관 관리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법적 검토를 하고, 월전미술관 경우 소유권 이전이 됐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김정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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