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아닌 꿈이었으면 좋겠어…”
4일 오전 10시20분께 안성시 죽산면 용설마을. 이곳에서 만난 A씨(68)는 “5년 동안 애지중지 재배한 900여평의 인삼밭 절반은 토사로 초토화되고 그 아래 농경지는 토사물로 유실된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며 초점 잃은 눈으로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앞서 이곳에선 지난 2일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용설저수지 제방 둑을 따라 용설마을로 향하는 길목 주변 임야는 곳곳이 산사태로 붕괴된 채 흉물스러운 황토 빛 속살을 드러냈다. 농경지는 부러진 나무와 돌 등으로 뒤엉켜 유실된 채 방치됐고, 도로는 쏟아져 내린 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산사태가 발생한 인근 도로 옆 좁은 농로길을 따라 600m를 따라 올라가 보니 수마가 할퀸 인삼밭과 농경지 등은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
“81년 평생 이런 건 처음이여. 그냥 꿈 같기도 하고 이런 난국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 어이가 없어!”
18세부터 용설마을에서 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B씨(81)는 자신의 유실된 농경지에 들이닥친 토사 위에 앉아 망연자실했다.
인근 용설저수지 주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둘레길 곳곳은 산에서 내려 오는 물과 토사 등으로 쌓인 채 응급복구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용설마을과 경계인 일죽면 장암리 길 사이에도 전날 수마가 할퀸 흔적은 처참했다. 농경지 곳곳이 토사로 유실됐다. 일부 논둑에선 주민들이 삽으로 흙을 떠 둑을 메우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일죽면 금산리 옥동마을 오리골에서 만난 주민들도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했다. 이 마을 12가구 주민 30여명은 “생시가 아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마을 진입로는 뒷산 골프장 개발로 공사가 수일간 이뤄지면서 5천여 t에 이르는 토사가 마을을 덮쳐 도로와 개울 등이 토사로 막혔다.
옥동마을 주민들은 “이 같은 피해의 원인은 난개발에 따른 지반 약화로 장마철에 농경지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안성=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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