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박함을 느꼈어요. 저도 모르게 사다리차를 올리고 있더라구요.”
군포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주민 3명을 구한 ‘사다리차 영웅’ 한상훈씨(29)를 2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만났다.
한씨는 숨진 근로자 A씨 등이 일하는 인테리어 업체에 창문틀과 창문 등 인테리어 물품을 공사 현장으로 올려주는 사다리차 업체 대표다. 사고 발생 1시간30분 전인 오후 3시부터 현장에 있던 목격자이기도 하다.
그는 “사고가 난 세대에 사용될 인테리어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1층에서 대기하던 중 ‘펑’하는 굉음과 함께 사고가 났다”고 당시 사고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신고 후 12층에 여성 한 명이 있는 것을 목격하고 구조할 사람이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다급히 접었던 사다리를 다시 펴기 시작했다.
한씨의 눈 앞에 15층 창문 틈에서 겁에 질린 듯 두 손을 흔들고 있는 어린 초등학생 남매의 모습도 들어왔다.
한씨의 마음은 다급해져만 갔다. 더욱이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당시 살수차만 도착해 이들 주민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한씨뿐이었다.
한씨는 “아이들이 다급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들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씨는 곧바로 유독가스로 둘러싸인 아파트 12층 내부에서 손을 흔들고 있던 20대 여성을 사다리차에 올려 구조했고, 이후 바로 위층인 15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남매를 안전하게 지상으로 옮겼다.
한씨는 “사다리차 최대 높이가 14층이지만 순간적으로 아이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 리미트장치를 풀고 15층까지 올라갔다”며 “위험하지만 같은 상황이 재현되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구조 후 소방대원에 인계된 아이들의 건강은 어떤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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