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그러나 사건의 ‘윗선’으로 연결되는 성남시에 대한 수사는 이번에도 뒤로 미뤄졌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 26~27일 이틀에 걸쳐 곽상도 전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홍성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각각 불러 조사했다. 모두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로, 검찰에 소환된 건 전담수사팀이 구성된 지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진술 조서를 열람하는 시간까지 곽 전 의원은 17시간, 권 전 대법관은 12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지만, 소환과정 내내 검찰은 주요 인사들을 가려주기 급급했다. 피의자 또는 참고인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 통상 1층 로비를 통해 조사실로 향하지만, 4명 모두 현관을 피해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화천대유가 속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부탁을 받고 은행 쪽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 근무하던 아들 병채씨를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무죄 의견을 냈다. 이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월 1천500만원씩 보수를 받았다. 다만 검찰이 현재까지 조사한 건 이 후보의 대법원 선고 전후로 권 전 대법관과 김씨가 여러 차례 만났다는 것뿐이다.
대장동 사건에서 자주 거론되던 박 전 특검은 지난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당시 대장동 개발 초기자금으로 쓰인 대출금 1천155억원을 알선하고 10억원을 챙긴 대출 브로커의 변호를 맡았었다. 이후 화천대유의 고문 변호사가 됐고, 그의 딸은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한 값에 취득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김씨가 근무하던 머니투데이의 홍 회장도 소환했다. 그는 지난 2019년 김씨에게 세 차례 차용증을 쓰고 수십억원을 빌렸다. 검찰에 출두했던 4명 모두 김씨와 두터운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혐의가 구체적으로 나온 건 곽 전 의원뿐이라 나머지도 처벌 대상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성남시 수사를 또 뒤로 미룬 검찰과 달리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 26일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근무 중인 최 전 의장은 성남시의장을 지낼 당시 대장동 사업을 추진하는 시발점이 됐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를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경찰은 그가 화천대유로부터 약속받은 성과급 40억원을 대장동 사업 때 편의를 봐준 대가로 보고,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그의 주거지와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는데, 최 전 의장은 경찰에 출석하며 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소설을 쓰시네’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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