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지원기간 끝나면 썰물처럼 퇴사... 장기 근속 효과 보지 못한다는 지적도 미봉책이 아닌 세련된 인력 관리 필요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들의 고용 지원을 위해 시행 중인 다양한 정책들의 사업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같은 제도들은 청년들의 장기 근속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과 중소기업, 정부가 함께 공제부금을 모은 뒤 적립 금액은 2년 후 청년에게 성과보상금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인데, 올해 예산의 경우 6천403억원으로 작년 예산(1조3천억원) 대비 약 51% 감소했다. 지원 규모 역시 기존 2만명에서 1만5천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청년과 중소기업이 2년 동안 납부해야 하는 금액도 각각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증가했다.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중소기업 청년노동자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해당 사업은 중소기업에 근속하는 청년들에게 2년간 최대 48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올해 신규 지원 인원은 작년(9천명) 대비 7천4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인천시에서 청년과 중소·중견기업을 연계해 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중소·중견기업 청년 취업지원사업’ 역시 규모가 축소됐다. 작년까진 인턴 3개월과 정규직 3개월에 해당하는 고용지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전문 기관의 교육비를 3개월 지급하고 인턴 과정 월급을 3개월 지원하는 형태로 변경돼, 사실상 기업이 받을 수 있는 고용지원금은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었다.
이처럼 청년 고용지원 관련 각종 정책들이 양과 질 측면에서 모두 후퇴하고 있다 보니, 우선 기업들에선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해당 제도들이 그나마 짧은 기간이라도 인력 수급을 위한 유인책으로 사용됐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어졌다는 한탄이다.
화성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 역시 올해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이 줄어든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걱정이 한 가득이다. 그는 “그나마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겐 ‘인력 동아줄’ 같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청년층을 끌어 모아야 할 지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제도들이 청년들의 장기 근속에는 유용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 기간까지는 중소기업에 다닌 청년들은 결국 지원 기간이 끝나면 썰물처럼 퇴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광주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는 “기업의 비전이나 성장 가능성 때문에 회사에 근무하기 보다는 내일채움공제 같은 제도 때문에 그야말로 버티면서 회사에 다닌다”며 “주변 중소기업에 다니는 또래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내채공’이 끝나면 회사를 나간다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털어놨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21년 발표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주 대상 고용지원 정책’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제도들이 청년들의 1~2년간 근속은 보장하지만,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봉책에 그치는 지원책이 아닌 근본적으로 인력 관리가 세련되게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시행 중인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제도는 어쩔 수 없이 정부가 쥐어짜낸 방법 중 하나”라면서도 “이런 제도는 되레 중소기업들이 인력 관리에 소홀해도 근로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중소기업의 인사관리 체계성 등을 높이는 데는 오히려 역작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 제언 “장기적 관점서 인력난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부족한 일자리 문제 해결책은 ‘언발에 오줌누기’ 식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중소기업, 제조업은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해 청년들이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 같은 ‘힘든 일’ 대신 배달 플랫폼에 종사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며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근본적으로 근무 환경 개선을 동반하지 않으면 풀어내기 힘든 문제”라며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좋은 환경과 좋은 조건에서 청년들이 일할 수 있게 정권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정책이 아닌, 로드맵을 갖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부족한 ‘인력 활용의 경영철학’을 발휘할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 특히 부족한 점은 인력을 활용하는 경영철학”이라며 “중소기업은 체계적이지 않고 불공정한 인사 관리에 쉽게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은 노동조건이 나빠서 가지 않는다고 여겨지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도 인력 자체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 정부와 지자체는 중소기업들의 인력 관리 관행이 더 세련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기업이 아직 갖추지 못한 부분을 중소기업이 특화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이를 도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기본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봉 차이 등은 조정하긴 힘든 것도 사실이나, 그외 부분에 대해선 정책적으로 충분히 조정해 청년들의 ‘니즈’를 맞출 수 있다”며 “일례로 유연근무 시스템을 확대해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차별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대표적인 예가 기술인력들이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 기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들 기업이 스톡옵션이나 유연한 근무 형태 등 중소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인을 확실히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의 방향은 청년들이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선택할 만한 여러 유인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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