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대상자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보훈병원의 대체 역할을 하고 있는 보훈위탁병원마저 진료 과목 부족과 낮은 의료접근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가보훈부 등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에는 617곳의 보훈위탁병원이 있다. 위탁병원은 보훈처장이 국가유공자 등의 진료를 위탁한 의료기관으로 올해 기준 경기지역에는 92곳의 병·의원 및 종합병원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병원이 의원급에 해당하는 병원이어서 진료과목이 한정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일례로 과천시의 경우 의원급 병원인 내과와 이비인후과 등 2곳만 보훈 위탁병원으로 지정돼 있어 이외 과목의 진료를 받기 위해선 반드시 다른 지역의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연천군의 경우도 보건의료원 한 곳과 비뇨기과 의원 한 곳 등 2개 병원이 전부이며, 의왕시에는 진료과목이 6개인 병원과 2개인 병원 등 두 곳뿐이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인 보훈병원에선 28개가량의 진료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보훈위탁병원의 경우 고령환자에게 필수적인 호흡기·내분비 내과 등의 전문의가 없는 의원급 병원이 많아 의료지원의 공백은 메워지지 않고 있다.
보훈위탁병원의 개수도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확인됐다.
31개 시·군 중 21개 지역에는 보훈위탁병원이 3곳 이상 지정돼 있으나, 과천·구리·김포·부천·연천·의왕·포천 등 7개 시군은 보훈위탁병원이 2곳에 불과했다. 특히 부천(9천794명)의 경우 보훈대상자 수가 1만명에 달하지만 이들의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한 보훈위탁병원은 2곳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천(2천688명)·여주(2천224명)·오산(2천334명) 등 3개 시·군에는 보훈위탁병원이 단 한곳뿐이었다. 이곳 지역들 모두 5년 전에 비해 유공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보훈위탁병원의 포화현상도 심화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보훈대상자의 연령대마저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이들을 위한 의료서비스가 더 절실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보훈대상자 중 70세 이상 고령 인구가 56만5천640명으로 전체(83만3천468명)의 67%를 차지한다.
보훈대상자 이창수씨(가명·80)는 “집 근처에는 치료받기 위한 진료과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보훈병원을 다녀오는 데만 하루 종일 걸린다”며 “종합병원을 위탁병원으로 지정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는데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나라를 위해 젊은 날 희생했던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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