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상자 수 303명으로 늘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상자 수가 303명으로 늘었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4명으로 유지됐지만, 부상자는 149명으로 17명 늘어났다. 중상자는 33명, 경상자 116명이다. 이에 따라 사상자수도 전날 286명에서 303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을 기록했다. 이란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4명, 미국과 일본이 각각 2명이다. 프랑스, 호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는 각각 1명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33명, 10대 11명, 40대 8명, 50대 1명 순이다. 경찰은 사망자 154명 중 153명의 신원을 확인해 유가족에게 통보한 상태다.   중대본은 이날 오전 9시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광장에, 용산구는 녹사평역 광장에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꾸린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지난 29일 오후 10시15분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 몰린 수만명의 인파가 뒤섞이며 역대 최악의 피해가 난 사고다.   이에 정부는 11월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는 각종 행사를 취소하는 등 사망자들에 대한 추모 물결이 줄을 잇고 있다.  김경희 기자

[이태원 핼러윈 대참사] 압사당한 ‘안전’... 또 무너진 대한민국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일대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286명의 사상자를 낸 초유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이태원에는 사고 발생 하루 전에도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 수만명이 몰려들었던 상황인 만큼 현장 관리 부실에 따른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 경기도민을 비롯해 154명이 사망하고 132명이 다치는 등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남성은 56명, 여성 98명이며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이다. 부상자 132명 중 36명은 중상이며 96명은 경상이고, 사상자 대부분은 10~20대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사망자 154명을 분산해 일부는 수원시 팔달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을 포함한 도내 15개 병원에 안치하고, 일부는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등 24개 병원에 안치한 상태다. 또 부상자들은 성남시 분당구 분당차병원을 비롯한 도내 3개 병원과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31개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소방당국은 지난 29일 오후 10시15분께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수십명이 인파에 깔리면서 대규모 인명사고가 났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해밀톤 호텔 옆 폭 4m의 내리막길에서 누군가 넘어졌고, 뒤따르던 사람들이 차례로 넘어지면서 사람이 겹겹이 쌓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날 소방당국에는 관련 신고만 100건이 접수됐다. 이에 소방당국은 사고 당일 오후 11시50분을 기해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장비 94대와 인력 222명 등을 지원받아 대응 인력 2천421명과 장비 233대를 투입했다. 도소방재난본부도 인력 98명과 차량 49대를 지원하고, 현장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본부 구조구급과장 등 19명을 중심으로 부분 통제단을 가동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단일 사고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다. 또 압사 사고로는 63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으며,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압사 사고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압사 사고 중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고는 지난 1959년 부산 공설운동장 사고로 당시 67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장 교통 통제 및 안전대책 마련이 미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부터 몰려든 인파에도 정부가 안전 대책을 제때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며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경희기자

핼러윈 참사 다음날 밤 인천 대표 유흥가 일대 한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일대에 핼러윈을 앞두고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난 다음날인 30일 인천 대표적인 상권인 부평구 부평테마거리와 남동구 로데오거리 일대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핼러윈 복장을 한 이는 한 명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날 오후 8시께 부평테마거리는 길가 한 가운데 걸린 ‘해피 핼러윈 퍼레이드 행사’ 현수막만 보일 뿐 거리 자체에선 핼러윈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같은날 오후 9시30분께 로데오거리는 부평테마거리보단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곳 역시 핼러윈을 위한 코스프레 복장을 한 시민은 볼 수 없었다. 다만, 이곳에선 부평테마거리와 같은 현수막은 볼 수 없지만, 대신 호객군으로 보이는 한 20대 남성은 뱀파이어를 연상하는 복장과 페이스페인팅을 한 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부평테마의거리에서 감성주점을 운영하는 업주 정민구씨(32)는 “전날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가게에 부착해 놓은 할로윈 장식을 급하게 뗐다”며 “전날 오후 11시께 소식을 들었다. 가게에 장식을 핼로윈 붙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다 제거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핼로윈이라 이벤트도 많이 준비했는데 전부 취소했다”며 “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가게들도 거의 다 안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날은) 사람들이 꽉 차 있는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차량이 못 움직일 정도였다”며 “차량 통제했는데, 들어온 차량이 못 움직일 정도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은 사람이 많이 없다. 어제 워낙 큰 일이 생겨서 다들 즐겁게 놀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부평테마의거리에서 만난 김모씨(25)는 “(이태원 참사가)안타까운 일이기는 한데 이게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서 예를 들면 다음부터 핼로윈에 대한 제제를 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거나 하는 것은 싫다”고 했다. 그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있었으니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자 정도로만 끝나면 상관이 없다”며 “할로윈 자체가 이벤트다. 젊은 청년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풍습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인해 제제가 들어가고, 정치권에서 물고 뜯고 싸우고 그러면 눈살 찌푸려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장모씨(25)는 “이태원에 가본적이 없고 핼로윈이라고 그런곳에 가는 게 솔직히 이해는 안된다”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몰리는 것도 처음봤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사람이 많으면 거길 빠져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사건이 발생할 거라는 것에 대한 생각 자체가 힘들었을 건 알지만, 그래도 사람이 그렇게 몰리면 좀 빠져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남동구 로데오거리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도 이번 이태원 참사를 안타까워 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박모양(19)은 “무섭기도 하고 피해자가 거의 20대던데 나중에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친구들과 이 일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어제 새벽부터 사망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걸 친구들이 단톡(카카오톡)에서 공유해 새벽 3시에 소식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모씨(23·여)는 “이태원 참사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늘 핼러윈을 앞둔 마지막 휴일이어서 별 영향은 없는 것 같다”며 “평일에도 이 정도 사람은 있다. 주변 술집은 질서를 지키라고 약간 주의를 주기도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핼러윈 참사로 인해 인천시민 4명과 거주 외국인 1명 등 모두 153명이 사망하고 133명이 다치는 등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주영민기자

[경기만평]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사설] ‘마약과의 전쟁’, 철저한 예방과 사후 관리 필요

지난 27일 고양특례시 KTX 행신역에서 마약에 취해 소란을 피운 20대 남성 2명을 고양경찰서는 붙잡아 이 중 1명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또한 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친구 사이로 알려진 이들은 행신역 대합실에서 맨발로 비틀거리며 돌아다녀,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마약류인 ‘케타민’을 발견해 압수했다. 이들은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최근 마약사범이 폭발적으로 증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마약은 중고생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페스티벌 공연에서 중고생을 포함한 젊은이들 사이에 암페타민과 같은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대형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은 물론 전국에 걸쳐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검찰청과 경찰청 등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2018년 1만2천613명에서 지난해에 1만6천153명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8월말까지 1만2천233명이 검거돼 빠른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마약사범의 60%가 미래세대인 20~30대 청년이라는 사실이다. 2017년 마약사범의 41% 정도가 20~30대 였는데, 지난해 약 60%까지 상승, 지난 4년 사이에 비중이 1.5배 높아졌다. 정부의 통계와는 달리 숨어있는 마약사범이 적게는 40만 명, 많게는 100만명을 상회할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온다. 이에 정부는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26일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회를 개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문제가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이라는데 당정이 공감하고, 1년간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가동해 단속·예방·재활에 유기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정부는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검경 등 유관기관 내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전국적인 마약 범죄 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마약 문제는 이제 국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까지 왔다. 우선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철저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현실에 알맞은 대상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구축이 중요하다. 국가적 교육과정을 통해 어린 연령대부터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마약을 유통하거나 판매하는 불법 사범들을 경찰 등 관련 기관들이 철저하게 단속하고, 형량을 대폭 높여야 한다. 동시에 마약중독자에 대한 치료나 재활 등의 환경을 갖추도록 예산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사설] 90년대생들에게 이어지는 참변의 역사/안 그래도 힘든 세대인데… 왜 이렇게

지켜보는 국민마저 질식하게 만든 악몽같은 사고였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핼러윈을 앞두고 최소 수만명의 인파가 몰린 현장이었다. 목격자들은 이태원 중심에 있는 해밀톤 호텔 옆 내리막길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폭 4m 정도의 좁은 길이다. 오후 10시가 넘어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길에서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전한다.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압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지옥이었다. 곳곳에서 질식 당한 피해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폈으나 턱없이 손이 부족했다.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슴압박, 인공호흡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을 알리는 천이 곳곳에서 덮여졌다. 희생자들 대부분이 20대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이태원 일대에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다양한 파티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20대 젊은이들이 희생된 것이다. 더욱 초조하고 고통스러웠던 이들이 있다. 서울 지역에 사는 2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안부를 묻는 전화가 밤새 빗발쳤다. 사상자 확인에 시간이 걸리면서 가족들의 가슴은 더 타들어갔다. 서울시가 전화 20개 회선을 통해 실종자 접수를 받았지만, 20대 자녀를 둔 가족의 고통은 밤을 꼬박 새웠다. 20대 희생자 상당수가 1990년대 후반 또는 2000년대 초반 출생이다. 안 그래도 씨랜드, 세월호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가는 세대다. 씨랜드 사건은 1999년 6월30일 새벽에 일어난 참변이다.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놀이동산 씨랜드’에서 발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났고, 잠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생각하기도 참담한 이 사건의 희생자 유치원생 19명은 5세 전후로 1993~1994년 전후생들이었다. 또래 자녀를 둔 전 국민들이 눈물로 이 사고를 지켜봤다. 그 ‘90년대생’들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세월호 사고가 났다. 2014년 4월15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에 배가 침몰한 참변이다.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했고, 304명이 사망·실종했다. 희생자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1996~1998년생들이다. 우리 역사에 남은 최악의 인재로 기록된 사고다. 당시 사고로 전국의 90년 중반 출생 학생들과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아야 했다. 안 그래도 1990년대생들은 한국사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깝게는 코로나 팬데믹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취업난 등의 고통을 그대로 맞고 있다. ‘부모보다 못살게 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받아든 것도 이들이다. 이들 앞에 왜 자꾸 이런 참혹한 역사가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