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왜 정치인을 싫어하세요?

한때 널리 유행했던 유머가 있다. 한강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어쩌다 배가 뒤집혀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물에 빠졌다. 그런데 재빨리 달려온 구조대원이 허우적거리는 사람 중에 국회의원을 제일 먼저 구조해 사람 차별하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그러자 구조원이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원은 썩은 곳이 많아 빨리 구조하지 않으면 한강이 오염되기 때문에 그렇게 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 국회의원, 수녀님, 중학교 학생, 이렇게 세 사람이 타고 가던 경비행기가 사고가 생겨 비상탈출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낙하산은 2개뿐이라서 한 사람이 문제였다. 이때 국회의원이 “나는 나라를 위해 맨 먼저 살아야 한다”면서 중학생이 메고 있던 책가방을 빼앗아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그 국회의원은 중학생의 책가방을 낙하산으로 착각하고 그렇게 한 것이다. 그래서 수녀님과 중학생은 각각 낙하산을 메고 쉽게 탈출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국회의원이지만 그들에게 주어지는 대우는 엄청나다. 월 690만원이 넘는 일반수당, 62만1천원의 관리 업무비, 14만원의 정액 급식비, 31만원의 입법 활동비, 그리고 추석 같은 명절이 끼어 있으면 명절 휴가비로 82만8천원을 받는데 모두 합하면 월 평균 1천285만원 상당이 꼬박꼬박 지급된다. 이와 같은 금전적 대우 말고도 연봉 8천500만원 상당의 보좌관, 보좌진 등 9명까지 둘 수 있는 등 갖가지 특혜를 고려하면 국회의원처럼 좋은 직업은 없을 것이다. 이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울할 수도 있다. 특히 국회를 열지도 않고 시간만 보내거나 여·야 싸움만 하는데도 이런 대우를 해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무노동 무보수’의 노동원칙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아니 이보다 국민의 속을 후벼 파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들이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사당동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가서는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수재민은 물론 국민의 분노를 사게했다. 경제위기로 국민들 삶이 너무 힘든데 말로만 ‘민생’을 외치면서 권력싸움에만 몰두하는 국회의원들은 또 무엇인가? 민주당은 소위 ‘검수완박’법을 감행 처리하면서 ‘위장탈당’의 꼼수까지 보여주더니 이제는 당직자가 기소되면 그 직무가 정지되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다 마지막 단계에서 막히는 것 같더니 또 꼼수가 등장했다. 왜 그런 꼼수를 생각했을까? 누구를 위한 꼼수일까? 이래도 사당이 아니라 공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자기 당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거는 우리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자당의 ‘윤핵관’을 비난하고 대통령에게까지 화살을 겨누었다. 참으로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물론 이준석 전 대표는 1차 법정싸움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승리를 얻었고 당은 혼란에 빠졌지만, 과연 이번 승리가 그의 정치미래까지 승리를 보장해 줄까? 그렇다. 이것이 정치인의 추태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에 무관심하고 심지어 정치 혐오증까지 발생하게 된다. 여론 조사 때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리는 무응답자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대답조차하기 싫은 것이다. 하지만 정치 혐오자가 됐건, 정치 무관심자가 됐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정치의 영역에서 벗어 날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 우리 주머니에서 지출될 세금문제, 주택 문제, 국가안보 문제, 인권 문제 등, 우리 삶 전체가 정치의 영역에 들어있고, 정치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정치인이 밉더라도 우리는 눈 부릅뜨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에게 지불되는 많은 비용도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가 발명한 정치제도 중 가장 훌륭하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비용으로 생각하면 된다.그런 다음 국민은 투표로 심판하면 되는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기고] 노인빈곤은 ‘국가적 재난’이다

대한민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사회가 됐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복지 사각에 놓인 노인들의 빈곤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20년 기준 국내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의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또한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노인가구는 2020년 464만 가구에서 2050년 1137만5천 가구로 많아질 전망이다. 30년 만에 2.5배가 되는 셈이다. 대부분의 노인은 자녀 교육과 결혼 등 가족부양에 모든 힘을 쏟다 보니 자신의 노후 대비는 엄두도 못 내고 살았다. 출산율 저하로 노인을 부양할 생산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자녀들은 부모 부양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노인들은 수입의 급감에 따른 빈곤, 노화에 따른 건강 문제, 역할 상실에 따른 무료함, 그리고 심리사회적 갈등에 따른 소외 등 ‘4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노인복지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니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극심한 생활고와 외로움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도 매년 증가 추세라고 한다. 노후 대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노인빈곤이 사회문제로 굳어지지 않도록 공적연금 강화 등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 노동 당국은 미래 세대인 청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 못지않게 부족한 노인 일자리 확충과 노인자립형 일자리 창출, 퇴직자 재취업 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노인빈곤을 단순한 노인 문제 차원에서 관리하는 현재의 미온적 대처로는 원천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다. 정부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노인빈곤을 국가적 재난 수준의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의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아 주길 바란다. 실의에 빠진 노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들의 고독과 소외를 어루만져야 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은가. 김동석 직업상담사

[천자춘추] 위험물 운전자 ‘도로위 신사’로 거듭날 때

지난 12일 부산에서 도로 위를 달리던 위험물 운송차량(이동탱크저장소)이 도로 옆으로 추락하며 60대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해당 차량 내 담겨있던 제4류 위험물 자일렌 26,000리터 중 단 100리터만 누출돼 흡착포 등을 이용한 신속한 안전조치가 취해져 화재 등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위험물 운송차량은 ‘위험을 안고 질주하는 도로 위 무법자’란 오명을 가질 만큼 여전히 도로에선 공포의 대상이다. 실제로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줄을 잇다 보니 소방당국은 매년 가두검사(교통단속처럼 운행 중인 차량을 정지시켜 준법 여부를 검사하는 행위)를 실시하는 등 위험물 운송·운반 안전관리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지난 2020년 가두검사 시 위반율은 5.6%로 2019년 2.9%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위반차량에 형사입건, 과태료 부과, 행정명령 등 강력한 처벌이 취해짐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왜 이처럼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걸까. 대표적인 원인으로 휴먼 에러(Human Error, 인간이 일으키는 실수)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운전자(운송·운반자)의 안전의식과 매우 밀접한데, 위험물 운송·운반에 있어서는 기계장치의 Fool Proof처럼 휴먼 에러를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전무하다보니 사고의 유무는 운전자의 안전의식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모든 휴먼 에러가 사고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를 일으키는 잠재적 요인은 항시 존재하므로 이들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여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잠재적 요인으로서 운행 전 안전점검 실시 누락, 졸음운전과 같은 의도하지 않은 행동과 취급 위험물의 성상 및 화재 시 대처방법 미숙지, 장거리 운행 시 운전자 2인 규정 위반, 과속·과적과 같은 의도된 행동을 들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한 방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 운전자의 적극적인 교육·훈련 참여다. 교육·훈련을 통한 체득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다만 아무리 좋은 교육·훈련일지라도 기억에 반감기가 있듯 시간변화의 망각에 따라 그 효과가 영구적이진 않다. 따라서 반복되는 교육·훈련은 필요 불가결하며, 바쁜 일정이 다반사인 위험물 운전자에게는 반복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위험물 취급방법, 안전장치 조작법 등 위험물 운전자가 알아야할 내용을 모른다면 되레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7년엔 무자격자가 윤활유 등 기름통 196개를 운반하다 8명의 사상자를 낸 창원터널 폭발사고와 소방청 가두검사로 지난 2019년 1명, 2020년 3명의 위험물 운송 무자격자가 적발돼 형사입건된 사례가 있다. 결국 사고 예방은 운전자의 적극적인 교육·훈련 참여를 담보로 한다. 두 번째, 운송사업주의 각별한 관심이다. 정해진 시간 내 운송을 마치기 위해 과속·과적은 운전자에게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운전자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안전의식은 낮아져 사고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상황이다. 사업주는 장거리 운행 시 운전자 2인 의무 탑승 및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과 과속·과적 방지조치 등 사고 예방에 각별히 관심 가져야 하며, 안전문제에 대한 소통과 참여의 분위기가 자율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 위험물 공급사의 강력한 규제 조치다. 위험물 제조 또는 공급업체가 위험물 운송·운반차량 출입 시 운전자의 자격 여부 등을 잘 확인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안전은 신의관계로 묵시할 대상이 아니기에 더욱 더 철저히 확인하고 살펴봐야 한다. 위험물 공급사는 위험물 운전자가 위험물 취급 시에 위험물안전관리자의 입회, 철저한 감독만 할 것이 아니라 차량 출입 시에도 운전자의 자격 취득 및 교육 이수 여부 등을 확인하여 법적 기준 미충족 시엔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 등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 또한 필요하다. 얼마 전 소방청은 3분기 위험물 운송·운반차량 가두검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요 확인사항으로는 ▲ 위험물운송자 및 위험물운반자 자격 여부 ▲ 위험물 운반용기가 전락·낙하 또는 파손되지 않도록 조치 여부 ▲ 대형운반용기 적재 시 용기의 시험 실시 여부 ▲ 기타 운반에 관한 기준 준수 여부 등이다. 가두검사를 통한 강력한 처벌 역시 실효적인 것은 분명하나 일시적 개도에 그치기 마련이므로 앞서 언급했던 해결 방안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물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개선될 때 위험물 운송·운반차량은 더 이상 도로에선 공포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위험물 운송·운반 사고, 이제는 멈추자. 지금은 위험물 운전자가 도로 위 ‘무법자’가 아닌 ‘신사’로 거듭나야 할 때다. 김선민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경기도 독립운동단체를 조명하다] 8.안성군 원곡·양성면서 연합만세운동

■ 조국광복을 향해 횃불을 들다 문화민족으로서 강한 자긍심을 가진 선조들은 일제 침략에 맞서 다양한 영역에서 국권회복운동을 전개했다. 의병운동, 근대교육운동, 계몽운동, 국채보상운동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강제병합 이후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에도 ‘조국광복’을 향한 열기는 전혀 반감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국제정세에 부응한 자유와 평화를 향한 움직임은 마침내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한민족의 강렬한 독립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지역에서 펼쳐진 만세운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찾아진다. ■ 양성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이 첫걸음을 내딛다 서울·평양 등 7곳에서 시작된 독립만세운동은 곧바로 인근 지역으로 확산됐다. 쓰나미와 같은 질풍노도는 한반도는 물론 국외 한인사회로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안성에서는 크게 안성읍내, 죽산지역, 서안성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1914년 4월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안성·양성·죽산 3개 군은 안성군으로 통합됐다. 신호탄은 서울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일이 지난 3월11일에 양성공립보통학교 교정에서 일어났다. 50여명의 학생은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운동장을 돌았다. 주도한 인물은 보성전문학교 남진우와 선린상업학교 고원근이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은 학생들에게 서울의 상황을 알리는 동시에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사들의 설득으로 만세시위는 교내에서 맴도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독립을 향한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주민들을 자극했다. ■ 조국광복을 향해 힘찬 진군이 시작되다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는 3월 하순부터 커다란 활화산으로 용틀임하기 시작했다. 최은식·이덕순·이근수 등은 고종의 국장에 참례해 서울의 독립만세운동을 직접 목격하고 귀향했다. 각지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이들을 크게 고무시켰다. 침묵을 깬 이들은 각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 참여를 독려했다. 이때 천안 출신인 홍찬섭(일명 홍창섭)은 처가집에 왔다가 합류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3월28일부터 4월1일까지 동리 단위로 만세운동이 전개됐다. 산발적인 만세시위는 4월1일 밤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약 1천명이나 참여한 원곡만세운동은 서막을 알렸다. 시위 군중은 오후 8시께 등불이나 횃불을 들고 내가천리 면사무소 앞으로 모여 독립만세를 외친 다음 “이제부터 면장을 끌어내어 태극기를 주어 선두에 세우고 만세를 부르면서 양성경찰주재소로 가자”라고 했다. 시위대는 면장 남길우와 면서기 정종두를 앞세우고 독립만세를 외치면서 양성면으로 향했다. 양성면과 경계인 성은고개(현 만세고개)에 이르러 주동자들은 차례로 등단해 시위군중을 격려하는 연설을 토해냈다. 같은 날 양성면에서도 대대적인 만세운동이 전개됐다. 마을별로 뒷산에서 전개하던 시위군중은 면소재지인 동항리로 집결해 약 1천명으로 늘어났다. 시위대는 면사무소,경찰관주재소 앞에서 독립만세를 불렸다. 참가한 마을은 덕봉리를 비롯해 산정리·도곡리·추곡리 등이었다. 질서정연한 만세시위에 경찰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오후 10시께 시위대는 자진 해산하고 귀가하려는 찰나였다. 이때 원곡면민들 합류로 2천명으로 늘어난 시위군중은 양성주재소로 가서 독립만세를 외치는 동시에 돌을 던졌다. 기세에 눌린 경찰들이 도망하자 주재소 사무실, 기숙사, 각종 문서와 기물 등을 파괴하거나 불태웠다. 이어 양성우편소로 가서 서류와 집기를 불태우고 전화선마저 절단했다. 면사무소의 물품을 파괴하고 서류 등도 불태웠다. 이어 일본인이 경영하는 잡화상과 대금업자의 집을 습격해 가옥을 파괴하고 가구류와 기물들을 파괴·소각했다. ■ 일제는 무자비한 탄압으로 일관하다 양성·원곡의 연합만세시위는 일제 당국에게 경악과 곤혹스러움을 안겨 주었다. 무단통치에 순종할 줄 알았던 한민족이 일시에 전면적으로 맞섰기 때문이다. 4월3일 조선주차군 제20사단 보병 제40여단 제79연대 소속 장교 이하 25명은 경찰을 지원하기 위해 서안성지역에 투입됐다. 경찰은 원곡면장에게 농사철임을 감안해 경찰서장의 연설을 듣고 나면 사면해 농사를 짓도록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16세 이상 60세까지의 남성들을 4월19일 현재의 원곡초등학교 뒷산에 모이도록 가족·친지들을 설득했다. 이 말을 믿었던 시위 참가들 중 상당수는 지정된 장소에 모였지만 상황은 바람과 달리 돌변했다. 일본군은 주위를 포위한 뒤 몽둥이 등으로 일방적인 폭행을 가했다. 저항하거나 도주하려는 사람은 발포로 3명이 현장에서 순국했다. 간단한 심문을 마친 후 361명은 상투를 줄줄이 묶어서 안성경찰서까지 약 30리를 동물처럼 학대하면서 끌고 갔다. 6월1일에는 군병력 36명이 파견돼 구속된 시위군중을 갖은 학대와 고문을 가한 후 127명을 기소했다. 뿐만 아니라 파괴·소실된 행정기관 재산과 일본인의 피해까지 부담시켰다. 정신적·육체적·물질적 고통과 공포심을 주민들에게 안겨 주는 야비한 보복으로 일관했다. ■ 역사적인 한 페이지로 기록되다 대중화·일체화·비폭력화는 민족대표가 내건 행동강령이었다. 대중화·전국화는 운동 과정에서 이뤄졌으나 평화적인 만세운동은 진행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일제 군경은 총칼을 휘두르고 발포함에 따라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현장에서 격분한 시위군중은 몽둥이, 낫, 괭이 등 농기구와 돌로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로 조국광복을 위해 안성군 연합만세운동은 황해도 수안군 수안면, 평안북도 의주군 옥상면과 함께 치열하게 저항했던 3대 실력 항쟁지 중 하나였다. 1천200여호에 불과한 지역에서 2천여명이나 가담한 사실은 주민들의 강고한 결속력과 투철한 항일의식을 유감없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로 항쟁을 통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1919년 4월1일부터 2일까지 일제를 완전히 몰아내고 해방구를 쟁취했다. 들불처럼 일어난 만세운동은 식민지배의 모순과 난맥상을 일깨우는 생활현장이자 교육현장이었다. “일본이 한국을 어디까지나 손아귀에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고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반대로 한인들의 일본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굳은 의지도 결단코 일본의 결심만큼 못하지 않으리라”라는 어느 서양인의 기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제 군경의 악랄하고 천인공노할 만행에 대한 인간적인 분노는 우리들의 심금을 울린다. 글=김형목 ㈔선인역사문화연구소 연구이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 유의동 국민의힘 경기도당 신임 위원장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이끌 신임 위원장으로서 가치와 세대, 지역의 확장을 이뤄내 공격적으로 당세를 넓히겠습니다” 유의동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평택을)은 29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도당이 성공한 부분도 있지만, 실패한 부분도 있다. 이를 점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도당이 도민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식을 갖고 1년 간의 임기를 시작한 유 위원장은 “당협위원장 인원수가 가장 많은 도에서 위원장을 맡게 돼 여러모로 어깨가 무겁다. 다만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가야 한다”며 “3선 국회의원의 경험을 활용해 도당의 발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유 위원장은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특히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극심한 내홍을 겪는 것과 관련해선 이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도의회 국민의힘은 내부 잡음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궁극적으론 도의원들이 도민이 실망하지 않을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 믿는다”며 “10대 도의회에선 의석수가 적어 소통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의석수가 크게 늘어난 이번 11대 도의회에서 이 같은 진통을 겪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도민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오랜 시간 보여주는 것은 잘못됐기에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길 바라고, 저 역시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에 따르면 유 위원장은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과 이들에게 반기를 든 도의원 모임 등 양측의 입장을 모두 확인 중이다. 이에 대해 그는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여 양측이 갈등 해결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당헌당규에 따라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다만 만약이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유 위원장은 “도당의 신임 위원장으로서 당이 가진 가치를 확장해 지지층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싶다. 더 많은 유권자가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임태환기자

임종성 신임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 김동연 찾아 “정무수석 인선 시급해”

임종성 신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광주을)이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만나 신속한 ‘정무수석’ 인선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29일 오후 수원특례시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 지사에게 현장 중심의 민생 투어, 인구감소 해결방안을 비롯해 정무라인 정비에 대해 제안했다. 김 지사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임 위원장은 “경기도의회 여야가 동수인 상황에서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정무수석이 공석을 오래 유지하면 안 된다”며 “경제부지사까지 4자 회담을 해서라도 정무수석을 빨리 앉히고 협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임 위원장은 인구 감소 방안으로 재외동포 ‘리턴 코리아’ 정책을 소개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인구절벽 문제에 직면했다. 경기도가 선제적 조치를 해 정부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해외에 진출한 재외동포들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면 인구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 위원장은 도당을 ‘찾아가는 서비스센터’로 구축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도당 인포메이션을 만들어서 체계화하면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경기도당이 도의원, 시·군의원을 위해 어떻게 서비스할지 체계적인 시스템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의회를 찾은 임 위원장은 “78개의 직능단체와 도의원들을 매칭해 도의회가 경기도민을 위한 예산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 위원장은 지난 27일 경기도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합의추대 방식으로 선출됐으며 임기는 2년이다. 손사라기자

가을 재촉하는 비 [포토뉴스]

‘하와이’ 부럽지 않은 안산으로 떠나요~ 노을에 물들다... 낭만에 취하다

서해안 최고의 관광도시이자 수도권의 하와이로 불리는 안산시가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로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청량함과 감성이 넘치는 재즈 파티부터 남녀노소 모든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미디어파사드 공연, 그리고 대부도의 멋진 석양 아래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힐링 음악캠프까지. 시는 시민들에게 설렘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수도권 관광객을 유치해 위축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 대부광산서 펼쳐지는 재즈·미디어파사드 공연 먼저 억겁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룡시대 퇴적층과 신비로운 빛깔의 호수가 펼쳐진 대부광산 퇴적암층에서 청량하고 매력적인 선율의 재즈 파티가 지난 27일 열렸다. 산상음악회와 다양한 강좌, 예술 공연, 대부광산 만끽 등반을 통해 관광객들은 탁 트인 전망에서 대부광산 퇴적암층의 아름다운 경관과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선다. 이와 함께 오는 9월까지 매주 토요일, 중생대 공룡 화석과 지질층을 그대로 보존한 대부광산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설화 속 전설의 동물인 ‘용’을 주제로 한 공연인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대부광산 퇴적암층에서 만나는 용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상을 건물 외벽에 투사하는 미디어파사드 기법으로 총 6회에 걸쳐 진행될 이 공연은 세계적인 국악 그룹 ‘블랙스트링’의 구성진 곡조와 한국적 색채가 투영된 스토리가 구현돼 시민들에게 색다르고 흥겨운 경험을 선사한다. 한편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147-1번지 일대에 위치한 대부광산 퇴적암층(면적 31만8천여㎡)은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채석장으로 쓰이다 공룡 발자국 화석 등이 발견돼 2003년 경기도기념물 제194호로 지정됐다. 시는 이 일대를 역사문화 공간으로 개발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 대부도 방아머리 해변 낙조와 함께하는 힐링 음악회 단원구 대부황금로 1485-1번지 일대에 위치한 대부도 방아머리 해변(길이 1km)에서는 여름철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제1회 대부도 방아머리 해변 선셋 콘서트: COLORS OF SUNSET’이 무대에 오른다. 방아머리 해변의 붉은 석양과 파도에 부서지는 햇살을 닮은 다섯 가지(블루, 퍼플, 레드, 오렌지, 옐로) 콘셉트의 무대가 오는 10월1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관객을 맞는다. 팝, 어쿠스틱 등 장르를 넘나드는 보컬, 밴드의 감미로운 노래와 콘트라베이스·바이올린 연주, 마술공연 등 지역 아티스트들의 개성 넘치는 공연이 해변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여기에 시는 안산시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를 활용해 다문화 공예 체험, 캘리그래피, 천연향초 및 에코백 만들기 등 시민이 직접 안산의 특색이 담긴 굿즈를 제작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운영한다. 또 특산품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을 열어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즐길거리를 해변 곳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 서해안 최고의 해양·생태관광 도시를 꿈꾼다 시는 축제와 더불어 시가 보유한 각종 관광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해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인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민근 시장은 수도권 대표 휴양지인 대부도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시장은 최근 신안산선 한양대 정거장 공사 현장을 찾은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과 만나 안산시와 대부도를 잇는 주간선 도로인 대부황금로의 4차선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비 3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대부도를 찾는 방문객들의 교통 편의를 도모하는 동시에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위축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교통환경 개선 외에도 대부도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대규모 프로젝트도 추진되는데 먼저 대부북동에 위치한 대송단지 내에 국제 말 클러스터를 유치해 연간 세수 5천억원과 약 3천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여기에 2018년 10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대부도 갯벌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대부 ‘습지보호지역센터’ 건립 △대부도 걷기 여행길 활성화 △대부광산퇴적암층 역사문화 공간 조성 △시화호 뱃길 친환경 관광사업 운영 △안산시 고유 관광상품 개발 등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약속한 문화·관광정책을 빈틈없이 펼쳐 서해안 최고의 해양관광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안산은 섬과 바다, 세계적인 갯벌 그리고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보석 같은 도시”라며 “안산이 가진 역사·문화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지역관광 활성화에 힘써 수도권 대표 생태·해양 관광도시인 안산시의 위상과 시민의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산=구재원기자

유정복·김동연·오세훈, 다시 머리 맞댄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수도권 시·도지사가 오는 2일 만나 수도권매립지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조기 착공 등 공동 현안을 논의한다. 이 같은 ‘수도권 3자 협의체’의 공식 모임은 지난달 23일 경기 김포 마리나선착장에서 민선 8기 취임 이후 이뤄진 뒤 2번째다. 2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다음달 2일 오후 6시 인천 중구 월미도의 한 식당에서 수도권 시·도지사가 모여 공동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번 회동의 주최는 인천시다. 인천시는 월미도가 유 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이뤄지는 곳인데다, 인근 내항 재개발 등과도 연관이 있어 최종 회동 장소로 선택했다. 시는 월미도 일대가 과거 개항지로 역사적 의미가 있고, 원도심인데도 앞으로 인천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수도권 시·도지사 회동을 하기에 상징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시는 중구 하버파크호텔과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내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호텔, 남동구 소래포구 일대 등을 검토한 뒤 이 같이 결정했다. 이번 수도권 시·도지사 회동에서는 수도권매립지 문제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조기 착공, 경인전철(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매립지 문제의 경우 유 시장은 과거 4자 합의가 이뤄진 것에 대한 후속 조치를 본격화하자는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후속 조치는 4자 협의체 운영을 통해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대체매립지 조성을 비롯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의 인천시 이관 등이다. 현재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등은 4자 합의 내용에 대한 해석 차이가 크다. 또 유 시장은 수도권 시민의 출, 퇴근 30분 시대를 위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조기 착공도 모두가 힘을 모을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특히 수도권 시·도지사들은 인천에서 시작해 경기도(부천)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경인선과 경인고속도로의 지하화 사업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 사업도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의 주요 공약이면서, 부동산 안정화 등을 위해 빠른 추진이 필요하다. 이 밖에 수도권 시·도지사들은 앞으로 수도권 3자 협의체 추진을 위한 실무 협의체 구성, 정례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한다. 시 관계자는 “인천에서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인천의 중요한 수도권매립지와 (광역)교통 문제 등이 먼저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라고 했다. 이지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