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정종원, 회장배스키 男 크로스컨트리 프리 우승

경기도청 정종원.대한스키협회 제공 베테랑 정종원(30)이 제52회 대한스키협회장배 전국스키대회 크로스컨트리 남자 일반부 프리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위재욱 감독의 지도를 받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정종원은 19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서 계속된 대회 이틀째 남자 일반부 10㎞ 프리에서 24분44초8을 기록, 김민우(강원 평창군청24분58초3)에 13초5 앞선 1위에 올랐다. 정종원이 국내 대회에서 이번 시즌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위는 25분29초9를 기록한 박성범(부산시체육회)이 입상했으며 전날 클래식 10㎞ 우승자인 변지영(경기도청)은 25분35초5로 4위에 머물렀다. 또 여고부 5㎞ 프리에서 채가은(수원 권선고)은 16분33초7로 하태경(평택여고16분51초5)과 허유진(권선고18분40초6)에 앞서 우승, 전날 클래식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한편, 여자 일반부 5㎞ 프리에서는 전날 클래식 1,2위 입상자인 이의진과 한다솜(이상 경기도청)이 각각 14분22초2, 14분23초7을 기록해 설원의 철녀 이채원(평창군청14분12초3)에게 아깝게 뒤져 은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여중부 5㎞ 프리에서 김가현(평택 세교중)은 39분12초F로 3위에 입상했다. 황선학기자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5-③

말린체는 귀족 딸로 태어났으나 어려서 부모와 헤어져 노예 신세가 돼 이곳저곳으로 팔려 다녔다. 그녀는 힘든 노동을 감내하며 동족으로부터 멸시와 학대를 받으면서도 여러 부족 언어를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기회가 됐다. 코르테스가 말린체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삶의 고달픔과 인간의 악덕을 체험했을 때였다. 그 어려운 시기에 우연처럼 나타난 코르테스와의 첫 만남은 말린체에게는 더 나빠질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중요한 변곡점이 찾아왔음을 인식하고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말린체는 자신의 달란트인 유창한 마야어를 무기로 코르테스의 통역사가 됐고, 곁에 머물며 조언자이자 정보원이 됐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아스테카 제국 폐망에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되고, 역사적으로도 지울 수 없는 잘못 때문에 배신자, 변절자, 매춘부로 매우 부정적이다. 하지만 그녀의 출신 부족인 나우아족은 강력한 힘을 지닌 여성으로 평가하고, 귀부인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tzin을 붙여 말린친(Malintzin)이라 부르며 상반되게 평가한다. 리엔소(lienzo)는 자신의 작품 코르테스와 말린친에서 우아한 옷을 입은 귀족 기혼 여성으로 그리고 있다. 멕시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는 고독의 미로에서 겁탈당한 말린체는 침략군의 꼬임에 넘어가 원주민의 규율을 어긴 타락한 여성의 상징인물이자 고통 받는 어머니의 표상으로 묘사하며 중립적인 평가를 한다. 디에고 리베라가 고대 원주민 문명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멕시코의 전 역사를 담은 대통령궁 벽화에는 당당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정복자, 신부, 전사들 사이에 까만 머리에 원주민 복장을 한 말린체는 코르테스와 사이에 낳은 최초의 메스티소 마르틴을 안고 있다. 멕시코 역사에서 그녀는 비록 충신은 아닐지라도 전환기에 중요한 인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박태수 수필가

V리그 男 1·2위 대한항공 VS KB손보, 20일 선두다툼 혈전 예고

상승세가 주춤한 남자 프로배구 1위 인천 대한항공과 2위 의정부 KB손해보험이 선두 수성과 탈환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은 20일 오후 7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릴 도드람 2021-2022 V리그 4라운드 마지막 경기서 격돌한다. 대한항공이 승점 43(14승9패)으로 KB손해보험(41점12승11패)에 2점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이날 경기서 KB손해보험이 승점 3짜리 승리(3-0 또는 3-1 승)를 거두면 자리가 뒤바뀔 수 있어 대한항공으로서는 수성을 위해 총력을 펼쳐야 한다. KB손해보험 역시 이날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자칫 선두 도약이 한발 더 멀어질 뿐만아니라 승점 4차로 맹추격하고 있는 3위 서울 우리카드(37점)에게도 2위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어 승리가 절실하다. 두 팀은 최근 5경기서 대한항공이 3승2패, KB손해보험이 2승3패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다. 올 시즌 양팀간 맞대결서는 2승1패로 KB손해보험이 우위에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시즌 12라운드 패배 때는 레프트 공격수인 정지석이 빠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시와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양팀은 핵심 전력에 누수가 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대한항공은 주전 세터 한선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KB손해보험은 주전 레프트인 김정호가 발목인대 부상으로 빠졌다. KB손해보험은 여기에 센터 김홍정, 레프트 정동근, 리베로 정민수 등 주전급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정상적인 팀을 꾸리기가 어렵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선수의 자리를 유광우가 잘 메워주고 있고, 정지석, 링컨, 임동혁 삼각편대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대한항공이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은 말리 특급 케이타가 역대급 득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한성정, 여민수 등이 김정호의 빈 자리를 어느정도 메워주고 있어 해볼만 하다는 계산이다. 사실상 승점 6짜리 경기가 될 수 있는 이날 1,2위간 맞대결 결과에 따라 선두 자리 변화 여부는 물론, 잔여 56라운드의 선두권 판도 변화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수 있어 양팀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황선학기자

‘차고 넘치는 불펜이지만’…KT, 좌완 추가 발굴 나선다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가 정상 수성을 위해 좌완 불펜투수 추가 발굴에 나선다. KT 불펜은 지난해 452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3.85와 33세이브, 74홀드를 수확하는 짠물 피칭을 보였다. 역대급 선발진을 보유한 덕에 소화 이닝은 가장 적었지만, 평균자책점은 LG에 이은 2위였고 피홈런(35개)도 두번째로 적었다. 지난 시즌 조현우와 심재민을 제외하면 우완 일색이었던 KT 불펜의 좌타자 상대 피OPS(출루율+장타율)는 0.681로 두산(0.660)에 이어 두번째로 낮아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 가운데 좌완 불펜은 107.2이닝을 소화하며 7홀드와 피OPS 0.618를 기록해 가장 낮은 피OPS를 보인 반면, 가장 적은 홀드를 기록해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KT 불펜의 선전은 마무리 김재윤과 셋업맨 박시영이 호투한 덕이었지만 이대은이 갑작이 은퇴를 선언했고, 재작년 셋업맨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조현우와 주권도 지난시즌 세부 스탯에서 다소 주춤했다. 이강철 감독이 한미일 통틀어 불펜투수가 3년 이상 꾸준한 모습을 보인건 드물다라고 말한 것처럼 올해도 대권 가도를 가기 위해선 새로운 불펜투수 발굴이 절실하다. 승리조 불펜투수에 있어 엄상백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우완 투수가 없지만 좌완은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이창재와 심재민, 지난 연말 상무에서 전역한 정성곤 등이 있어 다음달 부산 기장서 열릴 스프링캠프 부터 본격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지난 시즌 다소 주춤했지만 31이닝을 투구하며 6홀드와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한 조현우가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38이닝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한 심재민과 26.2이닝 평균자책점 2.70의 이창재도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상무서 2년간 29.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한 전직 마무리 정성곤도 불펜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를 전망이다. 이들 모두 슬라이더라는 확실한 필살기를 가진데다 2~3년전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인 김민수와 박시영이 2년 연속 호투한다는 보장이 적고, 마무리 김재윤도 1이닝 이상 투구한 경기가 무려 13번이나 있어 이들의 불확실성을 막아줄 새 얼굴의 등장이 필요하다. KT 불펜은 지난 7년간 주권, 이상화, 조무근 등 매년 기대 이상의 신작을 출시하며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는 어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지 팬들의 기대가 크다.권재민기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를 높이다’…미리 가본 경기도의회 광교 신청사

경기도의회 광교 신청사는 1천390만 경기도민과 함께 소통하는 신뢰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18일 이계삼 경기도의회 사무처장은 광교 신청사를 방문한 경기일보 등 취재진을 향해 신청사는 미래 자치분권 100년의 역사를 열어갈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처장의 설명대로 의장단(3개실) 및 교섭단체 대표(1개실), 상임위원장(13개실) 등이 사용하는 17개실과 개별 의원실(8층 5개실, 9~12층 30개실) 125개실을 합친 142개실의 의원 개별 집무공간은 지방의회 발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핵심 소통연구 공간이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평균 30㎡ 규모의 개별 의원실 공간에는 5명이 모여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회의탁자와 여러 정책 연구자료를 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는 개인 데스크 및 책장, 주요현안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TV 설치가 예정돼 있어, 최적의 근무 환경을 요소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이날 취재진의 감탄을 자아낸 곳은 천장 유리돔 사이로 비친 햇살로 은은하게 빛난 2층 본회의장이었다. 의회의 심장으로 불리는 본회의장은 도민과 함께하는 열린 청사를 모토로 천장돔과 벽체를 모두 유리로 설계해 내부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는 예산안조례안 의결 등 경기도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본회의장을 도민에게 신뢰받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의회의 의지가 담겨 있어 가능했다. 실제 4층 야외 광장에서는 발아래 유리돔 사이로, 본회의장 내부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 이곳을 방문하는 도민에게 친숙한 의회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계삼 도의회 사무처장은 새로운 청사는 도민에게 자치분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의정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핵심 공간으로 자리할 것이라면서 경기도민의 민의를 수렴해 도민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의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광희기자

[사설] 붙으면 사장, 떨어지면 계속 도의원/어느 도의원의 황당한 자리 챙기기

뭐라고 평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예는 아예 본 적이 없다. 엄연한 현직 도의원이다. 임기도 아직 몇 달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력서를 넣었다. 다른 곳도 아닌 산하기관장 자리다. 해당 의원을 그만둔 뒤에 지원했더라도 전관 문제다. 그런데 이건 배지를 달고 지원서를 넣었다. 궁금하다. 동료 도의원이 어떻게 생각할까. 소속 정당은 알고 있었을까. 그를 뽑은 지역구민이 알면 뭐라 할까. 민선에 예가 없는 황당한 일을 지금 보자. 경기도의회 이모 의원이다. 민주당 소속 초선이다. 수원시 장안구에 지역구가 있다. 최근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GH는 경기도 출연 기관이다. 당연히 경기도의회 감독을 받는다. 감독하던 도의원이, 감독받던 기관의 사장 자리에 응모한 것이다. 모집 마감이 11일이었는데 뒤늦게 알려졌다. 당장 공정성 지적이 생긴다. 선발의 최대 관문은 추천을 받는 것이다. GH 임원 추천 위원회가 한다.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3명이 경기도의회 추천이다. 나머지 2명은 GH 이사회, 2명은 경기도 몫이다. 도의회 점유율이 절대적이다. 의회 관계자가 의혹을 부정한다.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으로 누가 됐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도민들이 그렇게 믿을까. 만일 도의회가 이런 상황을 감사한다고 치자. 아무 문제 없다고 결론 낼 수 있나. 두 번째 거칠 절차도 영 이상하다. 인사 청문회다. 도의원들이 직접 한다. 통상 내정자들에 가장 힘든 고비다. 지난달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여기서 낙마했다. 나이 61세가 열정 없다며 트집 잡혔다. 그런 잣대를 이 의원에도 들이댈 수 있나. 같은 10대 도의원끼리 하는 청문회다. 동료 취직 시켜주기로 갈 수 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상상이다. 도의회는 민주당이 절대 다수다. 민주당 합의가 곧 의회 방향이다. 민주당 의원끼리 맞추면 다 된다. 그러다 여기까지 왔다. 중앙 정치가 하는 역할도 별로 없어 보인다. 누가 봐도 지방 의원의 일탈이다. 이를 말렸어야 했는데 그런 얘기는 없다. 오만이다. 유권자에 보이지 말아야 할 오만이다. 아주 큰 대통령 선거가 있지 않은가. 아주 작은 지방 정치가 그 향배를 가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장동 40억 수뢰 혐의'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의장 구속.."범죄 혐의 소명"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결국 구속됐다. 수원지법 오대석 영장전담 판사는 18일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를 받는 최씨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씨는 성남시의회 의장이던 지난 2013년 2월 대장동 개발의 시발점이 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데 힘썼고,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조례안 통과 대가로 화천대유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성과급 4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최씨는 이날 오전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혐의를 인정하느냐, 조례안 통과에 대가성이 있었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해요라고 짧게 답했다. 최씨의 구속은 경찰이 대장동 수사에 나선 이후 피의자를 구속한 첫 사례다. 경기남부경찰청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은 지난해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검찰과 동시에 수사를 벌였다가 중복수사 우려가 일자 검찰과 조율해 같은 해 12월부터 대장동과 관련한 최씨와 성남시의회 의원들의 비리 의혹, 대장동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 사건 등 3건을 맡아 수사 중이다. 정민훈기자

[사설] 폐쇄적 요양병원, 어떤 일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노령인구가 늘면서 노인요양병원도 급증했다. 우후죽순 들어선 요양병원과 관련해 별의별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불법으로 요양기관을 설립하는가 하면, 과잉진료로 진료비를 허위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 또 노인환자를 쉽게 관리하기 위해 수면제 등 약물을 과다 투여하는 곳도 있고, 간병을 소홀히 하며 방치하는 곳도 많다. 상습 폭행 등 학대 사례도 종종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요양병원이 폐쇄적으로 운영돼 이런 실태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회가 통제되면서 환자와 보호자가 얼굴도 못본 채 몇개월씩 단절돼 있었다. 닫힌 문 너머,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안위를 위협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보호자는 알 길이 없고, 환자 또한 외부에 알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점검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본보가 코로나로 면회가 통제된 노인요양병원 실태를 점검했다. 수원에서 100개 넘는 병상을 운용하는 노인전문요양병원에 입원했던 한 노인의 사례는 참담하다. 폐암을 앓다 골반을 다쳐 거동이 불편해 요양병원에 입원했는데 6개월 만에 만난 환자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온몸의 각질이 허물처럼 벗겨졌고 살갗은 갈라지다 못해 피딱지가 맺혔다. 엉망이 된 부친을 마주한 가족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병원에선 의료 과실은 아니다라는 답변만 했다. 항의를 계속하자 간병비는 환불해줄 수 있다고 했다. 환자는 요양병원에서 퇴원 3주 후 사망했다. 관할 보건소에서 민원을 접수받고 요양병원을 현장 점검했다. 하지만 의료법에 저촉되는 사안이 아니어서 법적 처벌은 어려웠다. 환자 관리에 소홀했지만 의료과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환자를 방치한 뒤 문제가 되자 간병비를 환불해준다는 이 병원은 정부 인증기관이다. 그래서 믿고 맡겼는데 환자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하다니 가족의 분노가 크다. 상당수 요양병원이 병실 내부를 공개하지 않는다. 면회는 정해진 장소에서만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요양병원의 문은 굳게 닫혔고, 면회조차 못하게 되면서 폐쇄성은 더욱 심해졌다. 이로 인해 노인 학대나 방임, 부실한 간병 등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8년 1만5천482건, 2019년 1만6천71건, 2020년 1만6천973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정부는 요양병원 인증 및 조사 과정에서 환자 상태나 치료계획에 대한 보호자 고지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노인학대가 발생한 요양시설은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

[천자춘추] 우는 자와 함께 울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대리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다. 전자는 사건, 사고의 당사자가 갖는 심리적 어려움을 말하며 후자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자가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말한다. 간접경험이 스트레스 장애로 나타날 때 이를 대리외상(Vicarious Trauma)이라 하는데, 주로 경찰관이나 소방관, 간호사, 의사, 응급실 의료행위자, 심리치료사 등에게서 나타난다. 일반인도 반복되는 영상이나 관련 뉴스에 장시간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면 유사한 형태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망실종자 가족들이 PTSD를 겪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오천만 국민 모두 대리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하루에도 수천, 수만 건의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난다. 어떤 이들은 그 모든 일이 다 하늘의 뜻이라고 말한다. 잘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거라고 위로하려 한다. 그런 말이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설령 위로를 받는다 하여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기에 위로를 받는 것이지,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거나 정말 그 뜻을 이해해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성경은 우는 자와 함께 울라고 했다. 말이 필요 없다. 장황한 설명이나 미사여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슬픔을 당해 괴로워하며 심한 고통 속에 있는 자를 부둥켜안고 울어주라는 것이다. 망연자실 주저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껴안고 어깨를 토닥이며, 뜨거운 눈물로 젖어 있는 내 얼굴을 그들의 얼굴과 손등에 비비며 소리 없이 있어 주면 그만이다. 절망과 좌절의 사람들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은 그들의 슬픔에 들어가 함께 울어준 자들의 눈물이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그들을 향한 눈물이 마른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어쩌면 다음은 내 차례라고 생각하며 겸손하게 다가가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자.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되자. 고명진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인천시론] 범죄도시 속 공공의 적, 그리고 경찰

영화 속 경찰의 모습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두 캐릭터가 있다. 영화 공공의 적 속 열혈형사 강철중과 영화 범죄도시의 괴물형사 마석도가 그들이다. 명품배우 설경구와 마동석의 미친 연기력도 압권이지만, 무엇보다 영화 속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살아 숨 쉬는 아우라는 진정한 경찰상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물론 범죄자들에게 반말과 욕설은 물론, 주먹까지 휘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 재미를 위한 설정일 뿐,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권침해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다. 악에 대한 집요한 수사와 타협하지 않는 우직함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서 보여준 경찰의 부실대응은 큰 충격이었다. 당시 경찰은 현장대응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경찰업무는 그 특성상 돌발변수가 많기에,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군사정권 시절, 무자비한 공권력 남용을 경험해서인지, 경찰의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경찰은 법적 쟁송에 휩싸이거나, 심하면 폭력경찰로 낙인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긴급 상황에서도 물리력 사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최근 국회는 경찰관이 살인과 폭행, 강간과 같은 강력범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범인 검거와 피해자 보호 과정에서 적극적 경찰력 행사를 가능케 해 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는 시작일 뿐,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인천 흉기난동 사건의 경우, 경찰이 흉기를 든 가해자를 목격하고도, 피해자만 남겨둔 채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에서, 법이 아닌 경찰관으로서 자질문제라는 국민적 비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결국 적극적 경찰력의 행사 이전에 경찰관으로서의 투철한 헌신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10만명이 넘는 거대 공권력을 보유한 경찰이 형사상 면책특권까지 부여받았다. 이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반환하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문득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영화 스파이더맨 속 명대사가 떠오른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