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석가탄신일, 여기에 아버지의 기일이 겹친 날이다. 때마침 연휴라 딸과 외손주들이 내려와 함께 제사를 올렸다.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은 상을 바라보며 우리를 따라 연신 절을 한다. 한 세대가 가고 오는,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 날씨도 궂고 어디 나들이 갈 처지가 아니므로 딴은 작업할 게 많아 집을 나선다. 날씨만 좋으면 함께 봄나들이라도 가고 싶은데 조그만 봉투만 식탁에 올려놓고 조용히 집을 빠져나온다. 봉투에 이렇게 썼다. ‘사랑하는 이한이, 이서야 어린이날을 축하한다.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이렇게라도 하고 나오니 다소 마음이 놓인다.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넣어 둔 용돈으로 아이들과 쇼핑하고 장난감이라도 사 주렴, 미안하구나.’ 힘든 육아에 피아노 독주를 앞둔 딸이 과제처럼 엄습한 일들로 매우 피곤할 것 같다. 부모 마음도 다를 수 없다. 천천히 세류동 길을 걸어가는데 어린이집 앞에 ‘어린이날을 축하해요’라는 예쁜 현수막이 걸렸다. 지나가는 사람이 중요한 날이나 계절마다 바뀌는 이 어린이집의 멋진 그림에 흐뭇해할 것 같다. 다시 수원천을 걸으며 나날이 푸른 버들잎과 활력 있는 냇물을 바라본다.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절이다. 이 봄에 운명하신 부모님의 복받치던 슬픔을 건너 새싹 같은 아이들이 자라난다. 희망이요 기쁨인 어린이가 가장 아름답다. 꿈을 이을 미래이기 때문이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최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제물포르네상스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해양사고 예방 안전캠페인을 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을 대상으로 해양안전수칙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인천해경은 홍보부스를 운영하며 구명조끼 착용 및 심폐소생술 교육, 해양경찰 캐릭터 해우리·해누리 포토존 운영, 룰렛 돌리기 이벤트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 가족과 함께 인천해경의 체험행사에 참여한 한 주민은 “해양경찰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배운 해양안전수칙을 꼭 기억해 오는 여름 휴가철 바다에서 실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최근 연안 활동객이 늘어남에 따라 인천관광공사와 협업해 해양안전수칙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안전한 인천 바다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제물포 르네상스 국제마라톤 대회는 인천관광공사가 주최·주관했으며 인천시와 우리은행이 후원, 약 5천여명이 참가했다.
북한이 연일 신무기를 과시하고 북·중·러 3각 공조 강화를 꾀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6일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대남확성기 주변에서 북한군 병력이 공사를 하고 있다. 북한이 연일 신무기를 과시하고 북·중·러 3각 공조 강화를 꾀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6일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주민들이 밭을 일구고 있다. 북한이 연일 신무기를 과시하고 북·중·러 3각 공조 강화를 꾀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6일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Q.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부모입니다. 딸이 담임선생님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조금만 지적을 당해도 계속 악을 쓴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려고 하면 엄마가 자기 말을 들어준 적이 없다며 대화를 거부합니다. 아이 마음의 문을 어떻게 열 수 있을까요. A. 어여쁜 자녀들이 갑작스레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아동·청소년이 성장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생각하고 본인을 점점 독립적인 개인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가끔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거나 항상 자기 말이 옳고 남은 무조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래들과 어울리려 해도 남들과 다른 화법, 행동 때문에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기 힘들뿐더러 조금이라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흔히 이러한 언행을 보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적대적 반항장애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조금만 더 살펴보면 자기 정서나 의사를 제대로 표출할 기회가 없었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내뱉는 절규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내 말을 좀 들어주세요” 하고 외치는 것이죠. 정신건강의학자들은 우울증을 앓을 때 우울감이 이러한 정서 조절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소아 우울증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잦은 짜증, 극도로 높아진 불안 등이 그 예이며 이는 앞서 언급한 반항장애와 어느 정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훈계나 훈육, 행동 교정이 통하지 않고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아이가 말을 먼저 꺼낼 수 있도록 천천히 기다려 주며 사랑과 신뢰로 보듬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내 자녀가 옳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된 언행은 확실하게 바로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훈육자’인 부모의 모습을 잠시 접어두고 아이와 함께 걸을 수 있고 아이가 기댈 수 있는 ‘동반자’가 돼보는 건 어떨까요. 남도원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를 각각 선출하면서 본선 경쟁구도가 그려졌다. 특히 두 후보 모두 과거 경기도지사를 지낸 인물로 ‘경기지사 대결’이라는 상징적 구도가 형성됐지만 이 후보는 사법 리스크가, 김 후보는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해결 과제로 남았다. 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대선 경선을 통해 팬덤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높은 비호감도와 외연 확장 한계, 여기에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며 본선 승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이재명 일극체제’를 둘러싼 경계심과 국민의힘의 정조준 공세 속에 이 후보가 삼중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지가 이번 조기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충북 옥천군의 한 전통시장에서 “정치적 이유로 누군가를 죽이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혐오하고, 대결하는 세상은 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최근 대법원이 자신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두고 사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호중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선 출마 후보 등록이 완료되고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12일 이전까지 선거운동 기간 중 잡혀있는 출마 후보들에 대한 공판 기일을 모두 대선 이후로 변경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12일까지 연기를 하지 않을 경우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탄핵에 돌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민이 부여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이 사법 쿠데타가 진행되는 것을 막겠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본선주자로 확정됐지만 무소속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최대 뇌관으로 남아 있다. 김 후보는 당 후보로 선출된 이후 단일화에 선결조건을 내세우며 논의를 거부해왔고,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단일화 약속을 무너뜨리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경고했고, 김 후보 측은 당 지도부가 자신들을 배제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오는 10~11일 예정된 전당대회를 두고도 갈등이 이어졌다. 김 후보 측은 “당헌·당규를 고쳐 후보를 몰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면서 이날 대선 후보로서의 일정을 전면 중단했고, 지도부는 “단일화에 대비한 정당한 절차”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단일화 마지노선을 7일 또는 11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강 구도는 완성됐지만 ‘사법 리스크’와 ‘단일화 변수’ 두 개의 불확실성이 대선 판세를 흔들고 있다”며 “각 진영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표심의 행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월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한국의 정치 불안 상황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5월1일을 계기로 상황은 또다시 달라졌다.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2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중요한 선거를 한 달 정도 앞에 뒀다면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재판도 선거 이후로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므로 대법원의 행보는 의도적인 선거 개입으로 해석하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을 찾을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이 공정성과 중립성, 합리성 등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해서 우리 사회 전체가 과도한 음모론에 빠져들고 과격한 대응에 나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번에 대법원이 선거중립의무 위반이라는 실수를 저지른 것은 유감이다. 대법원은 이번 실수와 관련해 앞으로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음모론으로 단정하기에는 어색한 요소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판결 중 무죄 확인과 파기환송도 있지만 파기자판도 있었다. 파기자판으로 유죄와 더불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면 이재명 후보는 선거판에서 즉시 퇴출됐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선거에 참여할 수 없도록 시기 조절 차원에서 파기환송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파기자판으로 이재명 후보가 낙마하면 민주당에서 다른 후보를 내세워 선거에 참여하는 시나리오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하게 된 서울고법이 대법원처럼 법 절차와 국민 감정을 무시하고 재판을 초고속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조희대 음모론은 속절 없이 무너진다. 서울고법 판사들은 과연 대법원장 지시에 따라 재판을 속전속결로 진행해 대법원이 6월3일 이전에 최종 선고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인가. 그리고 국민적 지탄을 받으면서 평생 손가락질을 받고 살 것인가. 아마 그들은 대법원처럼 선거에 개입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불편해할 것이다. 지난번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선고하기에 앞서 제기됐던 음모론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헌법재판소가 3월 중순에 결정을 발표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관들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재판관 8명 가운데 5명은 파면에 찬성하지만 3명은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은 기각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4월4일 헌재 판결문을 보면 그런 음모론은 전혀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오히려 헌법재판관들이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심의했고 현명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확인됐다. 근거없는 음모론에 부화뇌동하면서 재판관들을 상대로 극단적인 언어를 동원해 인격모욕을 자행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박함을 꾸짖고 평생 반성과 성찰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조희대 음모론을 생각해보자. 그 음모론에는 대법관을 포함해 대한민국 주요 판사들이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좀비처럼 움직인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3심에서 파기자판을 하지 않은 것과 2심에서 이재명 후보 무죄가 선고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윤 전 대통령이 극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 일부러 복잡한 각본을 채택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 판사들이 중대 오판을 저질렀지만 음모론에 봉사하는 차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기득권 세력의 이권 보호나 자존심 확인 차원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상황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 없다는 아집의 표출, 또는 저항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법원 실수에 대해 최고의 경계심은 필요하지만 과격 대응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일부 어리석은 자들이 저열한 행동을 한다고 해도 우리 국민은 고도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최상급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2023년부터 중위소득 120% 이하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연 150만원의 기회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의 예술인에게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제공하고 도민들의 일상에 예술 향유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는 의미 있는 문화예술 정책이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공공재적 가치를 지닌다. 접하는 사람들에게 문화적 휴식을 제공하고 창의성과 문화감수성을 안겨준다. 도민의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드는 데 있어 실질적이며 효용적인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를 살아가며 함께 성찰해 볼 만한 요소를 제시해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가치 또한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예술인이 예술을 지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의 연평균 소득은 1천55만원이다. 같은 시기 국민 1인당 평균 연소득 2천554만원의 41.3% 수준이다. 예술인은 이러한 소득 수준에서도 예술을 놓지 않고 더 많은 관람객에게, 더 많은 도민에게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땀 흘리며 창작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인의 실정을 바탕으로 경기도는 최소한의 ‘예술 포기 방지 정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선 예술인 기회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기준으로 정한 예술인복지법 제3조의2 ‘예술활동 증명’을 내세워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예술인의 어려운 생계와 예술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며 예술인에게 기회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예술인인지를 구분한단 말인가. 철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따지면 예술인의 기준과 개념은 우주만큼 넓어진다. 그렇지만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존하는 가장 정확한 기준인 예술인복지법 제3조의2 ‘예술활동 증명’을 득한 자로 기준을 세운 것이다. 정부는 법령으로 예술활동을 증명하기 위한 조건을 세웠다. 현실적으로 필요충분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조건을 세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활동 증명’을 득한 예술인 중 이른바 ‘예술인 같지 않아 보이는’ 예술인을 거론하며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접하며 참으로 어이가 없고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99세 노인은 예술을 못하는가. 연습생은 예술인이 아닌가. 예술인은 눈감는 날까지 예술을 한다. 예술인은 자신의 예술을 벼르기 위해 쉼 없이 연습한다. 법이 정한 ‘예술활동 증명’의 조건을 통과했기에 기회소득을 받은 것이다. 다른 어느 지자체도 살피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앞서 예술인의 활동을 지지하고 도민의 문화적 일상을 창조하기 위해 시행되는 경기도의 예술인 기회소득 정책을 흠집 내고 예산 낭비라 왜곡·폄하하는 행위가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 바란다.
최근 SK텔레콤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건은 우리 사회 디지털 인프라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악성코드를 통한 침입으로 약 9.7GB에 이르는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됐으며 이 안에는 가입자식별번호(IMSI), 인증키(Ki), 유심 일련번호 등 핵심 데이터가 포함돼 있었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해당 정보들이 암호화되지 않은 채 저장돼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자 통신사의 보안 관리 체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확산됐다. SK텔레콤은 전 가입자 대상 무상 유심 교체라는 초유의 조치에 나섰지만 이미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SKT 해킹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신뢰 기반 사회에서 정보 인프라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많은 국민이 “내 정보도 이미 유출된 게 아닐까” 하는 불안 속에서 정작 해킹 사실을 늦게 알게 되거나 사후 대처 방안조차 알 수 없었던 상황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이는 한 기업의 실책을 넘어 사회 전체의 정보 보호 시스템이 근본적인 점검과 정비를 요구받고 있음을 뜻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위상을 무색하게 한 이번 사태는 단지 통신 영역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유사한 구조를 가진 보건의료 분야 데이터 시스템에도 중대한 경고를 보낸다. 의료정보에는 질병 이력, 진료 내용, 정신건강 상태, 유전자정보 등 고도의 민감한 생체정보가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유출 시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차별, 낙인, 보험 및 고용상의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원격진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개인 의료정보의 수집·활용 범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금 정보 보호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실제 일부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는 환자의 진료 기록을 활용한 건강식품 마케팅 시도가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이 증대됐다. 진료기록 데이터가 어떤 경로로 수집·저장·이용되는지 환자 스스로 알기 어려운 데이터 프로세싱 구조가 일반적인 현실이다. 앱 설치 후 동의만 하면 의료정보가 해외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타깃 광고에 활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용자가 알 수도 없고 또 그 동의 선택에 여지가 없기도 하다. 의료비 상담을 받기 위해 앱을 설치한 디지털 소외계층이 선택의 여지 없이 유전자 정보가 넘어가고 그 정보의 안정성이 오리무중이라면 그것은 발전된 기술의 주인이 되기보다는 기술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다.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와 데이터 활용 촉진에 나서고 있지만 SKT 해킹 사태는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보호 없는 활용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그 어떤 정책도 ‘정보 보호’라는 확고한 전제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마이헬스웨이’ 같은 건강정보 통합 플랫폼을 운영하기 전에 암호화, 접근 권한 분리, 이용 내역 투명 공개 등 강력한 보안 기준을 제도화해야 한다. 의료기관 내부의 정보 관리 체계 역시 개선이 시급하다. 내부인의 접근 권한 남용이나 유출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며 이중 인증이나 실시간 로그 감시 없이 방대한 환자 정보가 저장되는 병원도 적지 않다. 단순히 보안 솔루션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정보 보호 교육과 정기 감사 체계 등 전방위적 개편이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도 제고돼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발생 시 일정 시간 내 신고 및 피해 고지 의무를 법제화하고 보안 인증 획득 여부를 서비스 정보에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의료데이터 보안등급제’나 ‘환자 정보 활용 고지 의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의료기관 역시 진료기록 저장 방식, 제3자 제공 현황 등을 환자에게 명확히 안내하도록 내부 지침을 정비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특성상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제도와 윤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누가 다루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하는가다. 보건의료정보는 개인의 자산이자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정부, 기업, 의료계 모두 이 기본 전제를 다시 확인하고 실천할 때 우리는 디지털 사회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SKT 해킹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공공정보 보호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경고다. 다음 피해가 생체정보와 의료 영역이 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강력한 제도 정비와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필요하다. 경고는 이미 울렸다. 이제는 응답할 차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제21대 대통령선거 본선 후보를 각각 선정함에 따라 헌정사상 최초 ‘경기도지사 출신 맞대결 구도’가 연출되고 있다. 민선 7기 경기도지사를 지낸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민선 4·5기 경기도를 이끈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각각 당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경기도민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사법리스크,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 갈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정치적 안정성과 리더십 신뢰가 동시에 흔들리는 양상이다. 이처럼 양측 모두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대선 정국의 핵심 표밭인 경기도 민심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 유권자의 4분의 1 이상이 밀집한 인구 최대 지역으로,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 온 대표적 승부처다. 경기도는 외지 유입 인구가 많고, 젊은 층 비중이 높아 유권자 성향이 쉽게 요동치는 지역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경기도는 특정 정당이나 이념보다는 정책과 인물에 따라 표심이 바뀌는 경향이 강하다”며 “중도층과 무당층이 비교적 많은 지역이라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유권자 특성이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맞물리며 ‘탈정치’나 ‘정치 혐오’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경기도지사 출신 맞대결’이라는 상황과도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중앙 정치를 밟은 뒤, 이번 대선 후보 행보에서도 4월28일 후보 확정 뒤 현충원 참배 이후 첫 일정을 SK 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에서 시작하며 경기도 정체성을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더욱 오랜 기간 경기도정을 이끌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도정을 이끈 그는 GTX 노선 착수, 산업단지 유치, 일자리 박람회 등을 통해 보수 진영의 행정 경험과 성장 담론을 도정에 녹여낸 리더십으로 평가받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구도를 두고 ‘도정이 대권 검증 무대가 된 선거’로 조명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도지사를 두고 ‘대선의 무덤’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중앙 정치와 연결성이 약하다는 이유와 정무적 체급의 한계 등으로 경기도지사 출신의 후보가 번번이 대선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김문수 두 후보가 본선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경기도지사가 더 이상 ‘정치적 종착지’가 아니라 ‘전초기지’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경기도 위상이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이번 대선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든, 결국은 경기도 표심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흡수한 쪽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지사가 ‘대선의 무덤’이라는 오명은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적 자산’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단순한 진영 대결이 아니라, 유권자의 인내심과 피로감을 시험하는 국면이 될 수 있다”며 “경기도 유권자들은 누가 더 잘할 것인지보다 누가 덜 불안한지를 먼저 살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황금연휴 마지막날인 6일 오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를 찾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휴일 오후를 만끽하고 있다. 황금연휴 마지막날인 6일 오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를 찾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세미원 배다리교를 건너며 화창한 휴일 오후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