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특례시 더 미룰 수 없다”… 법안 통과 한목소리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수원고양용인창원시 여야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여,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시 입법화 실현을 위한 중지를 모으고 나섰다. 이번 임시국회가 415 총선을 두 달여 남기고 열리는 만큼 사실상 법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막판 스퍼트를 올리겠다는 포부다. 법안이 20대 국회 임기 만료일인 오는 5월 29일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폐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수원무)김민기(용인을)박광온(수원정)김영진(수원병)백혜련(수원을)정춘숙 의원(비례)과 자유한국당 이주영 국회부의장, 정의당 심상정(고양갑)여영국 의원, 염태영 수원이재준 고양백군기 용인허성무 창원시장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4개 대도시 시장국회의원 간담회를 열고,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처리에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 국회부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정기국회에서 100만 명에 미달하는 기초지자체들의 일부 반발로 인해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시키기 위해 여야가 한 몸, 한 뜻이 돼야 한다. 한국당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법안 처리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그동안 진행된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차원의 논의 과정을 서로 공유했다. 또 2월 임시국회 내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얘기를 했다면서 특히 한국당 윤재옥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위원 등과 (법안 처리를 위한 물밑) 얘기가 다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염태영 수원시장 역시 김진표박광온김민기 의원이 최근 민주당 홍익표 행안위 간사와 만나 법안 통과를 위한 논의를 했다고 들었다면서 지방 4대 협의체들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통과를 위해 앞장서 노력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3월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의 특례시 지정이 가능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같은 해 11월 14일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뒤 줄곧 계류 중이어서 논의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수원고양용인창원시는 특례시가 도입될 경우, 100만 이상 대도시는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법적 지위와 행정재정적 자치권한을 가질 수 있어 효과적인 행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이 포함된 지방 4대 협의체의 각 대표는 오는 12일 민주당 전혜숙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통과를 위한 논의의 물꼬를 틀 계획이다. 정금민기자

[지지대] 재난과 표(票)

A는 세월호 수사 책임자다. 지금도 말을 아낀다. 부담이 컸던 사건이라서다. 그런 그에게 들은 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사 막바지에 했던 말이다. 유족들이 어느 순간 바뀌었다. 그걸 보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구나라고 직감했다. 다른 하나는, 한참 뒤에 했던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이 불거진 뒤였다. (수사팀의 소견으로는) 희생자들은 침몰 50분 이후 모두 숨졌다고 봤다. 독백처럼 했던 말이다. ▶그는 검사다. 검사 시각에서 한 말이다. 그 후 세월호는 수사를 떠나 정치로 갔다. 더 정확히는 국민적 분노와 결합했다. 세월호 분노의 출구가 됐다. 모든 분노의 탄착점이 됐다. 사라진 7시간과 세월호 침몰은 어떤 연관도 없다. 그 7시간이 살렸을 생존자도 입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족은 분노했다. 많은 국민도 분노했다. 분명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이었다. 이런 분노가 대통령도, 정권도, 그리고 역사도 바꿨다. ▶정치권엔 큰 학습이었을 게다. 재난과 정권을 결부 짓는 공식이 됐다. 신종 코로나 난국에서 재연된다. 전염병과 정권 책임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많다. 대통령이 지나친 불안감을 자제하자고 했다. 야권이 안일한 인식을 개탄한다고 공격했다. 정부가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 금지를 발표했다. 야권이 중국 눈치 보다가 늦었다고 공격했다. 예외가 없다. 정부의 모든 방역 진단ㆍ대책이 야권엔 공격 거리다. ▶공식은 이번에도 얼추 맞아 가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떨어졌다. 긍정 평가가 45%로 전주보다 2.0%p 내렸다(리얼미터ㆍ28~31일 조사).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도 추락했다. 34%로, 최근 20주 동안 가장 낮았다(한국갤럽ㆍ28~30일 조사).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성들에게 민감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야권 지지도가 반등한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여권이 긴장해야 할 추이다. ▶신종 코로나는 중국에서 발원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 아니다. 중국 여행객은 한국 산업에 절대적이다. 쉽게 결정해선 안 될 일이다. 무조건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그런데 여기에 오버랩 되는 다른 목소리가 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들의 희생은 현장 구조의 일이다. 박근혜 7시간과 연결할 수 없다. 진영이 만들어내는 전혀 다른 재난 해석이다. 김종구 주필

[사설] 감염병 자가격리 거부라니, 강경 대응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4일부터 밀접 접촉과 일상 접촉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14일간 자가격리 대상이다. 2차, 3차 감염자가 5명이나 발생하면서 질병관리본부가 더 강화한 접촉자 관리 기준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감염 우려가 높은 밀접 접촉자 기준이 됐던 2m 이내 접촉 기준도 신종 코로나에 다시 적용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16명 확인된 가운데 이들과 접촉한 사람은 지금까지 1천318명으로 확인됐다. 12번 환자 접촉자가 당초 138명에서 361명, 현재 666명까지 늘었다. 자가격리자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일대일로 관리한다. 전담 공무원은 격리자들의 외출 여부, 증상 유무를 감시할 뿐 아니라 생활 지원 등의 업무도 맡는다. 그동안은 지역 보건소 직원이 하루 1번 이상 전화를 걸어 체온이 얼마인지,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격리자 행동수칙을 지키고 있는지 등만 확인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증상 발현자가 많아져 접촉자 수가 급증하면 지자체 공무원이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가격리자 감시가 허술해져 몰래 집을 벗어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서울에서 자택 격리 중이던 51세 여성이 전북 고창에서 골프를 즐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됐다. 경기도에선 자가격리 거부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1415일 우한 등 중국 각지를 다니다 31일 귀국한 A시의 B씨는 자가격리 대상자인데 격리조치를 거부하고 한때 연락이 두절됐다.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묵은 싱가포르의 한 호텔을 방역소독이 안된 상태에서 뒤이어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 C시의 D씨도 자가격리 대상자인데 그냥 벌금을 내겠다며 격리 요청을 거부했다.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자가격리 상태에 있지만, 행정력이 낭비되고 지역사회의 감염병 확산 위험도가 커졌다는 비판이다. 경기도는 자가격리 조치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기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경찰과 공조체계를 구축했다. 격리조치 거부자에 대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42조 감염병에 관한 강제처분, 제80조 벌금)에 따라 고발 조치해 벌금을 물리고 경찰 협조를 받아 강제 격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관용없이 대처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다. 자가격리 대상자는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신종 코로나 조기 종식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 외출을 금지하고, 집안에서도 생활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지자체는 허술한 관리로 감염병이 확산되는 우를 범하지 않게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격리거부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정부 뜻과 달리 가는 택시 업계 개혁 / 그 여론 표출될 첫 월급이 10일이다

택시 업계의 정기 급여일은 매달 10일이다. 대체로 그렇다. 2020년의 2월 급여일은 의미가 다르다. 새로 바뀐 제도하에서 지급되는 사실상 첫 월급날이다. 택시 기사ㆍ택시 회사 모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납금(私納金)이라 불리던 제도가 사라졌다. 명실상부 택시 기사 월급제가 시행됐다. 1월부터 시행됐으니 사실상 첫 월급이다. 기사 급여가 어느 수준일지, 회사는 경영 수지가 어찌 될지 모두의 관심이 모아진다. 현장 기사들의 기대는 거의 없다. 정부 여당이 시행한 월급제의 허와 실을 이미 체현하고 있다. 본보에 취재를 요청 한 어느 택시 기사의 설명이 절절하다. 회사가 책정한 월급은 180만원이라고 했다. 공식 사납금은 폐지됐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남아 있다고 했다. 초과 운행을 한 기사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초과 수입을 6 대 4 비율로 회사와 나눈다고 했다. 상여금 또는 성과금의 명목이라고 했다. 대개 회사가 같다고 전했다. 택시 기사 월급제의 기본 취지는 이게 아니었다. 월급제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기사들의 안정된 생활이다. 2018년 전현희 의원(카풀ㆍ택시 태스크포스 위원장)도 말했다. 당정이 월급제 도입을 포함해 다양한 택시 지원책과 발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월급 수준은) 250만원보다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월급이 어이없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170~200만원 수준이다. 이걸 안정된 월급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실망은 또 있다. 앞서 당정은 자랑했다. 장시간 무리한 운전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다. 초과 수입에 대한 변칙적 분배 제도가 생겼다. 업체들은 월급을 근무일로 나눠 사실상의 사납 기준-15만원 등-을 정했다. 그 기준을 기사들에게도 다 알려줬다. 더 받고 싶으면 그 이상 입금하라는 뜻이다. 회사와의 분배 비율-6 대 4 등-이 불리해지면서 기사 측 수입은 되레 줄었다. 더 무리하게 된 것이다. 현장 기사들은 말한다. 월급으로 생활하는 게 불가능하다, 심심풀이로 나오는 기사들만 남을 것이다, 개인택시만이 살아남게 됐다. 월급제는 택시기사들의 숙원이었다. 하지만, 그 실천의 현장에서는 실망과 낙심의 목소리가 높다. 택시 기사를 더는 할 수 없다며 탄식한다. 이직률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정부 여당이 자신 있게 추진한 택시 기사 월급제, 그 현장의 적나라한 평이 불거질 첫 급여일이 코앞에 와 있다.

[인천시론] 시민 주도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리빙랩’

리빙랩(Living Lab)은 크게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서부터 개별회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의 연구, 개발 및 혁신의 과정에서 시민이 적극 참여하고 이들의 관점이 충실히 반영되기 위해 구축된 생태계를 뜻한다. 즉, 시민이 소속된 생활현장(지역, 공간)에서 정책 및 제품, 서비스의 기획자와 수혜를 받는 시민이 공동으로 혁신을 창출해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 실험실, 우리마을 실험실 등 다양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리빙랩은 전통적으로 대학 및 연구소 중심의 연구 실험실이나 테스트 베드가 아닌 실사용자, 정책결정자, 연구자 및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모여 혁신을 만들어가는 혁신 플랫폼이며, 시민 주도의 참여형 정책 공동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수원, 성남 등에서 지자체에서 리빙랩을 도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 나가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이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 선진국을 모방하던 시대를 넘어 새로운 길을 창조해나가기 위해서는 시민이 요구하는 정책 개발과 함께 그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기업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최근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리빙랩은 기존 정책 및 제품개발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를 넘어, 정책 개발 및 확대를 위한 혁신 주체로 직접 참여시킴으로써 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국가의 양극화, 구도시신도시의 대립, 각종 시설의 도입, 중소 자영업자 경영악화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빙랩은 여러 사회 문제 가운데 각 이해당사자들을 직접 참여시키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경제 모델, 네트워크 기반의 개방형 혁신, 지속성 담보를 위한 적정기술 도입 등과 같은 기술혁신 등의 방법으로 복합적으로 내재해 있어 실질적인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이윤보다는 사회 및 지역 문제 해결을 통한 발전을 목표로 사회적 경제 조직과 지향점이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리빙랩은 사용자(주민) 참여가 문제(니즈) 발굴, 대안 탐색, 그리고 실험과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참여한다는 것 주요한 특징이다. 지금도 시행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 조례 개편 청구제도, 아이디어 공모전 등의 의견수렴(예산편성 과정에서 의견제시 등)이나 아이디어 발굴 등이 있었으나 일부 시민 또는 기관이 참여하는 부분이 한계점으로 남는다. 이에 인천시 및 각 구청 등의 시민 사회 문제로 나타나는 구도심 개발(주차, 공사, 공간배치, 조합구성 등), 생활환경(미세먼지, 생활쓰레기, 하수, 토양오염 등), 층간소음, 소방 및 재난안전, 고령자를 위한 지역사회의 커뮤니티케어 등의 모든 문제에 리빙랩 도입을 위한 조례와 제정을 함께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시민주도의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문명국 청운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기고] 벌 줄 때만 사용하는 재난매뉴얼

위당 정인보 선생이 쓴 조선사연구는 문헌 자료를 통해 일제강점기 관변 사학자들의 식민사관을 반박하고 우리의 역사와 얼을 지킨 위대한 저서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고대 역사서의 원문 인용이 많고 너무 어려워 그 책을 다 읽은 사람은 두 명 - 저자 본인과 편집자(교정본 사람) - 밖에 없다.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비슷한 얘기로 요즘 재난관리 분야에서는 재난대응 매뉴얼을 읽는 사람은 처음 만든 사람과 나중에 벌주는 사람 두 명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각종 재난 유형별로 작성한 대응매뉴얼은 종류도 많고 내용도 방대하여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다양한 재난에 대응해야 하는 소방 입장에서 보면 그 많은 매뉴얼에서 정하고 있는 세부절차를 숙지하고 지켜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그런데 현장활동의 적절성을 사후에 따지기 위해서만 매뉴얼이 사용된다는 오해 때문에 오히려 매뉴얼을 멀리하는 현상이 생겼다.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각종 계획서가 현장활동을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 재난관리 담당자들은 매뉴얼과 같은 계획서를 만들기만 하면 재난관리가 되고 체계적으로 활동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 경향(Paper Plan Syndrome)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상황별ㆍ유형별 다양한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그래서 매뉴얼은 현장과 맞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서는 현장에서 느끼는 이런 거리감이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매뉴얼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법령과 규정의 범위내에서 매뉴얼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중복 또는 상충되는 내용을 찾아내어 일관성있게 정비할 계획이다. 그 성과를 검토하여 소방청에 법령과 규정의 개정을 요청하고, 다른 기관이 만든 매뉴얼에서 소방관련 조치사항도 정비할 예정이다. 현장에 녹아드는 매뉴얼을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작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매뉴얼이 현장성을 갖기 위한 원칙은 분명하다. 현장차원에서 쉽게 접근해서 편하게 읽고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책상 위에 묵혀둔 벌 줄 때만 사용하는 매뉴얼을 이제 현장으로 보내자. 박춘길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예방대응과 구조훈련팀장

[천자춘추] 2020년 경기도미술관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미술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먼저 광주, 부산, 서울의 주요 비엔날레들이 한꺼번에 열린다. 특히, 이번에는 3곳 모두 해외 감독을 선임해 자연스럽게 경쟁구도가 만들어져 흥미를 더한다. 여기에 제주비엔날레, 금강자연비엔날레, 전남수묵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까지 2020년 비엔날레 잔치에 가세하였다. 국공립미술관들도 올해의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아시아 도시 순회전 등을 통해 현대미술로 서울과 세계 도시를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획전과 서예를 비롯해 판화공예건축디자인 등으로 현대미술의 장르 확장을 모색하는 전시라인업을 발표했다. 그 중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은 전시장에 개와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 초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간 중심으로 구축된 미술관과 사회가 타자와 비인간을 고려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 본다는 전시의 의의를 접하니 새로운 기대감이 생긴다. 경기도미술관이 2019년 하반기에 선보인 두 개의 전시는 제법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해본다. 미술관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전시를 꾸리고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차별성과 완성도를 대내외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상설교육전시는 4개월을 순항하며 마무리되었고, 경기도의 현대미술을 한눈에 조명하고 80년대 소집단미술운동의 아카이브를 방대하게 집대성했던 시점시점전은 여러 매체를 통해 올해의 전시로 주목을 받고, 마지막 주말까지 관람을 꼭 사수해야 하는 전시로 회자되며 훈훈하게 막을 내렸다. 2020년 첫 전시는 관객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두리안 GX룸으로 시작한다. 대만의 미디어퍼포먼스 작가가 운동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이국적 분위기의 팝업 공간에서 펼치게 되는 신선한 프로젝트이다. 전형적인 미술관전시의 유형을 뛰어넘어 유쾌하고 흥미로운 현대미술과 미술관의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3월에는 상반기 동시대미술의 현장을 보여주는 우리와 당신들이 개최된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정체성을 지닌 타인들과 우리가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전시이다. 다양하고 다층적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시대를 함께 살 것인지에 대한 답들이 찾아지기를 기대하는 기획전이다. 도립미술관의 위상과 그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사업들도 본격화된다. 경기미술기반의 현대미술 아카이브 구축을 시작하여 경기도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사 연구의 플랫폼을 수행할 기반을 조성하고, 경기도 내 다양한 문화예술공간과 미술관협의체를 구성하여 공동기획과 공동 리서치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올 한해도 경기도 미술관이 준비하고 계획한 것들에 대해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변평섭 칼럼] 유배를 떠나거든…

몇 해 전 시간을 내어 경상남도 남해에 있는 노도(櫓島)를 다녀왔었다. 눈부시게 파란 바다와 아름드리 동백나무 숲. 참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섬에 조선조에 이르러 구운몽을 쓴 김만중을 비롯하여 남구만 등 7명이나 되는 문신들이 유배를 살았다는 사실에 아름답다는 생각보다 애련한 생각이 들었다. 바다와 갈매기를 벗 삼고 동백꽃이 피고 지는 것으로 세월이 바뀌는 것을 알며 떠나온 부모ㆍ형제, 처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특히 김만중은 이곳에 귀양살이하는 동안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비보를 받고 글을 쓰다가 눈물이 쏟아져 글을 맺지 못했다 하니 그 마음 짐작이 간다. 그래서 이곳에는 유배 온 선비들이 남긴 글이 많고 남해군에서는 이런 작품을 모아 유배문학관이라는 특별한 문학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런 유배지에서 그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그래도 위안을 삼는 글은 어떤 것이었을까? 흔히들 유배 온 선비들은 다음과 같은 글을 벽에 써놓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참을성을 기르고, 할 수 없었던 일도 하게 한다(是故動忍性增益其所不能). 그런가하면 조선 최고의 실학자이며 개혁가인 다산 정약용은 전라도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무려 18년이나 했는데 그의 유배생활 역시 특별했다. 주막집 뒷방에서 갖은 고생을 다 겪으며 살았지만, 그 귀양살이 방을 사의재(四宜齋)라고 고상한 이름을 붙였고, 거기에 따른 네 가지 수칙을 사의재기라 하여 다음과 같이 썼다. 첫째, 생각은 담백하게 할 것. 둘째, 용모는 엄숙하게 할 것. 셋째, 말을 적게 할 것. 넷째, 행동은 무겁게 할 것. 그러면서 마지막 글에 나는 이 날 주역의 건괘를 읽었다고 했다. 건괘를 읽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그의 꿈을 버리지 않았음을 뜻한다. 과연 그는 조선의 개혁이라는 큰 뜻을 당장 이루지 못하였지만 목민심서라는 불후의 명 저서를 남겨 지금까지도 모든 공직자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추사(秋史) 김정희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1836년 병조참판, 성균관 대사성에까지 올랐으나 헌종이 즉위하고 순원왕후 김씨가 수렴청정을 하자 10년 전의 사건으로 1840년 제주도로 유배를 가야 했다. 말하자면 정권이 바뀌자 정치보복을 당한 것이다. 유배기간도 1848년까지 무려 9년이나 되었다. 그러나 이때 만든 작품이 국보 제180호로 지정된 세한도(歲寒圖)가 아닌가.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 세찬 겨울바람이 몰아친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가치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참 멋진 글이요 그림으로 당당히 국보로 지정될 가치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 그림과 글이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것을 특징으로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핵심은 그 황량했던 제주도 유배지에서 9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지만, 그 뜻은 굽힘이 없이 겨울에도 변하지 않는 소나무처럼 견디어냈다는 정신력이다. 이처럼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저술했고 서포 김만중은 구운몽을 완성하는 등, 그 옛날 우리 선비들이 숱한 유배생활에도 굽힘 없이 자기 세계를 지켰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요즘 단행된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정권수사를 지휘했던 간부들의 영전성 좌천 발령을 가리켜 조선시대의 사화(士禍) 또는 유배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유배라면 그들에게 선비들이 유배지에서 위안받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던 고사(古史)를 읽어보길 원한다. 변평섭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