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자, 라오스 대통령으로부터 훈장 수여받아

자유한국당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안산 단원을)은 지난 10일 라오스를 방문해 통룬 시술릿 총리와 면담을 갖고, 최근 우리나라 기업이 라오스 수력발전소 공사 중 발생한 댐 사고 재해 복구현장을 점검하는 등 국회 한·라오스친선회장으로의 활동을 펼쳤다고 11일 밝혔다. 박 위원장은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와의 면담을 갖고, “댐 사고로 인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은 라오스 국민들과 삶의 터전을 잃은 앗따쁘지역 주민들에게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를 대신해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이재민들이 피해를 극복하고 일상생활에 하루빨리 돌아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위원장은 이번 라오스 방문에서 분냥 보라치트 라오스 대통령으로부터 한국과 라오스 양국의 친선관계를 위해 수년간 노력한 공로에 감사의 의미로 라오스 2급 훈장을 수여받았다. 한편, 박 위원장은 “제20대 국회 한국-라오스의원친선협회 회장으로서 양국간 이해와 우호증진을 위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번 라오스 방문을 통해 양국이 변함없이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고, 교육·과학·농업 분야의 협력과 교류가 더욱 증진되도록 결의했다”고 방문의 소회를 밝혔다. 김재민기자 김재민기자

“공공기관 지방行… 인천 역차별”… 인천상의 “공공기관 존치 필요”

인천지역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추진이 역차별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11일 인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인천지역 소재 공공기관 존치 필요성 및 지역사회 기여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지역에 있는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총 7개로, 전체 공공기관 소재 비율이 2.1%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인천의 공공기관 비율은 서울 35.5%(120개), 경기도 8.0%(27개)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 6.2%(21개),대구 4.4%(15개) 등 경쟁 광역시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17개 광역시도 중 제주(1.2%) 광주(1.2%)를 제외하고 충남과 함께 3번째로 낮다. 특히, 인천 인구는 전국의 5.7%로, 공공기관 소재 비율 2.1%보다 -3.6%p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인천은 수도권지역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도시 규모에 비해 적은 수의 공공기관이 들어와 있는 등 국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 8월 기준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 338개 중 인천에 있는 공공기관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인천항보안공사, 학교법인 한국폴리텍, 한국환경공단, 항공안전기술원 등 7개였다. 이번 정부의 지방 이전 대상 계획에 포함된 인천지역 공공기관은 학교법인 한국폴리텍(인천 부평구), 한국환경공단(인천 서구), 항공안전기술원(인천 서구) 등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기관들이 타지역으로 이전하며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 손실이다. 인천 서구에 있는 항공안전기술원은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인근에 있어 있어, 타지역 이전으로 인한 안전 운항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부평구에 있는 폴리텍대학교 이전 시에는 산업도시 인천의 정체성을 훼손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인천상의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오히려 인천지역에 공공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상의 관계자는 “이번 이전 대상에 포함된 공공기관들은 인천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관들로, 타지역으로 이전한다면 오히려 국가 균형발전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인천해양박물관, 탄소배출권 거래소,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인천에 설립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우기자

“선장이 폭언과 갑질”… 해사고 실습생 ‘인권침해’ 주장

실습을 위해 화물선에 탄 해사고 학생이 선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해 하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인천 해사고 등에 따르면 이 학교 3학년생 A군은 지난달 5일 해기사 실습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4천900t급 벌크 화물선에 승선했다가 나흘 만에 하선했다. 예정된 실습 기간은 6개월이었다. 하선한 A군은 이후 학교 측에 배에서 겪은 일에 관해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배에 탄 지 이틀만인 7일 저녁 회식을 하던 중 선장으로부터 땅에 떨어진 복숭아 조각을 주워 먹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군이 항의했지만, 선장이 강압적인 명령을 되풀이해 어쩔 수 없이 과일을 주워 먹었다고 했다. 또 선장에게 인사를 했는데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며 질책을 받았고, 다른 선원의 당직 일을 대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군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러한 내용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학교 측에는 2개월 요양이 필요하다는 신경정신과 진단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화물선 선장 등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해사고 관계자는 “조사 결과 선장과 승조원들은 복숭아를 주워 먹으라거나 일을 미룬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며 “일단 해양수산부에 이러한 조사 결과와 해명서를 보냈으며 A군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기자

“시정 요구 부당… 취소 마땅” 인하대 재단 정석인하학원, 교육부 상대 ‘行訴’

인하대학교 재단이 최근 교육부 감사결과 조치에 불복해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1일 정석인하학원에 따르면 교육부가 올해 7월 인하대 실태 조사를 마치고 내린 시정 요구 가운데 일부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정석인하학원은 교육부의 시정 요구 가운데 ‘일우재단이 면제한 외국인 장학생 등록금 회수’ 와 ‘인하대병원 임대료 정산·임대차계약 해지’ 등 2건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앞서 이명희 전 이사장 시절 일우재단이 외국인 장학생을 추천하자, 장학금 6억4천만원가량을 교비회계에서 빼 쓴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를 재단으로부터 회수하라고 요구했다. 또 인하대병원이 지하 1층 시설공사를 할 때 특수관계인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고, 임상시험센터 등 시설을 확보하지 않은 채 특수관계인 빌딩을 빌려 112억원을 지급했다며 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정석인하학원 측은 우수한 외국인 학생에게 인하대가 등록금을 면제해주면 일우재단은 체재비 등을 지원해주기로 양자가 합의했던만큼 면제된 등록금을 일우재단이 변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인하대병원 임대차계약 당시 양측이 선정한 감정평가법인 평가를 통해 계약을 체결해 문제가 없다면서 학교와 병원 발전을 위해 학교법인에 매년 기부금을 지원해왔고, 앞으로도 추가로 기부금을 낼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일우재단과 정석기업은 정석인하학원과 관련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면서 “지난 10년간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는 1천286억원의 기부금을 인하대 등에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김준구기자

[청소년 Q&A] 스트레스 많이 받는 아이,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Q. 요즘 우리 아이가 이유 없이 짜증을 많이 냅니다. 밤에 보면 잠도 잘 못 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걱정이 많이 되는데, 뭔가 도와주려고 하면 또 짜증을 낼까 봐 겁이 나네요.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어요. A.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 기복이 심해져서 짜증도 쉽게 내고, 갑자기 우는 횟수도 많아지고, 집중력도 부족해지고, 손톱을 물어뜯기도 하고, 잠을 잘 못 이루는 등의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납니다. 자녀가 짜증을 많이 낸다고 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와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힘든 점들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스트레스를 대처해나가는 방법들이 필요한데, 하나씩 소개해보겠습니다. 직접 해보실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시고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스트레스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원인은 매우 다양할 수 있는데, 아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와 부모가 도울 수 있는 것인지를 우선 파악 해야 합니다. 아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면 힘을 갖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부모의 지지와 격려가 필요한 것이고, 부부싸움이라던가, 지시적인 부모의 태도 때문인 스트레스라면 부모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 하루 일과를 함께 조율하는 것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하루의 일과가 많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이것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조절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자녀와 함께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만큼 자유시간이 충분한지를 함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조율이 되었으면 훨씬 자녀의 집중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스스로 긴장 푸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눈을 감고 천천히 깊이 숨을 쉰 다음 12층 엘리베이터에 있다고 상상을 한 후 1층으로 가는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갈 때마다 버튼이 켜지는 것을 상상하며 버튼이 켜질 때마다 길고 깊은숨을 쉬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자녀가 직접 가보았거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생각해보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천천히 숨을 쉬면서 눈을 감고 그 장소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 긍정적인 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머릿속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는 말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자신에게 “숨을 천천히 쉬어보자.”, “그래, 할 수 있어.”, “진정하자.”.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 없어.” 등의 말을 사용하여,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족이 함께 친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자녀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거나, 다 같이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즐거운 식사시간을 같이하거나, 일주일마다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서 일관성 있게 자녀와 소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족관계를 친밀하게 쌓아가는 것은 자녀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스트레스의 원인을 빨리 알아차려, 신속하게 도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들입니다.장연심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청소년상담센터 상담사

“메르스 확산 막아라”… 지자체 대응 총력

3년 만에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을 막고자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일상접촉자 관리를 강화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11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수원시는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메르스 대책본부를 장안구보건소에 설치, 메르스 확산 방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메르스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12명의 수원시민을 대상으로 1대1 매칭 관리를 하는 등 건강상태 관찰에 집중하고 있다. 용인시는 관내 거주민 7명이 지난 8일 발생한 국내 메르스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일상접촉자로 확인,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용인시는 비상방역대책반을 긴급 가동해 이들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용인세브란스병원, 용인강남병원 등 관내 2개 감염병 대응 지역거점병원과 협력해 메르스 발생에 대비하도록 했다. 안양시는 만안ㆍ동안보건소장을 반장으로 2개 반 8개 팀 총 50명의 메르스 방역대책반을 가동하고 24시간 비상연락망 체계를 구축했다. 메르스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에 동승한 안양시 일상접촉자 4명은 1대1 전담 관리하고 있다. 또 한림대학교병원, 안양샘병원 2개소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병원 감염관리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군포시는 메르스 확진자의 국내 일상접촉자 3명이 군포시에 거주 중인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즉시 소재 파악에 나선 뒤 1일 2회 유선으로 증상 발생여부를 확인하는 등 밀접접촉자에 준하는 능동감시를 실시하고 있다. 도내 한 보건소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관련 대책 추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종합

[시 읽어주는 남자] 밥

밥 - 허연 세월이 가는 걸 잊고 싶을 때가 있다.한순간도 어김없이 언제나 나는 세월의 밥이었다.찍소리도 못하고 먹히는 밥,한순간도 밥이 아닌 적이 없었던, 돌아보니 나는 밥으로 슬펐고,밥으로 기뻤다.밥 때문에 상처받았고,밥 때문에 전철에 올랐다.밥과 사랑을 바꿨고,밥에 울었다.그러므로 나는 너의 밥이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민음사, 2008. 네덜란드의 생물학자 미다스 데커스(Midas Dekkers)가 쓴 ‘시간의 이빨’은 제목이 무척 강렬하다. 그는 시간을 ‘이빨’을 지닌 생명체로 의인화함으로써 우리가 시간에 의해 먹히는 존재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의 표현에 빗대어 생각하자면 인간은 ‘시간의 밥’인 셈이다. 시간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이빨자국을 우리 몸에 남긴다. 늙음과 쇄락과 죽음이 그 흔적이다. 미다스 데커스는 시간의 입에 넣어져 씹히는 삶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늙음은 결코 실패가 아님을 강조한다. “쇠약해진다는 것은 얼마나 멀리 여행했는지를 알려주는 시계”와 같은 것이며, 죽음은 몰락이 아닌 완성이라고 말한다. ‘시간의 이빨’은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의 파괴”라는 믿음이 만든 삶에 대한 유려한 보고서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죽음이 아름다움의 완성이라는 그의 말에 선뜻 동감하기는 어렵다. 죽는다는 운명의 수락보다 살아야 한다는 현실의 당위(當爲)가 더 다급하고 생생하기 때문이다. 허연 시인의 시 ‘밥’은 ‘세월의 밥’으로서의 인간의 운명과 ‘현실의 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해야하는 생활인의 슬픔을 나란히 진술하고 있어 더욱 깊게 공감이 된다. 세월에게는 “찍소리도 못하고 먹히는 밥”의 신세이며, 현실에서는 ‘밥 때문에’ 울고 웃어야 하는 화자의 애달픈 처지는 밥벌이로 삶을 영위하는 생활인들의 실존과 삶을 표상한다. ‘세월의 밥’이라는 실존의 운명보다 ‘밥’에 울어야 하는 현실의 참담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밥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하고, ‘밥 때문에’ 꿈과 사랑을 놓치는 곡절의 시간이 ‘지금-여기’의 생활이다. 그래서 시인은 “세월이 가는 걸 잊고 싶을 때가 있다.”라는 말로 생활의 야속을 자조(自嘲)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처럼 먹고살기 위해 ‘전철’에 오르는 억지의 시간이 한없이 먹먹하기만 하다. ‘밥’을 미끼로 우리의 꿈과 사랑을 낚아채는 자본주의의 논리가 “나는 너의 밥”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이 세계의 삶은 참혹하다. 허연 시인의 시 ‘밥’은 밥의 희망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밥의 슬픔을 온전히 다 드러냄으로써 밥의 희망을 생각하게 만드는 역설로 읽혀진다. 그 역설의 의도는 “그 어떤 위대한 일도 밥 한 그릇에서 시작된다.”는 박노해 시인의 말과 상통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신종호 시인

[지지대] ‘임양은 주필’

같은 사무실에서 모신 게 2011년부터다. 이미 건강은 많이 악화돼 있었다. 몸의 균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만성적 청각 장애로 대화가 불편했다. 병원에서도 딱히 병명을 잡아내지 못했다. 한 번은 그 스스로 진단을 내렸다. “난 약물 중독이야.” 그가 지목한 약은 ‘명○’이다. 70년대 만병 통치약으로 통했던 가루약이다. 젊은 시절부터 이 약을 버릇처럼 복용했다고 했다. ‘소송을 하시라’는 말에 “다 늙었는데 뭘”하고 웃어넘겼다.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청소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주필님 넘어지셨어요.” 이어 비틀거리며 그가 들어섰다.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래층 편집부로 내려가던 중 쓰러진 거였다. 피묻은 원고를 건네며 말했다. “마감해야 돼. 이거 좀 갖다 줘.” 직원들이 달려와 옆 병원으로 업고 뛰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치료를 받은 그가 창백한 얼굴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말없이 허리 굽혀 손을 잡았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괜히 나 때문에….” ▶그의 글은 강했다. 철저하게 보수주의를 지향했다. 남북문제에 관한 사고는 철저하게 반공(反共)주의였다. 6ㆍ25동란 중 겪은 공산주의 현실을 자주 얘기했다. 지금은 쓰지 않는 ‘인공(인민공화국) 치하’라는 단어도 고집했다. 항의 전화도 숱했다. 그때마다 웃어넘겼다. 한 번은 ‘괜찮으시냐’는 걱정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무더기로 몰려와도 좋아.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그게 내 꿈이다.” ▶2014년 3월 퇴임했다. 25년 4개월간의 경기일보 생활이었다. 1963년 조선일보 입사로 보면 51년 언론 생활의 마무리였다. 감회가 남달랐을 터지만 인사말은 짧았다. “서로 화합하세요.” 단문(短文)의 명수다운 인사였다. 이후 소(小)칼럼을 간헐적으로 연재했다. 1주일에 한 번꼴로 회사에 들렀다. 하지만, 구내식당에서는 볼 수 없었다. 함께 가자고 권해도 한사코 거절했다. 그가 말한 이유가 이랬다. “(퇴임했으니까) 회사에는 내 숟가락이 없는 거야.” ▶2018년 9월7일. 그의 마지막 기명(記名)이 보도됐다. ‘부음: 임양은 前 경기일보 주필 별세.’ 장례식장은 조용했다. 조문객도 거의 없었다. 경기도 최고의 글쟁이, 보수논객의 상징이던 그를 보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돌아보면 이런 쓸쓸한 마무리까지도 예언했었다. 2012년 어느 날, 논설위원 셋이 벌인 ‘낮 술판’에서였다. “종교? 저승? 그런 게 어딨어. 사람은 죽으면 그냥 없어지는 거야. 그냥 무(無)야. 조용히 가는 거지 뭐.” 김종구 주필

[사설] 경기도로 몰리는 난민, 아직 대책이 없다니

올해 들어 제주도로 몰려온 500여 명의 예멘인이 한국 사회에 난민 문제를 숙제로 던졌다. 무사증(無査證ㆍ무비자) 제도를 이용해 제주도에 상륙해 집단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인도주의적 수용론과 함께, 난민 신청을 받지 말고 추방하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갑자기 등장한 이슬람 난민에 대한 이질감과 불안감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사증 입국과 난민법 폐지’ 글을 올리며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549명이다. 이들 중 487명이 ‘출도 제한자’로 분류돼 제주에 머물고 있다. 대부분 20~30대 남성들로 잠시 낚시어선업, 농업, 요식업 등에서 일하지만 육지 진출을 꿈꾸고 있다. 특히 외국인 일자리가 많고 각종 지원제도가 있는 수도권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조만간 심사를 통해 난민 지위를 부여받거나 출도 제한 조치가 풀리면 수도권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예멘 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착지가 경기도다. 그 중에서도 안산이다. 주민들은 벌써부터 불안감에 반발하고 있지만 안산시나 경기도 모두 난민 대책은 전혀 없다. 안산시는 우리나라 최대 다문화도시다. 세계 104개국에서 온 8만2천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고, 난민도 60여 명 거주한다. 각종 외국인 커뮤니티가 탄탄하고, 반월ㆍ시화공단이 가까워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쉽게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 외국인이 계속 늘고 있다. 올 6월까지 안산지역 난민 신청자는 1천347명에 이른다. 포천(997명), 동두천(750명), 수원(740명), 평택(722명), 파주(570명) 등도 각각 500명이 넘는다. 난민은 이제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멘 난민을 비롯한 상당수 난민이 안산 등 경기지역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난민은 국정원이나 경찰 등으로부터 거주지 보호 관리를 받지 않아 소재지 파악이 안 된다. 도나 시ㆍ군도 지역내 난민 수를 잘 모른다. 난민 정책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난민이 몰려들어 여러 문제가 야기된 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너무 늦다. 난민 대책이 어려운 문제이긴 하다. 다문화정책과는 또 다르다. 난민 문제는 배타주의도 지나친 온정주의도 곤란하다. 이슬람을 폄훼하는 등 반감을 드러내는 배타주의는 지양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용하는 것도 문제다. 한편에선 난민 브로커를 통한 ‘기획 난민’ ‘난민 비지니스’ 등 국내 체류 및 취업 방편으로 난민법을 악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 나서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나 안산시도 선제 대응책을 마련,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내ㆍ외국인 상생 방법을 찾고, 사회 불안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