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기후시계탑 앞에서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참가한 198개 당사국들은 기후재난의 최소화를 위해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 억제를 목표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확충하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증대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를 회피하고 싶은지 아직도 ‘시곗바늘을 디지털로 할까, 아날로그로 할까’ 등 소모적인 논쟁을 주도하면서 그나마 남은 탄소 예산을 개인의 일탈처럼 소진하고 있다. 이미 일어난 과거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절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그 원인에 대한 진단이 과학적으로 분명하고 해결 방안도 이미 기술적으로 일반화된 방법으로 충분하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또 전환의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부담도 현 세대보다 미래 세대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경험하고 있다. 낡은 것과 얽힌 고리를 끊기 어려운 이유는 그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국민의 시곗바늘과 정부와 국회의 시곗바늘이 같아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2022년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 모아진 ‘탈석탄법’ 제정을 원하는 시민의 바람은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하물며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마저 우리에게 인식되기도 전에 마치 연기처럼 아무런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인데 선출된 공복이 오히려 지배하려는 모양새인지 최근에는 이마저 언급되는 것조차 꺼린다. 22대 국회는 ‘정의로운 탈석탄법’으로 거듭나야 한다. 초기 화석연료 문명을 개척했던 유럽연합의 변신은 놀라운 정도다. 의회에서 지난해 재생에너지 목표를 2030년까지 기존 32%에서 42.5%로 상향시켰고 45%까지 확대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세부적인 실행계획까지 법제화하는 것으로 전환의 시대에 부응하는 그들의 의지와 철학을 담았다. 하지만 우리는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가 법제화돼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혀 그런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온갖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짜집기하고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신규 사업을 제시하기 바쁘다. 마치 거꾸로 가는 기후에너지 정책생산소처럼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재생에너지를 생산·이용하는 누구에게나 나침반이 되도록 법제화가 우선이다. 특히 이달부터 2016년부터 시행되던 ‘1㎿ 이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계통접속보장제도’가 폐지됐다. 지난 9월부터는 광주광역시, 전남·북, 강원도에서는 2032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가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와 한전은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를 방기하고 그 부담을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위기시대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이용은 시민의 기본권이다. 정부와 국회는 ‘재생에너지 계통연계 의무화’로 화답해야 한다. 곧 정부와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 심의가 이뤄진다. 정부의 정책 브리핑을 통해 홍보된 예산안 핵심 사업을 살펴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기후재난으로 우리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디지털로 돌아가는 국회 기후시계탑의 시곗바늘을 아날로그로 바꿔야 할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차이가 아니라 작동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기고] 가족보다 가까운 든든한 119

사람은 기쁜 일이 있을 때 가족을 가장 먼저 찾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순간을 나누면 행복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아프거나 위기에 처한 절체절명의 순간엔 누구를 가장 먼저 찾을까. 많은 사람은 망설임 없이 119를 떠올린다. 119는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신뢰의 상징이다. 화재, 구조, 구급 상황뿐만 아니라 긴급하지 않은 생활안전 분야에서도 신속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지난해 5월19일 경기도 119종합상황실에 ‘찌지직’ 소리만 들리는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다. 신고자는 말이 없었다. 상황 요원은 위급 상황임을 직감하고 위치 추적을 통해 트랙터에 갇힌 60대 남성을 구조했다.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또 119안심콜 서비스는 임산부, 장애인, 홀몸노인 등 보호가 필요한 이를 위해 사전 등록된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응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리 등록된 정보 덕분에 119에 전화만 해도 응급 상황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119는 응급 출동 서비스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119는 24시간 언제든지 실시간 응급처치 방법을 안내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과 약국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작은 위기에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119의 숨은 힘이다. 오늘날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서로 다른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단순한 소방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가족보다 더 가깝고 든든한 119’로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소방관들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있고 그 헌신은 늘 증명되고 있다. 매일 고된 훈련과 교육을 통해 최고의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 결과 실제 위기 상황에서 전문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생명을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헌신은 단순한 직무적 의무를 넘어 ‘가족 같은 존재’와 다름없다. 경기 소방은 화재 예방 교육, 응급처치 교육, 안전 캠페인 등으로 시민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며 우리 모두의 일상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 일상에서 우리는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위기와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소방 1만2천여명은 365일, 24시간 여러분 곁에 있다. 화재, 구조, 구급 등 다양한 상황에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빠르고 정확한 대응으로 여러분의 안전을 지키겠다. 가족처럼 언제나 가까이에서 든든하게 함께하는 119가 되겠다는 다짐을 제62주년 소방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새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천자춘추] 일상 속 보훈의 첫걸음

국가의 품격은 그 나라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상 속 살아 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이라는 슬로건 하에 8월29일 국가보훈부에서 출범한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이 바로 이 국가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다. 올해 국가보훈부 창설 제63주년을 맞아 63명의 위원으로 출발한 아너스클럽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선양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국가보훈의 기본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일상 속 살아 있는 보훈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아너스클럽의 다양한 구성원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부터 보훈가족, 그리고 일상에서 제복근무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전한 학생들까지. 이 모임은 보훈이 특정 구성원만의 관심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것임을 보여준다. 또 94세 영국 참전용사인 콜린 태커리 옹, 밴플리트재단 이사장 조지프 매크리스천 주니어 등 해외 인사들의 참여는 보훈의 가치가 국경을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임을 일깨워준다. 이들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발적인 재능기부를 통해 ‘보훈문화 조성과 확산’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며 이는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보훈문화 조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제도와 국민들 사이에 보훈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미국에서는 군인과 마주치면 “Thank you for your service(당신의 노고에 감사한다)”라는 말을 건네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다. 호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되는 보훈문화야말로 진정한 보훈의 완성이다. 보훈은 이념과 세대, 지역과 계층을 초월하는 가치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의무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보훈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의 활동은 지역사회 특성에 맞게 간담회, 실천안 논의를 거쳐 각종 지역 행사 및 봉사단체와 연합해 펼쳐지고 있다.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의 진정한 성공은 이 움직임이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 많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질 때 가능하며 이제 막 첫발을 뗀 아너스클럽이 우리 사회에 진정한 보훈문화가 뿌리내리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삶, 오디세이] 프로답게 산다는 것은

필자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대해 별다른 적대심도 없고 그렇다고 크게 선호하는 마음도 없지만 미국의 대선 때만 되면 한 번쯤 미국에서 살 때를 떠올리며 추억에 젖곤 한다.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대학원 펠로십이라는 이름으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사립대학을 다닐 때의 이야기다. 평소 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영화평론에도 관여하고 있던 터라 그날도 영화 리뷰 하나를 쓰기 위해 도서관 인문학 열람실을 찾았다. 참고로 그 대학 도서관의 경우 주중에는 24시간 개방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도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 대학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주중 24시간 개방이라는 학교 도서관 정책에 한번 놀라고, 그 늦은 시각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책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또 한번 놀랐던 순간이다. 그렇게 인문학 서적이 진열된 장서실 여기저기를 대중없이 훑어보다가 우연히 정치학 코너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놈 촘스키. 촘스키는 필자가 속한 언어학 분야에서 변형생성문법 이론을 창시해 미국이 좁다 하고 전 세계 언어학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세계적인 언어학자다. 그런 언어학자의 이름을 대학 도서관의 정치학 코너에서 발견하게 되리라고는 개인적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 순간에는 잠시 동명이인일 것이라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 책의 저자 소개란에는 언어학자 촘스키의 사진이 붙어 있었고 그걸 확인하는 순간 느껴졌던 한 인간에 대한 경이로운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사실 촘스키와 관련해 놀랐던 적은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가 교수로 소속된 학교가 흔히 MIT로 불리는 매사추세츠공대라는 것을 알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 중심의 대학들은 언어학과 같은 순수 인문학을 대학 글쓰기나 외국인 유학생 대상의 한국어 등의 교양 과목 운영을 위한 조건 정도로만 여길 뿐 그것을 핵심 연구 분야로 두고 명성을 떨치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MIT가 테크닉 중심의 기술인 양산이 아닌 인간을 생각하는 철학적 공학인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것은 익히 알고는 있었다. 그렇다고 언어학이라는 순수 인문학이 공대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필자로서는 감히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만큼 놀라움이 컸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는 ‘문송하다’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대학생들과 채용가를 중심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정도로 인문학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상황을 생각해 보면 학문의 경계를 넘어 학제적 연구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미국 대학의 개방성에 눈길이 간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자든 누구든 스스로를 단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정의할 필요가 없는 미국식 인재상 또한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한국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 사람이 여러 전문 분야에 걸쳐 이른바 멀티태스킹을 할 경우 어느 영역에서도 전문성을 갖지 못하는 한량처럼 정의하려 들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한국의 지배적 정서상 MIT나 촘스키 같은 멀티플레이란 한국에서 태생적으로 기대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 명확하다. 하지만 반가운 것은 그러한 한국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지금의 MZ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변하고 있는 점이다. 비록 구직 후 잦은 이직이 문제처럼 비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한 개인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리라. 지금 여기에서 프로답게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는 반드시 프로여야만 하는가.

교육부 경기대 새 이사진 선출 안건 돌연 '재연기'…또 다시 안갯속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6일 예정했던 경기대 새 이사진 선출을 돌연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분위는 지난달 심의에서도 이사진 선출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는데, 비리에 연루된 전 총장 일가족의 이사진 진출에 반발하는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가 높아 논란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경기대는 “사분위에서 경기대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연기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유에 대해서는 “연기인지, 안건 자체가 철회된 것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사분위는 222차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경기대 신임 이사진 선출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날로 연기한 바 있다. 경기대와 교육부는 지난달 15일 ▲학내 전·현직 이사 협의체 ▲학내 구성원으로 구성된 평의원회 ▲교육부 파견 임시 이사, 교직원으로 구성된 개방 이사 추천 위원회 ▲교육부장관 등이 4명씩 총 16명의 신규 이사 후보를 사분위에 추천했다. 사분위는 이 중 8명을 신규 이사로 선정하며 이사장은 선정된 이사진 내부에서 호선된다. 하지만 후보군에 학교 설립자이자 총장 시절 각종 비리, 사기 행위를 저질러 현재 수감 상태인 손종국 전 총장의 아들 등 가족이 포함되면서 ‘경기대 올바른 정상화를 위한 학생 비대위(이하 비대위)’와 교수 등이 반대 집회, 기자회견 등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정하 전국교수노동조합 경기대지회장은 “이사 선임이 계속 늦어지는 것은 학교가 법인 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2-⑪ 잊혀진 신의 도시 ‘치첸이트사’

세련된 마야 문명이 남긴 유적 중 가장 잘 보존된 고대 도시 치첸이트사는 마야 도시 중 거대한 규모 때문에 후기 메소아메리카 문명사에서는 ‘잊힌 신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의 영광을 자랑했다. 전성기 당시 치첸이트사는 마야 문명권 전체 도시 중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했으며, 타지방과 교역도 대단히 활발했다. 치첸이트사에는 건축 시기를 달리한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남아 있는데, 그 이유는 주변 다른 도시 국가들과 문화 교류 때문이라고 고고학자들은 주장한다. 치첸이트사와 관련해 이곳을 정복한 에스파냐 가톨릭교회 사제들은 마야에 관한 자세한 연구 기록을 남겼다. 다만 이들의 연구 목적은 원주민들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바탕으로 가톨릭을 포교하고, 에스파냐에 더 빠르게 융화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었다. 이후 유카탄반도와 중앙아메리카를 방문한 수많은 선교사와 식민지 관료들이 이어 나갔다. 1839년 미국 탐험가 존 로이드 스티븐스는 영국 탐험가이자 건축가인 프레드릭 캐서우드와 함께 몇몇 마야 유적을 방문했다. 그들이 삽화를 첨부해 출판한 여행 기록은 서구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마야 문명을 재조명하는 결과를 낳았다. 19세기 이후에는 마야에 대한 집중적인 고찰이 이뤄져 고대 문명에 대한 획기적인 발견과 발굴이 넘쳤고, 마야 상형문자 해독의 첫발을 뗐다. 박태수 수필가

트럼프의 귀환… “미국, 모든 것 고치겠다” [2024 미국의 선택]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 경합주 가운데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외에도 최대 승부처였던 펜실베이니아를 이기면서 사실상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미 동부시간으로 대선 다음날인 6일 오전 2시30분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 집결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제45대, 그리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나라가 치유되도록 도울 것”이라며 “우리는 국경을 고칠 것이며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40분 기준(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리 요건인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270명 가운데 2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다. 선거인단을 3명만 더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재집권이 확정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대통령실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미 대선 당선인 간 소통 기회가 이른 시일 내 마련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미교포 역사 120여년 만에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앤디 김 하원의원(42·민주·뉴저지)이 당선됐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한국에 미칠 영향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결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승리했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다시금 강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몇 가지 측면에서 도전 과제가 관측된다. 이에 한국의 외교,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에 미칠 가능성 있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트럼프는 지난 임기 동안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으며, 재선될 경우 이러한 요구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 있으며, 한미 동맹이 경제적 갈등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외교적 관계에 있어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어 한국 정부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북 문제 해결의 불확실성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으로 대북 관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실제로 의미 있는 비핵화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대북 정책이 다시 비정형적인 접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한국 입장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한미 간의 협력보다 단독적 방식으로 대북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의 입장이 배제될 위험도 있다. ■ 미중 갈등 심화 트럼프가 다시 당선되면서 대중국 강경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제적·외교적 갈등을 겪을 수 있으며,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 관세 강화에 원화 약세·증시 부담 가중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불리한 요소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보편적 관세 부과 등 미국의 물가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지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당시 달러화 가치는 약 두 달 만에 6% 넘게 상승했다. 이미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한 달 만에 4%를 넘어서는 등 시장은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에 베팅하는 투자)’를 반영하고 있다. 이날 10년물은 한때 4.479%까지 급등했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원화 약세와 함께 증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만 최근 부진이 계속됐던 국내 증시가 트럼프 악재를 일부 선반영한 만큼 증시의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트럼프에 축하 메시지…“앞으로 긴밀하게 협력 기대”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보여주신 강력한 리더십 아래 한미동맹과 미국의 미래는 더욱 밝게 빛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길 기대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대선 다음 날인 이날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대부분의 미국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실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의 정권교체로 3국 정상회의 일정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이달 중순께 워싱턴 DC를 방문해 한반도 정책 변화 가능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방미에는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등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통령실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방미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여야는 또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 가능성 및 문재인 정부 시절에 버금가는 남북관계 개선 전망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을 이끄는 등 한반도 평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며 “지금 한반도는 트럼프 당선인의 첫 임기 당시보다도 더욱 위험한 긴장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어 얼어붙은 한반도의 긴장을 녹일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새로운 임기가 한반도 평화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민주당은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굳건한 한미동맹이 혈맹 이상의 가치로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