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16일 치러지는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국민의힘 공천 부적격 대상인 것으로 나타나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국민의힘 인천시당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26 보궐선거 강화군수 후보자 서류를 접수하는 등 본격적인 공천에 돌입한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모두 14명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그러나 안 전 시장은 공천 부적격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시장은 지난 2021~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홍보대행업체에 1억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 지난해 9월8일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때문에 안 전 시장은 국민의힘 당규 상 지방선거 후보자로 추천을 받을 수 없다. 국민의힘 당규 31호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 중 14조(부적격 기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선거범죄로 공천 신청 당시 하급심에서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선고 받은 자는 추천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인천시당 공천관리위원회는 5일 후보자 서류 접수 절차가 끝나면 곧바로 회의를 열고 후보자들에 대한 서류 적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일부 후보에 대해 부적격 판단이 나와도, 공관위는 6일 후보자 면접을 통해 소명을 들은 뒤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3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을 앞둔 공천 과정에서 정진석 후보를 충청남도 공주·부여·청양 선거구에 단수 공천했다. 당시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형을 선고 받아 당규 상 부적격 대상이지만, 최고위원회 의결로 공천을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 전 시장측 관계자는 “당규 상으로는 부적격 기준이 맞지만, 공천을 받은 사례도 있다”며 “국민의힘이 이번 강화군수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강력한 후보를 서류 심사에서 탈락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역 정가에서는 안 전 시장이 만약 서류심사에서 탈락하면 이에 불복, 탈당 뒤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 경우 이번 강화군수 보궐 선거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어 무소속 후보까지 더해져 판세가 안갯속에 빠질 전망이다.
SNS 인증, 호기심 충족을 위해 방음 터널 위에 올라가려는 10대 학생들의 접근이 이어지고 있지만, 허술한 안전 관리 체계가 이를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음터널 접근이 대형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음에도 이를 막는 것은 폐쇄회로(CC)TV나 경비 인력 등이 아닌 낮고 허술한 울타리가 전부기 때문인데, 도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경기일보 취재진이 찾은 수원특례시 영통구 한 도로변. 방음터널로 향하는 점검용 통로 입구에는 '통행금지'가 적힌 펜스가 있었지만 길이나 높이가 사람의 출입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또 이곳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도 없었으며 울타리에 장착된 경고등은 사람이 지나가도 작동하지 않았다. 통로를 따라 내부에 진입하니 사다리가 나왔고, 이를 타고 방음터널 위로 올라서는 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 6월 한 10대 여중생이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기 위해 해당 방음터널 위에 올라가는 일이 발생한 이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고등학생 2명이 동일한 방음터널 위에 올라갔다 구조되는 일이 있었다. 이 학생들은 지난해 여중생의 사례를 알게 된 후 SNS 라이브 방송을 위해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난해 첫 사건 이후 경찰이 도로공사 측에 사다리 잠금장치 등 접근 차단책을 요청하고 도로공사가 “지난해 사례 이후 잠금장치를 설치한 상태”라고 답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쉽게 오갈 수 있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경고등이 작동하지 않고 울타리가 통로를 차단하지 못한다는 것은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통행 시 어떤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는 경고 문구로 경각심을 심어주는 한편, 일반인 출입을 막을 강력한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서울경기본부 관계자는 “점검용 통로를 이용해도 도로공사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보행자를 발견해 출동한다 해도 고속도로 순찰대에 인계하는 방법 외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목요일인 5일 비가 내리면서 잠시 기온이 하락하겠으나 더위는 여전하겠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경기북부, 인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후에는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오다가 점차 그치겠다. 경기남부와 동부 지역에는 저녁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이 있겠고, 서해5도는 새벽부터 낮 사이 가끔 비가 오겠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북부가 5∼10mm, 경기남부·인천·서울이 5mm 안팎을 기록하겠다. 비가 오면서 기온은 일시적으로 내려가겠지만 변화는 크지 않겠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8~25도, 낮 최고기온은 28~33도를 기록하겠다. 지역별로 보면 ▲수원 23~29도 ▲성남·과천 23~29도 ▲의왕 24~29도 ▲이천 21~31도 ▲양주·의정부 22~28도 ▲연천·포천 20~28도 ▲김포 24~29도 ▲인천 24~28도 등의 기온 분포를 보이겠다. 기상청은 “비나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있겠으니 교통안전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철골 구조로 이뤄진 데다 스프링클러가 거의 없어 화재 시 겹겹이 쌓인 차량으로 순식간에 불이 번질 가능성이 크고 붕괴 위험도 높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기도내 기계식 주차장은 4천146곳에 이른다. 주차 면수로 11만1천984대다. 지난해에만 도내 110곳에서 기계식 주차장을 새로 설치해 주차 면수가 4천436대 늘었다. 도심의 부족한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기계식 주차장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법정 주차 대수를 충족할 수 있어 건축허가를 받기에 최적의 설비다. 안전성은 우려되는 게 많다. 화재나 중대 사고에 취약한데 관련 법이 너무 허술하다. 특히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이다. 철골 구조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콘크리트 기계식 주차장과 달리 층마다 완전히 막히지 않고 바닥이나 천장이 뚫려 있다. 구조가 수직으로 뻗어 있는 굴뚝 같은 공간이어서 불이 나면 연기와 화염이 빠르게 확산한다. 차량 자체가 화재하중이 커 낙하물, 구조체 붕괴가 우려돼 소방대 진입도 어렵다. 철골 구조의 기계식 주차장은 층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에는 건축물 내 기계식 주차장 면적이 200㎡ 이상인 경우 스프링클러와 같은 물 분무 등의 소화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계식 주차장 바닥 면적이 200㎡ 이하여서 여러 층으로 나눠 있어도 한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된다. 기계식 주차장은 소방시설을 최대로 강화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화재나 중대 사고 발생 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관련 규정은 미흡하다. 스프링클러 1대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줄을 잇고 있다. 전기차는 화재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주차공간마다 대용량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방화벽을 만들어 화재가 옆으로나 위로 번지지 못하게 하는 조치도 해야 한다. 기계식 주차장의 핵심 제어센터인 컨트롤 룸의 화재방지구역 지정도 필요하다. 컨트롤 룸은 전기패널, 컴퓨터, 모니터 등이 있는데 현행법에선 컨트롤 룸에서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별도 구역을 지정하지 않고 있다. 날선(전선에서 절연체가 벗겨져 내부 전기 도체가 노출된 상태)과 관련한 규정 강화도 화재 방지에 중요하다. 기계와 차량의 빈번한 움직임으로 케이블의 마모 가능성이 크고,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철골구조 기계식 주차장과 관련된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 관련 법률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
지난주 청라 전기차 화재 피해 주민들이 대피소 생활을 끝냈다. 불이 난 지 근 한 달 만이다. 청라 전기차 화재는 인천뿐 아니라 전국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이른 새벽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소방차도 들어가지 못하고 전기차 화재용 이동식 수조도 무용지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스프링클러도 차단한 상태였다. 지하주차장이 8시간 동안이나 불길에 휩싸였다. 23명이 다치고 차량 880대가 피해를 당했다. 인천시도 한 달여 만에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놨다. 소방장비 확충, 충전시설 관리, 공동주택 단지 구조개선 등이다. 우선 내년부터 50억원을 들여 저상소방차와 궤도형 배연로봇 등을 도입한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소방차와 연기를 빼내는 장비들이다. 또 올해 안에 아파트 단지 1천682곳의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를 전수조사한다. 이번 청라 전기차 화재의 허점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전기차 과충전을 막고 충전시설의 지상 이전도 지원한다. 인천시는 최근 전기차 충전시설 사업자와 급속충전기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지하 2·3층에 있는 일반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이나 지하 1층으로 이전하는 경우 보조금을 지급한다. 아파트 단지나 건물 등도 스스로 전기차 화재 예방에 나서도록 독려한다. 최초 건축 설계에서 화재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면 시설개선비를 지원한다. 충전기를 지상으로 이전할 경우 인허가 절차를 줄여준다. 이달 안에 공동주택에 지상주차장 설치가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손본다. 특히 전기차 주차공간 설치 방법과 안전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마련한다. 건축물 설계 시 50가구 이상 공동주택·오피스텔, 다중이용 건축물 등에 대해서는 충전시설의 지상층 설치를 우선토록 한다. 이를 ‘인천시건축위원회 심의 기준’에 넣을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중앙정부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지하 3층까지 설치 가능한 충전시설을 지하 1층까지로 제한하는 등이다. 지하 설치 충전기의 지상 이전이나 화재 예방을 위한 완속 충전기 교체 때 보조금 지원도 포함했다. 화재 예방 기능이 장착된 완속 충전시설의 의무화도 정부에 건의했다. 전기차 화재는 아직은 낯설면서도 공포심을 자아낸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발전이 부른 미래형 재난이다. 이번 청라 전기차 화재로 치른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매우 컸다. 우리 사회 어느 부분이 어떻게 허술한지를 조목조목 보여준 사고다. 이번 화재가 던진 경계를 망각한다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제도적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아파트 단지나 다중이용시설 등에서도 전기차 화재에 대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가 스스로 말했다. “제가 689대 관찰사다. 조선시대부터 최장수다.” 불출마 이유를 돌려 말한 것이다. 말처럼 그는 최장수 경기지사였다. 2006·2010년 두 번 모두 당선됐다. 그전에는 부천 국회의원을 했다. 15·16·17대 총선에도 모두 이겼다. ‘경기도 정치인 김문수’의 성적표다. 경기도민은 어떤 선거든 그를 지지했다. 이제 그가 고용노동부 장관이 됐다. 경기도민의 추억이 그래서 다른 곳과 다르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성명이 있었다. “김 후보자는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노동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노동계의 현안에 대해 지원하는 등 도지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를 좋아하지 않는 한노총이다. 경사노위위원장 때 세게 충돌했다. 노총위원장의 이런 지침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가면) 만나주지 마라.’ 그 한노총의 경기지역본부가 특별한 추억을 꺼낸 것이다. ‘소통 잘하던 도지사’. 그래봤자 결론은 부정적이다. ‘광장 정치인 김문수’를 말한다. 태극기 집회 등에서의 ‘강성 김문수’다. 반노동적 발언이 여럿 있다. ‘불법파업엔 손배 폭탄이 특효약’,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 굳이 행간의 의미를 논할 것도 없다. 장관의 품격으로 안 맞는 말이다. 노동장관엔 더욱 안 맞는다. ‘소통 잘하던 도지사’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소통하는 장관’이 된다. 그가 했던 2010년의 이 말도 있다. “무상급식은 무조건 배급하자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표 무상복지였다. 경기도에 600억원 청구서를 내밀었다. 여론은 찬성으로 쏠렸다. 이때 던진 ‘사회주의’ 발언이다. 진보 진영으로부터 맹폭을 당했다. 그 발언에 김 교육감이 말했다. “김 지사는 한번 시작하면 그 끝까지 간다. 학생운동 때도 그랬다”. 둘은 서울대 운동권 선후배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유일한 이념 언급이었다. 도정 8년에서 더 이상 이념 발언은 없었다. 이념 잊고 뛴 만큼 성과도 많았다. 지금의 GTX, 그때 처음 시작됐다. 역대 최대 삼성전자 고덕산단 100조원 투자, 그때 이뤄졌다. 광역단체 최초의 수출 1천억달러 달성, 그때 기록이다. 전국의 48%인 경기도 일자리 87만9천개 창출, 그때 성적이다. 행정에만 몰두했던 때다. 이념·일본 버리고 장관직에만 몰두해야 한다. 장관 청문회 직후 ‘톡’이 왔다. 홍승표 전 용인부시장이다. -퇴임 인사차 지사공관에 들렀다. “홍 부시장은 퇴임하면 연금 받지요?” “네”, “저는 선출직이라서 전직 국회의원 연금 120만원 빼곤 별다른 수입원이 없습니다.” 속으로 생각했다. ‘지사 퇴임 후, 생활 걱정을 하는구나?’ 아니었다. “그동안 꽃동네나 나자로마을 등에 수백만 원을 기부해 왔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까....”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청문회에서 딸 얘기가 나왔다. “내 딸은 도지사공관에 살지도 않았다.” 그 딸 혼인이 지사 때 있었다. 누구에게도 안 알려 아무도 몰랐다. 도지사 8년의 사생활이 그랬다. 골프도 안 하고 술도 안 마셨다. 실없는 농담은 하지도 않았고 듣지도 않았다. 그런 그를 출입기자들은 재미없어 했다. 여기에 임기 내내 들어야 했던 도정 구호가 있다. ‘청렴하면 살고 부패하면 죽는다(淸廉永生, 腐敗卽死)’. 아마 부패로 장관직을 망칠 것 같진 않다. ‘잘했던 도지사야...’, ‘인간미는 없었지...’. 추억의 방향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이견 없는 평가는 있다. ‘깨끗했고, 부지런했고, 일만 했던 도지사다’. 그렇게 추억하는 경기도민들이 요즘 걱정이다. ‘망신 당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이념 전투력 접고 일만 해야 할 텐데...그러면 장관도 잘 할 사람인데....’
‘노 잉글리시, 노 햄버거’. 영어를 하지 않으면 햄버거를 팔지 않겠다는 뜻으로 영어권 국가의 이민자와 방문객들에 대한 대표적인 차별 사례로 지속적으로 인용되는 문구다. 이렇게 언어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과 맞물려 있다. 그만큼 ‘언어’라는 단어를 접할 때 연상되는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당장에는 말, 소리, 문자 같은 것들이 있을 테고 누군가는 현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모어나 학습하기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외국어 등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한 언어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이러한 특정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대중의 보편적 인식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대중, 즉 한국의 언중에게 언어란 뜻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관습적 체계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로, 언어 활동으로 표현된 여러 결과물을 통해 언중의 다양한 사고방식을 밝혀낼 수도 있을까. 사회언어학에서는 언어가 사회적 요인에 따라 변모하는 양상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방문객이나 이주민이 급증해 다중 언어·문화(multi-language & culture) 사회로 진입 중이거나 이미 진입한 국가를 중심으로 사회언어학 연구의 한 방법인 ‘언어 경관(linguistic landscape)’ 분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언어 경관이란 언어의 풍경으로 자연 경관이 식물과 동물 및 각종 구조물 등으로 구성된다면 언어 경관은 문자, 그림 등 시각적으로 읽혀지는 모든 기호로 구성된다. 거기에는 공원, 지하철, 극장 등에 게시되는 각종 안내문, 특정 장소의 기능(화장실, 기도실 등)이나 금지 사항(금연, 정숙 등)을 표시하는 픽토그램, 도로에 세워지는 교통신호나 표지판, 상업적 기능을 하는 광고판 및 간판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또한 언어 경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언어 경관을 분석해 보면 어떤 지역이나 특정 영역에서의 시간 흐름에 따른 언어 사용 양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그것이 모어 중심의 극단적인 단일 언어 사용 양상을 보인다면 그 사회나 공동체에는 아직 다문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외국인 방문객과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공론화되지 않은 곳으로 볼 수 있다. 그 반대로 모어나 영어 외에 특정 언어 사용이 도드라진다면 그 지역은 해당 언어권의 이주민들이 사회문화적 연대를 이루고 거주하는 타운(town)으로 이미 자리 잡았거나 그렇게 변모 중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이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다문화사회로 변모 중이란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 앞서 비슷한 길을 걸었던 여러 국가의 사례를 기억할 때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 있기도 하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다문화 및 국제화 시대에 과연 우리 주변의 언어 경관은 어떠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이들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몰고 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주민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입국하는 세계 각국의 방문객들에 대한 바른 인식과 배려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디 한국에서만큼은 ‘노 코리안, 노 김밥’이 없기를 바란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에서 고개를 들면 이름 모를 화가들의 천장 벽화가 펼쳐진다. 거대한 사슴과 말, 들소가 금방이라도 아래로 달려들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놀랍게도 구석기인의 작품이다. 인류의 먼 조상은 예술작품을 통해 그들의 뛰어난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그런데 구석기의 훌륭한 모습은 사냥과 관련된 생활사에서도 드러난다. 여러분이 원시시대로 돌아갔다고 가정하자. 여러분에게는 두 길이 있다. 곡류와 과채류 위주의 채식만 하는 길과 채식과 육식을 같이 하는 길. 단,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동물을 직접 사냥해야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채식을 선택한다면 사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거나 과도한 에너지를 쏟을 일이 없고 생명을 죽여야 하는 부담도 없다. 그러나 균형 잡힌 영양원을 지속적으로 섭취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특히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직접 죽여야 한다면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사람과 동물은 삶과 죽음 앞에 평등한 생명체이므로 고대 부족의 사냥과 육식 과정에는 희생된 동물에 대한 경건하고 겸허한 의식이 수반됐다. 아메리카 대륙의 곰부족은 곰을 사냥하기 전 의식을 치렀다. 사냥에 성공하면 바로 마을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대신 쓰러진 곰에게 담뱃대를 물려주고 하늘을 바라보며 부족의 식량원이 된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새끼는 절대로 죽이거나 데려오지 않았다. 고기는 남김없이 먹고 남은 뼈는 신성한 터에 고이 묻어 그 넋을 오래도록 기렸다. 원시 인류에게는 사람과 동물 중 누구나 포식자인 동시에 피식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으므로 사람의 위치를 동물과 평등하게 뒀다. 현대를 사는 우리 인류는 어떨까. 고기가 필요하면 마트에 가면 된다. 나를 대신해 누군가가 키우고 도축하고 유통한 고기에 대한 값을 지불하면 될 일이다. 여기에는 희생된 동물에 대한 경외나 미안함과 감사함이 없어도 된다. 고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야 했던 뜨거운 양심은 퇴화라도 한 것일까. 현 인류는 명실상부한 최상위 포식자이며 의식주의 범위를 넘어 인류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수많은 형태로 동물을 희생해 왔다. 그 결과 사람의 활동지역은 야생동물을 서식지로부터 내몰았고 사냥, 밀렵, 기후변화로 19세기 이후 멸종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은 공식적으로 국제자연보전연맹 추산 11만8천600여종에 달한다. 야생동물은 동물원에 전시되거나 실험으로 이용됐고 사람에게 길들여진 가축과 가장 가까이서 지내온 반려동물은 자연환경에서의 생존본능을 잃은 지 오래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우리가 생각할 일은 인류가 동물이라는 지구상의 생명체들을 어떤 관점으로 대해 왔는가 하는 일이다. 하등한 착취의 대상이었는가, 동등한 동반자였는가. 모든 관점은 이 범위 안에서 한쪽으로 기울여져 있을 것이다.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이 관념이 앞으로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공존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래 후손들이 지구에서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현재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금투세’라고 할 수 있다. 야당 내에서도 의견차가 있고 여야 간 입장 차이도 분명하다. 여야 모두 토론을 통한 합의를 말하고 있고 이는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일정 금액 이상 이익을 실현하면 세금을 부과하자는 게 금투세의 취지다. 투자자들이 이해당사자가 될 텐데 이들은 계층적 관점에서 최소 중산층 이상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소위 ‘굴릴만한’ 여유 자산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빠듯한 서민 노동자들이 금융상품에 투자할 여력이 있을까. 거의 없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지나친 단순화임을 부정하지 않겠지만 본질은 분명하다. 금투세 전에 ‘노란봉투법’ 이슈가 있었다. 노동자들의 파업권, 노동 현장의 책임 소재 등을 다루는 법안이다. 이 이슈가 금투세만큼 정치권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가. 여야가 서로 비난만 하다가 야당이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통과시켰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에서 이를 다시 처리하려면 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국회 구조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폐기될 것이다. 금투세 논쟁은 중요하다. 여야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잘 합의하기 바란다. 다만 중산층 이상 계층이 중심이 되는 이슈에는 이토록 치열한 데 반해 사회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이해관계에 대한 논의를 등한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양극화, 저출산, 실업, 복지 등 현안들을 풀어갈 때 ‘노동의 시민권’ 문제를 회피하면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여야가 금투세 논쟁에서 보여준 열정의 절반만이라도 노란봉투법 논의 과정에서 보여줬다면 법안이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민주주의)로 귀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야 모두 필요할 때는 노동자와 서민을 부르짖지만 정작 현안에서는 무책임하고 무능하다. 돈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보다 노동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안전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우리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한 이는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