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는 OO이다] 3. 성남사랑방문화클럽

올해로 탄생 10주년을 맞이한 ‘성남사랑방문화클럽’. 성남문화재단이 2007년 30개의 클럽으로 정식 출범한 성남사랑방문화클럽은 현재 음악, 미술, 공예, 기행 등 250여개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생활문화 선도자다.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10년에는 민관협력분야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역 전통문화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는 ‘경기생활문화심포지엄’을 개최해 경기지역생활문화 클럽들의 네트워킹을 강화한 것은 물론, 일본과 네팔 등 아시아권 생활문화담당자들을 초청해 생활문화 국제교류를 통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도했다. 이제 성남사랑방문화클럽은 생활예술클럽의 전국단위 교류를 선도하고 있으며, 생활문화수도 성남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생활문화의 시작사랑방문화클럽은 성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문화예술클럽(동호회)의 상호교류와 전문가 지원을 통해 자생력을 높이고,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해 시민들의 생활 속에 문화를 심는 사업이다. 현재 250여개 동호회의 4천여 시민이 참여하고 있으며, 공연ㆍ전시ㆍ교육을 생활 속에서 만나고 있다.재단의 사랑방문화클럽은 생활예술을 통한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시작됐다.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쪼개져 있는 성남의 통합은 역대 정부들의 과제였고, 어떤 방식으로 도시를 하나로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던 2006년 문화를 토대로한 접근이 시작됐다. 이영진 성남문화재단 문화진흥국장은 “성남은 이주민의 도시, 계획도시다.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쪼개져 있었고, 각 도심의 특성이 너무나도 강했다. 도시 통합은 성남시를 넘어 정부가 해결해야할 숙제였다. 문화로 접근해보자는 시도가 있었고, 그렇게 탄생된 것이 바로 사랑방문화클럽이었다”고 설명했다.당시 문화 정책은 생산자 중심의 문화에서 향유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또 고급예술 향유가 아닌 일상속에서 직접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대두되고 있었다. 그 화두를 잘 간파하고, 접목한 것이 사랑방문화클럽이다.재단은 제도권안으로 정착화시키기 위해 ‘창조도시 성남’이라는 연구하에 시책 사업으로 사랑방문화클럽을 배치했다. 그리고 생활예술을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사랑방문화클럽 실태 및 욕구 조사’와 ‘사랑방문화클럽발전방안연구’를 진행했다.3천여개의 전수조사가 진행됐고, 이중 대학ㆍ종교 등을 제외하고 320여개 공동체를 심층면접했다. 면접 결과, 대체로 이렇다할 활동 공간이 없는 동호회의 특성상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전문가ㆍ예산 지원을 목말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은 이 같은 문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모델 만들기에 나섰고, 오는 2020년까지 15개년에 걸친 사랑방문화클럽 사업안을 수립했다. 이어 예산과 전문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랑방문화클럽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우리공동체마을만들기 사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사랑방문화클럽, 공동체를 회복하다그렇게 2007년 첫 모임을 가졌다. 총 37개 공동체가 모였다. 첫 해는 각 동호회의 리더들이 참여하는 사랑방문화클럽지기 모임과 워크숍, 클럽파티 등 클럽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사랑방문화클럽운영위원회를 발족하고, 동호회의 친목도모와 정보교류를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와 함께 공간임대, 악기임차, 강사료, 행사비 등을 지원했다. 그리고 같은해 10월 ‘제1회 사랑방클럽축제’를 개최, 성남아트센터와 율동공원에서 공연,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2008년에는 공공예산으로 개별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대두됐고, 이를 통해 사랑방문화클럽의 사회공헌활동을 늘려나갔다. 2009년부터 2013년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와 네트워크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 2010년에는 사랑방오케스트라를 창단했고 2011년에는 여러 장르의 동호회가 함께 사랑방전시유닛 활동을 시작했다.2012년부터는 재단과 지역을 넘어서는 규모로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갔다 ‘제6회 사랑방클럽축제’에서는 부대행사로 ‘전국시민문화클럽한마당’을 개최했는데 의정부, 인천, 부천, 익산 등 전국 11개 지역에서 48개 단체가 함께했다. 이 같은 결과 지역의 공동체는 점차 회복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민들 스스로가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2008년 성남시민 대상을 문화향유 실태조사한 결과 클럽 참여인원이 3.5%였는데 지난해 5.4%로 성장했다. 1%는 1만여명으로 2만여명이나 급증한 것이다. 무엇보다 경기문화재단이 발행한 커뮤니티와 아트 중 ‘사랑방문화클럽은 왜 주목되었나’(김세훈, 2011)에 따르면 ‘사랑방문화클럽을 통해 이웃을 형성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는 긍정적 응답이 90% 이상을 기록했다. 이 국장은 “우리나라는 경제력은 세계13위인데, 국민 행복지수는 아프리카보다 떨어진다. 경제적으로 부양하지만, 누구도 행복하다고 대답하지 못한다.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 그 끈을 이어주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이다. 우리는 이 사업에서 그 단초를 봤다”고 말했다.■ 생활예술이 가야할 길 재단은 2020년까지 사랑방문화클럽을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사업으로 확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조례 제정을 통해 사랑방문화클럽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고, 커뮤니티 공간을 도시 전체로 확장시켜 동호회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생활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이 국장은 “생활예술동호회와 개인과 마을주민이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다. 누구도 소외된 사람없이 지역 속으로, 마을 속으로 들어가 마을 전체에 생활예술이 숨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를 위해서는 현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취미 생활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해 창작활동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모색할 예정이다. 실기 위주의 동호회가 아닌, 인문학적 베이스를 집어 넣는 것이다. 또 동호회의 결속을 위해 협동조합이나 법인화도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의 동호회장들이 2~3년이면 그만두다 보니 동호회의 유지에 어려움이 있었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심 센터에서 이들을 보조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아직까지 다 해결되지 않은 신도심과 구도심의 경계를 허무는 일도 진행한다.센터가 신도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도심을 포괄하는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에 재단은 구도심에 별도의 센터를 배치할 계획이다. 또 공간과 지역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프로그램도 지원할 방안이다.이 국장은 “생활문화는 스스로 비용과 노력과 시간을 투여해서 자기 삶의 일부를 문화로 일상화하는 것이다. 예술화시키는 것이 생활예술인데 거기에 문화를 집어넣으면 될 것 같다. 성남의 모든 시민들이 본인들의 삶을 문화화할 수 있도록 사랑방문화클럽은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설아ㆍ송시연기자 후 원 : 경기문화재단

[사설] 인천공항公 지방세 감면, 이제 끝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와 지역민 간 반목과 갈등이 심각하다. 인천시로부터 지방세 감면 혜택만 누리고 사회공헌 사업엔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항공사가 올해 말 끝나는 취득세 감면 기간 연장을 또 요구하자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이 연장 반대운동에 나섰다. 공항공사는 인천시 시세(市稅)감면 조례에 따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 40%를 감면받고 있다. 그런데 공항공사는 우선 내년 말 제2여객터미널 공사가 완공되면 800~900억원 가량의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며 인천시에 세 감면 기간 연장을 요구, 지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인천 중구발전위원회 등은 매년 수천억원의 순익을 내고 있는 공항공사가 그동안 감면받은 지방세 등은 1천700억원에 달한다며 그런데도 지역사회에 공헌해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 지역사회 공헌활동 규모는 연간 20억원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그런 공항공사가 염치없게도 또 지방세 감면 연장을 요구했다며 2014년 6천180억원, 지난해 7천700억원 등 매년 수천억원의 순익을 내는 공항공사에 취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해주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민단체들은 이미 지난달 시의회에 이 같은 내용과 함께 공항공사 취득세 감면 기간 연장 반대 청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또 공항 개항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고, 건축물 고도제한 등 재산권 피해는 물론 비행기 소음과 공항 확장공사로 인한 피해 등 온갖 고통을 감내해왔다며 4천300명이 서명한 별도의 탄원서를 인천시에 제출했다. 앞으로 인천시가 마련할 시세감면 조례 개정안 내용과 오는 12월 열릴 시의회 정례회에서의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 주민들은 탄원서를 통해 공항공사에 대한 지방세 감면 중단뿐만 아니라 공항공사 측에 평소 주장해온 지역발전과 지역민을 위한 요구사항도 부가했다. 공항공사는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인수, 통행료를 무료화하고 제3연륙교의 조기 착공 협조, 수도권 통합 환승 요금제의 확대시행 등을 요구했다. 공항공사의 사회기여도를 높이라는 거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측은 개항 이후 1천760억원을 사회공헌 사업에 써왔다고 강변했지만 지역민들은 이를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공항공사가 지역민과 사회 환원성과를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항공사의 사회공헌 인색 문제는 국감의 단골 메뉴가 되다시피 했다. 공항공사는 앞으로 세금 감면혜택만 노릴 게 아니라 지역민과 동화하는 깊은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인천시도 극심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매년 수천억원의 흑자를 내는 공항공사에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어리석은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

[사설] 더러운 빵집 진열대, 이 몇 곳뿐이겠는가

한 마디로 충격이다. 빵집 진열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더럽다. 본보 취재진이 확인한 빵집은 용인시 기흥구에 있다. 한 곳에서 케이크가 진열된 밑 부분을 들어 올렸다. 빵가루와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죽은 파리나 나방도 뒤섞여 있었다. 이어 인근 빵집도 확인했다. 진열대 밑 배관 옆으로 진한 녹색 곰팡이가 가득했다. 물걸레로 훔치자 새카맣게 오염물질이 묻어났다. 주변이 축축해 각종 해충이 기생하기 좋은 환경이다. 국내 최고라는 유명 프랜차이즈다. 앞의 빵집은 뚜레쥬르, 뒤의 빵집은 파리바게뜨다. SPC 그룹의 파리바게뜨는 국내 1위 업계다. 하루에 생산하는 빵이 1천만 개다. 연간 생산량으로 치면 지구 10바퀴 돌 양이다. CJ그룹의 뚜레쥬르는 뒤늦게 출발해 업계 2위로 치고 올라왔다. 기존 프랜차이즈와의 차별을 위해 반제품과 생지를 매장에서 직접 구워 만든다고 홍보한다. 업계 1, 2위 빵집 진열대 밑에서 드러난 끔찍한 위생 상태다. 본사의 답변이 궁색하다. 뚜레쥬르 본사 관계자는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에서 운영하다 보니 관리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말이 안 된다. 소비자들이 직영점 가맹점을 구별하나. 그저 ‘뚜레쥬르’라는 상호를 믿고 빵을 사 먹을 뿐이다. 파리바게뜨의 태도는 더 실망스럽다. 본보 취재진이 실태를 알리고 답변을 요구한 게 수일 전이었다. 하지만,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예 입 다물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이번 취재는 업계 종사자가 본보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취재진이 빵집 진열대를 해체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용인시에 협조를 구했다. 그렇게 식품위생 담당 공무원들이 동행했고 ‘더러운 진열대’의 실상이 세상에 알려졌다. 거꾸로 얘기하면 무슨 얘긴가. 제보 없었다면 알 수 없었다는 얘기다. 확인하지 않은 수많은 시중 빵집의 진열대가 다르지 않을 것임을 짐작게 하는 얘기다. 빵집 위생이 지금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빵은 이제 주식이다. 수요가 엄청나다. 아침 식사를 빵집에서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모두가 ‘방금 구운 맛있고 신선한 빵’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런 빵집의 진열대 밑이 벌레 투성이고, 곰팡이 천지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두 곳 확인했는데 확인한 두 곳 모두 더러웠다. 어찌해야 하겠는가. 시중 빵집을 모조리 조사해야 한다. 우선 이번에 문제가 확인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전 매장이 우선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 안전하게 빵을 먹을 권리. 이건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다.

[경기시론]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전국의 대학들이 9월 1일에 즈음하여 개강을 한다. 학생들은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기 위하여 이미 신청한 강좌들에 대하여 간보기를 한다. 교수인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혹은 담담한 마음으로 수강생들을 만나러 강의실로 들어간다. 몇몇 학생만이 집중하고 그 외의 학생들은 친구들과 방학 중 이야기에 대부분 여전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단 몇 초의 순간으로 한 학기 강좌의 색깔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 문득 떠오르는 두 곡의 노래가 있다. 뮤지컬 노래 ‘지금 이 순간(1997·지킬과 하이드)’과 가요 ‘있을 때 잘해(2007·오승근)’이다. 이 두 곡은 연인 간이나 부부 간에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있을 때’의 ‘있다’의 의미는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이며, ‘때’의 뜻은 ‘시간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을 말한다. 곧 이 곳에서 지금 최선을 다하라는 말일 것이다. 몇 년 전, 동료 교수가 학교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그런데 총장님도 아닌 내게 ‘축사’를 부탁하였다. 난 당황하며 거절했지만, 그 교수는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부탁을 한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리면, 자기가 책을 내기까지의 힘든 과정을 지켜봤고,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하는 내가 축하를 해야 의미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했다. 그래서인지 기념회 이후 나의 축사가 그 자리 그 순간에 잘 어울리는, 가슴울림이 있어 좋았다는 인사를 받았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연인, 부부, 부모와 자식 간과 동료 간의 경우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기관장, 단체장과 도민 간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9월에는 ‘추석’도 있지만 이번 달은 축제의 달이며, 독서의 달(문화체육관광부)이기도 하다. 도서관, 학교 등 전국 각지에서 6천983여 건의 다채로운 독서문화행사가 열린다. 경기도도 1천153개의 행사가 치러지며, 302개 단체에서 20만7천624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축제와 행사를 통하여 지난 1년의 열매를 맺기 위해 함께 참여했던 일원들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 그 다음을 준비하기 위하여 서로 힘을 북돋아주고 서로를 칭찬하고 받는 시간이자 기량을 뽐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진심으로 그들을 축하해주고 행사프로그램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참석할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자리이다. 이런 자리에 대부분 유관 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이 참석한다. 그러나 행사 시작 전 바쁜 와중에도 어느 누가 참석해 이 자리를 빛내주었다는 의례적인 소개와 박수가 끝나면 행사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비어있기 마련이다. 언제 누가 무슨 일로 모여 어떤 의미로 그 행사를 치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 도민의 마음에 와 닿는 제대로 된 축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관장이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면 축사보다 직접 행사프로그램 한 부분이라도 참여하는 시간을 내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첫 시간 교단 위에서 몇 초간 잠시 흔들린다. 그래도 개강 첫 주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서 서로에게 집중을 하고 서로 소통을 해서 멋진 한 학기를 만들어 보자고.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지지대] 삼성의 통 큰 리콜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 2천여 명의 삼성전자 직원이 ‘품질 확보’라는 머리띠를 두른 비장한 모습으로 속속 집결했다. 운동장엔 15만대에 달하는 휴대폰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10여 명의 직원이 쌓인 휴대폰에 해머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박살난 제품들에 불을 붙였다. 모두 500억원어치의 휴대폰이 재가 됐다. 삼성전자 휴대폰 성장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애니콜 화형식’ 장면이다. 당시 애니콜은 초기 모델이었던 탓에 제품 불량률이 11.8%에 달했다. 이에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조리 회수해 공장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시오”라는 이건희 회장의 불호령에 따라 불량 휴대폰들이 공개 화형에 처해졌다. 타고 남은 재가 소중한 밑거름이 되듯 잿더미 속에서 애니콜은 다시 태어났다. ‘불량은 암이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품질경영에 나섰고, 불구덩이 속에서 살아난 휴대폰의 성장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등이다. 승승장구하던 삼성 휴대폰이 또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7 일부에서 배터리 결함이 발견돼 전량 리콜을 결정한 것이다. 100만대 중 24대가 불량이어서 불량률은 0.0024%에 그치지만 삼성은 첫 폭발 사고 발생 9일 만에 ‘250만대 전량 리콜’이라는 신속하고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전대미문의 대규모 리콜에 적게는 1조 5천억원, 많게는 2조 5천억원이 들 수도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경쟁사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은 시기와 리콜 시점이 겹쳐 손실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번 배터리 폭발은 삼성전자에 뼈아픈 사건이다. 갤럭시노트7은 삼성 스마트폰 최초로 홍채 인식이라는 혁신적인 기술 탑재로 세계인들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고,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렇기에 출시 한 달 만에 이뤄진 리콜로 삼성전자는 큰 비용 부담과 함께 제품과 기업이미지에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신속하게 리콜을 결정하면서 소비자에게 제품의 완벽성과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믿음을 줬다. 제품에 대한 불안감에 일시적으로 등을 돌릴 수도 있지만 삼성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면 장기적으로는 제품의 신뢰성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득이 될 수 있다. 삼성의 통 큰 결정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 향후 삼성이 벌이고 있는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한달 이용했는데 위약금이 380만원… 주식투자정보서비스 ‘충동 계약’ 주의

#박모씨(50)는 지난해 12월 월 1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A사의 홍보 내용을 보고, 회원 가입한 후 45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가입 후 홍보 내용과 달리 손실이 누적돼 지난 1월 계약해지를 요청하자 사업자는 신청인의 동의나 설명 없이 발송한 교육자료(CD) 비용 등 위약금 380만원을 차감하겠다고 답변했다.#배모씨(40)는 B사와 지난 3월 2개월 주식투자정보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90만원을 지급했다. 한달 뒤인 4월 해지 신청을 했으나 사업자는 가입비 30만원, 월 회비 30만원, 해지수수료(20%) 18만원 등 총 78만원을 차감하고 12만원만 환급하겠다고 했다.주식투자정보서비스를 이용하다 계약을 해지할 때 사업자가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가입 시 약속한 환급보장을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투자정보서비스 이용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1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43.6%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91건이 접수됐다. 이중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접수된 292건을 분석한 결과, 위약금 과다 공제나 계약해지 거절 등 계약해지 관련 피해가 77.8%(227건)로 가장 많았고, 그 외 계약불이행이 20.2%(59건)를 차지했다. 계약해지 관련 피해는 해지 시 사업자가 위약금을 과다하게 공제하는 사례(67.8%)가 가장 많았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위약금을 과다하게 공제하거나, 이용기간에 대한 이용료를 사업자가 임의로 정한 1일 이용요금 기준으로 산정하여 공제하거나, CD나 동영상 등 교육자료 비용을 과다하게 공제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 외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해지를 거절’하거나 ‘환급금 지급을 지연’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불이행 피해는 일정수익률 미달 시 입회금을 반환하기로 약정(환급보장)한 후 실제 수익률이 미달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경우가 많았다. 주식투자정보서비스는 휴대전화(문자메시지 또는 SNS)로 제공되는 경우가 58.1% (139건)로 가장 많았으며, 계약기간은 6개월 이하가 58.9%(139건)로 가장 많았다. 이와 같은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수익률에 현혹돼 충동적으로 계약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계약 전에 환급기준, 위약금 등 거래조건을 꼼꼼히 확인하며 △투자기법 동영상, CD 등 교육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중도해지 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서비스 중단 등 계약불이행에 대비하여 계약기간은 되도록 짧게, 결제는 신용카드 할부로 해야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주식투자정보서비스 사업자와 간담회를 통해 소비자피해 현황을 공유하고, 위약금 과다공제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해 줄 것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준수할 것 등을 권고했다”며 “앞으로도 사업자의 행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관련 소비자피해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식투자정보서비스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일정한 대가를 받고 주식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휴대전화·방송·인터넷 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금융위원회에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만으로 영업 가능하고 현재 1천90개 업체가 영업하고 있다. 송시연기자

[김포농협 ‘농축수산물판매장’ 박차] 규모의 경제, 상생의 경제… 또 한번의 성공신화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의 성공적인 ‘롤 모델’이 되고 있는 김포농협(조합장 김명섭)이 금융과 경제사업의 종합청사 역할을 담당할 농축수산물판매장 건립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최근 김포시의 인구는 한강신도시 개발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농축수산물판매장을 이용할 예상고객의 폭이 한층 더 다양하고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이를 대비해 김포농협은 미리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 기본 목표다. 1만8천여㎡ 대지에 들어설 5천900여㎡ 규모의 농축수산물판매장은 복지문화센터와 금융종합청사의 역할까지 수행할 전망이다. 이에 김포시민들 모두와 상생하는 복합적이고 진정한 협동조합으로 변신해 나갈 6차 산업이라는 새로운 질적ㆍ혁신적 도전을 앞두고 있는 김포농협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로컬푸드 직매장 노하우 살려 신개념 농수축산물판매장 밑그림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 직매장, 농협주유소 사업은 매년 일정 수준의 매출이 실현되는 만큼,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시설의 현대화와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실현’으로 한 단계 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이미 210여㎡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협소한 공간임에도 불구,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교육을 수료한 208농가 외에도 출하를 희망하는 농민들이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또 성공적인 운영사례를 배우기 위해 연일 다양한 농업단체에서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견학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이런 가운데 김포시 걸포동 1440 일원 1만8천500㎡(5천596평)의 부지에 각각 지상 4층과 지상 3층 2개 건물로 들어서는 김포농협 농수축산물판매장은 신개념의 농수산물 유통단지로 떠오를 전망이다.농축수산물판매장이 완공되면 보다 많은 조합원과 농민들에게 소득증진의 기회를 줄 수 있고, 김포지역에서 생산되는 전체 농산물을 취급함으로써 농업인과 도시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모두가 윈-윈하는 김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김포농협의 설명이다.■ 김포지역 농산물 대부분 취급… 싱싱하고 안전한 식탁 약속 로컬푸드 직매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전국에 모범사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불합리한 농산물 유통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시작한 김포농협의 대표적인 직거래 사업이다. 김포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을 수집하고 유통과 판매까지 중심축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로컬푸드 매장 확대와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이점을 살려 농업ㆍ농촌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6차 산업으로 변모해 다시 한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김포농협의 비전이다.김포농협은 출하 농업인 즉, 생산자들에게는 재배작물의 판로 확대로 생산기반을 마련해 주고, 농가조직화 및 전문화를 통해 우수한 친환경작물들이 생산된다면 농업인의 실질소득은 반드시 증대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또한 수입농산물로부터 우리 농산물을 보호하고 안전한 농산물만을 소비하는 신토불이 운동에도 이바지할 것이란 분석이다.소비자들은 값싸고 안전한 농산물을 연중 공급받을 수 있으며, 가정에서는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할 수 있다. 또한 농축수산물 판매장내의 로컬푸드 레스토랑은 소통과 교류 장소의 역할을 한다.신선한 농축수산물을 즉석에서 조리 후 섭취할 수 있는 조리공간과 친환경농산물로 만들어진 반찬코너까지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불완전 유통구조 혁신… 6차 산업화 도약 시험대 농축수산물 판매장은 정부의 농업정책과 농정방향에 부응하고 농협 중심의 유통구조 혁신을 실천할 수 있다.산지 농산물이 도매시장으로 집결되었다가 재분산되는 구조를 탈피할 수 있다. 또한 농산물 유통규모 대형화로 농협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농산물의 수급관리 및 가격조절, 판매농협의 역할도 가능하다.이처럼 농협 본연의 역할수행으로 농가에는 소득증대를, 소비자에게는 고품질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해 창출된 이익은 농협 조합원과 김포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게 된다.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생산, 판매, 체험이 공존하는 6차 산업이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 김포농협은 농축수산물 판매장내에 물건을 구입하는 직매장과 이를 소비하는 로컬푸드 레스토랑, 그리고 즉석요리 체험과 반찬코너까지 모든 것을 한 건물 내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출하된 농축수산물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50%, 레스토랑에서 30%, 반찬으로 20% 가량을 소비하고 방문한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건물 밖 문화광장 무대에서는 다양한 체험과 공연을 수시로 개최할 계획이다.이를 통해 500여㎡가량의 2~3층 레스토랑에서는 가족과 함께 쾌적한 식문화를 누리는 한편, 쇼핑에서부터 각종 체험행사 그리고 공연관람까지 6차 산업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1차 생산과 2차 판매에 이어 3차 서비스까지 1·2·3차 산업의 융·복합화를 실현해 관광과 축제행사까지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김포=양형찬기자 [인터뷰]김명섭 조합장농수축산물판매장 개장은농민·소비자 윈윈 히든카드김명섭 조합장은 “숙원사업이던 농수축산물 판매장을 빠른 시일 내에 개장해 우리지역 농산물을 전량 취급하고, 새로운 판로개척에 노력할 것”이라며 “수입농산물로부터 우리농산물을 보호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역농산물 유통과 소비, 복지문화센터의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조합장과의 일문일답.Q 농축수산물 판매장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긍극적인 목표는.A 김포시 관내 모든 농산물 농협이 전량 소화해내고 로컬푸드매장 30%, 레스토랑 50%, 반찬으로 20%를 소비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주말마다 문화광장 무대를 설치하고 강변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는 고객들이 가족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쾌적한 식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계획해 농민들의 1차 생산과 2차 판매에 이어 소비와 체험이 가능한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다.Q 판매장 개장 후 기대효과는.A 무엇보다도 농민과 농협이 밀접한 관계에서 오는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농협은 금융사업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조합원과 농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전환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Q 김포조합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A 농민이 웃는 사회, 농업인이 만족하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사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 신념이다. 신용사업은 이제 경제사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서 주수익을 경제사업에서 창출해 내겠다는 계획이다.Q 시민에게 하고픈 말.A 농협은 사업을 해서 그 이익금을 조합원에게만 배당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농축수산물 판매장을 통해 일반 고객인 소비자에게도 특별한 배당을 하겠다. 레스토랑 및 판매장에서 저렴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무료배식이나 상품권을 통해 소비자들에게도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 많은 관심을 갖고 애용해달라.김포=양형찬기자

인천 포구·어시장에 젓갈류 불법판매 업주 42명 적발

인천지역 포구 및 어시장에서 불법으로 젓갈류를 팔아온 업주가 적발됐다.인천시 특별사법경찰과(이하 특사경)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남동구보건소와 합동으로 포구 및 어시장 내에서 새우젓 등 젓갈류를 신고하지 않고 불법 판매한 업주 42명을 적발,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특사경은 인천지역 포구 및 어시장에서 젓갈류 등을 비위생적으로 취급해 불법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관광객과 시민의 식품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불법행위를 근절하려고 합동 단속을 벌였다.현행법상 젓갈류 등을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덜어서 판매하면 관할 기관에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신고를 받고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업주들은 재래어시장의 난립한 무허가 건축물에서 영업 신고도 없이 비위생적으로 판매하다가 적발됐다. 이들 업주는 매년 무신고 불법 영업 행위로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시 관계자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포구 및 어시장에서의 불량 젓갈 판매행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며 “불법행위를 근절해 시민들의 먹거리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정민교기자

추석에 귀향 대신 학원으로… 취업준비생, 학생 등 명절에 스터디 계획

3년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김모씨(28ㆍ여)는 최근 추석을 앞두고 명절 기간 내내 함께 카페에서 공부할 스터디 모임을 직접 만들었다. 지난 명절 때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씨를 초라하게 만들었던 사촌들의 취업 성공기가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김씨는 “이번 시험을 놓치면 내년 상반기까지 낙오된다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명절에 가족, 친척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도 싶지만 ‘언제 취업할 거냐’는 친척들의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공부에 올인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가운데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올 추석은 특히 주요 대기업의 공채 일정과 맞물려 있어 취준생들 사이에서 연휴는 ‘먼 나라 얘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SK, 한화 등 상당수의 대기업 공채 접수가 오는 20~30일 사이에 마감되고, 다음달 1일에는 경기도 지방직 7급 공무원 필기시험도 예정돼 있다. 취준생 박모씨(27)는 명절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공채에 대비해 자기소개서를 30개 이상 작성해 놓은 것도 모자라 명절 기간에 함께 공부할 사람들도 모집했다.박씨는 “연휴라 사람을 모으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틀 만에 모집 인원이 다 찼다”면서 “취업 경쟁이 워낙 심하다 보니 기업 공채를 앞두고 남보다 조금이라도 책을 더 보기 위해 취준생끼리도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라고 귀뜸했다. 또 노량진 학원가 등에서 준비한 추석 특강 가운데 일부는 일찌감치 접수가 마감되면서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대변해 주고 있다. 양한순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이 워낙 심해지다 보니 온가족이 함께 보내는 명절이 청년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며 “취업난을 개인의 역량 문제로 돌리지 말고 기업, 관료 등 사회 전체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승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