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취약’ 이주여성 느는데… 경기도 피해 지원 전무 [인신매매 보고서]

인신매매 범죄에 취약한 이주 여성이 경기지역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경기도내 지원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술흥행(E-6)비자를 통해 입국한 이주 여성들이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서 술을 따르거나 성매매·유사성행위까지 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예술흥행(E-6)비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연예, 연주, 연극, 운동경기 등의 활동을 하고자 하는 자’에게 발급하는 것으로 이른바 ‘연예인 비자’로 불린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경기지역에서 예술흥행(E-6)비자를 발급받은 여성 수는 2019년 768명, 2020년 638명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21년 647명, 2022년 657명, 지난해 900명으로 다시 증가 추세다. 이런 가운데 E-6 비자를 받은 여성들이 외국인 전용 유흥음식점 등 유흥시설에서 가수가 아닌 성 착취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 인신매매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상대로 인신매매 등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계 부처 및 지자체 등과 합동 점검을 실시, 위법부당 사례가 적발된 업소 14곳에 대해 시정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한시적 단속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2022년 경기도에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는 권익보호기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인신매매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경기도가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전담기관인 권익보호기관이 없으면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기 어렵다”며 “인신매매 방지법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지자체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권익보호기관을 설치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다만, 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을 연계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인신매매 피해자, 체계적으로 보호·지원해야” 전문가들은 인신매매방지법이 제정됐음에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없다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체계적으로 보호·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수미 두레방(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활동가는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됐지만 가해자 처벌 규정은 기존의 성매매방지법을 적용하고 있어 의미가 없다”며 “또 가해자 측에서 부인하면 불기소나 불송치되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성매매 강요 등으로 신고해도 수사기관에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기관의 인식 개선과 수사 범위 확대를 통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만 조사할 게 아니라 이주 여성들을 업주에게 파견하는 기획사부터 수사를 시작해 인신매매 착취 구조 전체를 포괄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피해자 확인서 발급 절차를 간소화해 피해자 지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비한 것이 현실”이라며 “피해자가 체류 자격 변경이나 벌금 문제 없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피해자 지위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입증 절차만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며 “피해자들을 즉각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복잡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설치된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만으로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하기 역부족”이라며 “각 지자체에 권익보호기관을 설치해 통역이나 경제적인 지원 등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만평] 전투민족...?

[사설] 일본 축구 선전이 주는 올림픽 허전함 있다

일본 축구가 올림픽을 휘젓고 있다. 프랑스 올림픽의 최대 관심거리다. 28일(한국 시간) 말리를 1-0으로 이겼다. 2연승을 하면서 8강행을 확정했다. 앞서 펼쳐진 1차전은 충격적이었다.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5-0으로 대파했다. 올림픽 축구 수준은 월드컵보다 낮다. 23세 이하 참가라는 원칙이 있다. 그렇더라도 파라과이전 결과는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일본도 이번 대회에 와일드 카드를 쓰지 않았다. 순순히 23세 이하로만 꾸렸다. 한국 축구는 파리에 가지도 못했다. 올림픽에 못 간 것은 40년 만이다. ‘주먹 다짐’, ‘약체 대패’ 등 과정들이 있었다. 일본의 선전이 부럽다. 파라과이를 대파한 경기는 25일 있었다. 하루 뒤 지상파 3사의 올림픽 개막식 중계가 있었다. 전례 없이 낮은 시청률이 나왔다. 3% 전후에 불과했고, 어느 방송사는 0%대였다고 한다. 축구 탈락을 직접 원인으로 꼽을 수는 없다. 올림픽에 출전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시각 보여지는 우리 축구다. 언제 끝날지 모를 내홍만 계속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의 사퇴 요구가 끊임없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잡음도 계속된다. 고질적인 축구 파벌도 불거지고 있다. 일본의 8강 확정 직후 홍명보 감독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축구 팬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했다. 몇 가지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그 내용에 축구 팬들이 또 한 번 실망했다. 너무 익숙하고, 그래서 분노가 치밀기까지 한 구태의연한 구호였다. ‘16강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겠습니다.’ 언제 적 ‘원정 1승·16강 진출’ 구호인가. 얼핏 생각해도 40년째 듣고 있다. 안 그래도 올림픽 탈락에 화난 팬들이다. 이 분노한 여론 앞에 내놓을 목표가 맞나. 이것 말고 아는 게 없나. ‘겸허하겠다’, ‘소통하겠다’, ‘반성하겠다’. 이런 입에 발린 말이 지금 축구팬 귀에 들리겠나. 일본 축구가 괜히 이뤄진 게 아니다. 2005년 일본 축구협회가 프로젝트를 내놨다. ‘일본의 길’이다. 2050년 월드컵 우승을 약속했다. 촘촘한 계획으로 지금에 왔다. 비위 상할 일도 있다. 일본 신문에 칼럼이 실렸다. 올림픽에서 쪼그라든 한국 스포츠를 조롱했다. 선수단 급감, 올림픽 무관심, 구기종목 실종 등을 지적했다. 제목이 ‘침몰하는 한국을 상징한다’다. 굴욕적인데 고개는 끄덕여진다. 그래서 안타깝다.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4대 스포츠라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의 남녀 팀이 모조리 탈락했다. 여자 핸드볼이 유일한 출전 종목이다. 선수단 150명, 일본 400명의 절반도 안 된다. 낭보는 전해진다. 남자 펜싱, 여자 사격, 여자 양궁의 금메달이다. 쾌거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을 허전함은 어쩔수 없다. 인정해야 할 것 같은 한일 축구의 격차, 경쟁을 말하기도 어려워진 한일 구기 종목 현실이다. 파리 올림픽은 한국 스포츠 반성의 마당이 돼야 한다.

[사설] ‘유명무실’ 반입협력금... 인센티브와 페널티 분명해야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쓰레기를 태운 소각 재만 묻을 수 있다.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광역소각장의 확충이 발등에 불이다. 그러나 아무도 자기 동네에 소각장을 지으면 안 된다고 한다. 소각장 짓기를 독려하기 위해 환경부가 방법을 짜냈다. 폐기물 반입협력금이나 가산금 등이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니 빈 깡통이라는 것이다. 오는 12월28일부터 폐기물관리법상의 반입협력금 제도가 시행에 들어간다. 소각장을 가진 지자체가 소각장이 없는 지자체로부터 받는 추가 수입이다. 폐기물 처리 비용인 반입수수료와는 다른 돈이다. 수수료는 인천환경공단에 지불하지만 협력금은 소각장을 가진 지자체에 내야 한다. 반입협력금은 두 가지 효과를 겨냥한 새로운 정책 카드다. 현재 소각장이 있는 연수구(송도소각장)와 서구(청라소각장)로서는 새로운 수입원이다. 반면 소각장이 없는 지자체들은 폐기물 소각 처리 비용 외에 연수구나 서구에 대해 반입협력금까지 물어야 한다. 소각장이 있는 지자체엔 인센티브다. 소각장이 없는 지자체엔 페널티다. 소각장을 새로 짓기 위해 주민들을 설득할 카드가 될 것이라 봤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 페널티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부는 반입협력금의 수준을 기존 반입수수료에 맞추려 했다. 그럴 경우 인천 중구는 그냥 소각장 없이 연간 14억원만 더 부담한다. 남동구도 연간 40억원 수준이다. 주민 반대를 무릅쓸 필요없이 이대로 가려 할 것이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다시 살펴보니 더 큰 구멍이 있었다. 12월28일 이후에도 연수구나 서구가 주변 지자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반입협력금은 한 푼도 없는 구조였다. 폐기물관리법 제5조 2항의 문제다. 광역소각장에서 폐기물을 모두 처리할 수 없어 다른 지역으로 반출한 경우로 한정한 것이다. 청라소각장에 들어온 폐기물을 다 소각 처리한 경우 서구에 들어오는 인센티브는 0원이다. 현재로서는 인천 8개 구·군 모두 반입협력금 부담에서 면제된다. 또 다른 카드인 폐기물시설촉진법상의 가산금도 그렇다. 소각장이 있는 지자체가 반입수수료의 10%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지난해 송도소각장의 가산금이 8억여원 수준이었다. 청라소각장도 6억7천만원이었다. 소각장이 없는 8개 지자체로선 큰 부담이 안 되는 금액이다. 뭐 이런 행정카드들이 다 있나 싶다. 그야말로 유명무실이다.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이 무색할 지경이다. 안 그래도 광역소각장의 확충이 요원해 보이는 현실이다. 지방선거까지 다가오니 어느 누가 앞장설 것인가. 소각장에 대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더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윤준영 칼럼] 비겁한 변명입니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실미도’를 보면 당시의 시대상이 나타나 있다. 군부독재로 정권을 잡은 시절, 박정희가 나라였고 나라가 박정희인 시절이었다. 주인공인 안성기가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684부대를 해체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내리자 “중앙정보부가 국가입니까”라는 당찬 발언을 하며 머리에 총을 겨눈 중앙정보부장에게 맞서 자신들의 부하들을 지키려 하는 장면은 아직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런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군인으로서 명령이기에 지킬 수밖에 없는 자신을 향해 “날 쏘고 가라”라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부하들을 지키고 불의에는 굴복하지 않는 참군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상황을 다 알고는 있지만 설경구는 “비겁한 변명입니다”를 외치며 오열한다. 요즘 나라가 어수선하다. 특히 청문회가 진행되는 법사위나 방통위를 보면 과연 그들이 지키고 싶은 것이 ‘국가일까 아니면 자리나 사람일까’ 싶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시종일관 ‘답변하지 않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의 말로 청문회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지탄의 목소리를 내게 했다. 많은 의혹과 논란이 있는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논쟁적인 사안이라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변하며 ‘누구와 누가 논쟁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관급의 공직자가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품어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자국민의 아픈 역사를 모욕할 수 있는가. 이는 이념이나 사상과는 관계없는 일본의 만행이고 응당 정부 고위급 공무원이라면 이에 대해 바른 역사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야 함이 마땅함에도 이를 ‘역사’가 아닌 ‘이념’으로 빠뜨려 정쟁을 만들고 있다. 이진숙 후보자의 잘못된 역사관은 이것만이 아니다. 연예인들을 그들이 출연한 영화와 발언으로 좌파와 우파로 나누고 이를 설파하는 강연을 하고 다녔다. 일제와 변절한 친일파들에 대한 저항을 다룬 ‘암살’, 5·18민주화운동의 내용을 담은 ‘택시 운전사’, 헌법에도 나와 있고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역사적 상황이 어떻게 좌우의 이념일 수 있는가. 과연 우리나라의 분열과 갈등을 만드는 세력이 진정 누구인가. 역사적 가치관과 더불어 더욱 기막힌 것은 본인이 오랜 세월 몸담고 있었고 심지어 자회사의 사장까지 했던 조직인 MBC에 대한 적대감으로 자신의 부하직원이었던 사람들과 자신의 출세와 욕망을 실현해 줬던 조직을 이제는 싸우고 대립해야 하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직업관과 대인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아무리 감정이 좋지 않더라도 본인과 동고동락했고 자신을 키워줬던 조직과 동료를 절대 적대시까지는 하지 않는다. 후보자에게 MBC는 이제 고작 ‘내 맘에 안 드니까 손봐야 하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외에도 이렇게 많은 의혹과 논란을 지닌 후보자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우성향, 노조 사찰, 법인카드 부정 사용, 부정보도 등 수많은 논란을 만들어 내며 변명과 의혹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염치를 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그동안 정권의 비호 아래 승승장구하며 자신에게 맞지도 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을 반성하고 염치를 챙겨 사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진숙 후보자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다. 당신이 얘기한 모든 것이 “비겁한 변명입니다!”

[경기시론] 양보와 배려라는 유행병

우리는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와 직장에서 늘 사람과 소통하면서 살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회적 소통의 센서인 배려와 양보라는 씨줄과 날줄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인간사회에 품성에 의한 배려와 양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와 다름없을 것이다. 1981년 공무원 9급으로 지금 지방서기관, 4급에 해당하는 도청 과장을 강사로 초빙해 승용차로 안내하게 됐다.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에는 이미 사무실 선배 공무원 2명이 타고 있었다. 따라서 과장과 함께 승차하면 만원이 되는 상황이었다. 뒷자리 2석이 비어 있으므로 과장을 잘 모신다고 차 문을 열고 먼저 타도록 했다. 하지만 과장은 머뭇거린다. 다시 한번 권하자 과장은 먼저 타라 한다. 과장이 차 문을 열어주고 먼저 차에 오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제대로 된 승차의전은 앞자리에 타고 있는 직원이 내려 뒷좌석 차 문을 열고 대기하면 가장 후임인 필자가 가운데 타고 나서 과장이 차에 오르면 정중하게 차 문을 닫고 앞좌석에 탑승 후 출발하는 것이다. 나중에 승용차 승차예절을 이해하고 그날의 해프닝을 마음에 새기고 후배 공무원들에게 주법과 함께 승차 질서에 대한 잔소리를 많이 했다. 최근 신도시에 건립된 청년들을 위한 원룸을 방문했다. 방호문 앞에서 우물쭈물하는데 이미 안쪽에 들어선 청년이 잠깐 이쪽으로 걸어와 센서를 터치하니 문이 열렸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에도 청년은 먼저 타라는 몸짓으로 안내해 줬다. 정중하고 우아한 몸짓에 반했다. 그리고 5층까지 숨을 멈춰 가며 올라갔고 청년은 내리면서 인사를 했다. 얼떨결에 수고하시라 답 인사를 했다. 청년의 인사를 받고 잠시 놀랐던 것이다. 그리고 6층 옥상층에 내리는데 하늘에서 빛이 보였다. 기분이 좋으면 폭염의 햇빛도 기분 좋게 얼굴에 닿는다. 이때 생각났다. 수년 전에 아파트 방호문 안에 들어선 다섯 살 아이가 밖에 도착한 주민을 위해 폴짝 뛰어와서 센서를 건드리니 문이 열렸다. 아이는 부모가 그리하라 교육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아마 자신의 몸이 센서에 가면 문이 열리는 것이 재미있어 그리했을 것이라는 가정도 해 봤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다른 이를 위한 배려를 실천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쳤을 것이다.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의 세계에서도 자식은 부모를 보면서 배우고 성장한다. 그래서 30대에도 다른 이를 위해 온몸으로 방호문을 열어주고 엘리베이터를 내리면서 인사를 하는 젊은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이 더 많기를 기대한다. 그런 습관이 MZ세대의 새로운 유행병으로 도지기를 기원한다. 배려하고 양보하는 미덕이 온누리에 가득하기를 원한다.

[지지대] ‘고졸 검정고시’ 급증

검정고시는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았거나 중도에 그만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시험이다. 특정한 학력이나 자격 없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는다. 검정고시의 시작은 광복 직후 대학입학자격 검정고시를 실시한 게 효시다. 독학하는 사람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연 2회 실시했다.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검정고시의 의미는 컸다. 지금의 초·중·고졸 검정고시는 1982년 도입됐다. 예전엔 검정고시 응시생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사고를 쳐서 퇴학을 당하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사람들이 응시하는 것으로 여겼다. 요즘은 일부러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 부적응자도 있지만 입시를 위해 자퇴하는 고등학생이 늘고 있다. 지난해 고등학교 자퇴 학생이 2만5천792명으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신이 불리한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대학수능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4월 올해 1회차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한 10대 청소년 수가 1만6천332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1회차(1만4천308명), 2회차(1만5천737명) 대비 최대 2천명 이상 늘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8월8일 ‘제2회 초·중·고졸 검정고시’에 경기도에서 9천344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8천604명보다 740명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고졸 신청자가 7천26명으로 지난해보다 770명 증가했다. 고졸 검정고시가 대학 입학 활용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내신 성적이 부진하다고 학교를 자퇴하고 너도나도 검정고시를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검정고시 취지에도 맞지 않고, 학교 이탈자 증가로 공교육이 흔들릴 수 있다. 검정고시 제도 개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천자춘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선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달러를 넘어서고 있지만 경제성장 및 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된 노후불량주거지 등 취약지역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유행,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 폭염, 한파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삶의 질, 안전, 위생 등이 문제되는 취약지역 생활환경 개선이 절실하다. 노후불량주거지의 대표적 정비수단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있으나 국비 지원 2단계 사업(2005~2013년)이 종료된 후 현재 국비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주거지 정비는 공백이 발생했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지방시대위원회(당시 지역발전위원회)는 2015년 신규 사업으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마련하고 2024년 현재까지 도시 169개소와 농어촌 637개소 등 총 806개 취약지역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은 취약지역 주민들이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안전, 위생 등 긴급한 생활인프라 확충 및 주거환경 개선, 노후·위험주택 정비, 일자리·문화·복지 등 휴먼케어사업, 주민역량 강화 등을 지원하는 종합적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는 도시지역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지역에서 대해 사업운영관리를 하고 있다. 현재 추진 후 10년째 접어든 사업은 해당 지역 주민 및 지자체의 호응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시지역의 사업을 보면 민간기업, 지역공공기관 등의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해 사업대상지 내 집수리, 주민돌봄사업, 사회적경제 육성사업, 지역문화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연계체계를 발전시켜 한정된 재정지원사업을 보완하고 전국 취약지역의 물리적·사회경제적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관협력의 종합적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주거지 정비에 있어 기존 법제도에 의한 도시정비사업, 도시재생사업 등에서 소외된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에 대한 면밀한 현황 파악을 통해 사업 대상 및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소외돼 있던 취약지역 주민들의 생활여건 개선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독립투사 후손' 허미미, 女유도 57㎏급 은메달 [파리 올림픽]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급서 은메달을 따냈다. 허미미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서 열린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지도 3개를 빼앗겨 아쉽게 패했다. 허미미는 지난 5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데구치를 꺾고 우승했었지만, 이번 대회서는 벽을 넘지 못했다. 허미미는 초반부터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기회를 줄곧 노렸다. 3분여를 남기고 둘 모두 지도를 받았다. 이어 1분56초를 남기고 허미미가 지도를 한 차례 더 받았다. 결국 승부가 나지 않으면서 ‘골든 스코어’로 향했다. 연장 시작 1분48초 만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데구치가 지도를 받았다. 둘 모두 지도 2장을 받은 박빙의 상황서 허미미가 연장 2분35초에 지도를 한 차례 더 받아 반칙패를 당했다. 허미미는 대회 전부터 독립 운동가의 후손으로 유명세를 탔다. 일제강점기였던 지난 1918년 항일 격문을 붙여 일제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이다. 한국 국적 아버지와 일본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비록 허미미는 지난 1996년 애틀란타 대회에서 조민선(66㎏급)의 금메달 이후 28년 간 끊긴 금맥을 잇는데 실패했지만,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정보경(48㎏급)의 은메달 이후 8년 만에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