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종식’ 했다더니... 모란시장 암암리 거래 [개식용종식법 100일 下]

‘개식용종식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앞서 개고기 판매 근절에 나섰던 성남시의 ‘모란시장’ 사례를 보면 결국 사회적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개식용이 종식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3대 개시장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모란시장’에서 개고기가 유통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들어서기 시작한 개고기 취급 업소는 2001년 54곳까지 늘어나며 시장 곳곳에서 ‘살아있는 개’를 진열하고, 도축·판매하며 성업했다.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개고기 소비가 주춤해져 점포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2017년까지 20여곳 업체에서 거래된 식용개가 연간 8만마리에 달하며 전국 최대 규모의 개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모란시장에 변화가 분 시점은 지난 2016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모란시장의 식육견 논쟁을 없애겠다’며 개 도축 시설을 폐쇄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당시 성남시는 ‘모란시장 환경정비 사업’을 추진, 시장에서 개를 보관하거나 전시하고 도살하는 행위를 중단하게 했다. 개고기 취급 업소의 상인들이 업종을 전환하는 대신, 시는 상인들이 전업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알선하고, 식당 종사자의 재취업을 돕거나 비가림막을 설치해주는 등 시장의 환경정비에 나섰다. 성남시는 “모란시장의 개 도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모범을 만들어가겠다”고 성과를 홍보했다. 그렇다면 모란시장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25일 기획취재팀이 모란시장을 확인한 결과, 여전히 20여곳의 업체가 ‘개고기’를 팔고 있었다. 가축거리 어디에도 ‘개고기’ 글자는 보이지 않지만, 흑염소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메뉴엔 ‘보신탕’이 있다. 건강원 등에서도 개고기를 내놓고 팔고 있었다. 김용북 모란시장 가축상인회장은 “성남시가 8년 전 개 도축시설을 가져가면서까지 개고기를 못 팔게 했지만, 일부 상인들이 단골 고객 등에게 개고기를 팔다가 점점 개취급 업체가 늘어났다”며 “여전히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업주들이 도축된 개고기를 들여와 보신탕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성남시는 모란시장상인회와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해 개 도축시설을 자진 철거하게 했지만, 개식용과 유통까지 전면 금지하진 못했다. 개식용을 금지할 법과 조례 등이 없다 보니 단속, 처벌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소음과 악취 때문에 민원이 쏟아지니,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인회와 소통하고 설득한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면서도 “개식용이 ‘비법적’ 영역에 있어 금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가 나서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특별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개식용 금지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개고기를 찾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파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며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동물 학대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동물 보호와 개식용 금지에 대한 교육·캠페인 등을 벌여 국민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특별법 처벌이 이뤄지는 3년 뒤에 개고기가 암암리에 거래되지 않도록 법망을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소비자 처벌 규정 마련… 관련법 정비해야” [개식용종식법 100일 下]

개식용종식법이 본래의 취지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소비자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등 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개식용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장기간에 걸쳐 처벌을 강화하며 개식용을 금지하는 데 성공한 ‘대만’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대만의 경우 1990년대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1998년 ‘동물보호법’을 제정, 공공장소에서 개 도살을 금지하고 경제적 목적을 위한 특정 동물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후 2001년엔 반려동물 도살행위를 금지하고, 2007년엔 동물 사체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그런데도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한 불법 개식용이 이어지자, 2015년 개·고양이 도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지자체 조례를 만들어 단속을 강화했다. 한 지자체에선 개를 죽이거나 식용한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주까지도 법적 책임을 지도록 했다. 결국 2017년 개·고양이의 도살, 식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대만 의회를 통과했다. 법을 어길 경우엔 1~5년의 징역형 또는 5만~25만 대만달러(약 187만~934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특히 법을 어긴 이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특별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정숙 백석문화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도 수십년간 이어진 개식용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만처럼 개식용을 금지해도 다른 나라에서 가져와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개식용 관련 업체 뿐 아니라 소비자도 함께 처벌하는 방안,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선 식용 개 52만 마리를 안락사하지 않고 제대로 보호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개들이 훈련을 통해 봉사견 등으로 지낼 수 있도록 돕거나, 해외입양도 고려할 수 있다.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한 해외의 경우 성견이나 아픈 개들도 입양을 한다. 정부가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남은 개를 보호하기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부천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개식용이 불법 도축으로 인한 위생, 동물학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특히 광견병·콜레라 감염 등 잠재적 위험 요소가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며 “캠페인 등으로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물을 존중하는 건 사회적 약자를 향한 존중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개의 식용을 금지하는 건 동물보호, 생명존중을 넘어 인간의 공감 능력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부가 법을 정비하고 후속 조치를 잘 시행해 국민 공감을 얻고 개식용을 종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경기만평] 국회의장 후보①...

[사설] 파주시민의 성매매 근절 노력을 지지한다

속칭 ‘용주골’로 불려온 성매매 집결지는 없어지는가. 파주시민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향한 결기다. 24일 반성매매 시민활동단 클리어링 발대식이 있었다. 성매매 피해자 인권 회복 등을 위해 지난 2월 출범한 자발적 단체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성매매에 대한 범죄 인식을 강조했다. 개인 간의 거래가 아닌 불법 성착취 행위라고 천명했다. 인신을 매매 수단으로 하는 업주의 비인도적 만행도 규탄했다. 발대식에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함께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파주지회, 학부모 단체, 성매매 예방 교육 강사단,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지지하는 시민 모임, 파주읍 주민 등이다. 파주시도 ‘이동시장실’을 열어 시민 동참을 촉구했다. 김경일 시장은 시민께 드리는 동참 호소문을 배포했다. 호소문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억측과 오해, 음해와 루머 등이 조장되고 있다”며 ‘파주시의 진심’을 믿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시장이 언급한 ‘오해·음해·억측’의 의미를 짐작한다. 성매매 집결지는 검은돈이 오가는 지하경제다. 대부분 폐쇄적이고 음성적으로 움직인다.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각급 기관과 연계되는 ‘연줄’을 무기로 삼고 있다. 이는 집결지 폐쇄 때마다 강력한 반발 수단으로 작용한다. 수원, 평택 등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 때 경험도 그랬다. 행정기관 또는 경찰 등을 음해하는 루머가 양산되고 뿌려졌다. 저항이자 협박이다. 우리는 파주시 행정의 일관성을 믿는다. 지난해 성매매 집결지 정비 사업을 시작했다. 김 시장이 그해 결재한 첫 번째 사업이었다. 이후 시민단체와 협력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AV 성인페스티벌’로 개최 측과 일전도 벌였다. 수원에서 퇴짜 맞고 파주로 옮겨 개최하려던 행사다. 김 시장은 이 문제도 파주의 성매매 척결 의지와 연결했다. ‘행사 불법성 확인이 먼저’라는 헛소리에 ‘파주라서 더 안 된다’고 호통쳤다. 불가능한 일 아니다. 수원시는 50년 넘은 성매매 집결지도 없앴다. ‘삼리’라고 불리던 평택 사창가도 개선됐다. 두 곳 모두 활력 넘치는 거리로 탈바꿈했다. 시립 문화공간이 들어서 시민의 휴식처로 변모했다. 마지막 남은 성매매의 오명이 파주 ‘용주골’이다. 왜곡된 군사문화의 찌꺼기로 반백년을 왔다. 이걸 파주시와 파주시민들이 없애자며 들고 일어났다. 성공할 수 있다. ‘여성친화도시 파주’를 지지한다.

[사설] 거주자 우선주차, 순환배정으로 바꾸고 주차면도 늘려야

도심 주택가의 주차난이 심각하다. 주차 문제로 이웃 간 다툼이 종종 일어나고, 칼부림 사고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도심지역 주차공간 확보는 오랜 과제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만성적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 ‘거주자 우선주차’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주차구획선을 긋고 인근 주민이 우선적으로 주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대부분 주간, 야간, 전일제 등 세 종류로 운영한다. 한 달 이용 요금이 1만5천~3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어서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다. 경기도내에선 11개 시·군이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은 많은데 주차면이 적어 심각한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기존 이용자가 기간 제한없이 주차구역을 독점해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수원특례시의 경우 총 1만7천436면의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4개 구의 평균 배정률은 98%(1만7천81면)로 거의 포화 상태다. 수원에서만 우선주차를 배정받으려 대기하는 시민이 1만7천143명에 이른다. 이 중 5년 이상 기다린 대기자가 4천391명(26%)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4명 중 1명은 5년 넘게 기다려도 주차구역을 배정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하남시 덕풍동과 신장동 등 거주자 밀집지역에 397면의 우선주차구역이 운영된다. 이 지역 주민이 새로 우선주차면을 배정받으려면 평균 3년은 대기해야 한다. 우선주차면을 배정받지 못한 주민들은 퇴근 이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매일 전쟁을 치러야 한다. 도로와 좁은 골목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웃 간 분쟁이나 접촉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주민들은 한번 배정받으면 이사를 가거나 차량을 없애기 전까지 계속 사용하는 고정배정제 대신 기간을 정해 돌아가면서 사용하는 순환배정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산도시공사는 장기 대기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년 단위로 거주자 우선주차장을 순환배정하고 있다. 거주 기간, 대기 기간,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을 평가해 고득점자 순으로 배정한다. 그러나 순환배정제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장기 대기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누군가는 또 주차를 못해 헤매야 한다. 주차면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각 지자체는 유휴공간을 주차공간으로 확보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 주변의 학교, 공공기관, 종교 시설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불법주차도 문제지만 주차할 곳이 없는데 무조건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삶과 종교] Love Myself의 함정과 한계를 넘어

‘Love Myself·나를 사랑하기.’ 현대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그러나 영적식별에서 보면 한계가 분명한 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유한한 자신에게서 사랑의 원천을 둔다는 것이고 심지어 그 종착지마저 자기라는 것이다. 즉, 자기 안에 맴도는 것이다. 한데 사랑은 물과 같은 것이다. 아무리 순환 펌프를 돌려도 새 물을 갈아주지 않는 수조는 금방 때가 끼고 죽은 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럼 천주교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나?’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천주교인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인해 자신도 사랑한다. 그래서 그 사랑을 전하길 우선한다.” 원천이 자기가 아닌 것이며 그 종착지도 자신이 아닌 것이다. 물을 가둔 수조가 아니라 ‘통로’로 산다는 것이다. 비종교인도 예수의 가르침은 대강 안다. 원수 사랑으로 대표되는 극단적 사랑과 용서다. 한데 이렇게만 알면 오히려 예수의 가르침을 모르는 것에 가깝다. 사실 예수는 단 한 번도 “네가 네 힘으로 누구를 용서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형제를 섬기고, 원수도 사랑해라. 그리고 나한테 검사 받아라. 그래서 통과되면 천국 보내줄게. 복 줄게”라고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이니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어찌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느냐. 너희는 먼저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라고 했다. 가지가 제 힘으로 열매 맺는 게 아니듯 사랑의 열매를 맺으려면 먼저 마르지 않는 진짜 사랑의 원천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그마한 내 사랑으로 뭘 하려 하지 말고 당신의 무한한 사랑의 힘을 입으라는 것이다. 가톨릭 격언에 ‘자신의 부족함과도 화해하지 못한 이가 어찌 다른 이의 부족함에 너그러울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있다. 한데 자신의 전존재와 화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보다 더 큰 사랑에 뒤덮이는 것뿐이다. 그때에만 비로소 자기 연민, 합리화,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않고 참된 화해가 일어난다. 그때는 ‘이런 나라도 이토록 사랑해 주시다니 너무나 감사하다. 부정하고 싶었던 내 모습들조차 이미 품에 안고 계셨구나. 그분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기 위해서라도 나를 돌봐야겠다. 이렇게 큰 용서와 사랑을 받았는데 내가 누구를 심판하겠나. 아, 그렇다면 저 사람들도 이처럼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였겠구나. 그토록 귀한 존재였구나.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 이 사랑에 조금이라도 응답하고 싶다. 나도 이 사랑을 전할 수 있다면’ 하게 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면서도 합리화하지 않고 겸손하게 되고 타인을 향한 마음이 커지며 사랑의 계명을 짐이 아니라 초대로 느끼게 된다. ‘사랑의 통로’가 된다. 그러나 ‘내가 나를 사랑한다’에 심취하는 사람들 중엔 자기합리화,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로 빠지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 이는 남을 도울 때조차 정말로 타인을 귀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해서, 즉 자기만족을 위해 그리한다. 나쁘다고 할 것은 없어도 진실한 사랑은 아닌 것이고 그만큼 참된 기쁨도 없을 수밖에. 참 기쁨은 ‘Love Myself’가 아니라 무한한 사랑에 나를 열고 사랑의 통로가 되는 삶에 있다.

[천자춘추] 생활인구 확대 방법

정부는 지난 15일 인구감소지역을 ‘머무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지역 생활인구 확대를 위해 인구감소지역 내에서 4억원 이하 주택을 ‘세컨드홈’으로 추가 취득하는 경우 1가구 1주택자로 인정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는 지방소멸의 새로운 대책으로 정주인구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생활인구 확대’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하는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인구감소로 쇠퇴하는 지역에 세제 혜택만으로 세컨드홈 구입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그동안 귀농귀촌의 과정에서 생활방식과 문화적 차이로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간의 심각한 갈등 문제가 발생해 민형사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등의 일들을 생각해 본다면 연고가 없는 지역에의 생활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자연경관이 우수하거나 접근성이 양호한 대도시 주변에 위치한 일부 지역은 예외일 수 있으나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휴양이나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세컨드홈을 구입하려는 수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활인구 확대를 통해 지방소멸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세컨드홈 구입 장려 같은 하드웨어적 정책과 더불어 해당 지역과의 관계창출 가능성 제고를 통한 생활인구 확대 같은 소프트웨어적 접근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있는 출향민, 과거 해당 지역에 근무하거나 체류한 경험이 있어 지역과 관계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활인구 창출 사업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원, 제주, 전남, 전북에서 시행하고 있는 출향도민증제도다. 또 방문객이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지역마다 차별화된 체험프로그램 등의 운영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 달 살기 프로젝트나 단기 농어촌유학,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해 지역 방문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체류 기간을 늘리게 하는 방안이다. 워케이션 참가자들에게 참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거나 일자리를 연계해 워케이션 기간을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지방교부세 산정 시 주민등록인구뿐 아니라 생활인구 반영을 검토할 수 있다. 주민등록인구가 줄어도 생활인구가 증가하면 지역의 미술관, 도서관, 화장실 등 공공재의 사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생활인구 확대를 위해 안정적으로 머물 주거공간도 확보돼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지역 체류 인구의 관계창출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에 대한 호감도 및 만족도를 제고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차별화된 프로그램 운영과 재정 지원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데스크칼럼] 의대 증원 2천명 ‘악성 루머’

정부는 지난 2월 초 2025년도 의대 신입생 2천명 증원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10년 뒤 2035년에는 의사가 1만명에서 1만5천명이 부족하다고 앞으로 5년 동안 2천명씩 증원해 최소한 1만명으로 맞추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발표 초기 여론은 정부에 유리했다. 사직하는 전공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컸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여론의 상황은 바뀌었다. 의대 증원 2천명의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국민들은 “지금 당장 의대 증원 2천명 안 하면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냐”며 정부의 증원 강행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친야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천이라는 숫자는 천공의 성씨가 이씨다. 이런 이유로 ‘이천공’에서 2천이라는 숫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아주 빠르게 우리 사회에 퍼져 나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김두관 후보는 “왜 꼭 2천이냐. 1천800이면 안 되느냐. 대한민국이 2천이라는 숫자와 주술이라는 검은 구름에 물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2천이라는 숫자와 관련한 악성 루머도 퍼졌다.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비롯해 △학폭 수사관 2천명 증원 △비수도권 취업청년지원 2천명 △인천대교 통행료 2천원 인하 △오염수방류 어민지원 2천억원 △대구 로봇테스트필드 2천억원 △장병 급식비 2천원 인상 △늘봄학교 2천곳 △국민 만남 2천명 △명동 쌀지원 2천kg △공무원 승급 2천명 등이다. 천공은 이번 의대 증원에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내 이름이 ‘이천공’이라 ‘2천명 증원’ 정책이 나왔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세력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최근 만난 경기도 보건당국 관계자는 악성 소문이 퍼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각종 소문이 퍼지는 것은 정부의 2천명 증원의 근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다른 가설도 제기했다. 의대 진학을 원하는 공직자들을 위해 2천명 증원이 급조됐다는 설이다. 세종시가 있는 충청권에 유독 증원이 많았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충남 137명, 충북 211명, 대전 201명 등 충청권에 549명이 증원된다. 전체 증원의 27%에 달한다. 그는 충청권에 큰 병원도 없고 교수 인력도 없어 증원된 인원을 수용하기 힘들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많은 의료인들은 이야기한다. 일부 분야의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인정하지만 증원을 늘린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출범했다. 의사들은 지쳐가고 환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은 의사도 환자도 대부분의 국민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 추진 의료개혁이 의사와 환자,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개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지지대] 체르노빌 원전사고 38주년

지금은 우크라이나 영토인 키이우 북쪽 원자력발전소. 이곳에서 가공할 사고가 났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참사다. 1986년 4월26일 오전 1시24분이었다. 필자는 그때 새내기 직장인이었다.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에 누출되면서 20만명 이상이 피폭됐다. 2만5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비공식적인 집계다. 사고를 복기해보자. 원자로 지붕이 파괴되고 화재도 발생했다. 고온·고방사능 핵연료와 흑연 파편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열흘 정도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됐다. 발전소와 가까운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이 심하게 오염됐다. 당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었다. 사고가 난 4호기는 1983년 완공된 RBMK형 원자로였다. RBMK는 옛 소련이 개발한 원자로로 흑연을 감속재로, 경수를 냉각재로 사용한다. 운전 중 핵연료 재장전이 가능하고 출력이 큰 게 장점이다. 하지만 제어가 어렵고 낮은 출력에서 불안정해진다. 이게 사고 요인이었다. 사고는 전력 공급 상실 시 비상 전원 공급 전까지 터빈이 얼마나 오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고 전날 시험 준비 중 운전 미숙으로 열출력이 30㎿ 정도로 떨어졌다. 출력을 올리기 위해 많은 제어봉이 인출됐고 노심에는 기준치 이하의 제어봉만 남게 됐다. 그로부터 38년이 지났다. 체르노빌 발전소 주변 출입제한구역은 유럽에서 야생 동식물이 가장 번성하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반전이다. 휴전선 비무장지대처럼 말이다. 지난 2016년 기준 주민 180여명이 돌아와 거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관광객들에게 개방했다. 지구 반대쪽에서 발생했던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그 무거운 의미를 허투루 받아들이면 우리 산하에서도 재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