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경기지역 시‧군 지역화폐... 인센티브 ‘제각각’

설 명절을 보름여 앞두고 경기도내 시·군 사이에서 지역화폐 발행량 확대와 축소가 제각각으로 진행, 도민이 받는 인센티브 편차가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국비 지원 삭감, 경기도와 시·군 간 예산 분담비 변동이 겹치면서 재정 여건에 따른 지자체 결정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도를 비롯한 17개 시·도와 회의를 열고 ▲설 명절 특별 인센티브 지원 방안 마련 ▲소상공인 지원 강화 ▲국비 지원액 신속 집행 등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행안부는 이달 말 경기지역화폐 국비 지원액을 확정, 교부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문제는 올해 정부 본예산에 책정된 지역화폐 국비 지원액이 3천억원으로 전년(3천550억원) 대비 15.5% 삭감, 도에 교부액 축소도 예정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도 국비 배정 비율 12%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도 교부액은 지난해 422억원 대비 62억원 줄어든 360억원, 이에 따른 국비 지원 발행량은 지난해 2조604억원 대비 3천54억원 줄어든 1조7천55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도는 도-시·군비로 구성된 자체 발행량에 대해서도 재정 분담 비율을 지난해 5대 5에서 올해 4대 6으로 변경, 시·군 부담율을 높였다. 그러자 고양특례시는 시‧군 재정 분담 비율 상향에 따른 재원 부담 증가를 이유로 국비 발행 외 자체 발행 사업은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지난해 국비 전액 삭감 소식에 시비를 편성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비가 설 명절 전 확보될 경우 발행량, 인센티브 요율 검토를 거쳐 발행할 예정이지만 자체 발행 사업은 효율성 재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리시의 경우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지난해 수준의 발행량(860억원)을 맞추고자 기존 7%였던 상시 인센티브 요율을 올해 6%로 하향했다. 특히 설 등 명절 특별 인센티브의 경우 요율은 10%를 유지했지만 구매 한도를 지난해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지급 횟수는 4회에서 2회로 각각 줄였다. 반대로 남양주시의 경우 자체 재원 투입을 강화, 상시 인센티브 요율(10%), 총발행량 등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파주시는 더 나아가 인센티브 충전 한도액을 기존 3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올리고, 올해 말까지 중단 없이 10% 인센티브를 지원하기로 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경제적 여려움을 겪는 시민과 소상공 등을 위해 지역화폐 충전 한도, 인센티브를 모두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지역화폐 관련 도-시·군 분담 비율은 제도 정착을 위해 한시적으로 5대 5 비율을 유지한 것”이라며 “도-시·군 매칭 사업 예산 분담 비율이 통상 3대 7인 점을 감안하면 4대 6 역시 낮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화폐 확대, 축소 여부는 시·군 판단에 따른 것으로 도가 개입할 수 없다”며 “다만 지역화폐 발행 축소, 중단을 결정한 지자체가 발생하면 해당 예산을 지역화폐 확대에 나서는 시·군에 신속히 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만평] 참~쉽죠?...

[사설] 기안초등학교, 석면 공사 규칙 무시하다

석면의 위해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증명한다. 최상위 등급인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놨다. 일반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입자다. 호흡기에 유입되면 폐암을 유발한다. 아동기에 유입돼 성인기에 발병하기도 한다. 시민들도 ‘침묵의 살인자’라는 공포를 알고 있다. 그만큼 처치에 대한 규제가 구체적이고 엄격하다. 작업자는 방진복을 입어야 하고, 사전 점검도 철저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현실에서는 안 통한다. 그 적나라한 예가 보도됐다. 화성 기안초등학교 석면 천장 해체 공사다. 석면 제거를 위해 지난해 12월23일부터 사흘간 사전 청소를 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폐기물관리법 등이 절차를 정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부가 작성한 것이 ‘학교시설 석면 해체·제거 안내서’다. 사전에 청소 작업을 하고, 석면모니터단으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에는 보양 작업과 음압기를 가동해야 한다. 석면 가루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조치다. 이를 위반하고 진행하면 모두 위법이다. 기안초 공사 현장은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 석면 텍스 재질의 3층 복도 천장과 에어컨 등 천장 설비가 임의로 뜯겨졌다. 문제는 이런 위법성과 위험성을 학교 측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천장 석면 텍스가 뜯겨져 나간 것은 확인했다. 이걸 “어차피 철거 전 보양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럴 거면 복잡한 규제 법령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석면 위해성 교육을 하면 뭐하나. ‘석면 몇 장이 큰 문제가 되겠는가’라는 안일한 판단이다. 더 구조적인 현장의 문제도 확인됐다. 석면모니터단의 역할이다. 이런 공사를 감시하라고 둔 기구다. 기안초 현장을 모니터단이 점검한 건 12월 26일이다. 이때 석면 텍스 일부가 임의로 철거된 사실을 확인했다. 내린 판단은 학교 측과 같다.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러니 출입 통제 등 아무런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 관련 지식도 없는 모니터단이 모니터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모니터단 운영 자체에 대한 문제다. 석면모니터단은 해당 학교장이 단장을 맡는다. 학부모, 시민단체, 감리원, 전문가 등 10명 내외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들의 석면 식견이 대단히 빈약하다. 관련 교육 2시간 정도를 받는 게 전부다. 이나마 강제가 아니다. 안 하겠다면 그만이다. 상황이 이러니 학교의 판단이 곧바로 모니터단의 판단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문제 될 줄 몰았다’는 똑같은 해명을 하는 기안초 학교와 모니터단의 예가 그렇다. 석면은 막아야 할 발암물질이다. 그 규제가 학교 공사 관련 규정이다. 현장의 적용을 엄격히 하고, 제도의 현실성을 따져 봐야 한다. 안 지키면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일이다.

[사설] 수원시는 왜 예술인 기회소득 외면하나

‘기회소득’은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우리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대상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정책이다.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사업으로, 지난해 예술인 7천여명과 장애인 7천명 등 1만4천여명이 기회소득의 첫 혜택을 받았다. 사회에 꼭 필요한 공공재로 인식하는 첫 시도인 예술인 기회소득에 경기도 대다수의 예술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예술활동증명 유효자 중 개인소득이 중위소득 120% 수준 이하인 예술인에게 연 150만원을 2회로 나눠 지급한다. 도와 시·군이 50%씩 사업비를 분담하는데, 지난해 수원·용인·고양·성남시를 제외한 27개 시·군에서 시행됐다. 예술인 기회소득을 도입하지 않은 4개 지자체는 시세가 큰 도시들이다.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간 고양 30억원, 용인 20억원, 성남 19억원, 수원 15억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해당 지자체의 예산 규모에 비하면 부담될 정도는 아니다. 의지의 문제다. 기회소득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의 예술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수원시에서 기회소득 도입의 목소리가 높다.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쟁취를 위한 범예술인 행동’은 지난 20일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 기회소득 도입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26일 미술계와 문학계 원로들이 나선데 이은 것으로, 수원시의회에 조례안의 조속한 심의와 통과를 요구했다. 예술인 기회소득을 시행하려면 조례가 마련돼야 한다. 수원특례시는 지난해 9월 제377회 임시회에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시의회 문화체육교육위원회가 이를 보류, 12월까지 두 차례의 임시회 및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수원시의 올해 예산은 3조7천억원이 넘는다. 15억원 정도 들어가는 예술인 기회소득을 왜 시행하지 않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대상이 전체 예술인도 아니고 중위소득 120% 이하 예술인이다. ‘문화도시 수원’을 표방하면서, 예술인들은 챙기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 더 예술인들의 형편과 상황을 이해하고 도움을 줘야 할 상임위에서 조례를 뭉개고 있다니 답답하다. 수원시의회가 이제라도 예술인 기회소득 도입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조례 미비로 수원지역 예술인들이 올해도 기회소득을 못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동연표’ 정책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수원시의 문화예술 역량 강화와 예술인들의 작은 복지를 위해 빠른 시일내 조례를 통과시켜야 한다.

[김종구 칼럼] 당신 옆에 막말·증오 정치, 낙선

앵커가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손학규 전 대표가 답한다. “등산도 하고, 좋은 사람들하고 막걸리도 마시면서 잘 지냅니다.” 그가 말한 ‘좋은 사람들’에 들어가지는 않을 거다. 그저 가끔 자리에 끼어 앉는 ‘인연’ 정도다. 그런 정도의 망년회였다. 늘 그랬듯 건배사를 한다. “고급 인재들은 의사만 되려고 하고. 첨단 산업에 가려 하지 않는다. 나라가 걱정이다.” 작은 방에 편한 몇 사람이 전부다. 거기서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나라’, ‘경제’, ‘정치’.... 그 한 달 전, 그가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내용에 대한 판단은 제각각이다. 나도 판단이 있지만 그걸 쓸 생각은 없다. 다만, 꼭 짚고 가려는 것이 있다. 정치 언어다. ‘민주주의, 사회 정의, 국가 번영’을 얘기했다. ‘상대 배려’, ‘국가 통합’, ‘지도자 함량’을 말했다. ‘선당후사’ 말고 ‘선국후당’이 옳다고 했다. 당(黨)보다 국가(國家)여야 한다는 얘기다. 아주 특별하게 들렸다. 요즘 정치 언어와 비교되기 때문일 거다. 정치란 원래 말로 하는 것이다. 말이 승부를 결정 짓는 무기다. 그 무기가 너무 더러워졌다. 국가와 국민은 사라진 지 오래다. 수준은 욕설이고 내용은 모독이다. “너 진짜 맞는 수 있어” 기자에게 했다. “양아치.” 상임위에서 했다. “노숙자 느낌.” 세월호 참사 때 했다. “빈곤 포르노.” 영부인에게 했다. “시체 팔이.” 이태원 참사 때 했다. “돌팔이 과학자.” 후쿠시마 오염수 때 했다. “날파리 선동 프레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때 했다. “△△△이”, “뻔뻔한 ○○”.... 차마 옮겨 적지 못할 욕설도 많다. 썼다간 당장 신문윤리위원회 경고를 맞을 판이다. 모두 상대 후벼 파는 저급한 말이다. 이런 말이 국회에서 연일 중계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찾아봤다. 2020년 개원한 이번 21대 국회에 접수된 의원 징계안이 47건이다. 이 중 13건이 막말·망언 관련이다. 점잖은 정치 언어는 되레 퇴출됐다. 점잖아선 부각되지도 않는다. 쇼츠 영상은 막말 욕설의 홍보 공간이다. “DJ도 약속 어겼다고? 김대중에 견줄 자격이 있나.” 그날 손 지사 인터뷰에 나온 말이다. YS, DJ, 그리고 JP의 언어? 투박했던 정치언어가 YS다.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 온다’는 정도다. 전설적인 5시간19분 필리버스터 DJ다. 그 많은 연설에도 막말 논란은 없었다. JP 정치 언어는 풍류와 비유의 촌철살인이다. 은퇴조차 ‘해는 저물면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고 말하며 갔다. 감히 이런 정치 언어에 견줘 보겠다는 건가. 이 천한 언어로. 유권자도 진저리 친다. 한국갤럽이 12일 여론조사를 냈다. 질문이 재미 있다.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 될까 봐 걱정이냐.’ 세 번째로 ‘막말, 혐오 발언하는 사람’이 꼽혔다. 막말 욕설 정치 퇴출을 원하는 목소리다. 그 기회가 총선인데 다행히 코앞이다. 검색해서 확인하자. 확인되면 떨어뜨리자. 이거 안 하면 4년을 또 들어야 한다. 막말과 증오로 범벅된 정치 언어를. 또 봐야 한다. 그 더러운 입으로 거들먹거리는 꼴을. 때마침 인용할 언어를 찾았다. -죽이는 정치, 보복의 정치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본회의장은 여과없이 분출되는 야유와 비난의 장이었습니다. 누가 더 상대방에 대한 증오를 효과적으로 생산하는지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내일 상대방이 가장 아플 말을 찾는 것이 우선 과제였습니다. 말로 칼을 빚어 정치적 상대방을 공격하고 당사자는 더 크게 되돌려주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개선을 위한) 답을 드리는 것이 총선의 사명인데 저는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종윤 의원(하남)의 불출마 선언문이다. 본회의장 안에서 직접 체험했을 후기다. 21대 국회가 남긴 가장 값진 정치 언어다. 이 명문(名文)으로 칼럼의 결론을 대신한다. 아무리 읽어 봐도 여기에 보탤 글귀는 없다.

[인천시론] 탄소중립 대전환, 정부·지자체·민간의 공동작품

해가 바뀌어서 일 텐데, 개인 소망을 떠나 탄소중립과 지속가능발전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금도 인천시청 본관 앞 기후위기시계는 6년이 채 남지 않은 파국을 경고하고 있다. ‘2045 탄소중립’을 위해 한동안 인천시나 군·구 차원에서 탄소중립 기본계획, 전략수립에 분주했다. 이제부터 광역과 기초 간 연계라든가 감축과 흡수원 확충 측면에서 지역 여건을 반영한 실질적인 성과가 중요하다. 우리는 시간의 한계 앞에 서 있다. IPCC(기후변화 정부 간 패널)는 ‘임계점’을 넘기지 않으려면 2030년까지 에너지 부문에서 매년 적어도 7%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전 세계 탄소배출 비중 상위권을 차지하는 주요 선진국들이 ‘2030 국가온실 가스감축목표’(2030 NDC)를 기한 내에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990년부터 연평균 1.39%씩 꾸준히 증가한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도 매한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1850~1900년보다 1.09도 올랐다. 그러면서 2019년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기준으로 볼 때 2050년 1.5도 제한을 달성하기 위한 탄소량은 10년 치도 남지 않았다. 어쩌면 2050년이 아니라 2030년 즈음 이미 그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탄소중립을 ‘패싱’하고 지속가능발전이나 ESG가 성립할 수 없다. 탄소중립이 전제된 환경적 토대 위에서 거론될 인류의 생존전략이자 도시의 지속가능성이다. 결국 탄소중립은 더 강력한 실천, 분명한 결과를 우리에게 요구한다. 인천은 대규모 화력발전소, 공항, 항만이 있어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다배출 지역이다. 그만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시급한 반면 매우 어렵기도 하다. 최대 이슈는 발전 분야다. 지역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8%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2045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국가적·지역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민간과 지역 주도의 선도적인 탄소중립 이행 도시모델’을 주문한다. 특히 ‘지역 여건에 맞춰 민간 참여 적극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 민간과 지역 주도, 민간 참여 적극 활용으로 가능한 탄소중립의 수준은 어디까지일까? 신재생에너지로의 국가적 전환, 대체기술의 대대적 보급, 녹색생산과 소비문화 정착 등 굵직한 의제들을 볼 때 정부의 정책과 지역의 역할은 수레의 양축이다. 탄소중립은 정부, 지자체, 민간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방식을 다시 세워야 가능하다. 공동작품인 셈이다. ‘긴급한 기후행동만이 모두가 살 만한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는 IPCC 보고서의 경고가 주는 의미를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인가? 미래 세대를 위하는 일이 곧 지금 우리를 위하는 일이다”라는 어느 책의 글귀가 머리에 맴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내 안의 그림 카페

새해가 오고 새봄이 오기도 전에 문화센터는 새 학기가 시작됐다. 교복을 입고 긴장과 설렘으로 들어서던 학창 시절의 교실이 생각난다. 이젠 대부분 서른도 마흔도 넘긴 중년의 수강생들이 나의 그림 교실에 들어서는 모습을 바라본다. 이번 학기도 반은 떠났고 반은 다시 들어왔다. 사정이 있어 못 나오는 수강생도 아쉽지만 새로 채워지는 신입생이 너무나 궁금하고 반갑다. 사는 동네는 어딘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오게 된 동기까지 본인 소개가 주어졌다. 한 여성이 일어서더니 ‘저는 이곳에 놀러 왔습니다’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수강의 동기와 목적이 각기 다르게 부풀어 있지만 의외의 왜소한 대답이 마음에 닿았다. 취미 생활에 많은 욕심이 들어가면 오히려 잘 풀리지 않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번 분기도 좋은 수업이 됐으면 좋겠다. 오늘은 야간반 수업이다. 4개 분기째 수강하는 한진옥 님이 카페 풍경을 그렸다. 느낌 좋은 그림이다. 힘든 직장 일을 마치고 이곳까지 와서 야학하는 그녀의 성실한 꿈을 응원한다. 멋진 외모 못지않게 그림에도 열정을 가꾸는 모습이 아름답다. 오늘도 3시간, 모두가 마음을 정화하는 집중 또한 경건하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라는 이병률 시인의 시 한 대목이 생각난다. 자신이 그리고 있는 것이 그림이 아니라 엄숙한 몰입이라는.

[지지대] “아이들의 웃음소리 다시 커져야”

골목마다 이어지던 코흘리개들의 숨바꼭질이 낯설지 않았다. 운동장에는 늘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쌓이곤 했다. 30여년 전에는 그랬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작아지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5곳 중 1곳은 전교생이 60명 이하로, 한 학년 평균 학생 수는 10명 이하인 것으로 집계돼서다. 10곳 중 1곳은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 교육통계 연보’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6천175곳(분교장 제외) 중 23.1%인 1천424곳의 전교생이 60명 이하였다. 지역별로는 전남 212곳, 경북 207곳, 전북 206곳, 충남 177곳, 경남 168곳, 강원 165곳, 경기 107곳, 충북 100곳, 인천 17곳, 부산과 제주 각 15곳, 울산 9곳, 광주 8곳, 대전 7곳, 서울과 세종 각 4곳, 대구 3곳 등이다. 전교생 60명 이하인 초등학교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03년 전체 5천463곳 중 11.2%인 610곳이었다. 이후 2008년 959곳(전체 대비 16.5%)으로 늘었고 2013년 1천188곳(20.1%)에서 전교생이 60명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교생 60명 이하 학교는 2003년과 비교해 2.3배 늘어난 규모다.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초미니’ 초등학교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30명 이하 초등학교는 584곳으로 전체의 9.5%를 기록했다. 30명 이하 초등학교는 2003년 141곳(2.6%)에서 불과 20년 만에 4.1배가 됐다. 미니 학교 통폐합이 예상되는 만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복식학급(한 교실에 2개 학년을 묶어 같이 수업하는 학급)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도 제기된다. 골목에서,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커져야 한다. 그들이 나라의 기둥이다. 아이들이 곧 미래의 힘인 까닭이다.

[세계는 지금] 김정은의 건설정치, 욕망의 모노리스

김정은 집권 10년을 가장 함축적으로 특징 짓는 용어는 핵무기 고도화와 함께 ‘건설’일 것이다. 2012년 집권 이후 거의 매년 대규모 아파트 건설 외에도 굵직한 건축물들이 전국 도시 곳곳에서 건설됐다. 집권 12년 내내 북한은 ‘공사 중’이었다. 특히 코로나19 비상방역 속에서도 매년 1만가구씩, 2025년까지 평양에 총 5만가구의 살림집을 지었다.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핵무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동시에 평양과 지방에 대규모 살림집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 김정은식 건설정치는 ‘사회주의문명국론’ 및 ‘핵강국론’과 표리일체로 담론화돼 왔다. 사회주의문명국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2013년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선언하며 그 지위에 걸맞은 문명국의 위용을 강조해 왔다. 대규모 건설과 거리 조성 등을 통한 통치 공간의 스펙터클화, 도시의 경관화는 ‘핵강국’의 위상과 정당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각적 담론에 해당한다. 이 용어들은 이후 강성국가, 전략국가 등으로 변용되지만 뜻하는 본질은 동일하다. 다시 말해 건설정치는 ‘핵정치’와 연결돼 있는 것이다. 또 대규모 건설사업은 시장메커니즘과 결합된 ‘김정은식 경기 부양’ 및 ‘시장 효과’와도 관련돼 있다. 도시 건설사업 붐은 정권의 이해, 주민 및 관료들의 이해, 그리고 시장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아파트 건설은 정치적인 경관 또는 통치전략과도 관련이 있다. 북한에서 아파트는 과거부터 체제의 우월성을 전시적으로 보여주기에 좋은 인공물이었다. 여기에 건설 ‘속도’를 강조하면서 도시의 경관을 빠른 시간에 전변시키는 ‘기적’의 상징이었다. 대규모 아파트로 가득 찬 경관과 건설 실적은 발전 또는 체제 우월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간주됐다. 보여주기 위한 계획적 미화, 권력의 상징으로서 기념비적인 것, 연극으로서의 건축에 해당한다. 북한에서 아파트 건설이 대규모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2년에는 평양을 ‘혁명의 수도’이자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선전도시로 선포하고 본격적인 대형 건축물 축조, 주택 및 신시가지 건설에 돌입했다. 1974년 김정일은 후계자로 공식화된다. 김정일은 후계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본격적으로 아버지 김일성의 우상화와 유일지도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대규모 살림집 건설은 김정일의 업적 쌓기 차원에서 구상되고 실행됐다. 경제난으로 인해 1990년대 초 중단됐던 북한의 아파트 건설은 2008년 재개됐다. 김정은 집권 이후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결과적으로 ‘부동산 열풍’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의 등장은 이제 새롭지 않다. 아파트 부동산 시장의 번성은 음성화돼 있던 부동산 거래 시장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김정은의 집권 이후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양과 주요 도시에서 지위가 높은 간부와 부유층 사이에서는 아파트를 통해 자신이 가진 권력과 위세를 과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로 인해 아파트 실내장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내장식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권세를 과시하는 측면 이상으로 자신의 사적 공간을 꾸미는 욕구와도 관련 있어 보인다. 북한에서 아파트 건설은 권력기관들이 자신의 기관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개별 관료들이 자신들의 개인 이익을 챙기는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또 위로부터 자신들에게 할당된 건설 할당량을 없는 능력 속에서 달성하고 한편으로 이익 역시 내려는 도시 내 주요 권력기관·기업소의 생존논리,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통해 통치 능력과 치적을 과시하려는 당국과 최고 지도부의 정치적 욕구, 아파트 부동산 거래를 통해 보다 많은 차익을 남겨 부를 축적하려는 민간 자본의 경제적 욕구, 그리고 아파트 건설에 들어가는 각종 자재, 강재, 시멘트, 장비, 인력 등으로 인해 활성화된 각종 생산 및 유통시장의 관계자들이 결합돼 북한의 건설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